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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지음,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2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 초에 아빠는 뜻밖의 뉴스를 하나 접했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였어. 그 전부터 전쟁의 조짐이 있었지만, 설마 요즘 같은 시대에 러시아
같은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나라가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 그런데 실제로 전쟁은
일어났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쟁은 현실이 되었단다. 그리고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구나. 그 기간에 군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민간인들도 목숨을 잃었다고
했어. 한 사람의 어리석은 리더 때문에 일어난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평화와 생명을 빼앗아간
것인가. 전쟁은 어떤 이유가 되었든 옳지 않은 것이란다.
1.
그 책을 쓴 지은이 올가 그레벤니크에게도 마찬가지였어. 올가 그레벤니크는 우크라이나의 동화
작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어. 자기 일을 하면서 식구들과 행복한 삶을 살던 그에게 전쟁은 그의 삶 자체를
변화시켰단다. 안 좋게, 무섭게, 불안하게… 갑작스러운 전쟁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포탄으로부터 그나마 피할 수 있는 지하생활이었단다. 그 지하생활을 시작하면서 지은이는 연필 한 자루로 그림과 짤막한 글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 지은이가 그린 그림은 물감으로는 칠하지도 못한, 연필로 스케치만
대충한 그림들인데, 그림 속에 공포가 담겨 있었단다.
지하실에서 나오는 것은 생명을 걸고 나와야 했어. 언제 폭격이 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보여서 두려움에 떨던 그들. 지은이는 전쟁이
나고 생전 처음 하는 일들도 했단다.
죽을 것을 대비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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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전쟁 첫째 날 내 아이들의 팔에 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내 전화번호를 적어두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내 팔에도
적었다.
혹시나 사망 후 식별을 위해서.
무서운 사실이지만 그 생각으로 미리 적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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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사랑하는 나라를 탈출하기로 결심했단다. 그렇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가고, 지은이의 블로그의
팔로우들의 도움으로 불가리아에 가서 그곳에 머무르고 있단다. 안타깝게나 성인 남자들은 국경을 넘을 수
없어서 남편은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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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리보르(르비우)
이별의 도시.
남편과 작별인사를 나눠야 하는 지점.
남편은 국경을 넘지 못했다. 남자들은
나라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우리는 마지막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
도시를 걸으며 산책했다.
마지막으로 식당에 갔지만, 한입도
삼킬 수가 없었다.
식당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우리가 8일을
보낸 지하실 분위기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는 마지막 사진조차 남기지 못했다.
혹시나 ‘파괴공작원’으로 오인될 수 있어서,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마지막 산책은 그림으로만,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만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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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헤어지면서 곧 만날 것을 기약했을 텐데,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지은이 올가 그레벤니크의 가족들은 만나지
못하겠구나.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서, 더 이상 희생은 일어나지
않고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구나. 올가 그레벤니크의 남편과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식구들 모두 안전하게
지내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다시 재건하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후 일기를, 그때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다시 찾은 행복에 대한 책을 출간하면 좋겠구나.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내 나이 서른다섯에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라곤 생각지 못했다.
책의 끝 문장: 이곳은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