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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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요즘 엄마가 빠져 있는 작가 중에 유현준이라는 건축가가 있단다. 그의 신간까지 모조리 읽으시고, 유튜브로 강연도 찾아보시는 것 같더구나. TV에도 자주 나오는 분으로, 아마 최근 우리나라 건축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아닐까 싶구나. 엄마가 한번 읽어보라고 해서 아빠도 읽었단다. 아빠가 건축이라는 분야는 그리 관심이 가는 분야는 아닌데, 재미있다는 엄마의 말에 속아보자, 이러면서 책을 읽어봤단다.

지은이 유현준이라는 분이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하고, 자신이 받아들인 지식을 자기만으로 해석하고, 거기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더구나. 그런 창의성 때문에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약자 소개를 보니, 다른 나라에서 주는 건축상 등 상도 많이 받았더구나. 책도 괜찮았어. 다음 책도 기대해 볼 수 있게 했단다.


1.

유현준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의 주제를 한 개 단어로 이야기하자면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더구나. 그만큼 공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어. 건축이라는 것이 생각해보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 공간 안에서 사람이 생활하는 것이니까, 건축가가 만드는 것은 건축이 아니고 공간이라는 해도 과언이 아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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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우리는 돌, 나무, 흙 같은 자연 속의 재료를 가지고 건축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 건축물이 부산물로 만들어 내는 빈 공간 안에서 생활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그 공간은 또 다시 우리를 만든다. 이처럼 건축물을 만든 사람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공간을 통해서 다른 시대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건축물과 사람은 떼어 낼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건축물은 삶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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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그의 책 제목에 공간이라는 단어가 2번이나 나오니, 그가 얼마나 공간을 중요시 생각하는지 알겠구나.

사람들이 걷고 싶어하는 거리도 공간의 속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단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그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공간의 속도가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라는 말에 무척 공감 가더구나. 공간의 속도라는 것은 그 거리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의 속도의 평균을 이야기하는데, 그 공간의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려도 안되고, 사람의 걷는 속도와 비슷하게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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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6)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은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거리의 상황이 사람들이 걷고 싶은 환경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다음과 같다. 걷는 환경과 너무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시속 4킬로미터로 걷는다. 너무 느려도 사람들은 걷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상점의 입구가 자주 나오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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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격자형의 무미건조한 거리가 아닌 직사각형의 거리를 만들기도 하고, 뉴욕처럼 직사각형의 거리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는구나. 뉴욕의 그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리가 바로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가 되었고 말이야.

….

이 공간을 동양과 서양이 각각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구나. , 동양과 서양의 차이는 뭐 공간뿐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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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서양에서의 공간을 뜻하는 단어는 ‘space’, 이 단어는 동시에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주라는 영어 단어는 universe, cosmos, space 이 세 단어가 혼용되어서 쓰인다. 따라서 ‘space=cosmos’라는 결론이 나온다. cosmos라는 단어의 의미는 혼돈이라는 뜻의 chaos의 반대어로 수학적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space=수학적 규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단어를 통해서 살펴보면 서양인의 의식 속에서 비어 있는 우주, 공간, 수학적인 규칙을 내재하고 있는 cosmos 등의 의미가 상호 연결되어져 있으며, 공간을 수학적 규칙을 가진 비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서양의 공간은 다분히 수학적인 분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반면, 동양의 공간은 비어 있다는 뜻의 ()’과 사이라는 뜻의 ()’이 합성된 단어이다. 공간이라는 단어는 비움관계의 합성어로 만들어져 있다. 이렇듯 단어만 살펴보더라도 동양에서는 단순히 비어 있는 것 이상의 가능성을 보는 비움과 상대적 가치인 관계로서 공간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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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은이는 세계 여러 도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대표도시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건축의 미, 공간의 활용도 측면에서 부족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었어. 고층 빌딩을 지을 때 너무 기능적인 측면만 강조한 것이 아쉬웠다고 했고, 광화문 서울 광장 역시 사람들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했어. 그래서 시위용으로만 쓰이고 있다고

서울 광장을 개선의 방법으로 광장 양쪽의 큰 인도에 노상카페나 작은 상점들이 많으면 좋다고 했어. 그렇게 되면 광장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구나.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이라고 하면 서울숲과 한강고수부지 공원이 있는데, 이것 또한 접근성이 너무 떨어져서 제 기능을 못한다고 하는구나. 한강고수부지만 생각해봐도 그곳으로 가려면 큰 도로들이 가로막고 있으니, 걸어서 가기에는 쉽지 않구나. 생각해보니 아빠도 예전에 한강고수부지 공원을 갈 때 늘 차를 가지고 간 것 같구나. 몇 년 전부터 가로수길이 엄청 뜨고 있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한강고수부지 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예전에는 접근성이 없었는데, 최근에 무슨 공사(아빠가 잘 기억이 안나네…)를 하면서 경로가 바뀌어 가로수길에서 한강 고수부지로 바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하는구나.

이런 사례를 들어 한강고수부지 공원이나 서울숲을 좀더 접근성 있게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좀더 좋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하는구나. 광장을 이야기하면서 서울의 코엑스 광장의 실패도 이야기 했단다. 사람들의 동선을 지하로만 만들어놓아서, 코엑스 광장은 늘 헹~ 하니 실패작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고 지하의 공간을 잘 되어 있냐? 그런 것도 아닌 것이 길 찾기가 무척 힘들다고, 그 또한 잘못된 설계라고 하는구나. 요즘에는 거의 안 가지만, 예전에 가끔 그곳에 길을 잃었을 때 자책했던 기억이 나는구나. 그것이 아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지은이가 이야기해주어 고맙구나.^^

서울의 여러 거리와 건축물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또 뭐가 있었더라.. 동대문 시장을 새로 리모델링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도 뭔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정확한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구나. 역시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책을 덮고 2주도 더 지난 다음에 이야기를 하려고 보니 잘 기억이 안 나는구나. 아빠의 게으름은 언제쯤 고칠 수 있으려나.


