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품은 드립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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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8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엌에 전구알 빛 받으면서 드립커피 한잔..... ㅎㅎ

bookholic 2023-01-08 13:41   좋아요 2 | URL
전구알 빛 가미된 커피는 더 따뜻할 것 같아요~~^^

scott 2023-01-08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북홀릭 주말 아침을 평안하게 해주는 건! 커피 ! PPL알라딘 드립백 ^^

bookholic 2023-01-08 13:42   좋아요 1 | URL
평일에는 누릴 수 없는 호사~~^^
이젠 원두 갈기가 귀찮아져서 드립백으로 ㅎㅎ

새파랑 2023-01-08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혹시 알라딘 임원? ^^

죄송합니다 😅

bookholic 2023-01-08 13:43   좋아요 1 | URL
제가 알라딘 임원이면 적립금도 팍팍~~ 굿즈도 팍팍~~^^

페넬로페 2023-01-0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늦게 일어나 저 혼자 토스트 한 조각에 드립 커피 내려 마셨어요~~
그렇게 분위기 내고 나서 한식으로 반찬 준비했어요 ㅋㅋ

bookholic 2023-01-08 13:45   좋아요 1 | URL
주말 아침의 진리는 커피향^^
저는 쿠키와 한잔 했어요~~^^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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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소설가 김탁환 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 책,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예전부터 김탁환 님의 백탑파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그의 소설들을 제법 많이 읽었단다. 독서기록을 뒤져보니, 생각한 것보다 많이 읽었더구나. 대부분이 소설인데 이번에 읽은 것은 에세이란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기란다.

새로 터를 잡은 곡성의 섬진강변에서 지내면서 2021 1년간 쓴 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김탁환 님은 집필실을 여러 번 옮긴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섬진강변에 터를 잡았다고 하는구나. 새로운 장편 소설을 준비하면서 말이야. 김탁환 님은 주로 장편 소설을 쓰셨는데, 장편 소설 작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미래를 사는 사람이라고 하고, 그렇게 장편에 매력을 느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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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장편 작가는 미래를 사는 사람이다. 단편이라면 올해 쓰고 올해 발표할 수도 있지만 장편은 불가능하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최소한 3년은 걸리고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5년이나 10년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장편은 이 계절의 유행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치명적인 매력이자 기꺼이 감수하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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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라는 것이 꾸준하게 쓰는 게 쉽지 않은데, 김탁환 님은 1년간 거의 매일 일기를 꼬박 쓰셨더구나. 일상에 대한 내용도 쓰고, 생각에 대한 내용도 쓰고 그야말로 격식 없는 글들이었어. 그런데 일기를 출간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아주 사적인 글들은 안 실었거나 살짝 편집했겠지?^^ 김탁환 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아빠도 올해는 다시 일기를 써보겠다고 다짐을 해보았단다. 일기라는 것이 밥 먹는 것처럼 매일 하는 것이라서 루틴만 잡으면 명문을 아니더라도 짧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예전에 한때 일기를 참 부지런히 쓸 때가 있었는데, 어떤 호르몬이 아빠를 변화시킨 것인가. 늘 해마다 데일리 다이어리를 준비는 하는데, 창피할 정도로 텅 빈 다이어리를 연말에 만나게 되더구나. 올해는 다시 한번 굳은 결심을 해와야겠구나. 책 이야기가 아닌 딴 이야기로 빠졌네.^^


1.

김탁환 님이 집필실로 여러 곳을 옮겨다녔는데, 시골은 처음이신 것 같았어. 최근 몇 년 사이에 귀농 귀촌이 한참 유행이었어. 그래서 아빠도 아주 조금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자꾸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보게 되더구나. 어떤 사람들은 주중은 도시에서 주말은 시골에서 지내곤 하는데, 그런 것도 꿈꿔보지만 아빠처럼 게으른 사람은 못할 것 같아. 얼마 지나면 시골집이 귀신 나오는 집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 김탁환 님도 그런 시골 생활을 처음 하면서 농사도 처음 해보셨다고 했어. 그러면서 건강한 재철 음식도 먹고 말이야. 아빠처럼 입맛에 둔한 사람도 직접 기른 시금치의 맛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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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농부는 흙을 믿기에 시금치를 솎는다. 시금치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상의 쾌감을 열 배는 더 독자에게 주고 싶다. 그 상상이 엷어지고 저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엔 선입견과 오만이 깔려 있다.

