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가 어린이집에 다닌지 한 5주쯤 되었구나. 3월에 한차례 감기를 앓느라 일주일간 어린이집 결석을 했는데, 4월 첫날부터 열이 나서 또 일주일 빠지고, 오늘에서야 오랜만에 어린이집 버스를 탔다. 3월 날씨가 워낙 유난스러웠던 때문일까. 병원에 갔더니 요즘 돌고 있는 열감기라고 했다. 목도 많이 붓고 중이염까지 겹쳤다고. 의사는 혀를 차며 "애가 귀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밥도 잘 못 먹었을 텐데.."했지만 유빈이는 귀가 아프다는 말도 한 적이 없고, 비타민을 먹어서인지 밥도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잘 먹었었다.
항생제와 해열제 등등을 처방받아 와서 약을 먹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오히려 밥맛을 잃었는지 먹는둥 마는둥... 약을 먹일 때마다 한바탕 난리를 쳐야했던 건 당연하고. 글썽글썽 눈물 고인 눈을 보고 있자면 안쓰러움에 가슴이 떨리곤 했다. 그래도 의사 말이 중이염은 기본적으로 약을 열흘 쓴단다. 그러니 열흘동안은 안쓰럽고 불쌍해도 지독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 한 5일정도 약을 더 먹이면 된다. 하루에 세 번씩은 유빈이에게 나쁜 엄마가 되어야 한다.
아픈 유빈이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새 매화가 만발했다. 봄이다. 4월이 되어서야 봄다운 봄을 느끼는구나. 저러다 비 한 번 내리면 속절없이 지겠지. 화단엔 금낭화며 큰꿩의 비름, 옥잠화, 딸기 싹이 돋았다. 수국과 철쭉, 장미도 연두빛 싹이 뾰족하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인데, 어쩐지 축 쳐진다. 도서관에 반납해야 되는 책도 있고, 한살림에 내려가 장봐야할 것들도 있고, 밀린 집안 일도 있는데 의욕 상실이다. 유빈이가 좀 나아졌다 싶으니 긴장이 풀렸나보다.
요즘 알랭 드 보통의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을 읽고 있다. 진도가 무지 느려서 잡은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반을 넘겼다. 그 전에 읽었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우리는 사랑일까?>보다는 좀 흡인력이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나의 집중력 감퇴(?)가 원인이다. 한편으로는 번역에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문장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많다. 집에 읽지 않은 알랭 드 보통의 책이 몇 권 있는데 한 달에 한 권씩 읽어나가도 좋을 것 같다.
4월이다, 4월이다, 4월이다. 몸도 마음도 새로워지고 싶은 4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