3.

오래된 건축물에 대해서 국보나 보물로 지정하는 경우가 있단다. 우리나라 국보1호도 건축물인 남대문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국보1호가 10여 년 전에 어떤 사람이 불을 질러 다 타버렸단다. 그리고 복원을 했는데, 그 복원한 남대문이 계속 국보1호이어야 하는 논란들이 많이 있었단다. 아빠도 그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은이 유현준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더구나. 건축이라는 것은 다른 문화유산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건축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계속 교체되고 복원되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라는 거지. 건축의 중요한 것은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라는 거야. 그의 말에 갑자기 확 공감 갖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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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건축은 오브제(object)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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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의 대표는 아무래도 집이 아닐까 싶구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이 바로 집이니까 말이야. 언제부터 집이 만들어졌을까? 선사시대 동굴생활을 할 때부터, 동굴도 하나의 집이었고, 공간이었을 거야. 그 시대 동굴에는 모닥불을 켜고 생활을 했을 텐데, 그 모닥불은 오늘날 가스레인지 등 부엌 조리 기구를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그 모닥불을 TV에 비유를 하기도 한다는구나. 그런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구나. 사냥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동굴에 들어와 멍하니 모닥불을 쳐다보면서 긴장감을 풀었대. 오늘날 남자들이 퇴근하고 나서 거실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TV를 보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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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선사 시대 때 사람들은 동굴에서 살았다. 동굴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사람들이 그 주변으로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을 쳐다보고 그 위에서 밥도 해 먹었을 것이다. 최초의 집, 동굴에서 집의 중심은 모닥불이었다. 세월이 지나서 현대인의 집의 중심은 TV이다. 가족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앉아 움직이는 불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TV 화면을 바라본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과거 남자들은 밖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멍하게 불을 쳐다보면서 밖에서의 긴장감을 풀었다고 한다. 불을 쳐다보는 시간은 사냥 모드에서 휴식 모드로 바꾸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이 심한 현대 사회에서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남편은 최소 30분은 멍하게 TV를 보아야 정신 모드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들은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TV 보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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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글을 읽다 보면 건축을 무척 사랑하고, 건축에 대한 자부심도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겠더구나. 건축은 과학이자, 예술이자, 경제이자, 정치이자, 사회학이라는 하더구나. , 그렇게 생각해주자꾸나. 건축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온 세상을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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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과거에 건축은 과학이었다. 한 나라의 최첨단 기술을 과시하는 도구로서의 건축이 있었다. 건축은 어느 시대나 지구의 만유인력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 주는 과학적 도구이자 결과물이었다. 반면 의술은 과학이 아니라 미신에 가까웠다. 지금도 오지에서는 무당들이 병을 고친다. 건축과 의학 이 둘은 19세기에 운명이 바뀌었다. 의학은 과학을 택해서 지금의 MRI와 각종 첨단 시설을 이용한 기술의 서비스가 되었다. 반면 건축은 예술을 택해서 지금껏 사회적 대접이라는 면에서 퇴보해 왔다. 반면 건축이 예술이 되면서 질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에 이루어진 의학과 건축의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의사와 건축가의 평균 연봉이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건축이 예술이라는 관념이 깨졌으면 한다. 건축은 예술이기도 하고, 과학이기도 하고,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이 종합된 그냥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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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더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메모를 많이 해놓지 못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이만 마칠게. 이 책에 대해서는 엄마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 우리는 해외의 유명 도시로 여행을 가면 그곳을 대표하는 유명한 건축물 앞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

책의 끝 문장 : 여러분 모두가 이 나라의 건축을 더욱 발전시킬 훌륭한 건축주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 이유는 마당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에 아무리 넓은 거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거실의 인테리어가 매일매일 시시각각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당은 때로는 비도 오고, 햇살도 비치고, 눈이 내리기도 하고, 낙엽이 떨어지기도 한다. 아침의 동편 햇살을 받은 마당과 저녁노을의 마당이 다르고, 밤이 되어 어두운 달빛을 담은 마당은 또 완전히 다르다. 그 밖에도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이벤트는 다양하다. 고추를 말리기도 하고, 바비큐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이벤트와 날씨가 마당의 얼굴을 항상 바꿔 준다. 마치 마당은 매일매일 벽지와 가구가 바뀌는 거실이라고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단순하게 고정되어 있고 매일 TV 보는 행위 외에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것이다.- P194

우리는 기본적으로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필자가 있는 사무실에는 책상 앞에 책을 쌓아 두는 직원이 있었다. 이는 그 직원이 단순히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개방된 책상이 불안해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기 위해서 책과 서류로 벽을 치는 것이다. 보통 사무실에는 큰 모니터가 벽의 역할을 해 준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업무용 데스크탑 컴퓨터까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벽처럼 쓰고 있단. 요즘에는 듀얼 모니터로 작업을 해서 모니터를 두 대 사용하는데, 그 두 대의 모니터를 이용해서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P220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충(忠)이나 효(孝) 같은 관계를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극동아시아 건축은 땅과 연결된 개미처럼 관계성이 중요시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사후 세계를 중시했고, 이데아의 세계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원칙을 중요시 하였다. 땅에 기초를 두지 않는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 때문에 공중에 집을 짓는 벌처럼 기하학적인 건축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것이 서양에서 피라미드, 황금비율, 판테온 같은 건축 문화가 나오게 된 문화적 배경일 것이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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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8-29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현준 교수님의 이 책 무척 읽고 싶어요

교수님의 책을 통해 도시와 건축물이 사람들에게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고취시킬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

좋은 하루 되세요~

bookholic 2020-08-29 17:28   좋아요 1 | URL
책 내용도 알차고, 사진도 많고, 재미도 있습니다~~
초딩님도 즐거운 주말되세요~~^^

