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 신화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영화처럼 읽는 중국 역사 이야기 썬킴의 거침없는 역사
썬킴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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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이 가끔씩 책으로도 나온단다.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에서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에서 미국과 러시아를 다루었단다. 그 다음에는 어느 나라가 책으로 나올까 생각해 보았단다. 작년에 방송했던 프랑스나 십자군이 나오려나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중국사가 책으로 나왔구나. 아빠가 뜻밖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팟캐스트에서 중국사 통사를 다루지 않았거든. 중간중간에 특집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다른 나라 역사처럼 쭉 이어서 이야기해 준 적이 없어서 뜻밖이라고 한 것이란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이웃하고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나라 중에 하나가 중국이고, 중국 역사가 드라마틱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중국사를 책으로 내면 매출이 좋을 거라고 출판사에서 판단한 것은 아닐까 싶구나. 나중에 중국사 통사를 한번 하고 출간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비유가 맞을지 모르겠지만 황금알을 밴 오리의 배를 가른 느낌?

책 제목은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그 전에 출간한 책들은 팟캐스트에서 방송했던 부분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이번에 나온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는 방송에서 했던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단다. 최소한 아빠가 들은 부분까지는 그랬어. ‘중국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 책이니  중국 전체 역사를 다루어야 하고, 방송에는 띄엄띄엄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방송에서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도 책에 실어야 했던 것 같구나.

그래도 썬킴의 입심이 어디 가겠니? 이번에도 책이 술술 읽혔단다. 그런데 아빠가 그동안 중국사 관련된 책들을 여러 권 읽어서 그런지 익히 알고 있던 내용들이 꽤 있었단다. 그래서 앞선 책들에 비해 감흥이 별로였단다. 읽기 전에 차례를 봤는데, 청나라 이후 역사가 아주 짧게 나와서 의아했는데, 읽다 보니 그 이유가 있었단다. 청나라 후기부터 근현대 중국사는 이전 책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에 나온 내용이랑 겹쳐서 뺐다고 하더구나. 그 책을 읽지 않고 중국사에 대해서만 읽으려고 이 책을 산 사람들은 다소 당황했을 것 같구나. 책 제목은 중국사인데, 이 책에 다 담기지 않고 다른 책을 참고하라고 써 있으니 말이야. 그게 아빠는 아쉬웠단다. 이번에는 좀 성급하게 책을 출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

책을 출간하게 되면 팟캐스트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구나. 아빠는 아직 작년 방송들을 듣고 있어서 최근 방송은 아직 듣지 못했거든. 말이 길어졌네. 아무튼 좀 아쉬웠다고근현대 중국사가 다른 책과 겹친다면, 이 책을 통해 중국 통사를 접하고자 했던 사람들을 위해 양해를 구하고 다른 책의 똑 같은 내용이라도 이 책에 실었어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1.

지은이 썬킴 님께서 청나라 이후의 역사를 안 쓰시면서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를 참고하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고, 아빠도 독서편지를 그렇게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빠가 중국사에 관한 책들을 읽고 쓴 리뷰나 독서편지들이 있으니, 중국사에 대한 내용은 아래 책들의 리뷰를 참고하거라, 라고 말이야.

조관희 님의 <한권으로 정리한 이야기 중국사>, 공원군 님의 <춘추전국 이야기> 시리즈, 고우영 님의 <만화 십팔사략>, 정비석의 <소설 손자병법>(정비석은 친일파라서 님 안 붙임), 중국 작가 리선샹 님의 <와신상담> 등등. 또 뭐가 있을려나. 생각해보니 중국 역사에 관련된 책들을 꽤 읽었구나. 그 중에 <만화 십팔사략>이 가장 좋았던 것 같구나. 역시 만화야. 이미 이렇게 많이 중국사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썼으니 이번에는 중국사의 흐름에 대해 다 이야기하는 것은 관두고, (다시 말하지만 중국 통사는 위의 책들 리뷰를 참고하길 바란다) 새로 알게 된 내용이나 너희들이 알면 좋겠다는 내용을 몇 군데 소개해주는 것으로 짧게 쓰려고 한단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독서 편지가 잔뜩 밀려서 말이지

중국 역사뿐만 아니라 유럽 역사에서 봉건제도라는 말을 많이 볼 수 있단다. 봉건제도의 뜻이 이 책에 잘 설명이 되어 있어 발췌해 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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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봉건(封建)이라 할 때 봉()토지를 하사하다란 뜻이랍니다. 그리고 ()’나라를 세우다란 뜻인데 즉, (또는 황제)이 일가친척에게 지방의 땅을 나눠주고 그 친인척들이 그곳에서 자기들의 나라를 만들어 살라는 뜻이랍니다. ? 이미 나라가 있는데 나라를 또 만들라고요? 독립하란 말인가요? 아닙니다. ‘큰 나라가 있고 그 안에 조그만 나라를 만들어 살라는 뜻이랍니다. 실제 이렇게 왕에게 지방 부동산을 받고 나간 친인척들을 제후(諸侯)라고 불렀고 그 꼬마 나라를 제후국(諸侯國)이라고 불렀는데 꼬박꼬박 수도의 왕에게 세금을 바치고 왕이 위험에 처했을 때 지원군만 보내준다면 사실상 내정 간섭을 전혀 받지 않고 독립국 행세를 할 수 있었답니다. 당시 교통도 발달 안 된 데다 왕권도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그 넓은 땅의 왕국을 유지할 수 있던 유일한 방법이 봉건제도였어요. ‘믿을 건 친척밖에 없다란 생각에서 시작된 이 봉건제도 덕분에 주나라는 무려 790년 동안 유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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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라는 종교가 인도에서 생겨났으나 인도에서는 그 자취가 사라지고 중국,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도 꽃을 피우게 된 이유. 다른 나라에 전파되어 그 나라에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쳐도 왜 인도에서 불교가 싹 사라졌을까에 대해 무척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그 이유를 깔끔하게 설명해 주었단다. 그 이유는 바로 카스트 제도 때문이라고 하는구나. 불교의 평등 정신과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상충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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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아시다시피 인도에는 카스트라고 4개의 신분 제도가 있지요? 수천 년 동안 뿌리를 내려 오늘날까지도 카스트 제도 때문에 벌어지는 신분 제도를 철저히 거부했어요.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란 철칙이 있었지요. 그 말은? 맞습이다. 불교틑 카스트의 나라인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또 다른 정착지를 찾아 나섰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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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태종 이세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우리나라 고구려 역사에서 등장하는 사람이라서 이름은 익히 들었단다. 그런데 이세민이 태자를 죽이고 아버지를 협박해서 왕 자리를 빼앗았다고 하는구나. 조선 시대 이방원을 떠오른 듯한둘 모두 묘호가 태종이로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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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63)