솎아낸 시금치와 봄나물로 점심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시금치 중에서 맛과 향이 가장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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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살이가 그리 쉽고 낭만적인 것만 아니야. 특히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과 전쟁, 그 풀들 사이에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벌레들이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가 진짜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뱀의 출현은 귀촌의 망설임을 꺾는데 일등공신이란다. 설마 뱀이 나올까, 싶은데 김탁환 님도 뱀을 여러 번 봤다고 하더구나. 계단에 또아리를 틀고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상상만 해도 무섭구나.

김탁환 님은 시골에 살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노력도 많이 하셨단다. 농사 일도 거들고, 자신의 전공답게 글쓰기 학교도 열고, 자연을 공부하는 생태학교도 열고 조그마한 시골서점도 열었다고 했어. 그래서 초보 책방지기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책방 이름이 <들녘의 마음>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가 보고 싶구나. 너무 멀긴 하지만김탁환 님의 서점뿐만 아니라 주변에 좋은 서점이나 카페 등도 추천을 해주었어. 나중에 곡성, 구례 쪽에 여행 갈 일이 있으면 이 책에서 소개된 곳도 메모하면 좋겠구나.

귀농 귀촌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시골에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것이 사회 문제가 되는 지방들이 많아지고 있단다. 하지만, 김탁환 님은 시선을 달리 봐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아빠도 그 생각에 동의하게 되더구나.

=========================

(403)

이곳 섬진강 들녘은 사람이 매우 적은 대신,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생물들이 아주 많다. 소멸하고 있는 곳은 사람만 득실대는 서울이다. 만인에서 만물로 시선을 돌리면, 곡성을 비롯한 소위 소멸예정지역들이 달리 보인다.

인가 증가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제외한 생물들을 어떻게 잘 지켜낼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들지 말고, 만물을 위해 무엇도 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


2.

1년간 쓴 일기를 읽다 보니 글 속에서도 세월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단다. 그러면서 아빠의 2021 1년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단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회사와 집만 쳇바퀴 돌 듯 다닌 일 년이었구나. 그리고 1년이 너무 금방 휙 지나감이 실감났어. 일년 동안 쓴 일기를 몇 시간 만에 휘리릭 읽었더니 더욱 일년의 짧음이 느껴졌어. 새로 시작한 2023년도 금방 휙 지나가겠지? 너희들과 더 알찬 시간을 가져야겠구나.

오늘은 책 이야기보다 아빠의 잡생각을 더 이야기한 것 같구나. 뱀 때문에 시골살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빠도 김탁환 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나무와 하늘이 반반이 세상에서 살고 싶구나. 살기 어려우면 자주 가보기라도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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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나무와 하늘이 반반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

=========================


PS:

책의 첫 문장: 쓰고 싶은 장편이 있어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겼다.

책의 끝 문장: 장르를 따진다면 모험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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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8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보다 새 책을 쓸 때마다 집필실을 옮겨가며 산다는데 팍 꽂히면서 너무 부럽네요. ㅠ.ㅠ
직장다니는 우리는 그런거 못하잖아요. 아 진짜 나도 섬진강가에 가서 한동안 살고싶게 해주는 책이네요. ^^ 이상하게 낙동강은 그 옆에 살고싶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섬진강은 왜 그런느낌이 드는걸까 궁금하기도 해요.

bookholic 2023-01-08 13:47   좋아요 1 | URL
낙동강 주변에는 더 멋진 해변가가 있어서~~^^
우린 새로운 책 읽을 때 마음가짐만 새롭게~~^^
 














(12)

이렇게 보자면 추리소설은 사회사에서 아주 유용하고도 풍부한 자료라 할 수 있다. 이미 1952년 윌리엄 서머싯 몸이 추리소설이 향후 사회사가들에게 매우 귀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고 콜린 왓슨은 역사가들의 과제란 추리소설처럼 대중적인 작품에서 사람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왓슨의 주장은 대중에 천착해왔으면서도 정작 대중의 기호에는 무심했던 학계의 엘리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작업은 ‘B급 문학을 역사연구소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이 20세기 영국의 역사, 특히 전간기(戰間期, 1차 세계대전 종결 후부터 제2차 세계대전 발발까지의 시기)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역사가로서 아주 기쁠 것이다.