페크(pek0501) 2020-08-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세세히 쓰시다니 멋진 리뷰네요.
저는 동양에서 제일 높다느니 하면서 짓는다는 빌딩 기사를 보면 불안해져요. 지진에 얼마나 안전한지가 의심이 되어서요.
제일 높은 걸로 자랑하기보다 제일 안전한 걸로 평가 받으려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건축은 ˝계속 교체되고 복원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지지합니다. 딱 생각의 중심을 잡아 주네요.
잘 읽었습니다.

bookholic 2020-08-30 23:2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잠실에 잘 안 가요.^^
짓기 전부터 말이 많았고, 공사 허가할 때도 검은 거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건물 짓을 때 주변에 지반 가라앉고 싱크홀 생긴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서...
...
튼튼하게 오래 가는 건물이 진리임을...
좋은 댓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한 주 되시길...^^
 
해리 포터와 불의 잔 3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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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해리 포터와 불의 잔> 3권을 이야기 해보자꾸나. 2권은 트리위저드 1차 경기를 해결하면서 끝이 났지. 그리고 2차 경기는 1차 경기에서 얻은 용의 알이 힌트였고

트리위저드가 열리는 해의 공식 행사가 하나가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 무도회란다. 특히 챔피언들의 파트너는 중요했단다. 해리가 짝사랑을 하고 있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초 챙이었어. 초 챙에게 파트너를 부탁하려고 했지만, 초 챙 근처에는 늘 여자애들 무리가 있었고, 해리가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망설이고 있다가 고민 끝에 초 챙에게 파트너 요청을 했는데, 초 챙은 이미 정해졌다고 했어. 케드릭이 먼저 초 챙에게 부탁을 해서 초 챙도 오케이했다는 거야. 그러면서 초 챙은 무척 미안해했어. 시간은 다가오는데 해리와 론은 여전히 짝을 구하지 못했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헤르미온느도 파트너가 있다고 하는 거야. 진작에 헤르미온느한테 신청을 했어야지.. 해리든, 론이든론의 동생 지니도 이미 네빌과 가기로 했대. 결국 해리는 패르바티와 가기로 했고, 론은 파드마와 함께 가기로 했단다. 론은 별로 내치지 않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무도회 날, 최고의 주인공은 헤르미온느였어. 헤르비온느의 파트너는 다름 아닌 빅터 크룸이었는데, 헤르미온느는 못 알아볼 정도로 예쁘게 꾸미고 나타났어.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들 놀랬고, 특히 해리와 론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랬단다. 그렇게 헤르미온느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무도회도 끝이 나고, 이제 2차 과제를 준비를 해야만 했지.


1.

해그리드는 보바통의 교장인 맥심에 관심이 무척 많았어. 맥심 교수는 일반 남자들보다도 키가 훨씬 컸어. 해그리드와 맘먹는 키였지. 해그리드는 사실 거인족의 혼혈족이었어. 엄마는 거인족이고, 아빠는 머글이었지.  그래서 키가 큰 것이었어. 해그리즈는 맥심 교수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거인족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지곤 했는데, 거인족이라는 것을 맥심교수에게 이야기했더니 무척 불쾌하게 생각했단다. 왜냐하면 거인족은 오래 전부터 살인을 일삼는 무자비한 종족이었다가 지금은 거의 멸종되어 소수들만 깊은 숲 속에 살고 있었거든. 그래서 맥심 교수는 자신이 거인족이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는데, 해그리드가 그렇게 이야기하니 싫어할 수 밖에

해리는 힌트를 얻지 못하고 있었는데, 케드릭이 용의 알에 대한 힌트를 주었어. 반장들만 가는 욕실의 욕조에 용의 알을 가져가 보라고… 1차 경기에서 사전에 힌트를 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면서 말이야. 해리는 케드릭이 알려준 대로 욕실에 용의 알을 가져갔다가 힌트를 찾게 되었어. 호그와트의 연못이 하나 있는데 그 연못 속에서 한 시간 안에 잃어버린 것을 찾아야 하는 것이었어. 문제는 한 시간 동안 깊은 물 속에서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였지. 론과 헤르미온느가 같이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방법은 쉽지 않았어. 그런데 오랜만에 찾아온 집요정 도비가 해리에게 방법을 알려주었어. 아가미풀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먹으면 한 시간 동안 아가미가 생겨서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거야.

....

해리가 가끔 비밀지도로 호그와트를 보곤 하는데, 비밀 지도를 보다가 이상한 점이 있었어. 아프다는 이유로 며칠째 나타나지 않은 마법부의 크라우치가 스네이프의 방에 있었어. 크라우치는 트리위저스의 주관자인데, 최근에 계속 모습을 비추지 않았거든. 그런 그가 스네이프의 방에 있다니해리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어. 투명 망토를 쓰고 갔다가 그만 계단에 발이 빠져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투명 망토를 쓰고 있지만 움직이지 못해서 스네이프에게 걸리기 일보직전까지 갔다가 다행히 매드아이가 나타나서 도와주어 위기를 탈출했단다. 그런데 크라우치는 스네이프의 방에서 과연 무엇을 했을까.


2.

2번째 경기가 시작되었어. 아가미풀로 해리가 가장 먼저 도착지에 도착을 했단다. 잃어버렸다고 하는 보물은 다름 아닌 소중한 친구 론이었어. 빅터 크룸은 헤르미온느, 케드릭은 초 챙, 플뢰르는 동생이었어. 그들은 인질로 잡혀 있었어.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해리는 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구하려고 했지만, 인어들이 방해하면서 안 된다고 했어. 그런데 케드릭과 빅터가 나타나서 초 챙과 헤르미온느를 구출해 갔어. 해리는 론과 플뢰르의 동생을 함께 구출해서 연못 위로 올라갔단다. 플뢰르는 중간에 이번 경기를 포기해서 올 수 없었지. 그냥 두고 올 수 없어서 플뢰르의 동생도 구해온 거야. 그런데, 사실은 인질들은 모두 안전장치를 하고 있었어. 하지만 해리를 그런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둘 다 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론과 플뢰르의 동생을 데리고 온 거지.

