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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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영화 <영웅>을 보고 안중근 읽기 두 번째로 김훈 님의 <하얼빈>을 읽었단다. 정말 오랜만에 김훈 님의 소설을 읽었단다. 아무리 유명하고 훌륭한 작가라도, 읽는 이의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아빠에게 김훈 님은 그런 작가란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을 김훈 특유의 문체, 일명 김훈체로 다시 태어나게 하여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계신 김훈 님. 그런데 아빠는 그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단다. 오래 전에 <칼의 노래>, <현의 노래> 소설 두 편과 <자전거 여행> 에세이 한 편을 읽은 것이 전부지만, 세 작품 모두 아빠의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었단다. 독서 기록을 찾아보니 김훈 님의 작품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2007년이구나.

십 년이 넘었네. 십 년이 넘었으면 아빠의 독서 성향도 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십 년이 지났으니 작가 김훈 님의 글쓰기 성향도 좀 바뀌었을 수도 있고, 평전으로만 만나 보던 안중근을 소설을 통해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단다. 영화 <영웅>을 보고 나서 읽기 적합한 책이 아닌가 싶었단다.

, 예전의 김훈 소설에서 보였던 지나친 묘사가 사라지고 아빠가 생각하기에 상당히 간략하게 서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단다. , 뭐랄까, 이야기에 공백이 많은 느낌도 있었어. 아빠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점들도 있었는데, 그런 것은 소설이라 그렇게 각색한 것인가. 안중근 의거에 어느 정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 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조도선, 유동하 같은 인물은 이 소설에 등장조차 하지 않았단다. 지은이의 말에서 조도선, 유동하는 안중근 의거에서 직접 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소설에 뺐다고 말씀하셨단다. , 우리 나라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신,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소설을 통해 소개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단다.

재판장에서 이야기도 이토를 죽인 열다섯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빠져 있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안중근 의거에 있어서 중요한 두 장면은 하얼빈 기차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장면과 재판장에서 이토를 죽인 열다섯 가지 이유를 말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 장면이 빠져 있어서 아쉬웠단다.


1.

이 책은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두 사람의 시선에서 그려졌으며,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각기 다른 경로로 하얼빈에 도착하여 짧은 만남의 과정이 그려지고 있단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안중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은 아니란다. 안중근 의거 전 약 1년간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어. 그래서 소설의 제목도 하얼빈 아니겠니.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국권 회복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상해에 갔던 안중근은 큰 성과 없이 다시 고향에 돌아왔고, 고향 진남포에서 학교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안씨 문중들과 시국을 논하기도 했어. 전국에서 일고 있는 의병 소식도 접했단다. 안중근는 늘 국권 회복을 위해 자신도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 행을 결심한단다. 당시 아내 김아려는 셋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상태였어. 아빠라면 절대로 가지 못했을 것 같구나. 어린 아이들이 둘이나 있고, 임신한 아내가 있는데 아무리 의로운 길이라고 하지만 가족을 남기고 떠나다니.. 떠나더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구나.

블라디보스크까지 가는 방법은 일단 부산까지 갔다가 배를 타고 원산을 거쳐 가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구나. , 바로 원산 가서 배 타고 가면 안되나? 아무튼 안중근은 먼저 경성으로 가서 동생 안정근을 만나고 가족들의 안위를 부탁하고 부산, 원산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게 된단다. 연해주 지역에서 의병대롤 조직하여 참모중장을 맡은 안중근. 전투 중에 사로잡은 포로들을 살려주었다가 큰 어려움을 겪는단다. 그 포로들이 일본군을 데리고 와서 반격을 하여 안중근 의병대에 큰 타격을 주고, 의병대는 와해되고 말았거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또 다른 방법을 도모하면서 지냈는데,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으로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단다. 그리고 의병대 동료 우덕순을 찾아가 그 소식을 전해주고, 우덕순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일 계획을 세운단다.


2.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을 잡아먹기 위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한단다. 대한제국의 황제인 순종과 함께 기차를 타고 한반도 여기저기 순행을 한단다. 그의 교묘한 전략이란다.  이토 히로부미는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기로 했단다. 러일 전쟁에서 일본이 러시아를 상대로 이기기는 했지만, 일본이 대한제국을 침략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거든. 그래서 대한제국의 지배권을 인정받기 위한 자리였을 거야. 이토 히로부미는 자신을 누군가 노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아. 하얼빈까지 가는 길을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기회로 삼았거든. 중간중간 들러서 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이벤트도 마련했어. 대련, 여순, 채가구를 거쳐 하얼빈으로 향했단다.


3.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기로 결심한 다음 지인 정대호에게 가족들을 하얼빈으로 데려오게 했단다.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까지 셋을 모두 데려오기 어려워 큰 딸 현생은 서울의 수녀원에 맡기기로 했어. 아직 어린데 가족과 떨어져 지낼 현생이 너무 불쌍하구나. 안중근은 유덕순과 함께 하얼빈 역을 탐사하였고, 혹시 모르니 그 앞 역인 채가구 역도 탐사하였단다. 이토 히로부미가 채가구에서 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유덕순은 채가구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을 준비를 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1909 10 26일 아침 9 30. 이토 히로부미는 하얼빈에 내린단다. 안중근은 한 치 오차도 없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격을 가해서 작전이 성공한단다. 이토 히로부미의 얼굴을 모르고 있던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에게 세 발을 쏘고 나머지 총알들로 주변 인사를 쏘았단다. 곧바로 현장에서 러시아 경찰에게 잡히게 되고 코레아 후라라고 외쳤단다. 이 소설에서는 이 의거 장면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특별한 감정이나 극적인 요소를 담지 않고 신문 기사처럼 사실 위주로 서술한 점이 지은이 김훈 님의 문체가 잘 나타난 부분인 것 같았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설 전체가 그런 식으로 쓰신 것 같아.

곧바로 일본 경찰에 넘겨진 안중근. 그에게 가장 궁금한 점은 이토 히로부미가 죽었느냐는 점과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 사람한테 맞은 것을 알고 있느냐는 점이었단다. 일본 경찰은 그런 사실을 안중근에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안중근도 자신의 의거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채가구에서 준비하고 있던 우덕순도 잡혀 왔단다. 안중근의 가족들은 의거 성공 하루 다음날인 10 27일 하얼빈에 도착했는데, 곧 경찰의 신문이 있었단다. 아내 김아려는 끝까지 자신의 남편이 이미 죽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어린 아들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단다.

….