그때 아버지 이연은? 한가로이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이세민은 측근 부하를 이연에게 보내서 이 사실을 알랍니다. 아버지 이연은 깜짝 놀랐지만 할 수 있는 하나도 없었어요. 한순간에 당나라 권력이 이연에서 이세민으로 넘어가는 순간이었습니다. 태자까지 궁 안에서 화살로 죽여버리는 인간이니 아버지라고 봐줄까요? 겁에 질린 이연은 이세민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고 자기는 스스로 쫓겨납니다.” 사실상 당나라는 애초부터 이연이 세운 나라라기보다 이세민이 세운 나라라고 해야 해요. 형제를 죽이고 또 아버지 이성계를 몰아내고 왕이 된 조선 태종 이방원과 거의 싱크로율 100%랍니다. 이세민은 당나라 태종, 즉 당태종이 됩니다. , 그러고 보니 이방원도 태종이고, 이세민도 태종이네요! 하여간 서기 626년의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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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기즈칸의 후예로 중국 위쪽 초원에서 자리한 나라 몽골. 아빠는 학창시절 몽골이라는 국호보다 몽고를 더 많이 사용했단다. 요즘도 몽고라고 말할 때가 있어. 그런데 알고 보니 몽고는 중국이 몽골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더구나. 실제 몽골족들은 그 몽고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아빠가 몽골 사람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몽골이라는 나라이름을 이야기할 때 꼭 몽골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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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금나라가 열심히 남송을 괴롭히고 있을 때 금나라 북쪽 초원 지대에 또 다른 유목 민족이 힘을 키우고 있었어요. 바로 몽골족이었답니다. ‘몽고(蒙古)’란 한자 표기는 중국 한족이 몽골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표현이랍니다. ‘()’어리석다란 뜻이고 ()’오래되다란 뜻이에요. , ‘어리석고 구닥다리 민족이란 뜻으로 중국 한족이 의도적으로 만든 표현입니다. 몽골족은 이 중국식 한자 표현 몽고를 굉장히 싫어해요. 이제부터라도 몽골이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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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퀴즈를 좋아하니까 퀴즈 하나 낼게. 명나라를 세운 사람은? 주원장이란 사람이란다. 이름에 특별한 뜻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원장은 25살 때 바꾼 이름이라고 하는구나. 원나라를 증오하는 그의 마음이 가득 담긴 이름이라고 하는구나. 주원장의 본명은 뭐지? 책에 나왔었나? 기억이 안 나..ㅠㅠ 다시 책을 찾아보니 주원장의 본명은 주중팔이라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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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그러나 이렇게 굶어 죽는 건 다 몽골족 때문이다란 생각에 당시 한창 송나라 부활 운동을 벌이던 홍건적에 합류를 해요. 그의 나이 25살 때였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바꿔요. ‘주원장(朱元璋)’으로요. ()는 주살(誅殺)하다, 죽여 없애다()’와 발음이 같죠. 그리고 원()은 당연히 원나라를 뜻했어요. 마지막으로 장()인재라는 뜻이거든요. , ‘원나라를 죽여 없애는 인재란 뜻입니다. 얼마나 원나라에 대한 증오가 끓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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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몇몇 너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몇몇 정보를 이야기해보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술술 재미있게 잘 읽히니까 너희들도 좀더 크면 이 책으로 중국사를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청나라 후기와 근현대사는 다른 책으로 읽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야.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우리가 종종 일본을 보고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지요.

책의 끝 문장: 감사합니다.


당시 중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춘추전국시대란 헬게이트가 열리자 이 혼란을 해결할 해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상과 사상자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죠. 그중 원톱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공자(孔子)였어요. 공자는 인(仁)과 예(禮), 즉 ‘어짐과 예절’을 강조했고 묵자(墨子, 밥 묵자, 아닙니다.)란 어르신은 ‘평화’를 강조헸어요. 그리고 노자(老子)란 양반은 "자연으로 돌아가자!"를 외쳤답니다. 하여간 춘추전국시대의 각 나라들은 이런 사상 중 하나를 자기 나라 통치 이념으로 택해서 나라를 다스렸는데요. 지금 중국의 변두리인 산시성에 위치했던 진(秦)나라는 "우리는 ‘인, 예, 자연, 평화’ 따위는 필요 없다! 우리는 법(法)이 최고다!"라면서 법으로 강력하게 나나를 다스렸어요. 결과적으로 그것이 중국을 통일시킨 원동력이 되었고요. - P62

북조 역사에선 딱 한 인물만 기억하면 돼요. 바로 북쪽을 통일한 선비족의 나라 북위 ’효문제(孝文帝)’란 황제랍니다. 471년에 북경에 북위의 황제가 되는데요. 오랑캐 유목 민족 황제였지만 한족의 ‘오리지널 중국 문화’를 너무나 사랑했던 황제였답니다. 그래서 선비족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족의 중국 문화를 받아들입니다. 심지어 북위의 수도도 북쪽 선비족의 근거지에서 지금까지 중국 역사의 중심지인 낙양으로 옮겨버려요. 부산 사람이 서울을 너무 좋아해서 부산 사투리도 못 쓰게 하고 동네 이름도 광안리에서 압구정으로 바꿔버리고 아예 부산을 버리고 서울로 이사를 온 격이조. - P144

유럽이 대항해의 시대를 시작해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 1492년이니까 거의 100년 전에 중국은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는 건데 왜 중국은 유럽과 달리 세계 제패를 못했을까요? 항해의 목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스페인과 같은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 건설 또는 무역이 항해의 목적이었던 반면에 명나라의 항해는 "우리 중국 짱이지! 무릎 꿇어!"라는 힘의 과시가 목적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힘이 이 정도야!"란 것을 보여준 후 더 이상 항해를 하지 않았어요. 전 세계에 그냥 ‘힘 과시용 순회공연’ 한 번 한 것이랍니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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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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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불편한 편의점>으로 유명한 김호연 작가의 SF 스릴러 소설 <파우스터>를 읽었단다. 책 제목을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가 곧바로 떠오른단다. 맞아. <파우스터>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이야. 아빠는 <파우스트>라는 소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읽어 보지 않았단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책에서 괴테와 <파우스트>를 소개해 주어서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모른단다. 괴테 나이 81살에 <파우스트>를 썼다는 것만 생각이 나는구나.

