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는다더니 일찍 들어온 남편의 손가락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손이 왜그래?  다쳤어?"

"인화지 자르다가 칼에 베었어."

"붕대 감은 거 보니 병원에 갔었나 보네?  많이 베었나보다."

"응.. 여덟 바늘 꿰맸어."

"작두를 쓰지, 왜 칼로 잘랐어?"

"대형 인화한 거 자르는데 작두는 못 쓰지."

에궁... 잘못했으면 손가락 끝이 아주 잘려나갈 뻔 했구만..

"손가락 아파서 양복 옷걸이에 못걸겠다.  좀 걸어주라.."

이쁘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고운 게 남편이지만, 손가락 베이고 들어와 엄살떠는 남편은 어쩐지 얄밉다.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니까 애교까지 떤다. (으이구~~)

큰딸래미가 아빠의 양복을 받아서 옷걸이에 걸어놓고....

우리 남편만 그런건지, 다른 집 남편들도 그런 건지..  궁금해졌다.

하긴 우리 남편이 주사나 피, 수술... 뭐 그런 거에 워낙 민감한 사람이니 어뎗 바늘을 꿰맸다는 건 남편으로선 대형 사건이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럼 애 셋 낳은 나는 아주 죽었겠다~~~ 치~~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향기로운 2007-04-20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셋이었어요? 우와~~ 남편의 애교.. 귀엽지 않으세요? 우리집은 귀엽던데..^^;; 그럴일이 일년에 한 두어번 있을까 말까하지만, 남편이 애교부리면 업어주고 싶던데요^^ㅋㅋ

hnine 2007-04-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덟 바늘이면 많이 베이셨네요. 상처 다 나을 때까지 불편하시겠어요.
제 남편도 어디 조금 아프면 꼭 아프다는 표시 하지요. 그냥 그럴땐 받아줘요 ^ ^
제가 좀 아프다고 할 때에도 그렇게 받아주면 좋으련만...

비로그인 2007-04-2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우신데요, 부군이...^^ 남자들은 그런 때보면 영락없는 애들!

무스탕 2007-04-2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서 인상 뻑- 쓰는것보단 나을듯 싶습니다 ^^;; (누구 신랑이 그렇다지요...)

섬사이 2007-04-2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 님 / 남편이 귀여운 스타일하고는 거리가 멀거든요. 업어줄 엄두는 도저히 낼 수 없는 조건을 갖췄구요. ^^

hnine님 / "제가 좀 아프다고 할 때에도 그렇게 받아주면 좋으련만..." 핵심을 짚은 말씀이예요. ^^

체셔님 / 맞아요. 덩치 큰 아이예요. 가끔 제가 난 애가 넷이라고 말하곤 해요. 그중 제일 큰 애가 제일 말을 안듣는다고 푸념을 하기도 하구요. ^^

무스탕님 / 찾아와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님의 낭군님 얘기신가요? 인상 뻑-쓰는 거나 안어울리는 애교부리기나 얄밉긴 마찬가지예요. ^^

홍수맘 2007-04-21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옆지기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도 말을 잘 안해요. 병원도 잘 안가구요. 그러면서 짜증은 얼마나 심한지.... 차라리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해주면 할때도 있답니다.반면, 전 엄청 엄살덩어리구요. ㅋㅋㅋ

프레이야 2007-04-2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일 날뻔 하셨네요. 사진일도 그러고보니 육체노동이네요. ^^
무거운 장비 울러매고 다니는 것도 보면 예삿일 아니더군요.
얼른 아물기 바랍니다.

섬사이 2007-04-2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입은 꾹 다문채 끙끙 앓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남편이든 저든 아이들이든 무조건 아프지 않고 건강해야 되겠어요. 아프면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들도 힘드니까.. 근데 그게 우리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문제지만. 그쵸?

배혜경님, 남편과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사진은 노가다(?)라고.. 예전에 남편이 촬영다닐 때 전 옆에서 삼각대 메고 쫓아다녔었죠. 이담에 우리 아이들 중에 누군가가 사진을 하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겠다고 웃으며 얘기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