안중근이 재판 받는 장면도 아주 짧게 넘어갔단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조도선과 유동하는 소설 속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유덕순과 단둘이 재판을 받는 것으로 소설에서는 그려지고 있단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안중근, 유덕순, 조도선, 유동하가 재판장에 함께 앉아 있는 사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지은이께서 이 장면을 너무 각색을 하신 것 같아 아빠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단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조도선, 유동하도 독립을 위해 희생을 감수했는데, 그들을 통째로 편집하시다니

그에 반해 빌렘 신부와 뮈텔 주교가 천주교 입장에서 가톨릭 신자였던 안중근을 비판하는 것은 비중 있게 실었으면서 말이야. 뮈텔 주교는 안중근의 고해성사까지 반대를 했는데, 빌렘 신부는 안중근과 오랜 인연이 있어서 안중근이 갇혀 있는 여순에 와서 고해성사를 하게 된단다. 안중근은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단다.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간략하고 공백이 많은 이야기 전개가 아쉬웠단다. 역사소설이라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들을 기반으로 비어져 있는 부분을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인데, 김훈 님은 오히려 역사적인 사실까지 빼가면서 빠른 전개를 통해 안중근의 마지막 일 년을 그리셨단다. 그것이 김훈 님의 방식인 것 같은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전히 김훈 님의 소설은 아빠의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구나. 우리 집에 오래 전에 사둔 김훈 님의 <남한산성>도 있는데, 이건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1908 1 17, 일본 제국 천황 메이지는 도쿄의 황궁에서 대한제국 황태자 이은을 접견했다.

책의 끝 문장: 주여 망자에게 평안을 주소서


사진은 대체로 지시 사항을 담아내고 있었다. 이토는 사진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순종의 표정은 미소도 아니고 찡그림도 아니고, 그 양쪽을 다 섞은 것도 같았다. 이토는 비서관을 불러서 같은 앵글로 찍은 다른 사진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다른 사진에서도 순종의 표정은 마찬가지로 모호했다. 다시 찍을 수는 없었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 사진을 공포하면 정책 효과가 클 것이었다. 이 사진이 조선 민심의 상처를 자극하겠지만 위력으로 압도하는 힘이 있을 것이고, 그보다도 폭민과 양민 사이에 장벽을 쌓아서 폭민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이토는 판단했다. 남행의 성과는 작지 않았는데, 그 크기는 서서히 나타날 것이었다. - P47

김아려는 대문에서 남편과 작별했다. 분도는 방안에서 잠들어 있었다. 헤어질 때 무슨 말을 했는지 김아려는 기억하지 못했다. 안중근은 문중 사내 몇 명과 함께 새벽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멀어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김아려는 남편이 결코 땅의 속박에서 풀려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에 눈물을 흘렸다. 마을 어귀까지 따라온 사내들은 개울가에서 돌아갔다. - P69

총구를 고정시키는 일은 언제나 불가능했다. 총을 쥔 자가 살아 있는 인간이므로 총구는 늘 흔들렸다. 가늠쇠 너머에 표적은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표적으로 시력을 집중할수록 표적은 희미해졌다. 표적에 닿지 못하는 한줄기 시선이 가늠쇠 너머에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보이는 조준선과 보이지 않는 사이에서 총구는 늘 흔들렸고, 오른손 검지손가락 둘째 마디는 방아쇠를 거머쥐고 머뭇거렸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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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빼앗긴 M1900을 찾아서
이성주 지음, 우라웍스 기획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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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영화 <영웅>을 보았단다. 개봉하자마자 보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시간이 맞지 않아서, 거의 끝물에 봤지. 너희들은 사정이 있어서 못 봤는데, 나중에 꼭 한번 같이 보자꾸나. 뮤지컬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재미와 감동을 모두 다 준 영화라 할 수 있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레 미제라블>에 버금가는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더라. 영화가 나오기 전에 오랫동안 뮤지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던 이유를 알겠더구나.

안중근.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위인이고, 짧은 그의 삶이 강렬하고 고귀해서 여러 매체를 통해서 그를 이야기하고 있단다. 작년에는 김훈 님의 <하얼빈>이라는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지만, 그 전부터 이미 많은 매체에서 그를 다루고 있었어. 그런데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영화 한 편 없는 것 같았어. 오래 전에 <도마 안중근>이라는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가 있었어. 아빠가 싫어하는 사람이 감독을 맡아서 아빠도 보지 않았단다. 이번에 본 영화 <영웅>이 제대로 된 안중근 영화라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영화를 보고 검색을 하다 보니 김훈 님의 소설 <하얼빈>이 영화로 촬영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단다. 안중근 역으로 현빈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구나. 엄마의 말대로 현빈의 외모가 가장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아무튼 영화 <영웅> 참 잘 봤단다. 그 영화를 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안중근에 관한 책을 검색해봤어. 아빠는 예전부터 안중근을 존경해서 책들을 여럿 읽었는데, 혹시 그 최근에 출간된 책 중에서 읽을 만한 것이 없나 검색해 보았단다. 그러다가 알게 된 책이 바로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이라는 책이란다. 안중근 의거에 대한 색다른 접근이라서 좋았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 사용했던 총을 추적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였지. 실제로 이 다큐멘터리는 KBS에서도 방영했다고 하는구나. 그 다큐멘터리는 보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안종근 총에 대한 지식을 쌓아봐야겠다 싶었어. 아빠는 그 동안 안중근이 사용한 총은 어떤 총인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런 걸 기획하고 추적한 지은이 이성주 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구나. 이 책의 출간일을 보니 2019 10 26. 정확하게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110년째 되는 날에 맞춰 출간해서 그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1.

제국주의를 따라 근대화를 서둘렀던 일본은 서양 제국 열강들이 동아시아에 눈 돌릴 여유가 없는 사이, 동아시아의 강자가 되었단다. 그렇게 얻은 힘으로 한 것은 야비한 깡패의 짓과 마찬가지였어. 주변 국가들을 하나 둘 무력 침공을 하였지. 이토 히로부미는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요시다 쇼인의 제자 중에 한 명이었단다. 이 이야기는 작년에 아빠가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를 읽고 쓴 독서편지에서 이야기했었어.

이토 히로부미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 중에 막내로 심부름이나 하던 이였는데, 스승과 선배들이 일찍 죽고 일인자가 되었단다. 이토 히로부미가 한국 병합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스마르크를 모범을 삼았던 그는 천천히 완벽한 병합을 노린 거야. 누군가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지 않았다면 한일합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토 히로부미의 전략에 완전히 넘어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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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비스마르크는 이 포위된 지정학적 위치를 외교로 극복해낸 것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비스마르크를 존경했고, 그를 늘 모범으로 삼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외교와 협상을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늘려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형식과 절차를 갖춰서 차근차근 접근해나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토 히로부미가 전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류큐국(지금의 오키나와)을 복속시킨 것도, 대만을 식민지로 만든 것도, 한국을 식민지 직전까지 몰고 간 것도 모두 전쟁을 기반으로 해서 얻은 결과다. 이토 히로부미는 전쟁의 결과 얻어낸 권한을 가지고 큰 잡음 없이 식민지 확보에 나서겠다는 것이지 식민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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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은이 이성주 님은 안중근이 사용한 총에 대한 분석을 위해 인맥을 최대한 동원하였는데 그들 중에는 밀리터리 덕후도 있었더구나. 그들을 통해 권총의 특징도 설명해 주었는데, 아빠도 그런 것은 처음 알게 되었어. 권총에는 리볼버 권총과 자동 권총이 가장 대표적인데, 리볼버 권총은 총을 쏠 때마다 둥그런 탄창이 돌아가는, 예전에 서부 영화를 보면 많이 나오는 그런 총이고, 자동 권총은 길쭉한 탄창을 꽂아서 아래에서 하나씩 올라오는 그런 총을 이야기한단다.