<파우스터>의 책소개에 보면 괴테의 <파우스트>에 대한 내용이 잠깐 언급되더구나.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영혼을 파는 대신 젊은 육체와 쾌락을 선사 받은 늙은 학자 파우스트의 번뇌와 구원을 담은 작품이라고 했어. 영혼을 파고 젊음을 받은 내용이구나. 이 소설에서는 약간 비슷한 것 같구나. 젊음을 다시 사려고 하는 파우스트 같은 이들이 나오니까김호연 님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터>는 술술 읽혀단다. 그냥 스릴러 소설이라고만 이야기해도 되는데, 아빠가 생각하기에는 SF 스릴러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앞에 SF를 붙인 이유는 머릿속에 연결체라는 장치를 넣어서 다른 사람의 뇌를 조정하는 내용이 나와서 그랬어. 자본주의 시대의 탐욕과 세대 갈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파우스터>.

그럼 지금부터 이야기해줄게. 가능한 짧게.^^


1.

주인공 박준석.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투수로 FA를 앞두고 있었어. 그는 FA가 되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FA를 앞둔 한 해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임했고, 결과도 좋았단다. 박준석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일찍 잃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준석은 없었을 거라고 준석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었어. 앞으로 몸 건강을 유지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만 하면 그의 꿈은 이뤄지는 것이야.

그런데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었다가 병원에서 눈을 떴는데, 최경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준석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해주었단다. 당신의 머릿속에 연결체라는 것이 있다. 그 연결체를 통해 다른 사람이 당신을 조종하고 있다. 일부러 교통사고를 냈다. 미안하다. 교통사고를 일부러 낸 이유는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야 준석의 머릿속 연결체가 멈춘다, 그 연결체가 멈춰야 그들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지 못한다. 이 연결체를 머릿속에 심은 배후를 같이 잡자. 그런데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헛것을 들은 것인가.

최경은 자신의 아버지도 이 연결체 때문에 돌아가셨고, 준석의 옛 애인 지수도 이 연결체 때문에 죽었다고 했어. 아니, 이 여자가 준석의 애인 지수는 어떻게 아는 거지? 최경은 자신의 아버지는 지수의 연결체에 접속해서 지수의 머릿속을 해킹했다고 했어. 지금은 준석의 연결체가 멈췄기 때문에 그것을 가동하기 위해 그들은 어떤 핑계를 대고 준석에게 뇌수술을 받게 할 것이라고 했어. 그들은 누가인가? 먼 옛날 준석의 머릿속에 연결체를 넣어둔 사람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최경을 사라졌단다.

준석이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었었지만, 다행히 다른 곳은 크게 다지지 않았단다. 야구를 하는데도 큰 지장은 없었어. 그런데 진짜 최경의 말대로 의사는 뇌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뇌수술을 받았단다. 얼마 후 최경이 또 준석에게 나타나 이번에는 그들의 침입을 알 수 있는 장치를 주겠다고 했어. 며칠 동안 고민했던 준석은 최경과 함께 그들을 잡겠다고 마음 먹고 그 장치 설치를 허락했어. 정수리 부분의 가늘고 긴 침을 꽂았단다. 그리고 누군가 준석의 머리의 연결체에 접속을 하게 되면 정수리 부분이 뜨거워졌단다. 그렇게 준석은 누군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었어.


2.

케빈은 미국 교포 3세로 메피스토 코리아 지부장이었단다. 메피스토라는 회사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서 따온 이름인 것을 알 수 있었어. 메피스토라는 회사를 잠깐 소개를 해줄게. 이 회사는 비밀리에 회원을 모집하는 비밀 회사야. 회원은 주로 돈 많은 노인들이란다. 돈은 많고 몸은 허약하지만 다시 젊음을 즐기고 싶은 욕망 가득한 늙은이들. 그들에게 젊음을 다시 되찾아주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메피스토란다. 회원이 거금, 보통 수십억을 내면 젊은 사람 몇몇을 후보로 보여주게 되고, 그 중에 회원이 한 명을 선택을 하면 선택당한 사람은 건강검진이나 수술을 받게 된단다. 그 사이에 그 사람의 머릿속에 연결체를 심게 되는 거야. 당사자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자신의 머릿속에 연결체가 심어지는 것도 몰라. 그 회원은 파우스트가 되는 것은 연결체를 심은 젊은이는 파우스터가 되는 거란다.

그리고 파우스트 회원은 파우스팅 머신이라는 기계를 눈에 쓰게 되면 파우스터의 연결체에 접속이 되어 파우스터의 뇌를 정복하게 되고 파우스터가 보고 말하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되는 거야.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돼. 젊음을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 각 파우스트들은 파우스터가 어떤 사람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데 그 목표를 두고 파우스트들은 경쟁을 하게 된단다. 배팅액까지 걸고 경쟁을 했단다.

박준석의 파우스트는 이태근이라는 하는 사람이었어. 10여년 전부터 준석을 조정했고, 이태근의 목표는 준석을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키는 것이었단다. 이게 그 목표가 거의 눈앞에 와 있는 것이지. 다른 경쟁자들의 파우스터들이 사고나 치고 폐인이 되기 일쑤인데 준석은 차근차근 이태근의 목표에 다가서고 있었단다. 그러니 이태근은 메피스토 코리아 내에서 최고의 파우스트로 인정을 받고 있었어. 다만 이제는 나이가 많아서 준석을 접속하는 것은 주로 준석이 선발 등판하는 날만 접속을 한단다.

최근 새로 들어온 회원으로 백남선이라는 할머니가 있는데 사채업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번 사람이란다. 백남선은 차은민이라는 가난한 미술학도를 파우스터로 선택했단다. 백남선은 차은민의 주변인들에게 돈을 써서 차은민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한단다. 차은민은 그런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미술에 전념하게 되게 된단다.


3.

최경과 준석은 몰래 만나면서 배후의 세력들을 찾아냈단다. 준석은 자신의 주변인물들 중에서 의심 가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그들은 배후에 황지용 교수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어. 최경은 부자 오빠의 인맥을 통해 황지용 교수와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는데, 황지용 교수는 사전에 눈치를 채고 그 자리에 이태근도 몰래 초대했단다. 최경은 이태근의 수하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죽고 말았단다. 박준석과 함께 힘을 모아 끝내는 배후 세력을 처단할 것이라 생각했던 최경이 이렇게 소설의 중간 부분에 죽다니, 예상치 못한 전개구나. 최경도 사실 경호원 임실장을 데리고 갔었는데 임실장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단다. 임실장도 죽고 말았어.

이제 준석이 혼자 맞서야 하는 상황이었어. 파우스트였던 최경의 아버지가 남긴 공책에 메피스토의 실체가 다 기록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났어.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있는 줄 몰랐단다. 준석은 혼자 추적을 하다 보니 모든 것이 쉽지 않았지만, 백남선의 파우스터 차은민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최경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박준석은 차은민에게 접근했단다. 그리고 차은민에게 파우스터의 진실을 이야기해줬어. 차은민 또한 박준석이 처음 느낀 것처럼 멘붕이 왔지. 이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단다.

