눈 오는 날 비룡소의 그림동화 12
에즈라 잭 키츠 글.그림, 김소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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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태어난 막내 아이가 아니었으면 난 아마 이 책을 다시 펴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빨간 옷을 입은 자그마한 흑인 꼬마, 피터,   이렇게 다시 만나 반갑다.

에즈라 잭 키츠,  소수민족의 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낸 폴란드계 유대인.  뉴욕 부르크린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흑인 꼬마를 주인공으로 그려진 그림책이 밝고 환하고 따스하다.  늘 색안경을 끼고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미국 백인 사회에다 대고 "우리도 이렇게 밝고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그림책이다.  1950년대 반유대적 사회 분위기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티가 너무 확연히 드러나는 "Jacob Ezra Katz"라는 자기 이름을 버리고 "Ezra Jack Keats"로 바꿔야 했던 아픔이 이 그림책으로 승화된 듯.

하얀 눈이 내린 어느 날 아침, 꼬마 피터는 빨간 코트를 입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길조차도 눈에 파묻혀 사라진 아침.  피터는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이렇게 저렇게 남기며 걸어보고 나뭇가지에 쌓인 눈을 막대로 건드리다 쏟아지는 눈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아직 어려서 형들의 눈싸움에 낄 수 없는 피터는 눈사람도 만들고 눈 위에 벌러덩 누워 눈천사를 만들고 눈더미 산 위로 올라가 미끄럼도 타며 혼자서 즐긴다.  에즈라 잭 키츠는 하늘을 마블링 기법을 써서 역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주목을 받는다는데 피터가 눈더미 산에서 미끄럼을 타는 그림에서의 하늘이 바로 그 기법인지 모르겠다.  마블링 기법이라기 보다 솜이나 한지 분위기가 나는 듯하기도 하고.. ( 아, 나의 이 짧은 미술 지식이 한탄스럽다. )

집에 돌아가기 전에 눈을 꼭꼭 뭉쳐서 주머니에 넣는 피터.  내일도 또 눈을 가지고 놀 생각에 즐겁기만 하다.  따뜻한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도 즐거웠던 이 눈 내린 오늘이 자꾸자꾸 생각난다.   잠 자기 전 꼭꼭 뭉쳐서 코트 주머니 속에 넣어가지고 온 눈덩이를 찾아보니 다 녹아 버렸다.  피터의 슬픈 마음이 배경의 검은 점으로 내려 앉는 듯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분홍빛 벽을 배경으로 하얗고 고운 눈이 다시 펄펄 내리고 있다.  창문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미소짓고 있는 피터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너댓살 아이의 고운 감성을 따뜻하고 밝은 색채로 담아 낸 (심지어 쌓인 눈 조차도 따뜻한 분홍빛을 품고 있다.) 작가의 마음이 포근포근하게 전해지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쩌다 흑인 꼬마와 마주칠 때 피터를 상상하고 미소를 보내게 되지 않을까.

프로스펙트 (우리나라 어느 스포츠 용품 브랜드 이름하고 비슷하군) 라는 공원의 놀이터에 피터와 윌리(<피터의 편지>에 나오는 피터의 개 이름)  청동상과 피터의 의자가 있다는데,  따뜻한 봄에 그림책 속이 아니라 놀이터의 왁자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피터를 만나보는 정취가 상상만으로도 꽤 근사할 것 같다. 

정답고 귀여운 피터를 만난 오늘 아침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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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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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네스트는 잘생긴 우등생이다.  주변에는 어네스트에게 어떻게 해서든 호감을 사보려는 여자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인기남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나가는 남자 아이의 실제의 일상은 정말 딱하기만 하다.

어네스트는 할머니 두 분과 함께 산다.  한 분은 집안일을 맡아주시는 원리원칙주의자 제르멘 할머니이고, 다른 한 분은 말씀도 없고 1차세계대전에서 죽은 아버지와 2차세계대전으로 죽은 남편을 기억하며 그저 조용히 사는 친할머니다.  엄마는 어네스트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빠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어네스트가 태어난지 사흘만에 집을 나갔다.