물 밖에 나오자, 그렇게 쌀쌀했던 플뢰르가 계속 고맙다면서 친절하게 대했단다. 해리가 비록 3등을 했지만, 그의 도덕성을 높이 사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얻었단다. 그리고 2번째 경기까지의 합산을 케드릭과 해리의 공동 1등이었어.

….

마법 세계에서도 언론 적폐가 있어서 리타라는 기자는 거짓기사로 도배를 했단다. 해리는 그녀의 계속 거짓 기사의 낚싯밥이 되었어. 정말 얄밉더구나.

….

호그스미스에서 몰래 시리우스와 만나기로 한 해리. , 헤르미온느와 함께 시리우스를 만났어. 시리우스에게 스네이프 교수 방에 있었던 크라우치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그러자 시리우스가 크라우치라는 사람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주었어.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이었어. 심지어 그의 아들이 볼드모트를 따르는 이가 되어 아즈카반의 감옥에 갔다가 1년만에 죽었는데도 냉정한 자세를 취했다고 했어. 그리고 아내도 자살로 죽어서 그는 늘 혼자였대. 그럼에도 성공이라는 길을 위해 전진하고 있었지. 그런 그가 최근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거구나. 도대체 크라우치는 무슨 꿍꿍이일까.

….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와서 해리는 빅터가 잠시 이야기하면서 숲을 걸었는데, 그곳에서 반쯤 미쳐서 횡설수설하는 크라우치를 만났어. 해리가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한테 이 사실을 알리려 갔고, 갔다 왔더니 빅터는 공격을 당해 누워 있었고, 크라우치는 사라지고 없었어.

여기까지 <해리포터와 불의 잔 3>권의 이야기란다. 마지막 <해리포터와 불의 잔 4>도 곧 이야기해보자꾸나. 너희들은 이미 줄거리를 다 알고 있겠지만요즘 해리 포터를 다 읽고 나면, 너희들과 무슨 책을 읽을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단다., 또 좋은 책들을 찾아보자꾸나.


PS:

책의 첫 문장 : “포터! 위즐리! 정신 못 차리니?”

책의 끝 문장 : 초상화 구멍을 통해 휴게실로 들어간 해리는 곧장 론과 헤르미온느가 앉아 있는 구석 자리로 가서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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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청결함에 관해선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어느 날 내가 아빠 등을 때수건으로 밀어주고 있을 때 아빠가 말했었다. 우리가 벗겨낸 이 때는 다 어디로 갈까? 너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 있니? 우리 몸을 깨끗이 하느라고 우린 또 뭘 더럽히고 있는 건지.

(53)

아빠가 미리 얘기해줬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일이 닥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난 잠에서 깨자마자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잠옷 바지가 젖어 있었고 두 손도 온통 끈적끈적했다! 이불에도 묻어 있었다. 사실상 온 사방에 묻어 있었다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바지를 벗으면서 난 아빠가 얘기해줬던 걸 떠올렸다. 그걸 사정(射精)이라고 해. 밤사이에 그 일이 일어나더라도 겁먹지 마라. 다시 오줌을 싸기 시작한 건 아니니까. 그건 새로운 미래가 시작된다는 신호야. 놀라지 말고 얼른 적응하는 편이 나아. 넌 앞으로 평생 정자를 만들어낼 테니까. 처음엔 뜻대로 조절이 안 될 거야.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쾌감을 느끼는가 싶다가 어, 어느새 끝나버리지! 그러다 점차 익숙해지면 절제할 줄도 알게 되고, 결국엔 최선의 요령을 깨우치게 될 게다.

(140)

눈물은 자아의 배설이다. 그 엄청난 양이란! 우리는 울면서 오줌 눌 때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자신을 비운다. 맑은 호수에 몸을 던지는 것보다도 더 깨끗이 자신을 청소한다. 그 정화의 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종착역에 정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눈물로 표현된 정신은 비로소 몸과도 좋은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낸 몸도 오늘 밤엔 잠을 잘 것이다. 안도의 울음을 실컷 울었으니. 이제 끝났다.

(154)

건강염려증: 몸의 상태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는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 자신이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망상. 정신과 몸이 서로에게 술책을 부리는 것. 어쨌든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라 일시적인 증상의 희생자일까?

(177)

몸은 사랑의 에너지 덕을 어느 정도로나 보는 걸까. 요즘은 모든 게, 정말 모든 게 다 잘 풀린다. 직장 일에서도 지치는 법이 없다.

(188-9)

손님들 앞에서 이 세상의 여덟번째 기적이라고 자랑하며 브뤼노를 흔들어대다가, 아기를 안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것이다. 앞쪽으로 넘어지면서 바닥까지 굴렀다. 정확히 열한 계단. 난 본능적으로 브뤼노를 감쌌다. 계속 구르는 중에도 아기의 머리를 내 가슴팍에 붙이고, 팔꿈치와 이두박근과 등으로 보호했다. 난 아들을 덮고 있는 껍데기였다.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우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손님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손등, 골반뼈, 무릎뼈, 발목, 등뼈, 어깨, 전부 다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 하지만 난 구르는 와중에도, 가슴이 파이고 배가 움츠러드는 와중에도, 브뤼노가 내 품 안에서 완벽하게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인간 완충장치로 변신했던 것이다. 브뤼노가 매트리스 싸인 채 굴렀다 해도 더 안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난 유도를 해본 적도 없고 낙법을 배운 적도 없는데. 부성애의 놀라운 발현?