안중근이 사용했던 총은 M1900이라는 모델인데, 이는 자동 권총이라고 하는구나. 당시 이 총은 최신식 자동권총인데, 숫자 1900은 출시한 년도 1900년을 의미한다고 했어. 탄창에는 모두 7개의 총알을 넣을 수 있고, 약실에 한 개를 더 넣을 수 있어서 모두 8개의 총알을 넣을 수 있단다. 이 총의 장점은 리볼버에 비해 빠른 연사가 가능하다고 했어. 단점으로는 먼 거리 사격에는 불리했지만, 안중근의 타겟은 근거리 사격이었기 때문에 자동권총을 선택한 것은 적절했던 것이란다. 그리고 리볼버는 둥근 탄창 때문에 옷 속에 숨겨서 불룩 튀어 나올 텐데, 자동 권총은 둥근 탄창이 없기 때문에 옷 속에 숨기기도 유리했단다. 자동 권총이 리볼버에 성능이 다소 떨어졌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안중근이 사용한 총알의 앞쪽에 +자 홈을 내서 사용했다고 하는구나.

안중근 의거가 일어나고 난 이후 안중근이 사용한 이 총은 어떻게 했을까? 사라진 상태란다. 일본에서는 그 총을 관동대지진 때 잃어버렸다고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분명 지금도 어딘가에 잘 보관하고 있을 거야. 안중근이 죽은 이후 일본은 그의 흔적을 없애려는 노력을 했대. 그런 일환으로 그가 사용했던 총도 없어졌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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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그런 일본이 안중근 장군의 M1900 권총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M1900은 증거품으로 분류돼 일본 검찰에 넘어갔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일본 본토로 옮겨졌다. 이후에도 계속 일본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이 총이 사라진다. 일본은 관동 대지진 당시 분실했다고 주장한다. 1923 9 1일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뒤이은 사회적 혼란과 수습의 과정에서 M1900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과연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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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M1900은 누가 개발한 것인가? 그것은 존 브라우닝이라는 총기 전문가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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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2차 세계대전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한국전쟁에도 사용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식화기로 쓰인 BAR나 현재까지도 쓰이는 MG50 같은 총들은 예비군으로 복무해본 이라면 익숙한 무기일 것이다. 한국은 MG50을 기반으로 하여 K-6 중기관총을 만들었는데, 거의 MG50을 베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최고의 총기 회사라 할 수 있는 윈체스터, 레밍턴, 콜트, 그리고 벨기에 FN사와 함께하며 시대를 뛰어넘는 역작들을 만들어낸 사람이 존 브라우닝이었다. 분명 브라우닝이 없었다면 현대 자동화기의 역사는 다른 식으로 쓰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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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이 사용한 M1900뿐만 아니라 M1900 모델 자체를 찾기 어렵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지은이는 M1900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였단다. 무기 경매 사이트를 뒤지고, 미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등 오랜 노력 끝에 미국에서 M1900을 구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그 총의 위력 시험을 위해 실제 사격도 해보려고 했지만, 총기 허가 없는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어. 지은이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이들은 M1900을 국내 반입하여 전쟁기념관에 기증을 하려고 했는데, 무기를 반입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구나.

그들은 맞닥뜨린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서 이야기해주었어. 우리나라의 총기 사용 제한이 시스템으로 잘 되어있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들이 총기 반입하는데 엄청나게 어려움을 겪었거든. 어차피 전쟁기념관에 기증을 하려고 했다면 정부에 이야기해서 도움을 청하면 그 절차가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단다.

아무튼 우여곡절을 넘어 M1900은 국내 반입하게 된단다. 비록 안중근 의사가 직접 사용한 총은 아니지만 말이야. 언젠가는 꼭 안중근이 직접 사용한 총을 찾았으면 좋겠구나. 그런데 안중근의 권총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에서 찾아야 할 대표적인 무기가 세 개가 있다고 하는구나. 모두 일제시대 때 사라졌다고 하는구나. 일본 어딘가에 누군가 소유하고 있을 텐데, 제발 이제는 돌려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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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어떤 역사학자가 내게 건넨 말이다.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무기가 세 점 있다. 첫째는 신궁이라 평가 받는 태조 이성계의 어궁(御弓)’이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 장수 시절부터 수많은 전투에 사용하던 실전용 활로서 일제시대까지 함흥본궁에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둘째는 충무공 이순신의 실전검인 쌍룡검(雙龍劍)’이다. 마찬가지로 일제시대까지 종가에 전해지다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안중근 장군의 ‘M1900’이다. 이 세 점의 무기는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유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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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중근 의사가 서거하고 난 이후 가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안중근 의사 서거 당시 나이는 우리나라 나이로 32. 만으로 30. 그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하고 유족으로는 아내와 21녀가 있었어. 30살에 돌아가셨으니 아이들도 무척 어렸겠지. 안중근 의거가 있기 전 동료들은 안중근 가족들을 이미 하얼빈으로 피신시켰다고 하는구나. 아무래도 국내에 있으면 어려움을 겪게 될 테니 말이야. 그런데 안타깝게도 장남 문생은 7살 때 누군가 건넨 과자를 먹고 죽고 말았단다. 독살 당한 거야.

나머지 살아 있는 가족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의거 이후 안중근의 동생들인 안영근, 안공근 형제들의 도움으로 연해주 등지에서 지내다가 임시정부가 세워진 다음에는 상해에서 지내게 되었대. 하지만, 임시정부 사정이 안 좋아져서 중칭으로 이전할 때 안중근 가족들은 상해에 남겨졌다고 하는구나. 그때 무척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나타난 이들이 일본인이었고, 차남이었던 준생을 회유했다고 하는구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형이 안중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독살당했던 상황에서 일본의 회유를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안준생이 친일로 돌아서는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당시 상황을 알고 그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구나. 일본은 안중생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내선일체 정책에 적극 이용했단다. 대대적인 이벤트도 준비했어. 참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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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1939 10 16일 박문사에서 있었던 이 이벤트는 조선총독부의 작품이다. 격화되는 전쟁 앞에서 내선일체를 외치던 일제로서는 안준생과 이토 분기치의 만남과 화해가 더없이 훌륭한 이벤트가 될 수 있었다. “조선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안중근의 아들이 30년이 흘러 아버지의 죄를 사죄하는 모습이것은 그 자체로 한일 병합의 정당성과 내선일체의 당위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은 철저히 기획했던 이벤트다. 안준생과 이토 분기치가 박문사 단상에서 처음 만났을까? 아니었다. 이들은 이미 조선호텔에서 만나 박문사에서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 이미 을 맞춰 놓고 박문사로 향했던 것이다.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기획한 이벤트는 기대했던 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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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패망 후 친일을 했던 안중생을 돌볼 이는 아무도 없었어. 중국에서 힘들게 지내다가 부인과 자식들은 미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국내로 들어온 후 조용히 지내다가 1952년 폐결핵에 걸려 죽고 말았단다. 1907년생이니까 46살이었어. 그를 탓하기에 앞서 그의 힘들었던 처지도 한번 생각해 주었음 한다.