(24)

애거서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동정심을 가지고 벨기에 난민들을 친절하게 보살펴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다지 고마워하는 것 같지 않았고 오히려 이것저것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그런 모습을 본 탓에 애거서가 푸아로를 까달스러운 캐릭터로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벨기에 사람인 푸아로는 영국 독자들에게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아마도 벨기에의 존재감이 약했던 탓이리라. 실제로 어떤 학자는 당시 대중의 상상력 속에 벨기에는 무시해도 좋을 만한 그저 통과하는 나라였다고 설명한다. 종종 프랑스인으로 오해받았던 푸아로가 자신이 벨기에인이라고 밝히기만 하면 언제나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갔던 것처럼 말이다.


(42)

애거서는 집을 오랜 수명을 지닌, 반드시 보존해야만 할 생명체처럼 묘사하곤 한다. 집은 주인공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최고의 유산이다. 그런 애착을 강력한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 <엔드하우스의 비극>이다. 주인공 닉 버클리는 황폐해가는 엔드하우스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탓에 상속세를 내기 위해 그 집을 저당까지 잡혀야 했다. 닉은 나는 그 집을 사랑해요. 팔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사촌오빠이자 변호사인 찰스 바이스는 닉이 집에 대해 광적인 애착을 가졌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닉이 절대 유별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집조차 지키기 힘들게 된 영국 중상류의 초상일 뿐이다.


(68)

흥미롭게도 병역법은 자녀가 있는 홀아비와 보호 직업군(혹은 예비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징집에서 면제해주었다. 보호 직업군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정받는 직업군으로 성직자, 의사, 교사, 열차기관사, 농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2차 세계대전기에는 징집면제보다 더 강한 병역배제의 개념이 적용되어 채탄, 조선업 등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은 설사 자신이 원할지라도 군 복무를 할 수 없었다. 농업 역시 보호 직업군이었는데, 농부뿐만 아니라 농업을 공부하는 학생도 징집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서는 농과대학에 입학하지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153-154)

그렇다면 애거서가 제일 좋아했던 교통수단은 기차였을까? 아니다. 애거서는 스포츠카 광팬이었다. 애거서는 자동차에 열광했다. 어린 시절 파리에 갔을 때 처음으로 자동차를 보고 위대한 기계시대의 선구자를 접하게 되었다고 기록했다. 하지만 자기집은 부자가 아니었기에 마차도 없었고 자동차는 꿈도 꾸지 못했다. 결혼 후 만삭으로 런던의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에게 떠밀려 다닐 때는 단 하루라도 차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자서전에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길게 적을 만큼 자동차는 애거서에게 정말 소중한 어떤 것이었다.


(170)

흥미롭게도 애거서는 영국인이 가진 민족적 우월성을 의식하고 있었고, 때때로 그것을 작품 속에서 비꼬기도 했다. ‘섬나라 근성같은 단어를 콕 짚어 쓰면서 말이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에는 그런 애거서의 인식이 잘 표현된 대목이 있다. 먼 나라를 다녀온 섯클리프 부인은 영국에 올 때마다 비가 내려서 우울하기 짝이 없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딸 제니퍼는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영어로 얘기하고, 정말 맛있는 차와 버터나 잼을 바른 빵, 제대로 된 케이크가 있는 곳에 돌아와 좋기만 하다고 대답한다. 섯클리프 부인은 난 네게 그 섬나라 근성이 좀 없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면박을 준다. 집에 있는 것이 그토록 좋으면 그 먼 페르시아만까지의 여행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면서 말이다. 또 있다. <벙어리 목격자>에서 푸아로가 영국인들은 영국인 의사만이 세계에서 유일한 의사들이라고 믿고 있죠. 섬나라 근성이에요라는 부분 말이다.