박준석 역시 이태근의 몰락을 위해 노력을 하는데오늘은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을게. 이태근의 몰락은 약간은 예상했던 반전으로 몰락하게 되었다는 것만 이야기해야겠다. 이 소설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술술 읽히면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했단다. 지은이 김호연 님이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하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어.

그런데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단다. 첫째는 그냥 연결체를 빼서 버리면 안되었나 하는 생각이야. 박준석 정도면 몰래 외국으로 도망을 가서 그걸 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멤피스토에서 추적을 해올 수도 있겠지만, 충분이 그들을 빼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사전에 준비만 잘 한다면 연결체를 빼는 것은 짧은 시간에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두번째 아쉬움 점은 이런 내용상의 아쉬움이 아니라, 지은이의 실수가 아쉬웠단다. 박준석이 선발 등판에서 퍼펙트를 한 경기가 있어. 야구에서 퍼펙트는 한 이닝에 세 사람만 모두 아웃으로 처리해서 9 이닝 동안 한 명도 1루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어마무시한 기록이란다. 그러므로 9이닝동안 27타석(각 선수별로 3타석씩)으로 끝나게 된단다. 9이닝의 마지막 타자는 9번 타자가 된단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타자로 4번 타자가 등장한단다. 극적인 요소로 쓰려고 그런 것 같은데 퍼펙트 게임의 마지막 타자가 4번 타자인 것은 너무 큰 실수인 것 같더구나. 아무튼 이 두 가지 아쉬움을 빼면 괜찮은 스토리 라인에 자본주의 탐욕과 세대 갈등을 소설로 잘 엮은 것 같았단다. 김호연 님의 작가들의 소설들을 앞으로도 가끔씩 눈 여겨 봐야겠구나.

, 그럼 오늘은 이상.


PS:

책의 첫 문장: 마운드는 투수의 무덤이다.

책의 끝 문장: 준석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맥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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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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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지난번에 이어서 <독립운동 열전> 2권을 이야기해줄게. 지난 1권의 부제는 <잊힌 사건을 찾아서>였는데, 이번 2권의 부제는 <잊힌 인물을 찾아서>란다. 1권 이야기하면서 이야기했듯이 <독립운동 열전>은 잘 모르고 있던 독립운동, 특히 사회주의자들이 벌였던 독립운동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했잖아. 이번 2권에서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을 많이 소개해주고 있단다. 그런데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구나. 이들 또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독립운동을 하셨고 그런 그분들의 희생이 기반이 되어 오늘날 발전된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인데 사상이라는 이유로 너무 외면했던 것 같구나.

아빠의 기억력이 좋지 않아 그들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너희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다시 한번 기억해보고자 노력해야겠구나. 2권의 앞 표지에는 멋진 사나이들이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이 있단다. 독립운동을 하려면 외모도 받혀 주어야 한다는 듯한 외모들이구나. 하지만 그들의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독립을 향한 그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닐까 싶구나. 사진 속의 인물은 한인사회당을 이끌었던 분들인데 사진은 임시정부 시절의 사진이라고 하는구나. 1권에서도 소개했던 김립, 박진순, 이동휘, 이극로, 김철수, 계봉우, 그리고 신원미상의 한 분. 사진 속 얼굴과 눈 속에서 그들의 의지와 열정을 보이더구나.


1.

첫 번째 소개해준 이는 김사국과 김사민 형제란다. 이름부터 나라를 생각하고(思國), 백성을 생각하라는(思民) 이름이니 그들은 애국을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구나. 그들은 고려공산청년회에 가입하여 사회주의 활동을 했어. 김사국과 김사민은 사회주의 활동을 하면서 독립운동을 했단다. 김사민은 체포되어 2년형을 받게 되는데 심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출옥 후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는데 안타깝게도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는구나.

형 김사국은 북간도로 망명을 했으나 그곳에서 폐병을 얻어 국내로 다시 돌아왔지만 여전히 공산당 창립에 노력을 했어. 하지만 병을 회복하지 못하고 1926 35살 어린 나이에 그만 죽고 말았단다. 김사국의 아내분도 대단하신 분이었단다. 김사국의 아내 박원희는 북간도 용정의 동양학원의 교사였는데, 남편과 함께 북간도에서 사회주의 활동을 하면서 독립운동을 했어. 역시 체포되었지. 하지만 임신 중이라서 가석방되었고, 서울로 돌아와서 아이를 낳았단다. 아이를 낳은 이후에 박원희는 여성동우회 창립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에서도 독립운동을 이어갔어. 하지만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병을 얻게 되어 1928 31세로 남편의 뒤를 따랐단다. 어린 아이만 남았을 텐데 참 안타깝구나.

김한이라는 사회주의자 독립운동가가 있단다. 조선공산당 활동으로 4 3개월형을 받고 감옥에 갔는데 모진 고문 속에서도 동료들을 불지 않고 혼자 모든 책임을 안았단다. 출옥 후 다시 감시를 받고 다시 체포 당하고 출소하고이런 감시하에서 사회주의활동이든 독립운동이든 쉽지 않았지. 그럼에도 김한은 국내에서 비밀 결사 활동을 했단다. 국제선인 김단야와 함께 활동하며 조직을 확대하려고 했는데, 국제선이 대거 검거되면서 다시 쫓기게 되었고 김한은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을 했고 후에 모스크바에 가게 되었단다.

그런데 동지였던 이성해가 김한에게 누명을 씌어 밀고하였고, 허망하게도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는구나. 김한이 국내에서 일본 경찰에 잡혔을 때 그가 일본 경찰에게 일본의 부당함을 하나하나 꼬집어 이야기할 때 일본 경찰은 반박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모진 고문뿐이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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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김한은 총독정치가 얼마나 조선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교육과 산업은 물론이오 그 밖의 어느 방면을 보더라도 조선 사람은 불평원한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인에게 남겨진 것은 총독부 법령을 위반하거나 아니면 죽는 길밖에 없다, 김상옥 사건도 이 같은 총독정치가 만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혁명을 언급했다. 그는 헤겔과 다윈을 인용하면서 혁명을 위험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우주 만물이 살아가는 자연법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조선 사람이 자유와 해방을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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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야에 대한 이야기도 했는데, 김단야라는 사람은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쪼금이라도 알게 된 것은 조선희 님의 <세 여자>라는 책에서였단다. 이번 <독립운동 열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김단야는 3.1운동때 적극적으로 참가를 했고, 조선 공산당 창립 멤버로 몇 번의 투옥을 했다는구나.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나중에는 모스크바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기도 했어. 그런데 스칼린이라는 자가 정권을 잡은 이후 한인 공산주의자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단다. 일본 사람과 다를 게 없다면 말이야. 그 와중에 밀정을 의심받아 감옥에 투옥되었는데, 코민테른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구명활동을 했어. 그런데 앞서 김한에게 누명을 씌운 이성태란 사람이 김단야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서 결국 김단야는 이국 땅에서 총살로 삶을 마감했다는구나.