PS:

책의 첫 문장: <잃어버린 총을 찾아서>라는 프로젝트의 발상은 단순했다.

책의 끝 문장: 그것은 영웅 안중근을 넘어 인간 안중근이 걸어간 길이었으며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했다.


물론 일본이 가진 내부적 역량이 근대화를 성공시키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인을 찾자면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를 시도한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성공한 까닭은 결국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 P22

또한 이순신 장군이 입고 있는 갑옷은 조선식 갑옷이 아니라 중국식 갑옷이다. 그리고 제작자 측에서는 현충사에 있는 칼을 참고해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순신 장국의 손에 들려 있는 칼은 실제 이순신이 사용한 조선식 ‘쌍룡검’이 아니라 일본도다. 그런데 이 칼이 일본도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 칼을 쥐고 있는 손이 오른손이라는 사실이다. 오른손에 칼을 든 것은 명백한 패장(敗將)의 항복을 의미한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우리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패배의 역사를 보여주는 절망적인 조형물일 수도 있다. - P51

우리는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 의거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당시 조건들을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 보면, 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표적의 노출 면적은 상당히 적었고, 러시아군 덕분에 시야도 제한됐다. 결정적으로 표적이 이동했다. 이동하는 이토 히로부미의 측면(오른쪽 상박)을 노리는 것, 그것도 시야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일곱발을 발사해 표적 넷에 여섯 발을 맞혔다는 것은 당시로서도, 지금으로서도 신기(神技)에 가까운 능력이다. - P188

인생은 어쩌면 간단한 것이다. 인생을 걸어볼 만한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 그 ‘무엇인가’가 가리키는 대로 나아갈지, 아니면 저어할지 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안중근 장군은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았다. 그의 짧은 인생을 안타까워하지만, 어쩌면 그는 여든, 아흔을 사는 현대의 우리보다 훨씬 더 깊고 진한 인생을 산 것인지도 모른다.
- P219

포기했을 때 패배가 시작된다. 독립에 대한 갈망이 있을 때는 아무리 희망이 없더라도 싸울 수 있다. 그러나 하나둘 무너지며 희망이 체념으로 변하면, 달아올랐던 독립에 대한 열망도 사라질 것이다. 내선일체의 진정한 목표는 우리 민족의 ‘체념’이었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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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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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과 명절이나 생일에 문자로 안부를 주고 받곤 한단다. 그러다가 최근 읽은 책 중에 괜찮은 책들을 주로 추천해주기도 하는데, 이번에 읽은 책은 그렇게 추천 받아 읽은 책이란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책 제목만 봐도 어떤 종류에 관한 책인지는 알겠더구나. 아빠가 실천을 잘 못하지만 관심을 갖고 있는 지구 환경, 날씨 위기, 지구의 미래 등에 관한 책이란다. 지은이는 이름만 봤을 때는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유튜브나 방송에서 많이 본 사람이더구나.

타일러 라쉬. 이 분이 나온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어. 지구 환경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고, 그것에 관련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줄은 더더욱 몰랐단다. 지은이 소개를 보니 타일러 님은 8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언어 천재라는 별명도 있고, 시카고 대학교에서 국제학,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전공하는 등 상당한 수재구나. 어렸을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은 세계자연기금이라는 단체의 홍보대사로도 활동을 하고 있대.

그런 타일러 님이 사람들에게 지구 환경에 대해 소개해 준 책이 바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란 책이란다. 최근 이상 기후 현상은 너무 자주 발생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나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을 텐데, 그것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직 지지부진인 것 같구나.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작은 불편함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이 있는 것 같구나. 지은이 타일러 라쉬는 이 책을 만들 때는 친환경을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하는구나. 친환경 종이를 인증하는 FSC© 라는 것이 있는데 그 종이로 출간해주겠다고 하는 출판사를 찾아서 책을 출판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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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 책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하였습니다. 표지와 본문에 FSC© 인증 종이를 사용했습니다. FSC 인증은 산림자원 보존과 환경 보호를 위해 국제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에서 만든 산림 관련 친환경 국제 인증입니다. 환경, 사회,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보증하여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하고 난개발을 방지합니다. 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해 숲과 야생 동물을 모두 보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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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일러 님은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는 급격히 오르고 있고,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은 이미 지키기 어려워 보이는구나. 하지만 여전히 많은 나라들이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 속에 있고, 환경 위기보다는 금융 위기가 더 중요한 뉴스로 다루어지고 있어. 이 책에서 소개한 책 중에 <6도의 멸종>이라는 책이 있는데,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상승할 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정리한 책이란다. 이 책을 읽어보면 무척 무서울 것 같지만, 읽어보려고 주문을 해 두었단다.

지구 환경에 관한 건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고 말이야. 타일러 님은 그래도 지구를 위해 행동하자고 하면서 10가지를 제안했단다. 아빠도 이 10가리도 조금씩 실천해 봐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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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지구를 위해 실천해야 할 10가지

1.여름 냉방은 1도 높게, 겨울 난방은 1도 낮게 설정하기

2. 과대포장한 제품, 선물세트 등 피하기

3.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페트병 대신 투명페트병을 사용하고 분리배출하기

4. 플라스틱 통은 여러 번 재사용하기

5. 음료 마실 때 빨대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하지 않기

6. 수도꼭지를 잘 잠그고 샤워 시간 줄이기

7. 화장지, 종이, 가구 등 모든 목재 및 임산물에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 라벨 확인하기(FSC 인증 라벨 제품을 사용하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된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숲과 야생동물을 모두 보전할 수 있다)

8. 종이를 절약하여 사용하고 재활용하기

9. 가능한 걷거나 자전거 및 대중교통 이용하기

10. 어린 생선(풀치, 노가리, 총알오징어 등) 구매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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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플라스틱 남용에 관한 이야기, 미세먼지로 언어 순화가 된 대기오염 이야기, 미래에 폐기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환경 파괴를 할 것이 자명한 핵발전소 이야기, 기후 위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탄소 배출 이야기,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동물 이야기 등 지구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구 환경 파괴의 현실을 이야기해주었단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아빠가 예전에 꾸준히 읽던 <녹색평론> 잡지가 생각이 났단다. 2021 11월에 1년간 쉬겠다고 하면서 휴간을 했는데,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쉬고 있는 <녹색평론> 아직도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은가 보구나.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은 <녹색평론>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을 읽기 편하고 간략히 정리해주는 것 같았단다.

지구 환경 문제는 일부 환경운동가들만 나서서 행동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동참해서 행동해야 한단다. 그 길이 불편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감수해야지, 그렇지 않다면 나의 미래에, 또는 너희들의 미래에 더 큰 불편함 또는 고통 또는 위험함에 닥치게 될 거란다. SF 소설 속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 수 있어. 함께 노력하자꾸나. 아빠도 더 이상 전기 낭비하지 말고 독서 편지를 짧게 마무리하고 잠을 청해야겠구나. 안녕.


PS:

책의 첫 문장: 나는 버몬트의 숲, 자연 속에서 자랐다.

책의 끝 문장: 나는 이제 내가 갇혀있던 작은 상자의 밖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가고자 한다.