(190)

순전히 정에 겨워 아기를 어르는 것과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어르는 것 사이엔 이런 차이가 있다. 첫번째 경우, 아이는 자신이 사랑의 중심에 있다고 느낀다. 두번째 경우엔 아이를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픈 충동을 느낀다.

(224)

흠잡을 데 없는 똥. 딱 한 덩어리뿐이다. 완벽하게 매끈하고, 모양도 반듯하다. 차지면서도 끈끈하진 않고, 냄새는 나되 악취는 아니고, 단면이 깔끔하며 균질의 갈색을 띠고 있다. 딱 한 번 힘줘서 쑥 빠져나왔다. 휴지에도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 이거야말로 완벽한 장인의 솜씨다. 내 몸아, 참 잘해냈다.

(267)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위아래로 가볍게 흔든다.

: 계속 이야기해봐, 관심 있으니까.

시선은 어느 한 지점에 고정하고 손가락으로 식탁 위에서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한다.

: 그 얘긴 벌써 백 번도 더 했잖아요.

속으로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은 테이블보에 고정되어 있다.

: 내가 말은 하지 않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요.

빈정거리는 미소

: 내가 맘만 먹으면 박살을 내줄 텐데.

눈의 역할

: 눈을 돌리는 건 자기 맘을 몰라줘서 답답하다는 의미, 눈을 크게 뜨는 건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 눈꺼풀이 축 처지면 지쳤다는 의미……

(281)

그에 따르면 이명은 아주 적응이 잘 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니, 더불어 사는 거라고 봐야지, 그가 말을 고쳤다. 그래도 어쨌든 고요함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에티엔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똑 같은 비유를 했다. 꼭 내 몸이 켜진 라디오에 연결돼 있는 것 같더라고. 스피커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달갑진 않더군.

(303)

분만실에서 아기를 받을 때 그들은 둘이었지만, 이제 그들은 영원히 셋이다. 반투명한 작은 손가락들, 활짝 피어오른 뺨, 토실토실한 팔과 종아리, 통통한 배, 주름, 보조개, 아기 천사의 튼실한 궁둥이, 이 빵빵한 타이어 같은 생명체는 그들의 사랑의 결실인 것이다! 또 그 눈길은! 신생아들이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우릴 바라볼 때의 눈길은 어떤 말없는 신성(神性)에 속한 걸까? 이토록 검은 동공, 이토록 선명한 홍채를 가진 두 눈은 무엇을 향해 뜨고 있는 걸까? 누구를 향해 숨겨진 이면을 열어 보이는 걸까? : 앞으로 제기될 모든 질문을 향해. 채워지지 않는 이해의 욕구를 향해. 젊은 부모는 몸의 기운을 다 빼고 난 뒤 정신의 기운까지도 다 탕진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들이 피곤해하는 건, 자기들의 일에 끝이 없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 그레구아르의 속눈썹이 닫힌다…… 그레구아르가 잠이 든다…… 아기를 침대에 눕히는 실비의 태도는 경건하리만치 조심스럽다. 이 전지전능한 존재는, 세상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처럼 보이는 놀라운 재주를 갖고 있다.

(339)

우리처럼 소심한 보통 사람들이 자기 능력으론 조금도 제어할 수 없는 기계들(비행기, 기차, , 자동차, 승강기,  롤러코스터)을 어떻게 맘 편하게 믿고 생명을 맡길 수 있는 건지! 사용자의 수가 워낙 많다는 사실이 우리의 걱정을 가라앉히는 건 아닐까? 다시 말해 인간의 지성을 믿는다는 얘기다. 그토록 많은 능력자가 힘을 모아 이 기계를 만들었고, 그토록 많은 비판적 지성이 매일매일 그것들에 자기 몸을 맡기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뭔가. 거기다 통계학적 논거까지 덧붙인다. 목을 러뜨릴 위험은 그런 기계 안에 들어가 있을 때보다 길을 건널 때 오히려 더 크다는 식으로. 또한 운명의 힘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의 운명을 기계의 우연에 맡겨야 한다고 해서 속상해할 것 없다. 악의를 가졌을지도 모르는 세포 대신에 차라리 순진한 기계가 우리 운명을 결정짓도록 놔두는 게 낫다.

(458)

내 몸과 나는 서로 상관없는 동거인으로서, 인생이라는 임대차 계약의 마지막 기간을 살아가고 있다. 양쪽 다 집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사는 것도 참 편안하고 좋다. 그러나 최근의 혈액검사 결과를 보며, 이젠 마지막으로 펜을 들 때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자기 몸에 관해 일기를 써온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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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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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글자 풍경이라니책 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이 가던 책이란다. 책을 읽어보니 책제목 그대로 글자에 관한 책이란다. 글자와 함께 하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었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난 글자체에 관한 이야기가 한 가득 실려있단다. 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글자체 그러니까 폰트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란다.

지은이는 유지원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 겸 대학교수신데, 아빠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이란다. 저자 소개를 보니, 얼마 전에 김상욱 교수와 함께 책을 내신 그 분이 바로 이분이었구나. 지은이 유지원님이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본 여러 글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실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무심히 지나쳤던 글자들이 이렇게 다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길거리에 거닐면서 간판이나 교통표지판 등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글자를 다시 보게 되더구나. 그리고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더구나.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만난 글자 이야기와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많이 담겨 있다 보니 그곳에 가고 싶게 만드는구나. 코로나19 때문에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되었지만


1.