(205)

마녀는 보통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지식을 통해 일상사의 궂은일을 해결해주는 존재였다. 전쟁터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가족의 생사를 점쳐주고 너무나 미운 사람을 해코지할 방법을 알려주며, 짝사랑의 상대가 자기를 사랑하게 만드는 미약을 주기도 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배가 불러올 때 그것을 중단시킬 비밀스러운 약초를 주는 것도 마녀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움직이는 손가락>에는 그런 습속을 넌지시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 동네에서 마녀로 불리는 클리트 부인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약초를 뜯으러 나가는데 일부러 동네 사람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한다는 것이다. 마플은 은근슬쩍 그리고 아마도 어리석은 처녀들은 그녀를 찾아가서 도움을 받으려 할 테지요?”라고 내뱉고야 만다.


(218)

미시사는 1970년대 서구 곳곳에서 거시사에 대항하여 나타나기 시작한 연구방법론이다. 거시사는 서구의 근대가 만든 역사서술로, 대개 국가를 중심으로 한 역사다. 그렇기에 국가 권력의 중심축이던 정치와 경제를 그 핵심에 놓는다. 그런데 일군의 학자들이 기존 권력이 억압했던 주변적 요소들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즉 지배층이 아닌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고자 한 것이다. 거시사가 국민 일반의 공통점을 주목했다면 미시사는 인간 개개인의 다양한 행위, 동기, 전략 등을 찾아보려 했다. 미시사가들은 그런 작업이 탐정의 실마리를 찾는 것과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래서일까. 애거서의 추리소설에는 미시사를 설명할 수 있는 단초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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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지음,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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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초에 아빠는 뜻밖의 뉴스를 하나 접했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였어. 그 전부터 전쟁의 조짐이 있었지만, 설마 요즘 같은 시대에 러시아 같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나라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그런데 실제로 전쟁은 일어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쟁은 현실이 되었단다. 그리고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구나. 그 기간에 군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인들도 목숨을 잃었다고 했어. 한 사람의 어리석은 리더 때문에 일어난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평화와 생명을 빼앗아간 것인가. 전쟁은 어떤 이유가 되었든 옳지 않은 것이란다.

 

1.

그 책을 쓴 지은이 올가 그레벤니크에게도 마찬가지였어. 올가 그레벤니크는 우크라이나의 동화 작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어. 자기 일을 하면서 식구들과 행복한 삶을 살던 그에게 전쟁은 그의 삶 자체를 변화시켰단다. 안 좋게, 무섭게, 불안하게… 갑작스러운 전쟁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포탄으로부터 그나마 피할 수 있는 지하생활이었단다. 그 지하생활을 시작하면서 지은이는 연필 한 자루로 그림과 짤막한 글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 지은이가 그린 그림은 물감으로는 칠하지도 못한, 연필로 스케치만 대충한 그림들인데, 그림 속에 공포가 담겨 있었단다.

지하실에서 나오는 것은 생명을 걸고 나와야 했어. 언제 폭격이 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보여서 두려움에 떨던 그들. 지은이는 전쟁이 나고 생전 처음 하는 일들도 했단다.

죽을 것을 대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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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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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사랑하는 나라를 탈출하기로 결심했단다. 그렇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가고, 지은이의 블로그의 팔로우들의 도움으로 불가리아에 가서 그곳에 머무르고 있단다. 안타깝게나 성인 남자들은 국경을 넘을 수 없어서 남편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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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리보르(르비우)

이별의 도시.

남편과 작별인사를 나눠야 하는 지점.

 

남편은 국경을 넘지 못했다. 남자들은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우리는 마지막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도시를 걸으며 산책했다.

마지막으로 식당에 갔지만, 한입도 삼킬 수가 없었다.

식당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우리가 8일을 보낸 지하실 분위기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마지막 사진조차 남기지 못했다.

혹시나 ‘파괴공작원’으로 오인될 수 있어서,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 산책은 그림으로만,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만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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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헤어지면서 곧 만날 것을 기약했을 텐데,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지은이 올가 그레벤니크의 가족들은 만나지 못하겠구나.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서, 더 이상 희생은 일어나지 않고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구나. 올가 그레벤니크의 남편과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식구들 모두 안전하게 지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다시 재건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후 일기를, 그때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다시 찾은 행복에 대한 책을 출간하면 좋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 나이 서른다섯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라곤 생각지 못했다.