가장 큰 탄소흡수원(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곳. 산림과 해양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생태계적 장치는 물, 바다이다. 수면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산화탄소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데, 바다는 지구 수면의 75%가량 차지하고 있어 가장 규모가 크고 흡수력이 대단하다. 그러니 기후변화가 속도를 더할수록 바다는 빠르게 산성화되는 것이다. - P35

이것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다. 경제 활동의 외부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어떤 일이 유발하는 환경오염과 그것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 말이다. 가장 대표적으로 화석 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쓸 수 있음에도 원자력 에너지가 값싸다는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것을 들 수 있다. 훗날 원자력 발전소를 닫는 데 들어가는 최소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방사능 유출과 그로 인한 땅과 바다의 오면, 오염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과 막대한 치료비는 우리가 말하는 ‘경제’안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 P42

해결책은 분노에 있다.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이미 1950년대부터 알고 있었다. 또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 그것도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1970년대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어떤 일을 했을까? 석유 기업과 석유를 이용한 다른 대기업들은 로비를 통해 업체를 띄우고 환경 이슈를 파묻는 일을 계속해나갔다. 기후위기가 거짓이라는 식의 날조된 연구를 발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심각한 환경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 P106

월마트, 케이마트, 시어즈 등 대형마트를 보통 빅박스스토어(big box store)라고 한다. 어디서든 똑같은 사업 모델을 적용하고,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건물을 네모난 모양으로 지어 꼭 커다란 박스를 떠올리게 한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맘앤팝스토어(mom-and-pop store)라고 하는데 ‘엄마, 아빠가 운영하는 가게’라는 의미이다. 대기업의 빅박스스토어가 들어오면 소규모 가게들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버몬트의 많은 지역의 형태와 면적, 시스템을 규제해 대형마트의 진출을 통제한다. - P170

겨울이나, 밤, 우유를 짜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종일 밖에서 생활하는데도 아침이면 밖에 나가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축사에서만 길러지는 소들이 얼마나 괴로울까 싶다. 고등학교 때 경험한 농장은 소를 자유 방목하는 방식이었지만, 실제 축산업의 상당수는 대규모 공장식으로 운영된다. 동물들은 분뇨로 범벅이 된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된다. 자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해져 많은 항생제를 먹고 마시고 맞아야 한다. 우리가 먹는 많은 고기는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식탁에 오른다. 과연 인간이 다른 종에게 이런 병적인 삶을 강요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참담하고 슬프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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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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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번에 읽은 책은 에드워드 애슈턴이라는 작가의 <미키7>이라는 SF 소설이란다. 이 소설은 봉준호 감독이 아니었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을 거야. 이 소설을 알게 된 것은 봉준호 감독이 찍고 있는 영화의 원작이기 때문이거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이후 첫 번째 영화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의 원작. 얼마 전에 아주 짧은 트레일러가 공개가 된 영화 <미키17>. 원작 소설은 <미키7>인데 각색된 영화의 제목은 <미키17>이구나.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좀 이따가 알려줄게.

아무튼 그렇게 알게 된 소설이었고, 나중에 영화도 보겠지만, 먼저 원작 소설로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펼쳐 들었단다. 소설에 대한 평점이 살짝 좋지 않았지만, 그런 평점 때문에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아빠는 재미있게 읽었단다. 지은이는 애드워드 애슈턴이라는 사람인데, 유명한 작가는 아닌 듯하구나. 이 소설로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 같구나.


1.

먼 미래 지구에서는 반물질 폭탄이 발명이 되고, 그로 인한 전쟁으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단다. 여기서 반물질이라는 것은 예전에 아빠가 다른 책을 소개해주면서 이야기한 적이 있긴 한데, 간단히 다시 이야기하자면, 우리 몸을 작은 입자들의 극성이 다른 입자들도 이루어진 물질이란다. 예를 들어 수소원자는 양전하를 띤 양성자 한 개와 음전하를 띤 전자 한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소원자의 반물질인 반수소원자는 음전하를 띤 양성자 한 개와 양전하를 띤 전하 한 개로 이루어졌단다.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그렇게 반문할 수 있는데, 맞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는 없어. 그 반물질과 물질이 서로 만나면 소멸되고 빛이 생겨난다고 들었어. 우주가 처음 생겨날 때 수 많은 물질과 반물질들이 만나 빛이 만들어졌고, 그 빛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읽은 기억이 있구나. 그리고 우주 저편 어딘가에는 반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아무튼 반물질 폭탄이라는 것은 그렇게 반물질을 만들어내는 폭탄으로 물질을 없애는 그런 폭탄이 아닐까 싶구나. 아무튼 그 폭탄 때문에 지구에서는 인류가 못살게 되어 미드가르드 행성으로 이전을 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 미드가드르 행성으로도 부족해서 새로운 개척지 니플하임을 찾아 나섰단다. 니플하임을 찾아나서는 탐사선에는 200명이 타고 있었는데, 역사 전공을 한 미키 반스도 그중 한 명이었단다. 그런데 미키 반스가 탈 수 있었던 것은 역사 전공과는 관련이 없었단다. 그곳에서는 역사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 미키가 그 탐사선에 탈 수 있었던 것은익스펜더블을 지원했기 때문이야. 익스펜더블은 탐사 중에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는 위험한 일을 하는 거야. 만약 그 일을 하다가 죽게 되면 유전자 복제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지.

소설 제목 <미키7>에서 7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일곱 번째 미키라는 의미란다. 여섯 번이나 죽고 다시 태어난 것이야. 그 이전 미키의 기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기억을 자주 백업해 두었다가 죽게 되면 다시 태어난 몸에 그 기억을 이식 받게 된단다. 그렇게 영생을 약속한 것이 바로 '익스펜더블'이고, 이 직책에 지원한 사람은 미키가 유일해서 탐사선에 탑승을 할 수 있던 것이란다. 그러니까 봉준호 감독이 각색한 영화 <미키17>은 무려 열일곱 번째 미키가 되는 거지.

미키는 각종 어려운 일을 많이 했단다. 위험한 곳을 탐사하고 새로운 약의 임상실험도 직접하고, 방사능 피폭 업무도 했어.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런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여섯 번이나 죽은 거야. 죽을 때는 그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다행인 것은 캡슐에서 다시 태어났을 때 죽을 때의 기억은 없었단다. 죽는 순간의 기억은 백업하지 않았으니까.

....

일곱 번째 미키, 미키7 이라고 할게. 미키7은 니플하임의 얼음으로 뒤덮인 곳을 탐사했어. 크레바스를 탐험하다가 그만 깊은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고 중상을 입었어. 비행사이자 친구인 베르토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미키7이 빠진 구덩이는 위험하고 크리퍼라는 괴생물체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절했어.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서... 미키8로 태어나는 것. 더욱이 베르토는 한 번 죽으면 끝이니까 말이야. 잠시 후에는 미키7의 여자친구 나샤가 와서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미키7은 여자친구가 위험할 수도 있어서 그냥 가라고 했어. 미키8이 되어서 다시 만나자면서...