글자의 모양이 그 글자를 쓰는 사람들의 성향이 나타난다고 하는구나. 그 예로 이탈리아와 독일을 들었는데, 독일의 글자는 좁고 어둡고 뾰족한 반면에 이탈리아의 글자는 둥글고 넓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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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폭이 좁고 어둡고 뾰족한 독일의 글자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글자들은 햇빛을 받아 몸을 활짝 폈다. 독일에서 이탈리아로 변화해 가는 풍광 그대로, 글자들의 풍경도 마치 검고 빽빽하며 수직성이 강한 침엽수의 숲이 점차 사라져 가면서, 둥글고 넓은 활엽수 잎들이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돋아나는 듯한 모습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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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네. 유럽 대륙에 있는 나라들 중에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없다고 말이야. 그랬나? 하나도 없단 말이야? 우리가 하도 영어, 영어 하니까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가 많다고 무의식으로 생각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많지 않구나. 유럽에서는 정말 영국만 영어를 쓰는 건가? 유럽 사람들은 자신들의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것 같더구나. 지은이가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영어로 문의를 했더니, 온통 프랑스어로 답변을 해주었다는 거야. 기분 나쁘다는 거지, 프랑스에 물어보면서 감히 영어로 물어본다고? 자존심 강한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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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라이프치히에서 학위논문을 쓰던 시절에, 한번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자료를 청하는 문의를 영어로 써서 우편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 후 우편함에 답신이 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꺼내어 보니 답신과 자료들이 온통 프랑스어였다. 아시아식 이름에 독일 주소를 가진 지구상의 누군가가 고급 프랑스어를 번역없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것일까, 그들은? 그때도 문득 깨달았다. 프랑스인에게든 독일인에게든 영어란 국제공용어이기 이전에 불편한 외국어일 뿐이란 사실을. 사람에게 그가 처한 지역과 그곳의 풍토, 언어, 공동체는 생각보다 깊숙이 개입한다. 세계화의 시대에도 지역의 실체는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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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시대에 온 세상의 모든 글자를 다 담을 수 있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유니코드라는 것이 있단다. 지구상의 모든 글자 하나하나를 유일한 코드로 암호화하는 것이지한글의 한글자 하나하나 모두 유니코드화되어 있다고 하니 참 신기하구나. 새로운 글자를 발견되거나 만들어지면, 그것도 새로 유니코드로 바꾼다고 하니, 인터넷에 유니코드를 검색해봤더니, 세상에는 참 많은 글자들이 있더구나. 도대체 이런 글자는 어떻게 읽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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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유니코드라는 체계에의 영감은 이런 시적인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다. 유니코드는 현재 13만 여개에 이르는 글자들을 포괄하고, 포함된 글자의 수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그리고 유니코드의 모든 글자에는 16진법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유니코드는 인류를 거쳐간, 알려진 모든 문자들을 포용하고자 한다. 사용인구가 소수라고, 심지어 더 이상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배제하는 법은 없다. 쐐기 문자에서 이모티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던 모든 글자들이 지금도 유니코드의 자리들을 차곡차곡 채워 가며 바벨탑을 쌓아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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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나라의 글자체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단다. 명조체, 고딕체, 궁서체를 비롯하여 수많은 글자체. 그리고 늘 새로운 글자체나 나오고 있단다. 그런 글자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만드는 한글의 폰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글자들을 디자인해야 할 텐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단다. 그리고 책이나 공식 인쇄물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명조체이건 언제 처음 시작 되었을까. 이 명조체의 최정호라는 분이 처음 설계했다고 하는구나. 그 전에 있던 궁체를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고 하는구나. 한 자 한 자 모눈종이에 적었다고 하는데 폰트를 만드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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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최정호는 모눈종이에 한글 글자체들을 하나씩 설계해 나갔다. 이 설계용 도안을 활자 혹은 폰트의 원도라고 한다. 최정호는 명조체의 원도를 설계하려면 붓글씨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이를 써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명조체는 궁극적으로 인쇄용 글자다운 면모를 가져야 하므로 서예와 달리 더 체계적이고 고른 모양새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따라서 작은 크기로 긴 텍스크에 적용해도 충분히 잘 읽히도록 명조체는 궁체보다 속공간을 크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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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문서편집기에도 많은 폰트가 있단다. 어떤 폰트는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폰트도 있어. 핸드폰에도 다양한 글자 폰트가 있단다. 다른 사람들의 핸드폰을 가끔 보면 독특한 폰트로 설정해서 쓰는 사람이 있더구나. 아빠는 몇 년 전부터 새로 출현한 맑은 고딕이라는 폰트가 맘에 들더구나. 꽤 사용했는데도 잘 질리지 않고 말이지. 이 자리를 빌어서 맑은 고딕을 디자인한 분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ㅎㅎ

너희들도 앞으로 많은 글을 쓰게 되겠지. 손으로 직접 쓰는 글도 있을 테고, 디지털 기기로 쓰는 글도 있을 테고그런 글을 너희들이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이런 저런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쓰고 싶어지더구나. 핑계 같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생각만큼 많이 쓰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연필로 한 자 한 자 쓰고 정성스레 글을 쓰고 싶지만, 컴퓨터로 따닥따닥 두들기는 것이 전부구나. 아무래도 아빠가 글을 자꾸 쓰고 싶은 것은 점점 그리움이 쌓여서 그런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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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순우리말 그림은 어원이 같다. ‘긋다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긁다에서 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글과 그림은 그 자리에 부재하는 화자, 소리, 대상이 흔적으로 남은 것이다. 부재하는 것들은 그리움을 일으킨다. 흔적과 자국이 마음에 남는 것을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그리움도 글과 그림과 어원이 같다. ‘그림도 본질적으로 부재하는 무언가와 더 잘 연결되고 싶고 더 잘 소통하고 싶은 그리움을 동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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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국민학교 4학년 때였다.

책의 끝 문장 : 자국으로 남겨지고, 그리움으로 그려지고, 기억으로 새겨지고,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살아남아 생명처럼 생생한 심상과 이야기를 이어 간다.