당시 김단야가 모스크바에 있을 때 주세죽과 부부였어. 주세죽은 원래 박헌영과 부부였는데, 모스크바로 도망가면서 김단야와 주세죽이 부부행세를 하게 되었고, 이후 모스크바 정착 후 부부가 되었다고 앞서 이야기한 <세 여자>에서 읽은 것이 기억나는구나. 당시 주세죽은 박헌영이 죽은 줄 알고 있었고, 김단야는 박헌영이 살아 있는 것을 알았는데 주세죽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이것도 <세 여자>에서 나온 이야기였어.

<독립운동 열전 2>에서도 여성 독립운동가들 챕터에서 주세죽을 아주 짧게 이야기해주었단다. 주세죽 님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이야기한 <세 여자>의 독서편지를 참고하길 바람. 그리고 주세죽 님에 대한 또 다른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 그 책도 꼭 읽어보고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줄게.


2.

그리고 제법 유명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홍범도 장군은 아빠가 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해서 오늘을 생략할게. 아빠가 쓴 독서편지들을 조회해보니 <빨치산 대장 홍범도 대장>이라는 책을 비롯하여 여러 책에서 홍범도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구나.

유학자이면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김창숙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김창숙의 두 아들들도 함께 독립운동 하다가 아들분들인 김환기와 김찬기는 김창숙보다 먼저 옥사와 병사로 돌아가셨다고 하는구나. 자식들을 먼저 보면 김창숙은 마음이 찢어지셨겠구나. 오래 전에 <심산 김창숙 평전>을 읽고 쓴 리뷰가 있는데, 김창숙 님에 대한 이야기를 그때 쓴 리뷰로 대신할게. (아빠가 예전에 이야기한 것은 자꾸 생략하는데 이해해 주렴. 독서편지가 밀려서 부지런히 쓰려고 그러는 거니까. )

1권에서도 잠깐 소개한 박진순에 대해 2권에서는 한 챕터를 할애해서 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단다. 박진순은 동양의 레닌으로 불릴 정도로 철저한 사회주의 사상가였단다. 학창시절 연해주에서 공부해서 러시아어도 잘했어. 아버지의 의병활동에 영향을 받아 독립운동에 힘쓰셨다고 하는구나.

조훈이라는 분은 연해주의 사관생도 출신이었어. 독립자금을 얻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중간 브로커에 속아서 돈은 못 벌고 러시아 벌목장에 노예처럼 갇혀서 탈출도 못하고 막노동만 하게 되었단다. 아빠가 2년 전에 김금숙 님의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란 책을 이야기해 준 적 있는데 김알렉산드라가 벌목장의 노동자들을 도와주어 빼내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때 그 벌목장의 노동자들 중에 조훈이라는 사람도 있었던 것이란다.

빨치산 대장들이라는 챕터에서는 박종근, 박영발, 방준표라는 분들의 행적을 이야기해주었는데 독립운동보다 해방 후 빨치산 활동을 더 많이 해준 것 같았어. 그들이 어떤 독립운동을 했었다고 알려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구나. 그들에게 빨치산이란 가족보다 더 중요한 이상인 것 같았어. “여성이라는 챕터에서는 앞서 이야기했던 주세죽을 포함하여 애국부인회 결성회에 앞장섰던 김마리아, 간호원 출신으로 나중에 의과대학 진학하여 의사가 된 뒤 여성해방운동에 힘썼던 이덕요, 근우회 책사로 일하다가 나중에 조선공상당에서 활동했던 박신우, 여학생 문제 운동을 주독했던 송계월이라는 분들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분들 중에 박신우라는 분은 모스크바에서 남편 김규열과 조선공산당 일원으로 활동을 했는데 김단야와 마찬가지로 일본 스파이의 누명을 쓰고, 남편 김규열은 사형, 박신우는 징역 5년형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1989년에 와서야 그들의 누명이 벗겨지고 복권되었다고 하니, 박신우 님은 1979년에 돌아가셨다고 하니 복권이 안된 상태에서 돌아가셨구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다.

….

그 외에도 이 책에 많은 분들을 이야기해주고 있단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책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으로...^^ <독립운동 열전>( 2)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독립운동 사건도 많았고, 많은 독립운동가들도 알게 되어 좋았단다. 그리고 중간중간 읽어볼 만한 책들을 소개해 준 것도 좋았단다. 오늘날 학교 역사책에 일제 시대의 독립운동에 대해서 어떤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너희들 책을 한번 구경해 봐야겠구나. 이책에서 소개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들에 대한 이야기도 교과서에 더 많이 실려 있으면 좋겠구나. , 그럼 시험 공부 양이 늘어나려나..^^

오늘은 여기서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김사국 씨의 출생지인 충남 연산에서 씨가 다섯 살 때 씨의 진 아우 사민 군과 24세 된 어머니를 남겨두고 가장 사랑해 주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책의 끝 문장: 청년 시절에 그가 꿈꿨던 언어로 표현하자면, 해방을 위한 전투를 쉼 없이 계속했으나 도중에 스러지고 만 외로운 영훈이 지금도 거기에 묻혀 있다.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홍범도 의병부대가 쇠락하게 된 이유가 양반 의병장의 독단 탓이었음이 명백했다. 의병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전투력을 보유했던 함경도 부대를 패퇴시킨 것은 일본군이 아니라 한국의 양반 출신 의병장이었다. 오히려 적군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홍범도는 참았다. 지도자 간의 분쟁은 민족해방운동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연추 주민들의 여론이 그에게 위안을 줬다. ‘이범윤 죽일 놈’이라고 욕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 P119

<독일 스파이> 혐의란 무엇인가? 이동휘가 그 혐의를 받아 부르주아 임시정부의 관헌에게 체포됐다고 한다. 1917년 5~6월의 일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제1차 세계대전의 주요 참전국으로서 독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전시체제였다. <독일 스파이> 혐의는 교전 중이던 적대국가 독일과 내통하고 있다는 혐의였다. 그해 4월의 레닌을 연상하게 한다. 2월혁명이 발발하자 스위스에 망명 중이던 레닌은 독일의 지원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페프트로그라드에 귀환한 레닌은 유명한 4월 테제를 발표하여 전쟁 중단을 요구했다. 또 의회민주주의에 반대하고 소비에트 공화국 수립 노선을 천명했다. 그렇게 급진적인 반정부 운동을 지휘하던 레닌은 반대파에 의해 독일 스파이로 공격받았다. - P160