잠시 후 동굴 속에서 거대한 괴생물체를 만났어. 그 괴생물체는 그들이 쫓고 있던 크리퍼보다 더 컸어. 그 괴생물체는 미키7을 들어다가 구덩이 밖에다 내 놓았단다. 그러니까 죽을 줄 알았는데, 그 괴생물체가 구해 준거야. 미키7는 다시 기지로 돌아와 자신의 방에 왔는데, , 벌써 미키8이 복제되어 자신의 방에 있는 거야. 아니, 일어나면 안될 일이 벌어져버렸구나. 복제된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것을 중복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금지시하고 있는 일이었거든.

미키7과 미키8은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게 되었어. 이 소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예상치 못했던 중복 현상이 발생한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 그 전까지는 한 명의 미키가 죽고 다른 미키가 태어났으니, 이 세상의 미키가 한 명이었지만, 이제 두 명의 미키가 된 이상 그 둘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둘 중 한 명을 죽여도 될까? 중복 현상 이후 미키7과 미키8의 기억은 달라지게 되니, 그 둘은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구나.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구나. 작년에 재미있게 읽은 <아노말리>도 생각이 나는구나.

...


2.

미키7과 미키8은 이 일을 비밀로 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임무는 둘이 번갈아 가면서 하기로 했어. 하지만 좁은 방도 같이 써야 하고, 하루 할당되는,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도 나눠 먹어야 했어. 무엇보다 사령관 마샬에게 들키지 말아야 했어. 뭐 친구들이나 여자친구 나샤에게도 숨겨야 하는 게 맞겠지. 그 좁은 기지에서 들통나지 않는 것은 어려웠지. 동료들과 여자친구 나샤도 그 중복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사령관 마샬도 알게 되었어. 마샬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그들을 모두 죽이려고 했지만, 색다른 제안을 하나 했어.

반물질 폭탄을 이용하여 크리퍼를 만든 실제 생물체를 공격하는 거야. 어차피 죽이려고 했던 것 크리퍼와 싸우는 편이 낫겠다 싶은 거지. 그 전투 중에 죽을 가능성도 높고, 죽지 않다면 크리퍼를 무찌를 수도 있는 거고아참, 크리퍼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아빠가 앞서 크리퍼를 괴생명체라고 했는데, 크리퍼 샘플을 가지고 와서 확인해 보니, 그것은 생명체가 아니고 누군가 만든 인조물이었던 거야. 그 크리퍼를 만든 존재는 누구일까? 마샬이 미키7과 미키8에게 준 임무는, 그 생명체를 만나 반물질 폭탄을 이용하여 공격하라는 것이었어.

....

그렇게 다시 크레바스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미키7과 미키8. 그런데 미키8은 허무하게 죽고 미키7은 자신을 구해준 그 괴생명체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 이들을 진정한 크리퍼라고 해야겠구나. 미키7은 이번에도 죽지 않고 다시 기지로 돌아왔단다. 그리고 마샬에게 한다는 소리가 크리퍼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마샬을 설득하려고 했어. 마샬은 당연히 엄청나게 화를 냈지. 그러자 미키7이 이야기하기를, 반물질폭탄을 크리퍼들에게 전해주었고 사용법도 알려주었다는 거야. 그리고 자신이 죽게 되면 평화협약이 깨진 것으로 알고, 반물질 폭탄으로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했어. 마샬은 결국 공격도 못하고 미키7을 죽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단다. 미키7의 작전 성공.

....

시간이 지나고 니플하임을 뒤덮었던 얼음과 눈들이 녹기 시작하였단다. 봄이 오고 있었어. 지구의 좀은 지구가 기울어져 있는 상태로 공전을 해서 그런 거지만, 니플하임의 봄은 항성의 변광성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결과는 비슷했어. 눈이 녹고, 여러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동물들도 나타났어. 그렇게 니플하임은 미키7의 영리함으로 크리퍼들과 공존할 수 있었단다.

인간에게는 어떤 곳을 정복하려는 DNA가 있고, 그곳에 다른 생명체가 있으면 먼저 죽이려는 DNA도 있는 것 같구나.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런 사례들이 여럿 있으니 말이야. 그런 인류의 특징을 소설의 소재로 삼은 것 같구나. 그리고 또 하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것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어. 영생은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란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처럼 죽음의 고통을 그대로 다 느끼면서 영생을 하는 것이라면, 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늘 잠을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일어나는 것이 미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는구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소설이었단다. 이제 오늘의 삶을 마무리하러 가야겠구나. 내일 새로운 삶을 시작을 위해


PS:

책의 첫 문장: 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나샤를 따라 그늘진 협곡을 올라 환한 태양 빛 아래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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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3-04-03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읽었던 책인데도 bookholic님의 입말로 들으니 참 재밌게 느껴집니다
미키7과 미키8 이 같은 사람일까에 대한 물음에는 저도 처음엔 갸우뚱 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이라 여겨졌어요...
오늘 낮에는 꽤 덥다고 합니다. 오늘의 새로운 삶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3-04-03 22:34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파이버 님도 새로운 한 달 새로운 일주일 잘 시작하셨는지요?^^
함께 파이팅해요~~
4월 한 달도 즐거운 독서생활하시고요...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사고의 첨단을 찾아 떠나는 여행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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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이번에 읽은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라는 책은,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란다.  이 책은 예전에 유시민 님이 알릴레오라는 유튜브에서 추천한 책으로 알게 되었고, 당시 김상욱 교수님이 패널로 참여해서 설명을 해주었던 책이란다. 그래서 꼭 한 번 읽어보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용이 어려울까 봐 선뜻 잡지 못한 책이었단다. 유튜브에서 김상욱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어려운 부분은 박스치고 넘어가는 식으로 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단다.

책표지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아인슈타인과 그 옆에 검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가 걷는 사진이 실려 있단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괴델이라는 사람이란다. 아인슈타인과 괴델은 모두 유대인으로 나치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한 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연구를 했단다. 비슷한 처지였으니 교류가 없지 않았겠지.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워낙 유명한 사람이고, 괴델은 1906년생으로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1905년보다 1년 늦게 태어났단다. 괴델은 아빠가 이전 독서 편지에 두어 번 이야기를 했었는데, 불완전성 원리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두 천재 과학자는 타국에서 함께 걸어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과학에 관한 이야기만은 하지 않았을 거야. 지은이는 그들은 과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치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라고 추측을 했단다. 둘 사이의 정치적 견해도 달랐다고 하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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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사람들은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했다. 정치도 아마 이야기의 주제였던 듯하다. (195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애들레이 스티븐슨을 지지했던 아인슈타인은 괴델이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에게 표를 던지자 격분했다.) 물리학도 당연히 대화 주제였다. 괴델은 물리학에도 정통했다. 그는 아인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양자론을 불신했지만, 결정론적인 체계에서 기존의 모든 힘을 아우르는 통일장이론으로 양자론을 대체하려는 그 노장 물리학자의 야심에도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둘은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진정한 중요성을 지닌 문제들, 즉 실재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에 관한 문제에 매력을 느꼈다. 괴델은 특히 시간의 본질에 심취했는데, 한 친구에게 말한대로 그것만이 유일한 본질적 질문이었다. 어떻게 그처럼 불가사의하고 자기모순적인 듯한(시간)세계와 우리 존재의 기반을 형성할 수 있는가?’라고 괴델은 물었다.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전문 분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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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제목이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이지만,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 괴델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란다. 이 책은 지은이 짐 홀트가 약 20년간 여러 매체에 과학과 수학에 관하여 쓴 글을 모은 책이란다. 그래서 여러 가지 과학과 수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단다. 예전에 아빠가 다른 책들에서 읽은 내용들과 겹치는 내용들도 있는데, 그 때 읽은 내용들은 거의 다 까먹어 내용들이 아주 새로웠단다.

