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쯤.. 서서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저쪽 담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낼랑 말랑 할 즈음에

뽀의 학원 가방과 그 가방을 매고 집을 나서는 모습이 유난히 애처로워 보이기 시작했다.

중학생 누나도 학원 한 군데도 안가고, 그 흔한 학습지 하나 안하는데

초딩짜리가 뭔 권세를 누리겠다고 이 좋은 봄날, 칙칙한 학원 건물 안으로 꾸역꾸역 몰려들어가

저녁 때가 지나서야 해산해서 집으로 터덜터덜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마음이 영 불편했다.

학원을 재등록하기 전 날,

"뽀야, 너 5월 한 달 학원 쉬게 해줄까?"

뽀가 어리둥절~   엄마에게 숨은 계략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어린 눈초리로 바라본다.

"아니, 이 좋은 가정의 달 5월에 네가 학원에 가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가정의 달은 가정에서 보내야지, 뭐, 싫으면 말구~"

"아니아니아니, 좋아, 근데 정말 그래도 돼?"

학원에 전화해서 5월 한달 쉬겠습니다 하고 뽀는 요즘 신나게 놀고 있다.

친구들과 자전거 타러 나가서 저녁 밥 때를 넘겨서 배고파 죽겠다며 들어오기도 하고,

아파트 단지 앞, 길 건너 산에 올라가 놀다 오기도 하고..

어제는 수련회에서 돌아온 지니랑 같이 만화가게에 가서 만화를 잔뜩 빌려오더니

오늘 아침 깨자마자 뒹굴거리며 읽고 있다.

그래, 놀아라 놀아.  요즘 비니를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보면 초록빛 신록의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햇빛에 반짝이고 있더라. 

그 속에서 울리는 우리 아들 웃음소리를 듣고 싶은 건 엄마의 당연한 욕심 아니겠냐.

이담에 뽀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그 해 5월은 행복했네."라고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도 엄마 욕심이지..

 

근데, 너 뽀, 6월엔 어림도 없다.   도로 원상복귀야.  그리고 중학생되면 5월도 안봐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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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뽀가 즐거우면 섬사이님도 행복한 거지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향기로운 2007-05-1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에겐 정말 기쁜 이벤트가 아닐 수 없겠는데요^^

무스탕 2007-05-1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이 '5월' 이군요. 뽀가 정말루 좋겠어요 ^^

hnine 2007-05-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엄마는 계속 이런 갈등과 타협해야 할 것 같아요, 더 즐겁게 놀리느냐 마느냐...
나중에 어떤 쪽을 더 행복하게 추억할 수 있을지, 그 말씀이 와 닿습니다.

비로그인 2007-05-12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진 엄마세요... 흐믓해지는 페이퍼 :)

홍수맘 2007-05-1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에겐 정말 "행복한 5월"이겠네요. 저도 배워뒀다가 나중에 써 먹어야지!

섬사이 2007-05-1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향기로운님, 녀석, 요즘 아주 살판났습니다. ^^

무스탕님, 그렇군요,, 제가 뽀에게 5월을 선물한 거, 맞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제 자신에게 5월의 작은 한 조각이라도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hnine님, 어릴 땐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면 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겐 뭔가 내재된 욕구들이 있어서 될 수 있으면 그걸 다 쏟아내고 분출해내고 나서야 뭔가 다른 것들을 자기 안에 받아들이고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려면 공부 못지 않게 노는 게 참 중요하겠단 생각이 들구요. 저희 아이들은 여름엔 밤 열시, 열한시까지 놀이터에서 여름 밤을 불사르며 놀곤 했어요. ㅋㅋㅋ

체셔님, 대한민국의 교육현실을 읽지 못하는 대책없는 철부지 푼수엄마라는 생각은 안드세요? 전 제가 그런 엄마가 되는 건 아닌지 내심 불안하기도 하거든요.

홍수맘님, 네,나중에 한 번 해보세요. 굳은 학원비로 애들이랑 맛난 것도 사먹고 재밌는 데 놀러도 가고.. ^^ 애들이 어릴 때 하는 게 심리적 부담감이 더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