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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 제철 채소 제철 과일처럼 제철 마음을 먹을 것
김탁환 지음 / 해냄 / 2022년 4월
평점 :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소설가
김탁환 님도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 책,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었단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예전부터 김탁환 님의 백탑파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그의 소설들을 제법 많이 읽었단다. 독서기록을 뒤져보니, 생각한 것보다 많이 읽었더구나. 대부분이 소설인데 이번에 읽은 것은 에세이란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기란다.
새로 터를 잡은 곡성의 섬진강변에서 지내면서 2021년 1년간 쓴 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란다. 김탁환 님은 집필실을 여러 번 옮긴 적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섬진강변에 터를 잡았다고 하는구나. 새로운 장편 소설을 준비하면서 말이야. 김탁환 님은 주로 장편 소설을 쓰셨는데, 장편 소설 작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미래를 사는 사람이라고 하고, 그렇게 장편에 매력을 느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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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장편 작가는 미래를 사는 사람이다. 단편이라면 올해 쓰고 올해
발표할 수도 있지만 장편은 불가능하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최소한 3년은
걸리고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5년이나 10년에 이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장편은 이 계절의 유행이 아니라 삶의 본질에 천착할 수밖에 없다. 치명적인
매력이자 기꺼이 감수하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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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라는 것이 꾸준하게 쓰는 게 쉽지
않은데, 김탁환 님은 1년간 거의 매일 일기를 꼬박 쓰셨더구나. 일상에 대한 내용도 쓰고, 생각에 대한 내용도 쓰고 그야말로 격식
없는 글들이었어. 그런데 일기를 출간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아주
사적인 글들은 안 실었거나 살짝 편집했겠지?^^ 김탁환 님의 일기를 읽으면서 아빠도 올해는 다시 일기를
써보겠다고 다짐을 해보았단다. 일기라는 것이 밥 먹는 것처럼 매일 하는 것이라서 루틴만 잡으면 명문을
아니더라도 짧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전에 한때 일기를 참 부지런히 쓸 때가 있었는데, 어떤 호르몬이 아빠를 변화시킨 것인가. 늘 해마다 데일리 다이어리를
준비는 하는데, 창피할 정도로 텅 빈 다이어리를 연말에 만나게 되더구나. 올해는 다시 한번 굳은 결심을 해와야겠구나. 책 이야기가 아닌 딴
이야기로 빠졌네.^^
1.
김탁환 님이 집필실로 여러 곳을 옮겨다녔는데, 시골은 처음이신 것 같았어. 최근 몇 년 사이에 귀농 귀촌이 한참
유행이었어. 그래서 아빠도 아주 조금은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자꾸 유튜브에서 관련
동영상을 보게 되더구나. 어떤 사람들은 주중은 도시에서 주말은 시골에서 지내곤 하는데, 그런 것도 꿈꿔보지만 아빠처럼 게으른 사람은 못할 것 같아. 얼마
지나면 시골집이 귀신 나오는 집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 김탁환 님도 그런 시골 생활을 처음 하면서
농사도 처음 해보셨다고 했어. 그러면서 건강한 재철 음식도 먹고 말이야. 아빠처럼 입맛에 둔한 사람도 직접 기른 시금치의 맛의 차이를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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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농부는 흙을 믿기에 시금치를 솎는다. 시금치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상의 쾌감을 열 배는 더 독자에게 주고 싶다. 그
상상이 엷어지고 저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엔 선입견과 오만이 깔려 있다.
솎아낸 시금치와 봄나물로 점심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시금치
중에서 맛과 향이 가장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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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살이가 그리 쉽고 낭만적인 것만 아니야. 특히 여름이면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과 전쟁, 그 풀들 사이에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하는 벌레들… 이 정도까지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빠가
진짜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뱀의 출현은 귀촌의 망설임을 꺾는데 일등공신이란다. 설마 뱀이 나올까, 싶은데 김탁환 님도 뱀을 여러 번 봤다고 하더구나. 계단에 또아리를
틀고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상상만 해도 무섭구나.
…
김탁환 님은 시골에 살면서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노력도 많이 하셨단다. 농사 일도 거들고, 자신의
전공답게 글쓰기 학교도 열고, 자연을 공부하는 생태학교도 열고 조그마한 시골서점도 열었다고 했어. 그래서 초보 책방지기도 되었다고 하는구나. 책방 이름이 <들녘의 마음>으로 지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기회 되면 한번 가 보고 싶구나. 너무 멀긴 하지만… 김탁환 님의 서점뿐만 아니라 주변에 좋은 서점이나 카페 등도 추천을 해주었어.
나중에 곡성, 구례 쪽에 여행 갈 일이 있으면 이 책에서 소개된 곳도 메모하면 좋겠구나.
…
귀농 귀촌이 유행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시골에는 사람들이 적어서 그것이 사회 문제가 되는 지방들이 많아지고 있단다. 하지만, 김탁환 님은 시선을 달리 봐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아빠도
그 생각에 동의하게 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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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
이곳 섬진강 들녘은 사람이 매우 적은 대신,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생물들이 아주 많다. 소멸하고 있는 곳은 사람만 득실대는 서울이다. 만인에서 만물로 시선을 돌리면, 곡성을 비롯한 소위 소멸예정지역들이
달리 보인다.
인가 증가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제외한 생물들을
어떻게 잘 지켜낼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들지 말고, 만물을 위해 무엇도 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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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년간 쓴 일기를 읽다 보니 글 속에서도 세월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단다. 그러면서 아빠의 2021년 1년은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단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제대로 여행도 못하고 회사와 집만 쳇바퀴 돌 듯 다닌
일 년이었구나. 그리고 1년이 너무 금방 휙 지나감이 실감났어. 일년 동안 쓴 일기를 몇 시간 만에 휘리릭 읽었더니 더욱 일년의 짧음이 느껴졌어. 새로 시작한 2023년도 금방 휙 지나가겠지? 너희들과 더 알찬 시간을 가져야겠구나.
오늘은 책 이야기보다 아빠의 잡생각을
더 이야기한 것 같구나. 뱀 때문에 시골살이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빠도
김탁환 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나무와 하늘이 반반이 세상에서 살고 싶구나. 살기 어려우면 자주 가보기라도
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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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나무와 하늘이 반반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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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쓰고 싶은 장편이 있어 섬진강 들녘으로 집필실을 옮겼다.
책의 끝 문장: 장르를 따진다면 모험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