아인슈타인과 괴델의 이야기 다음으로는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오는데, 숫자와 관련된 뇌의 영역은 어디인가 하는 드앤 연구 이야기가 소개되고 신비한 숫자 소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단다. 소수는 무한하다는 것은 정설이란다. 그런데 그 소수의 규칙성에 대한 연구는 수학자들의 오랜 연구 대상이었단다. 지금까지는 소수의 규칙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암호에 많이 이용되고 있단다. 만약 소수의 규칙성이 발견된다면 많은 암호체계가 바뀌어야 할 거야. 수학자들 그런 소수의 규칙성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하다가 리만이라는 사람이 제시한 리만 제타 가설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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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수학자라면 거의 누구나 만장일치로 동의하듯이, 리만 제타 가설은 모든 수학 중에서 가장 위대한 미해결 문제다. 어쩌면 인간이 생각해 낸 것들 중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리만은 19세기의 독일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1826~1866)이다. ‘제타는 제타 함수를 가리키는데, 이는 소수의 비밀을 품고 있는 고등수학의 산물이다. 바로 리만이 그런 점을 알아차린 최초의 사람이다. 1859년에 간결하지만 매우 심오한 논문에서 리만은 제타 함수에 관한 가설을 하나 내놓았다.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소수에는 매우 아름다운 숨겨진 조화로움이 있게 된다. 만약 틀리다면, 소수의 음악은 균형이 맞지 않는 관현악단이 내는 소리처럼 꽤 흉측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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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아빠도 잘 이해하지 못해서 패스. 리만 가설을 일반인 상태로 쓴 <리만 가설>이라는 책이 있어. 아빠가 오래 전에 함 읽어보겠다고 사서 우리 집에 있는데 아직 읽지 않고 먼지가 싸이고 있단다. 언젠가는 읽고 나서 너희들에게도 꼭 이야기해 줄게.

...

다윈의 외종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통계학을 연구했대. 그런데 사촌인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고 나서, 그 책을 이상한 쪽으로 해석을 했다는구나. 우생학. 우생학은 작년에 읽은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소개를 해 준 적이 있는데, 열등한 사람들을 죽이거나 임신을 못하게 하여 우등한 사람들만 진화시키겠다고 하는 아주 비윤리적이고 못된 학문이란다. 그런 우생학을 처음 주장한 사람이 바로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사람이고, 프랜시스 골턴은 우생학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했다는구나. 이 말도 안 되는 우생학이 오랫동안 연구되고 실제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격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는구나.

우리는 3차원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3차원이 끝일까? 3차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4차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2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3차원의 존재를 모르듯이 말이야. 그런 2차원의 세상을 그린 소설이 있다고 하는구나. <플랫랜드>란 책인데, 나중에 기회 되면 읽으려고 리스트에 올려두었단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는 3차원 이상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수학에서는 차원에 제한이 없다고 하는구나. 오래 전부터 이 차원에 대한 연구를 했다고 하는데, 기하학으로 유명한 고대 수학자 유클리드는 4차원은 없다고 했다는구나. 그런데 현대 물리학에 들어서서 통일장 이론을 설명하면서 4차원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단다.

통일장 이론이 무엇이냐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아우르는 이론으로 아직 존재하진 않지만 과학자들이 찾아내려는 이론이란다. 상대성 이론은 커다란 행성 등 큰 물체에서 일어나는 법칙이고, (거시 세계)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법칙이란다. (미시 세계) 그런데 이 두 법칙은 다른 성향을 띠고 있는데, 이 두 법칙을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바로 통일장 이론이란다. 아직 이 통일장 이론은 찾아내지 못했는데,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끈이론이라는 것이란다. 입자가 알갱이가 아니고 끈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도 증명된 것이 아니고 가설일 뿐이다. 다만 이렇게 입자가 끈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면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끈으로 입자를 설명하려고 하면, 고차원이 필요한데, 지금은 9차원까지 끌어들여 끈이론을 설명하고 있다는구나. ... 아빠가 다른 책에서도 끈이론이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제대로 이해하기는 참 쉽지 않더구나.


2.

무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단다. 이 무한이라고 하면 무한정 커지는 무한대 숫자만 생각할 수 있는데, 무한히 작아져서 0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무한소에 대한 경우도 있단다. 무한소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제논의 역설로 유명한 아킬레우스와 거북이 경주에 관한 이야기란다. 거북이가 출발점이 아킬레우스보다 앞서 있다면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끝내 추월할 수 없다는 내용인데 아빠도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 그렇네.. 그런데 왜 현실에서는 왜 추월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한참 한 적도 있단다. 나중에서야 그 이야기에 시간 개념이 빠져서 그렇다고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이야기인 것 같구나.

당대 유명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도 제논의 역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완벽한 오류인데 증명할 수 없다고 했다는구나. 그래서 무한소를 쓰지 말라고도 했대그런데 나중에 뉴턴은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단다. 무한소라는 것 자체가 나누거나 곱하기를 할 수 없지만, 두 개의 무한소 간에는 나누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미분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구나. 아무튼 무한이라는 개념은 참 신기한 것 같구나. 문득 너희들이 냈던 문제가 하나 생각나는구나. 무한대의 방을 가진 호텔이 있는데, 모든 방에 손님이 묵고 있을 때 새로운 손님이 한 명이 왔을 때 어떻게 하면 그 소님을 호텔에 묵게 할 수 있는지

….

오늘날 컴퓨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되었단다. 그러다 보니 최초의 컴퓨터를 고안한 사람이 누구냐는 논쟁이 일기도 했다는구나. 이런 인물들 중에는 여럿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이 책에 소개되었단다. 아빠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앨런 튜링인데, 그보다 한 세기 앞서 에이다 바이런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에이다 바이런은 유명한 정치인 조지 고든 바이런 경의 딸로도 유명했다는구나. 아무튼 에이다 바이런은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생각해 냈다고 해서 컴퓨터의 시초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는구나.