어네스트는 그렇게 잿빛 침묵이 안개처럼 서려있는, TV도 전화도 없는 단절된 공간에서 주어진 메뉴대로의 식사를 하고 언제나 똑같은 길로 학교와 집을 오가고, 군말없이 매일 파란 사과 하나를 간식으로 먹고, 쇼핑몰도 레스토랑도 가 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승강기조차도 타 본 적이 없는 고독하고 무능력한 아이로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승리"란는 뜻의 이름을 가진 빅투와르라는 여자아이가 전학을 온다.  빅투와르는 거침없이 앞으로 12년 후엔 어네스트랑 결혼 할 거라고 씩씩하게 선언하고 어네스트의 잿빛공간을 침범해 들어와서는 어네스트가 얼마나 형편없는 열등생이었던가를 깨닫게 한다.  빅투와르의 밝고 경쾌함에, 그 씩씩함과 억척스러움에 어네스트와 어네스트와 집이 변하기 시작한다.

어네스트의 "과묵하기만 했던 마음이 농담을 하지 않나, 소리 하나 없던 마음이 온갖 신기한 소리들을 전해 오질 않나, 질문을 받기만 하던 마음이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두 할머니들의 눈엔  '호기심이, 눈에 불을 켜게 만드는 바로 그 삶의 활기'로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어네스트 집에 몰아친 변화의 바람은 그것으로 끝나질 않았다.  열혈여아 빅투와르에게는 열 세명의 남자 형제들이 있었고 열 일곱명이 북적거리는 빅투와르네 집의 시끌벅적한 삶의 활기는 어네스트네 집으로 그대로 전염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네스트는

"인생이란 게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것을, 하루하루가 제각각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토해 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빅투와르라는 초대형(XL) 놀라움이 뛰어들고 나서부터, 그 뒤를 이어 스몰(S), 미디움(M), 라지(L) 사이즈의 놀라움들이 무더기로 정신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날마다 어네스트는 왕성하게 솟구치는 식욕과 함께,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상황들에 대해 새록새록 호기심이 더해져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고 말한다.  그 뿐 아니라 자기는 그동안 "잠자는 숲 속의 왕자"였고 "오로지 공주가 나타나 자기에게 제 2의 탄생을 가져다 줄 날만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살아왔노라고 고백한다.

재밌다.  늘 연약하고 아리따운 공주가 항상 용감하고 잘생긴 왕자에게 구원받아야 했던 동화가 멋지게 비틀어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밝고 경쾌한, 그래서 기분이 좋아지는 청소년판 로맨틱 코메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정겨운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지!  이렇게 따뜻한 이웃들과 마음을 맞대고 살아가는 행복한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빅투와르네 엄마 아빠를 비롯한 열 일곱명의 식구들도 그렇지만 어네스트네 집안일을 맡아 해주시던 제르멘 할머니 대신 집안 일을 해주려고 온 앙리에트 누나와 그 엄마 자네트 아줌마까지도 어찌나 정겹고 활력이 넘치는지.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것같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저 줄거리를 따라 아무 생각없이 흘러가게 놔두지도 않는다.  공부 잘 하고 잘생긴 우등생이지만 실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선 무능한 어네스트를 통해서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게 용서되는' 우리네 교육풍토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게 했고, 용기있게 삶과 부딪쳐 나가는 것, 다른 사람의 불행한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우리에게 삶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는 것을 유머와 익살과 재치에 버무려 들려주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이 가진 밝고 환한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번역을 맡은 이정임님의 실력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매끄럽고 깔끔한 번역이 아니었다면 작가의 이 재치있고 유머스러운 작품이 내게 이리도 잘 와닿지는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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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비룡소 / 2002년 4월
절판


할머니는 뭘 물어 보는 법이 없었다. 무릇 나날이란, 으레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질 따름이다. 사람은 누구나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뿐이다. 그 이상은 없다. 한데 갑자기 어네스트가 그 이상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하긴 가끔은, 으레 일어나는 일들과 해야 하는 일들 이상의 사소한 무엇이라도 불러일으켜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다. -43쪽

어네스트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왠지 묘한 뿌듯함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불편함도 커갔다. 할머니와 제르멘 할머니는 말은 없었지만, 눈빛들만은 반짝거렸다. 바야흐로 호기심이, 눈에 불을 켜게 만드는 바로 그 삶의 활기가, 드디어 그들이 살고 있던 묘지 대기소로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린 것이다. -53쪽