책의 끝 문장: 이곳은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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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04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했지만 결국 해를 넘기네요.
평화를 기원하는 날들이 아니라 평화가 찾아온 날이 되기를 여전히 기원합니다.

bookholic 2023-01-06 13:26   좋아요 1 | URL
네, 생각보다 너무 길어지고 있습니다.ㅠㅠㅠ
얼른 빨리 끝나길~~~
 

한 방에 2022년 정리하면서, 굿바이 2022!!!

하루 남은 2022년 마지막 하루,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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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2022-12-31 0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22 수고 많으셨습니다. 엄청 읽으셨네요. 새해 福 💰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3-01-01 21:43   좋아요 2 | URL
대장정 님, 고맙습니다~~
대장정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독서생활도 함께요....^^

억울한홍합 2022-12-31 05: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탑도 이런 책탑은 처음 봐요^^ 가지런하고 반듯한!
올해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북플이 제 일과 중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 같아요. 처음엔 외동딸 독서활동을 조금 더 독려해 보고자 시작한건데 이제는 제가 더 심취해 있다고 할까요^^;; 친구님들의 서평을 읽을 때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응원하고 기대할게요^^!

bookholic 2023-01-01 21:44   좋아요 2 | URL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도 올 한 해도 북플 친구분들과 함께 즐거운 독서생활 계속 해보겠습니다.
억울한 홍합님도 좋은 책 많이 추천해 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억울하지 않은 홍합이 되시길...^^

서니데이 2022-12-31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해의 책들 사이로 아는 책이 조금 보여서 반갑네요.
오늘은 2022년의 마지막날입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행복한 새해 되세요. 좋은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3-01-01 21:4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 님,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님의 꾸준함을 늘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요.. 존경스럽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잔잔하면서 따뜻한 글 부탁드려요...
파이팅...^^

햇살과함께 2022-12-31 08: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아니라 책벽이네요!! 빈틈이 없이 완벽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3-01-01 21:48   좋아요 2 | URL
ㅎㅎ 자세히 보시면 빈틈이 보입니다...
햇살과함께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2-12-31 08: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북홀릭님은 배우신분~!! 책탑이 어마어마하네요 ^^ 2023년도 화이팅이십니다~!!

bookholic 2023-01-01 21:49   좋아요 3 | URL
배우신 분 아니고 배우려고 노력만 하는 사람입니다..^^
새파랑 님도 제가 배우려는 분 중에 한 분이시구요~~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또 한 번 달려보아요.. 파이팅..^^

mini74 2022-12-31 08: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 대단하십니다! 소오강호 보니 반갑네요. 저랑 아이랑 같이 읽은 책들도 반갑고 ~ 책 읽는 아빠는 역시 참 멋집니다 👍 저희 남편은 포켓몬 하는 아빠 ㅋㅋ 책탑이 아름답습니다 *^^*

bookholic 2023-01-01 21:51   좋아요 2 | URL
일 년에 한 번 읽은 거 정리한다고 책탑을 쌓긴하는데,
그 일 년이 너무 금방금방 옵니다...
올 한 해도 휙 가버릴까 두려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좋은 글 부탁드려요...

그런데, 포켓몬 하는 아빠가 아이들을 더 공감해 주실 것 같네요..^^

scott 2022-12-31 0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2022년에 쌓아 올리신 지식의 탑👍
이 탑은 아들과 딸이 물려받을 지식의 양식😄
2022년 마지막 휴일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bookholic 2023-01-01 21:53   좋아요 3 | URL
Scott님 고맙습니다.
새해의 첫날도 벌써 저물어버렸습니다.
일요일과 겹쳐서 안타깝긴 하지만요...
늘 좋은 책들과 음악들과 그림들 기타 등등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올 한 해도 품격있는 북플을 만들어 주세요...^^

페넬로페 2022-12-31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영롱하다 못해 빛이 쏟아집니다.
책 사서 그 자리에서 다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아들과 딸을 사랑하시는 북홀릭님!
내년에도 행복하고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olic 2023-01-01 21:55   좋아요 4 | URL
다른 북플 친구님들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나름 뿌뜻한 2022년이었습니다~~^^
페넬로페 님도 새해 좋은 일, 행복한 일,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슬기로운 독서생활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