그리고 프로그램이 가능한 컴퓨터인 해석 기관을 개발한 조지 배비지란 사람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위 사람들의 업적은 개념 정도만 내놓은 거지, 실제로 컴퓨터를 만든 것은 아니란다. 미국에서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컴퓨터의 초기 모형을 만들었고, 그 위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폰 노이만이 컴퓨터의 장을 여는데 큰 공을 세웠단다. 하지만 그 사람의 아이디어도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단다. 그 윗세대의 유명한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앨런 튜링은 영국 사람인데 처음에는 영국에서 그를 앞에 내세우려고 하지 않았대. 왜냐하면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였고 자살로 삶을 마감했거든. 하지만 그는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의 암호를 죄다 풀어버린 이니그마를 개발한 사람이고, 컴퓨터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튜링 머신을 개발한 사람인데 틀림없는 사실이란다 아빠가 앨런 튜링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어서 그런지 그가 더욱 친근하면서도 그의 삶이 안타깝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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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조지 다이슨이 2012년에 출간한 <튜링의 대성당>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디지털 컴퓨터의 역사는 구약과 신약으로 나눌 수 있다. 라이프니치가 이끈 구약의 선지자들은 논리를 제공했으며, 폰 노이만이 이끈 신약의 선지자들은 기계를 만들었다. 앨런 튜링은 그 둘 사이에 놓였다.” 튜링을 통해서 폰 노이만은 컴퓨터가 본질적으로 논리 기계라는 통찰을 얻었다. 이 통찰 덕분에 폰 노이만은 에니악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간파하여 보편 컴퓨터라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전쟁이 끝나자 폰 노이만은 그런 기계를 마음껏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소의 지도부는 폰 노이만을 하버드나 IBM에 뺏길까봐 그에게 권한과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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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우주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마치련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부터? 빅뱅이 일어난 약 140억년 전부터 지금까지그렇다면 언제까지 팽창할 것인가? 만일 팽창을 멈춘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학자들은 이것에 관해 여러 의견들이 있다고 하는구나. 별들이 질량을 가지고 있어서 별들 사이에 중력이 있을 테니까, 한 없이 팽창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시점이 되면 팽창하는 것을 멈추고 중력 때문에 다시 수축이 되고 다시 하나의 점으로 모였다가

다시 빅뱅이 일어나 다시 팽창하는, 그러니까 팽창과 수축이 반복하는 빅크런치 이론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에 반해, 별들 사이 중력이 있지만, 우주의 팽창하는 힘보다 그 중력이 적어서 우주는 계속 팽창하다가 결국 식으면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빅칠 이론이 있다고 하는구나. . 둘 다 사람 같은 생명체가 없어지는 경우인데, 우주라는 것을 인식하는 존재가 없다면, 우주라는 있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단다. 도대체 우주는 왜 생겨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로구나.

이렇게 독서편지를 끝내려고 했는데, 8부에 소개된 재미있는 문제 하나를 내볼게. 몬티 홀이라는 문제야. 3개 문이 있고 그 중에 한 개 문 뒤에는 스포츠카가 있고, 2개 문 뒤에는 염소가 있는데, 스포츠카가 있는 문을 찍어보라는 것이란다. 그래서 너희들이 한 개의 문을 선택했을 때,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너희들이 찍은 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둘 중에 스포츠카가 아닌 문을 하나 열어서 보여주고, 선택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 거니?

첫 번째 찍은 것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 괜히 바꿔서 틀리면 억울할 것이라는 생각, 어차피 확률은 1/3이라는 생각 등으로 아마 안 바꾸려는 사람이 많은 거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무조건 바꾸는 것이 확률적으로 맞출 확률이 높다는구나. 왜 그렇지?  왜 그러냐면, 내가 하나를 선택했을 때 그 한 개의 문에 스포츠카가 있을 확률은 1/3, 나머지 두 개의 문에 스포츠가 있을 확률은 2/3. 그런데 두 개의 문 중에 스포츠가 없는 문을 보여주었으니, 이젠 닫혀 있는 나머지 한 개의 문이 열린 문의 확률까지 가져가기 때문에 2/3가 되는 것이란다. , 설명을 들어보니 그렇네실제로 횟수를 많이 해서 실험을 해보면, 바꾸는 경우가 더 많이 스포츠카를 선택하게 된다는구나.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랑,  실제 드러나는 것이란 전혀 다르니 참 신기하구나.

….

, 지금까지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한 것 같구나. 책이 부분부분 어려운 곳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주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구나. 사두고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 먹고 안 읽고 있는 책들이 좀 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용기를 한 내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1933, 자신의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뒤로하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미국으로 건너왔다.

책의 끝 문장: 그렇다고 재담꾼은 내쫓지는 말자.


아인슈타인이 밝혀내기로, 보편적인 ‘지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사건이 동시인지 여부는 관찰자에게 달려 있다. 일단 동시성이 무의미해져버린다. 한 관찰자가 과거에 있다고 판단한 사건이 다른 관찰자에게는 여전히 미래에 있을지 모른다. 그러므로 분명히 과거와 현재는 마찬가지로 확정적이다. 즉 둘 다 ‘현실’인 것이다. 순식간에 흘러가버리는 현재를 대신하여 우리에게는 광대한 얼어붙은 시간풍경-4차원의 ‘블록 우주’-이 남았다. 여기서는 여러분이 태어나고 있고, 저기서는 밀레니엄의 도래를 축하하고 있고, 또 저기서는 잠시 죽어 있다. 어떤 것도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흐르고’ 있지 않다. 수학자 헤르만 바일이 남긴 인상적인 말처럼, "객관적인 세계는 그냥 있지, 발생하지 않는다." - P36

해리스가 보기에는 약간 구시대적인 상황 인식이다. 1세기 남짓 전에는 매우 첨예했던 수학의 위기라는 인식은 퇴조했다. 오래된 난제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현대의 수학자들에게 어느 철학당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물어보면 평일에는 ‘플라톤주의당’, 일요일에는 ‘형식주의당’이라는 답이 나온다는 농담이 있다. 즉 수학을 일로 대할 때에는 마음과 무관한 실재에 관한 것이라고 간주하다가, 사색적인 분위기에 빠져 있을 때는 단지 형식적 기호들로 하는 무의미한 놀이라고 많이들 믿게 된다는 뜻이다. - P122

마침내 무한 부활한 것은 1638년에 갈릴레오가 내놓은 또 다른 역설 때문이었다. 모든 정수 ‘1, 2, 3, 4……’를 살펴보자. 이제 각 수의 제곱인 ‘1, 4, 9, 16……’을 살펴보자. 분명 제곱수보다는 정수의 숫자가 더 많다. 왜냐하면 제곱수는 정수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릴레오의 주장에 의하면 제곱수를 정수와 짝을 짓는 방법이 존재한다. 가령 1을 1에, 2를 4에, 3을 9에, 4를 16에 등으로 말이다. 두 무한집합이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첫 번째 집합의 각 항은 두 번째 집합의 각 항과 정확히 짝을 맺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두 집합은 지루하게 셀 것도 없이 크기가 같음을 우리는 알게 된다. 이 원리를 무한한 모음에 확장해 본 결과 갈릴레오는 정수의 개수와 제곱근의 개수가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건 종결. 달리 말해서, 부분이 전체와 같았다. 갈릴레오로서도 터무니없다고 여긴 결과였다. - P187

왜 우리는 어떻게든 우주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랄까? 우주는 목적이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만약 목적이 없다면, 터무니없다. 만약 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 목적이 결국 성취되거나 성취되지 않거나. 만약 성취되지 않으면, 우주는 헛되다. 하지만 만약 성취된다면, 더 이상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어떻게 구분하든지 간에 영원한 우주는 (a) 터무니없거나, (b) 헛되거나, (c) 무의미하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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