"평생을 너무 힘들게 살아오셨군요. 할머니."
"상처가 깊을수록, 할 말은 적어진단다."-64쪽

'한 번도'란 단어를 단 하나만이라도 지울 수 있게 된 날은 대단한 날이다. 그 '한 번도'를 적어도 세 개 이상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처음으로'란 말을 쓸 수 있게 된다면 그 날은 세 곱절로 대단한 날이다. -71쪽

할머니는 전쟁과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 아픔과 상실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어쨌거나, 죽은 사람들을 날마다 조금씩 더 죽어가게 내버려두느니 살아 숨쉬도록 하는 게 백 번 낫다. 우리가 죽은 사람들을 기리며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죽은 사람들을 살아 있게 한다. 결코 눈물방울이 그들을 살려 내는 건 아닐 것이다.
그건 우리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사실 살아 있는 사람들이지만 서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쿠스쿠스. 그건 참 멍청해 보인다. 하지만 쿠스쿠스는 어렴풋이나마 내게, 사람은 언제든지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부었다. 단, 거기엔 훌륭한 스승과 강한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참으로 나는 그런 굳센 의지를 가지고 싶다. -73쪽

빅투와르가 병이 난 지도 벌써 일 주일이 지났다. 그 애가 없는 한, 어네스트도 반 쪽만 있을 뿐이었다. 어네스트는 둘이서 함께 쓰던 책상에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금이라도 쳐져 있기나 한 것처럼, 차마 그 이상을 넘을 수가 없었다. 마치 그 금이 빅투와르의 팔꿈치라도 되는 양, 그랬다가 행여 자기가 그리는 마음 속의 빅투와르를 으스러뜨리기라도 할까 봐. 그 앤 없었지만 어네스트에게는 그 애가 여전히, 엄연히, 커다랗게 존재하고 있었다. 텅 빈 구멍으로 말이다. 어네스트는 어떻게든 그 구멍에 빠지지 않으려고 에움길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돌아가려는 생각에만 너무 골똘해진 나머지 결국은 별수 없이 다시 또 그 구멍에 빠져들곤 했다. 수천 가지 말들을 그 애에게 하고 싶었고 그 애의 수천 가지 말들이며 몸짓들이 그리웠다. 그게 바로 휑하니 뚫린 구멍있고, 다할 것 같지 않는 허전함이었다. 학교가 알맹이가 빠져버린 빈 껍데기처럼 휑뎅그렁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 한다지만, 없어선 안 될 사람이란 없다고들 하지만, 어네스트는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없어서는 안 될,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적어도 그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어네스트는 어쩌다 자기의 생각이 부모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부모도 없으면서. 때때로 어네스트는 차라리 생각을 끊어 낼 수 있다면 싶었다. -140쪽

"아빤 제가 태어나자마자 사라졌어요. 할머니는 아무것도 말씀해 주지 않으세요. 그것마저도 비밀인가 봐요. 전 비밀이 싫어요! 사람은 누구나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는 뭐 저 혼자 숨바꼭질 놀이나 하자고 이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잖아요. 진실을 찾고 진실을 말해야지요.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이에요!"-159쪽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할 수는 없어.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행운인 줄이나 알아."-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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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30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2쪽!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제대로 마음껏 좋아해야겠어요.
섬사이님, 좋은 하루, 힘찬 한 주 시작하세요^^

섬사이 2007-04-30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배혜경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마음껏 좋아해줄까봐요. 배혜경님도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래요.
 
차이니즈 신데렐라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8
애덜라인 옌 마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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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다가 엄마가 죽었다.  아이는 그래서 형제자매에게 "재수없는 아이"로 낙인찍혔고, 가족의 계급 서열에서 가장 낮은 자리를 겨우 차지했다.  새엄마가 왔다.  새엄마 냥은 아름다웠고 우아했으며 짙은 향수냄새를 풍겼다.  다이아몬드와 진주로 치장했고 곱게 화장을 했으며 집안에서 권력을 휘어잡았다.  모두 새엄마 앞에 무릎을 꿇었고 새엄마의 말에 복종했다.  아이는 새엄마의 막강한 권력에 이리저리로 휘둘려야만 했다.