이데올로기적 외압 조항은 역사적 진실에 배치된다. 독립유공자 여부는 오직 순수하게 독립운동 공적 유무만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1945년 8.15 이전에 독립운동에 헌신한 공적이 있는지 여부만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도 사후적인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외압은 배제되어 있다.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위하여 일제에 항거한 사실이 있는 자"가 애국지사다. 일제로 인해 순국한 자는 순국선열이다. - P314

옥중에서 어떻게 지냈는가. 이 질문에 그(김중한)는 자신의 독서와 사유 체험에 관해 얘기했다. 심리, 윤리, 문학, 생물학 등에 관한 책들을 즐겨 읽었는데, 특히 ‘원시 인류의 생활 상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가 한다. 그때를 억압과 차별, 계급, 착취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향의 시기로 상정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에도 주목할 만한다. 인생의 본질, 해방, 삶의 가치, 자기 파멸, 비애, 전투 등의 어휘가 그의 내면의식을 구성하는 주요 개념들이었다.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답했다. 인생이란 영원히 계속되는 해방을 위한 투쟁이되 승리를 기약할 없는 것이지만, 그렇더라도 비애감에 굴복되지 않고 계속 전투를 해나가겠다고. 이어서 "좀 더 사색을 하고 좀 더 연구를 하여, 이제부터는 좀더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 P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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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1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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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도 일제시대 독립 운동 관련된 책 <제국의 암살자들>을 읽었는데, 이번에도 일제시대 독립 운동에 관한 책을 읽었단다. 우연히 이 책도 최근에 알게 되어 읽었단다. 책의 내용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사건과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에 관한 책이라는 데 더 관심을 갖게 했단다. 예전에도 아빠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학창 시절 배웠던 독립 운동 역사는 반쪽 짜리 역사였단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이들, 또는 해방 이후 북한에서 생활했던 이들의 독립 운동은 배우지 않았단다. 하지만 당시 사회주의는 시대의 한 흐름으로 독립운동가들 중에도 사회주의자가 많았단다. 그들과 그들의 독립 운동 사건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이 책을 알게 되고 나서 곧바로 읽어보고 싶었단다. 이런, 이번에 읽은 책 제목 조차 아직 알려주지 않았구나.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님이 쓰신 <독립운동 열전>이라는 책이 그것이며 이 책은 총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오늘은 그 중에 1, 부제로 <잊힌 사건을 찾아서>라는 책을 소개해 줄게. , 그럼 부지런히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1.

한반도를 떠나 외국으로 독립운동가들의 망명은 1910년 경술국치 전후와 1919 3.1운동 이후 두 차례 많이 있었단다. 경성의학전문학교 학생 이미륵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단다. 경성의학전문학교면 오늘로 치면 서울대학교 의대인데, 그냥 자신의 위치에 순응하면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이미륵은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경찰에 쫓기고 있었단다. 어머니의 권유로 망명길에 오르게 되었어. 후에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끝내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고, 망명 이후 어머니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독일에서 삶을 마감했다고 하는구나. 이미륵 님은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책을 통해 망명객의 삶을 이야기했는데, 아빠도 그 책을 읽어보겠다고 오래 전에 사두고 아직 읽지 못했단다. 그 책뿐만 아니라 이미륵이라는 분의 삶 자체를 더 자세히 알고 싶더구나.

...

망명객의 삶을 소설로 쓴 이는 이미륵 이외에 <상록수>로 유명한 심훈이라는 이가 있단다. 예전에 <상록수>를 재미있게 읽어서 아빠도 심훈이라는 작가에 호감을 갖고 있었단다. 심훈이 1920년대 상해의 망명객들을 소설로 그린 <동방의 애인>을 발표했다고 하는구나.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제목은 알고 있단 책이란다. <상록수>를 재미있게 읽고 심훈의 다른 소설을 알아보다가 알게 된 책이지. 그런데 책 값이 너무 비싼 판본 밖에 없어서 좀 저렴한 판본이 나오길 기다라고 있던 책이었단다. 그런데 이 <동방의 애인>이 바로 1920년대 상해의 망명객들을 그린 소설이라고 하는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박헌영을 모델로 하고 있고, 아빠가 좋아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주세죽을 모델로 한 인물도 나온다고 하는구나. 지은이 임경석 님이 <동방의 애인>에 대한 소개글을 읽어보니 이 책도 꼭 읽어보고 싶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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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심훈은 1920~1921년 상하이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 심훈 자신이 상하이 망명객이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녹여 이 소설을 썼다. 상하이의 거리 풍경에 관한 묘사라든가, 상하이에서 막 발아하기 시작한 사회주의 사상의 수용 및 단체 활동 양상에 관한 서술 등을 보라. 어떤 사료보다도 생생하게 역사적 진실을 전해준다. 국경도시 신의주를 통해 열차 편으로 잠입하는 비밀 활동 참가자의 행동과 심리 묘사도 압권이다. 그를 색출, 체포하려고 노력하는 경찰, 헌병, 세관 관리 등의 언행도 흥미롭다. 이렇게 <동방의 애인> 1920년 상하이 한인 망명자 사회의 내면, 특히 사회주의가 처음으로 수용되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형상화한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서술들이 역사학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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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 2 8일 상하이에서 김립 암살 사건이 일어났단다. 처음에는 범인이나 배후가 일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범인은 조선인 양춘산이라는 사람이었고, 배후는 임시정부 국무국 경호원 오면직, 노종균이었어. 그들은 김구 휘하에 있던 사람이었단다. 그들은 왜 김립을 죽였는가? 김립이 러시아로부터 받은 40만루블을 횡령했기 때문이라고 했어. 40만 루블은 오늘날 돈으로 환산하면 약 50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었단다. 임시정부 국무국 의견은 김립이 횡령을 했다고 했지만 김립 측 의견을 달랐단다. 그 돈은 소비에트 러시아 정부와 코민테른이 임시정부가 아닌 한인사회당에 지원한 돈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한인사회당 소속이었던 김립이 그 돈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지.