‘사람’과 닮은 ‘사랑’이 나타나, 그 동적인 ㅇ받침이 정적인 ㅁ받침을 돌돌 밀고 가는 이미지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 ‘사람’을 돌돌 움직여 살게 하는 동력은 ‘사랑’이구나!’
‘살아’가고(生) ‘삶’을 이루고 ‘사람’이 되고 ‘사랑’을 하는 것은 언어학적 근거로 따지면 모두 어원이 분분하지만, 우리는 이 서로 비슷한 소리와 모양으로부터 즐거운 상상을 누릴 수가 있다.- P136

한국어 음성 상징에서 긍정적인 측면의 심상만 보자면, ‘사랑’의 ㅅ은 생(生)을 연상시키고 ㄹ은 활력(活)을 일으킨다. ㅅ은 에너지이고, ㄹ은 운동을 떠오르게 한다. 양성모음 ㅏ는 내적으로 수렴하는 음성모음 ㅓ와 달리 외부를 향해 확장되고 열려 있다. 마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에너지처럼. 사람은 멈춰 있고, 사랑은 굴러간다. 사랑이 사람 사이에 흘러 들어 서로를 연결한다. ‘사랑’이라는 한국어 단어 속에는 소리와 뜻과 모양조차 이렇게 서로 사랑을 한다.- P137

세계의 다양한 문자문화권에 정체와 흘림체가 있다. 인간에게는 글씨를 ‘또박또박 단정하게 쓰고 싶은 마음’과 ‘빨리 쓰고 싶은 마음’이 모두 있어서 그렇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흘림체에서는 손의 빠른 운동성이 글자의 형태에 그대로 실린다. 그래서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유연한 흐름과 고유한 리듬이 글자 구조와 세부에 영향을 미쳐서 흘림체만의 독특한 형태가 나타난다.- P179

대개의 붓은 한 번에 약 10밀리리터 정도의 먹물을 머금는다. 먹물은 탄소와 아교와 물의 혼합물이다. 색을 내는 탄소입자가 종이에 자국을 남기고 물은 증발한다. 그러나 눈이 녹은 맑은 물은 색을 내는 입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붓은 종이에 흔적을 남기는 대신, 마른 천에 물기가 닦이고 말려졌을 것이다. 얼음이 녹은 물은 붓털에서 그대로 증발했을 터다.-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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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23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풍경, 이 들어가면 괜히 좋더라고요. ㅋ 글자를 통해서 본 세상 나라 구경이겠네요.

bookholic 2020-08-23 23:42   좋아요 0 | URL
네, 책 속에 세상 곳곳의 글씨체 사진들도 많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초딩 2020-08-23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아주 흥미롭게 봤어요~ 보고 나니 간판 표지판 도로 모든 곳의 글자를 몇 번씩 더 보게 되었어요 :-)

bookholic 2020-08-23 23:4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책을 읽고 난 다음 길거리의 글씨체들을 눈여겨 보게 되었어요..
‘저긴 왜 굳이 저런 글씨체를 사용했을까?‘ 이런 생각도 하면서요~~^^

막시무스 2020-08-24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다가 몇번 접었는데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시원한 하루되십시요!ㅎ

bookholic 2020-08-25 00:17   좋아요 1 | URL
ㅎㅎ, 네.. 즐독하시고.. 막시무스님도 시원하고 행복한 화요일 되십시오~~^^
 













(10)

강수량은 땅의 단단한 정도를 결정한다. 비가 적게 오는 서양의 땅은 단단하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지만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서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 반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무거운 재료로 만든 벽은 쓰러진다. 따라서 가벼운 건축 재료인 나무를 사용하였고, 자연스럽게 나무 기둥으로 지붕을 받치는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게 되었다.


(62-3)

벼농사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많은 물을 다뤄야 하기에 치수를 위한 토목 공사가 많이 필요하다. 물을 담는 작은 저수지인 를 만들어야 하고 모내기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저수지나 다른 사람의 땅에서 사용한 물을 내 논으로 내려 받아서 사용하고 다시 그 물을 물길을 내어서 이웃의 땅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벼농사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물을 함께 힘을 합쳐서 공동으로 사용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치면 농사가 어려운 품종이기 때문에 노동의 형태도 집단적으로 집중해서 심고 태풍이 오기 전에 집중적으로 추구하는 형식을 띤다. 이러한 노동의 과정을 통해서 벼농사 지역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다. 벼농사는 옆에 있는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지을 수 없다. 다른 말로, 이웃과 잘 지내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것이 벼농사 지역에서의 삶이다. 그래서 벼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우리 할머니는 서울에 와서도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셨다.


(64)

반면 밀 농사는 씨 뿌리는 모습부터 다르다. 벼농사를 지을 때는 함께 줄을 맞추어서 모를 심지만, 밀 농사 지을 때는 땅 위를 혼자 걸어 다니면서 씨를 뿌린다. 집단으로 모여서 일하는 경우가 적다. 밀은 맨땅에서 자라고 물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비가 집중호우 없이 적당히 고루 내리는 지역에서 농사짓기 때문에 관개수로를 만들 필요도 없다. 밀 농사는 벼농사에 비해서 서로 협력할 필요도 없고, 모여서 살 필요도 적다. 자연스럽게 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관개수로 토목공사를 하고 집단 모내기를 하면서 벼농사를 짓던 사람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격이 만들어지게 된다. 벼농사 지역의 이혼율이 밀 농사 지역보다 매우 낮은 이유도 이와 같은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자연 속에 오두막이 띄엄띄엄 있는 평온한 시골 풍경을 볼 수 있는 반면, 동양의 시골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다. 농사 방식은 마을의 풍경도 다르게 만들었다. 노동 방식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지은 것이다.