아편전쟁, 2차 세계대전, 공산화 혁명 등의 격변기 중국을 배경으로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한 여자 아이 애덜라인에 대한 자전적 기록이다. 

애덜라인은 학교에선 주목받는 우등생이지만 집에선 아무 쓸모 없고 미래가 별 볼일 없는 아이일 뿐이다.  회장이 된 걸 축하하러 친구들이 몰래 애덜라인의 뒤를 밟아 집에 찾아왔을 때에도 애덜라인은 새엄마 냥에게 불려가 뺨을 후려맞는 치욕을 당해야했다.  황씨 아저씨에게서 선물받아 애정을 기울여 키우던  아기오리 조그보는 아빠와 새엄마의 애완견 셰퍼드의 노리개감으로 내주어야 했다.  사랑하는 조그보가 사나운 셰퍼드에게 희생당하는 모습을 가슴을 조리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새엄마에 의해 공산주의 인민해방군이 몰려온다는 소문에 다들 떠나는 텐진으로 학교를 옮겨 모두 떠나고 학생이라곤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남겨져 있어야 했다.  아빠는 애덜라인의 이름도 생일도 기억하지 못했다. 

애덜라인에겐 학교가 가장 즐겁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바고모와 할아버지는 그런 애덜라인을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응원하고 격려해줄 뿐이다. 

"걱정 마! 이런 특별한 성적만 있으면 너는 네가 원하는 걸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이걸 비밀 무기나 부적이나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주문으로 만들어.  언젠가 세상이 너의 재능을 알아볼 테고 그러면 우리는 이곳을 떠나서 우리만의 집에서 같이 살 수 있을거야."
" 절대 꿈을 잃어버리면 안 돼.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해.  네 안에는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독특하고 귀중한 것이 있어.  난 진작부터 그걸 알고 있었지.  넌 두 분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야 해.  약속하지?"

이런 은밀한 응원과 격려만이 애덜라인에게 희망을 품게 할 뿐이었다. 

제목이 <차이니즈 신데렐라>지만 아리따운 공주도 착한 요정도 멋진 왕자님도 등장하지 않는다.  애덜라인은 자기 힘으로 자기 운명을 바꿔야 했다.  애덜라인은 모든 것을 견디면서 희망을 품었고, 결국엔 국제희곡글짓기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아빠의 인정을 얻어내고 만다. 

저자 애덜라인 옌 마는 사랑받지 못하고 무시당하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끝까지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는 여러분이 끝내는 이기리라는 믿음으로 자신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여 마침내 그 충격을 용기와 독창성과 연민으로 바꾸도록 하고 싶다. 
테레사 수녀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외로움과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가장 큰 결핍이다."
이 말에 나는 다음을 덧붙인다.
  "단 하나의 긍정적인 꿈이 천 가지의 부정적인 현실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믿어라.""

얼마전 중2짜리 딸이 이 책을 읽으며 눈가가 붉어지는 걸 보았다.  딸아이는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느꼈을까..   부디 이 책을 통해서 새엄마 냥과 무관심한 아버지의 비정함을 넘어서 작은 아이 애덜라인의 역경을 넘어서는 노력과 용기를 보았기를 바란다.  아울러 나도 아이들에게 은밀한 응원과 격려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또는 누군가 나에게 보내고 있는 은밀한 응원과 격려가 희망이 되게 하고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내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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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3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챙겨뒀다가 우리 홍/수에게 보여 줘야겠어요. ^ ^.

섬사이 2007-04-3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책 같아요. 가족에게 무시당하고 잊혀지기까지 하는 작가의 어린시절이 너무나 충격적이거든요.
 