여기서 김립이라는 사람을 잠깐 알아보자꾸나. 김립의 본명은 김익용이야. 김립은 1910년 북간도로 망명을 갔고, 그곳에서 광성중학과 나자구무관학교를 창립했단다. 최초 사회주의정당인 한인사회당의 창립멤버이고 소련의 소비에트와 교류하면서 독립운동 자금을 받아오는데 성공했단다. 한인사회당 또 다른 멤버인 박진순은 레닌을 직접 만나 200만 루블 지원을 약속 받았고, 그 중 40만 루블을 1차로 받았던 것이었단다. 하지만 김립이 죽고 나서 소비에트의 지원을 끊기고 말았단다. 임시정부의 김립 암살 사건은 섣부른 판단이었던 것 같구나. 그의 횡령이 의심되었다면 재판을 통해 죄를 판단했어야 했어. 지은이 또한 이 사건을 국가 폭력이라고 판단했는데, 지금이라도 김립이라는 사람을 재평가했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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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김립 암살 사건은 일종의 국가폭력이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내각의 결정에 의거하여 경무국이 집행한 이 사건은 한국 독립운동에 큰 위해를 가져온 불행이었다. 임시정부는 두 가지 점에서 명백한 과오를 범했다. 첫째,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입각해 있었다. 모스크바 자금 40만 금화 루블의 집행권은 임시정부가 아니라 한인사회당에 속해 있었다. 둘째, 설혹 유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형벌의 집행 과정이 적법하거나 적절하지 않았다. 독립운동계의 폭넓은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과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진상이 규명되어야 하고, 망자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 또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기념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계승을 자임하는 한국 정보의 마땅한 태도라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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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920년 일제의 돈 15만원을 탈취하는 사건이 있었단다. 이런 사건은 정말 처음 들어보는 사건이구나. 당시 일제의 돈 15만원은 오늘날 150억 원 상당의 거금이었어. 이 일을 주도한 사람들은 철혈광복단원 여섯 명이었다고 하는구나. 임국정, 윤준희, 최이붕, 최봉설, 한상호, 김준. 이들 중 4명 윤준희, 임국정, 최봉설, 한상호는 이 돈을 가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단다. 그곳에서 독립운동에 필요한 무기를 밀매하고 군관학교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블라디보스토크에 정착해 있던 독립운동가들과도 만나 일을 착착 진행해 나갔어. 그런데 어느 새벽 일본 헌병대의 습격을 받았단다. 최봉설만 간신히 도망가고 나머지 세 사람을 체포되고 말았어.

, 그들은 왜 잡혔는가. 누군가 그들의 계획을 밀고했던 것이란다. 배신자 엄인섭. 그는 한때 안중군과 의병대를 이끌고 반일활동을 했던 거목이란다. 무려 14년간 의병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어. 그런데 그가 왜... 그는 이미 오래 전, 그러니까 1908 11월부터 밀정활동을 했다는구나. 당시에는 몰랐는데 최근 자료에 의해 그 행적이 밝혀졌다고 하는구나. 참 나쁜 사람이구나. 그때 잡힌 윤준희, 임국정, 한상호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대문형무소까지 끌려와서 결국 모두 사형을 당했다고 하는구나.

...

다음 사건은 아빠가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경성을 쏘다>라는 책에서 이야기했던 김상옥의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이란다. 1923 1 12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하하고 경찰과 쫓고 쫓기면서 총격전 끝에 사살되고 말았단다. 아빠가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마지막 총알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근거로 일본 경찰에 의해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의 마지막이 무엇이든 그의 위대한 죽음은 꼭 기억해야겠구나. 김상옥님은 이전에 자세히 이야기해서 오늘은 간단히 마친다.

....

잊힌 사건 중에 그나마 알려진 것이 김원봉의 의열단 투쟁이란다. 아빠가 김원봉에 관한 책을 두어 권 읽고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 줄 때도 이야기했지만, 의열단 투쟁은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단다. 그 중에 한 사건만 소개해 줄게. 황포탄에서 다나카 육군 대장 저격 시도를 했던 오성륜, 김익상, 이종암. 오성륜과 김익상이 체포되었다가 오성륜은 탈옥에 성공하고 김익상은 사형 선거를 받았단다. 김익상은 나중에 감형되어 13년형을 받았단다.

김익상이 감옥에 있는 동안 집안은 몰락했어. 김익상이 없는 동안 동생은 집을 이끌다가 힘에 부쳐 자살을 했고 부인과 딸의 행적도 알려지지 않았대. 김익상 본인도 출소 후 혼자 지내다가 한강에 투신 자살을 했다고 하는구나. 독립운동을 했던 이들의 마지막이 안타까운 경우가 많아 가슴이 아프구나.

이번에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독립 운동 일화를 이야기해줄게. 블라디보스토크에 개척리라는 곳이 있었단다. 망명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어. 나중에 콜레라 때문에 신한촌으로 이전하기 전에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이야. 그곳에서 1910년 정순만이라는 사람이 양성춘이라는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단다. 양성춘은 안창호 측 사람이고, 정순만은 헤이그 특사로 유명한 이상설의 동지였대.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독립운동의 여러 계파가 있었고 알력 다툼이 있었나 봐. 그래서 알력 다툼을 중재하는 회의가 있었는데, 안 좋게 끝나고 그 회의가 있던 밤에 정순만이 양성춘을 찾아가 죽인 사건이었어. 양쪽 모두 독립 운동을 한다고 애썼는데 이렇게 살인까지 일어나다니 안타깝구나.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실치사로 정순만은 1년형을 받았단다. 1년 뒤 정순만이 출소하고 죽은 양성춘의 형 양덕춘과 양성춘의 아내가 정순만을 찾아가 도끼로 죽이는 사건이 일어났어. 이건 그야말로 개인적 원한에 의한 복수 사건이었단다. 하지만 이상설 측에서는 이 사건의 배후로 안창호를 지목하고 안창호 등 4명을 기소했단다. 안창호는 이 일이 있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미국으로 떠났고, 블라디보스토크의 독립운동은 쇠퇴했단다.

...

이후 연해주의 각 세력들은 다시 하나로 뭉치기 위한 노력을 했고, 대한광복군 정부를 수립했어. 러일전쟁 패배 이후 일본에 복수하고픈 러시아도 대한광복군 정부를 적극 지지했단다. 그러던 중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러시아와 일본이 모두 연합군 진영이었어. 그러니까 갑자기 한 편이 된 거지. 일본은 러시아에 항일 운동에 제재를 요청했고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였어. 그래서 해도(연해주와 간도)에서의 독립운동은 다시 위축되고 말았단다.


3.

독립운동을 하다가 친일파로 변절한 사람들이 엄청 많이 있단다. 그 중에 잘 안 알려진 변절 친일파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에서 해주고 있단다. 오현주라는 사람이 있었단다. 인텔리 여성으로 3.1운동 후 대한민국 애국부인회를 결성하고 초대회장도 했었어. 남편 강낙원의 선배가 친일 경찰이었는데, 이 사람이 회유를 했고 이에 넘어가 애국부인회에 대한 모든 정보를 넘겼어. 그래서 1919 11월 대한민국 애국부인회 간부 및 비밀요원들이 대거 검거되었단다. 잡혀간 애국부인회 회원들은 온갖 잔인한 고문을 받았단다. 그에 비해 오현주 부부는 광복 후에도 큰 처벌 없이 천수를 누리다가 오현주는 1989 98살에 눈을 감았다고 하는구나. 하늘은 정의를 모르는가. 이런 사람들이 처벌도 없이 호의호식하면서 천수를 누리는 것을 보고만 있다니...