(77)

기둥 중심의 건축으로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건축 공간이다 보니 여러모로 주변과의 관계가 중요한 건축으로 발전했고, 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집단행동이 필요해져 사람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가치관이 형성됐다면, 건축을 통해서는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는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113)

바둑과 동양 건축물의 배치 모습에서도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만약 바둑돌을 건물이나 담장으로 보고, 바둑돌이 만드는 빈 집을 마당으로 본다면, 바둑판의 돌이 놓인 패턴과 동양 건축물 배치의 패턴이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바둑돌들이 둘러싸서 빈 공간을 만들 듯이 동양 건축에서는 건물과 담당으로 둘러싸서 마당 같은 빈 공간을 만들면서 건축물이 성장한다. 혹은 검정색 돌이 건축물, 흰색 돌이 자연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좋다. 둘 사이의 관계에 의해서 패턴이 정해지고 곳곳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둑과 동양 건축의 공통점이다.


(117)

서양의 문화는 양식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의 반복을 통해서 공간을 만들어 가는 형식이다. 이는 마치 체스에서 각각의 말들이 다른 형태의 규칙과 위계를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양식 혹은 규칙을 만들고 규정하기 좋아하는 것이 서양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동양의 나무 기둥과 보를 가지는 구조 양식은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다만 건물은 놓인 대지의 조건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반응하면서 건물의 배치를 변화시켜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유기적이고 상대적인 공간을 연출해 왔다. 물론 여기에도 풍수지리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은 존재했지만, 그 풍수지리라는 규칙도 물과 산과 사람의 상대적인 관계에 관심의 초점이 있다. 이렇듯 동양 건축은 양식보다는 상대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153)

극동아시아 문화는 유교가 지배적이었다. 사후 세계보다는 현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땅 위에서의 현실 삶에서 충이나 효 같은 관계를 중요시했다. 기둥 구조를 써서 기둥과 기둥 사이로 주변 환경이 잘 보이는 동양의 건축은 땅과 연결되어서 집을 짓는 개미처럼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이 중요시 되는 건축의 성격을 띤다. 반면에 유럽은 이집트, 그리스, 기독교에서 공통적으로 사후 세계, 이데아의 세계, 눈에 보이지 않는 위로부터 오는 형이상학적 원칙을 중요시 했다. 이들은 땅과는 관련 없이 다른 차원의 세상에서 관념적으로 무에서 새로운 법칙을 만든다. 이러한 문화적인 특징은 주변의 아무런 영향 없이 내제된 법칙에 의해서 허공에 집을 짓는 벌과 비슷하다. 서양의 공간은 주변과의 관계를 맺지 않고 자족적이고 자기 완결적이기 때문에 벌집처럼 기하학적인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피라미드판테온도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자족적인 법칙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그 법칙은 수학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이렇게 서양의 종교적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84)

도자기에 그려진 중국식 정원 디자인과 중국 철학은 자연을 대하는 유럽인의 자세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곧바로 정원 디자인에 반영되어서 기존의 기하학적 형태의 정원 디자인에서 야생 상태의 자연으로 환원시키듯 디자인하는 픽처레스크 정원 디자인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우리가 알 만한 정원 중 픽처레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곳은 뉴욕 센트럴 파크. ‘센트럴 파크가 있는 지역이 지금의 공원처럼 원래 그렇게 나무가 울창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곳은 아니었다. 그곳의 언덕, 나무, 수 공간 등은 실제 자연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디자인되고 건설된 것이다. 실제로 센트럴 파크의 호수는 인공 호수고 흐르는 물은 모터 펌프를 이용해서 물을 공급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자연을 모방해서 자연스럽게디자인하는 것이 픽처레스크 정원 양식이다.


(240, 241)

인터넷에서 르 코브쥐이에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근대 건축의 5원칙이 나온다. 근대 건축의 5원칙은 근대 건축이라면 가질 법한 다섯가지 특징을 코르뷔지에가 정리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소개한다면, 1. 필로티, 2. 옥상 정원, 3. 자유로운 평면, 4. 자유로운 입면, 5. 리본 수평창이다.

그런데 사실 르 코르뷔지에가 이야기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이라는 것이 두 번째 항목인 옥상 정원을 제외하고 나면 다 동양의 기둥식 구조의 건축에서 보이는 디자인과 거의 똑같다.


(245)

생각은 창작아 자신이 의식을 하건 안 하건 상관없이 영향을 받고 진화하는 법이다. 산업혁명으로 늘어난 제품들을 팔기위해서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를 비롯해서 1886년에는 에펠탑이 지어진 파리 만국박람회,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등 수많은 박람회의 국가관을 통해서 세계 각국의 건축 디자인이 교류되고 소개되었다. 이러한 문화적인 흐름 속에서 이미 서양의 문화는 다른 대륙의 문화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러한 거대한 시대 흐름 속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공간에 대한 생각이 서양식에서 동양식으로 점차적으로 진화해 갔을 것이다.


(310)

그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과 같이 공간이 넘쳐 나는 지역에서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거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예다. 멀리 떨어진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발전한 건축 시스템이다. 이와는 반대로 일본 같은 섬나라에서는 공간이 부족하고 시간을 오히려 남는다. 이런 경우에는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지연시키는 쪽으로 건축이 발전해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이동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많은 기억이 남게 되고, 따라서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 정원의 경우, 좁은 공간을 넓게 인식되게 하려고 분절되고, 회전하고, 돌아가는 식의 장치를 만들어서 시간을 지연시켰고 그렇게 함으로써 같은 공간이라도 실제보다 더 넓게 인식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357)

건축에서 가장 변화하지 않는 것은 중력이라는 법칙이다. 많은 건축이 다양한 디자인을 하지만 태초부터 바뀌지 않는 건축의 본질은 중력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대 건축에서는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형태의 건축물이 디자인되기도 한다. 구조적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은 본능적으로도 파격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항상 감동을 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랜드마크 건물은 구조적으로 만들기 어려운 건축물들이었다. 이런 현상을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388)

한 공간에 모이지 못하면 종교는 집단 공간이 만드는 권력을 잃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전염병은 종교 단체 최고의 적이다. 역사적으로 중세 때 흑사병으로 천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위를 가졌던 교회가 힘을 잃었고, 이후 르네상스라는 인문 개혁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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