달빛 노래 힘찬문고 14
스콧 오델 지음, 김옥수 옮김, 김병하 그림 / 우리교육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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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총리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오만함을 살짝 숨기는 제츠쳐를 취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각 나라의 사죄요구를 뻔뻔함으로 거절해오더니 강대국 미국의 헛기침 몇 번에 고개를 숙이는 척 하고 있는 게 영 기분이 나쁘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는 일본의 잔혹한 식민통치를 보고 뭐라고 할 만한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은 그들이 아니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미국도 일본을 능가하는 잔혹함으로 그 원주민들을 몰아내었으며, 아프리카 흑인들을 데려다 노예로 삼고 잔인하게 부려먹었고, KKK단으로 대표되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의 역사를 이어가는 나라니까 말이다.  자기 반성이 부족한 두 나라끼리 서로에게 네가 잘못했다며 충고하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달빛노래>는 최강대국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1863년에서 1865년 사이에 일어난 나바호 인디언의 2년에 걸친 역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1863년 6월에 미합중국 정부는 키트 카슨 대령에게 애리조나 북동쪽에 자리잡은 나바호 인디언 지역에 가서 모든 작물과 가축을 완전히 말살시키라고 명령했고, 그 명령을 따른 카슨 대령은 그 지역을 약탈한 다음, 도망치는 나바호 인디언을 추적해서 반항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나머지는 '여름요새'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한 인디언 소녀의 시각으로 잔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주인공 소녀가 사랑하는, 부족의 용감한 전사 '커다란 청년'이 점점 나약해져 가는 모습은 인디언들의 몰락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아파왔다.  옥수수를 키우고 양떼를 돌보며 평화롭고 따뜻하게 살아가던 인디언들은 침입자들에 의해 마을에서 춥고 배고픈 땅으로 내몰린다.  용감했던 남자들까지도 두려움에 질려서 '신이 우리에게 내린 벌'이라고 하며 고개만 저을 뿐이다.  '커다란 청년'과 결혼한 소녀는 뱃속의 아기를 그 춥고 배고픈 '기다란 칼'들의 '회색요새의 그림자가 비치는' 땅에서 낳고 싶지 않았다.  아름다운 고향의 계곡,  돌보던 양떼들이 그리운 소녀는 남편 '커다란 청년'과 함께 요새를 탈출한다.

강대국 미국 역사의 치부를 소재로 쓰여진 글이지만 그 고발성이 짙지는 않다.  그건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에 맞춘 글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디언들을 그들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고 보스크 레돈도에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폭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을 불태우고 경작한 밭을 못쓰게 만든 다음 인디언들을 보스크 레돈도를 데려가는 것이 전부다.  강제 이주 되는 길에서 노약자들이 죽긴 하지만 오랜 노정에 지치거나 추위를 견디지 못해서이지 백인들의 직접적인 폭력 때문에  죽는 장면은 없다.  언어적 폭력조차 없다.  백인은 묵묵히 그들을 몰고 갈 뿐이다.  마치 인디언 소녀가 아침마다 양을 몰고 나가 초원의 풀을 뜯겼던 것처럼 백인들은 인디언들을 몰고 가며 날마다 밀가루를 배급해 먹인다.  인디언 학살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줄거리 안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다른 인디언들이 전하는 '소문'으로만 다루어 지고 있다.  

백인들의 비열한 모습은 그저 인디언들이 지니고 있던 터키석 목걸이 같은 것을 받고 담요나 필요한 물품을 팔아먹는 부분에서나 조금씩 보일 뿐이다.  커다란 청년이 백인들의 요새로 끌려가는 것도 인디언들끼리 싸웠기 때문이고, 백인들의 요새로 끌려가서도 커다란 청년은 그저 며칠동안 음식 구경도 못한, 두려움이 가득 담긴 퀭한 두 눈을 가진 모습으로 묘사될 뿐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아베의 애매모호한 태도처럼 이 책도 적당히 보여주고 가릴 건 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소녀가 고향으로 탈출하는 것도 백인의 폭력성을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고향이 그리워서 라는 식의...

몇 해 전 남편이 미국여행 길에서 인디언 마을에서 샀다는 작은 목각 인형이 생각났다.  그 때 남편은 쇠락한 인디언들의 모습이 무척 초라해보여서 마음이 참 씁쓸했다고 한다.  150 여 년이 흐른 현대의 인디언도 자기 삶의 터전을 찾지 못하고 이 책 속의 소녀가 말하던 '회색요새의 그림자가 비치는 땅'에서 살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덮는 내 마음도 또한 씁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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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금은 씁쓸하게 그리고, 잘 보고 갑니다. ^ ^;;;

섬사이 2007-04-3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약자의 편에서 쓴 글은 늘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덮어버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다시 들추고 드러내기가 더 어려운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