유학자 김달하라는 사람이 있단다. 유학자이면서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김창숙의 측근이었어. 그런데 그는 친일로 유명한 김활란의 형부 되는 사람이었단다. 김활란의 형부라니 좀 냄새가 나는구나. 김달하는 상하이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했지만 후에 변절하고 김창숙에게 귀국을 회유하였다고 하는구나. 김창숙에 이에 크게 분노하고 다른 이들에게 김달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했어. 얼마 후 다물단이라는 조직이 김달하를 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어. 김창숙이 김달하를 안 좋게 이야기했지만 당시 김달하가 진짜 밀정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구나. 그런데 나중에 다른 밀정이 잡히면서 그가 나눈 편지를 통해 김달하가 진짜 밀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하는구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밀정이 된 이들이 도처에 있었나 보구나. 그들 때문에 더 독립운동이 힘들었겠구나.

경성공업전문학교 학생 대표로 3.1운동을 주도했다가 체포된 김대우라는 사람이 있어. 그의 아버지는 친일파이자 대지주였는데, 아버지가 아들을 회유하고 경찰에 탄원서를 넣고 해서 일찍 풀려났단다. 감옥 생활이 힘들어 그랬는데 그는 쉽게 변절하여 친일파가 되었단다. 유학까지 다녀온 후 도지사까지 했다고 하는구나. 욕이 절로 나오는구나.

고려공산당 초창기 멤버 중에 독고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도 배신을 하고 동지들을 밀고하고 김명시라는 여성 동지가 투옥되었대. 처음에는 독고전이 밀정이라는 것도 몰랐대. 나중에 김단야가 폭로해서 그가 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구나. 그의 나중 행적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구나.

독립운동가인 줄 알았던 김성근이라는 사람도 밀정임이 밝혀져서 상해에 있다가 국내로 도망 오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는 광복 이후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다고 하는구나. 그것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하니, 아직 우리나라 과거사는 정리가 안 된 것이 참 많구나.


4.

101인 사건이란 것이 있단다. 105인 사건은 좀 유명해서 알고 있는데 101인 사건은 처음 들어봤단다. 당시에는 3대 독립운동 탄압 재판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101인 사건이 조선공산당과 연루되어 그 이후 잊혀진 사건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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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305)

101인 사건이란 식민지 시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3개 독립운동 탄압 재판 가운데 하나를 가리킨다. 3대 독립운동 탄압 재판 중 첫 번째는 ‘105인 사건재판으로, 식민지 시대 초기를 대표하는 비밀결사 신민회 탄압 재판이었다. 두 번째는 ‘48일 사건재판으로, 3.1 운동 때 민족대표를 비롯하여 독립선언 사전 모의에 가담한 인사들에 대한 탄압 재판이었다. 이어서 바통을 넘겨 잡은 것이 바로 ‘101인 사건재판으로, 3.1 운동 이후 들불처럼 타오르던 사회주의운동 대표 단체 조선공산당 재판이었다. 세 재판은 피고인 숫자가 각각 105, 48, 101인이었다고 해서 그런 명칭을 갖게 됐다. 당대 언론매체들은 이 세 재판을 식민지 조선 통치 20년래의 대표적 중대 사건으로 지목했다. 항일운동의 역사를 대표하는 사건으로 신민회, 3.1 운동, 조선공산당이 나란히 손꼽히고 있음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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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공산당 사건이라고도 부르는 101인 사건은 1927 9 13일 재판이 시작되었고, 이때 고문치사로 죽은 사람이 있었는데 박헌영은 재판소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명연설을 했다는구나. 하지만 이후에도 고문으로 죽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났다고 하는구나. 박순병, 박길양, 백광흠, 권오상이 그렇게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이한빈이라는 분은 105일 동안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하다가 돌아가셨대. 박헌영도 고문 후유증으로 출소한 이후에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는구나. 출소 당시 사진을 보면 초점 잃은 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단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해두고 그를 바탕으로 정신 없이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메모의 부정확성 때문에 일부 틀린 내용도 있을 거야. 감안하렴. 오늘 편지의 뒷부분에서 변절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런 변절자 말고 진짜 나라를 사랑하신 분들이 더 많았단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채그리고리의 마지막까지 숭고함을 지켰던 가슴 아픈 이야기로 오늘 편지는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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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숨을 거두기 하루 전이었다. 채그리고리는 임종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를 꺼냈다.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자신이 죽으면 유해를 의학 연구 재료로 사용해도 좋다는 뜻이었다. 사후라 할지라도 신체를 훼손하는 일은 불효가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시신 기증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된 게 수십 년 뒤의 일임을 감안하면,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선각자다운 풍모가 여실히 드러난다. 또 하나는 동지들을 만나고 싶으니 다음 날 오실 있는 분들은 모두 모여 달라는 부탁이었다. 국경에서 체포되지만 않았다면 의기투합하여 혁명사업을 함께 도모했을 동지들의 면면이 그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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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태백아 우리 님아 나 간다고 슬퍼마라.

책의 끝 문장: 후보자들이 작성한 자필 문서의 필적을 대조한다거나, 12월테제 채택 전후 각 개인의 행적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립이라는 이름은 혁명에의 헌신을 결단하는, 마음속 깃발과 같은 것이었다. 그는 청년기에 마음 맞는 동향 출신 동료 허헌과 함께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원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기로 맹세했다. 대한제국 시절, 두 사람은 ‘입헌’이라는 글자를 하나씩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위기에 처한 공동체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전체군주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김익용은 ‘설 립’자를 취하고, 허헌은 자신의 본명에 포함된 ‘법 헌’자에 그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은 전제군주가 가지고 있는 국가 주권을 국민의 품으로 옮겨오는 시민혁명을 꿈꾸고 있었다. 김립의 막역한 친구 허헌은 훗날 인권변호사가 되는 바로 그 사람이다. 허헌은 일제 식민지시대에 3.1운동 피고인들과 조선공산당 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했으며, 민족통일전선 단체 신간회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옥고를 치른다. - P70

사형선고를 받은 김익상이 일본 황태자 결혼, 천황 즉위 등을 계기로 하여 세 차례 감형을 받았고, 결국 13년 감옥살이를 마치고 1936년에 출옥했다는 이야기, 출옥 이후에도 예비검속과 요시찰 감시 등으로 고통을 겼었다는 이야기, 1941년 8월에 노량진에서 용산경찰서 경찰과 조우하여 격투를 벌이다가 다시 수감되느니 차라리 자결하겠다고 한강에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 등을 전해주었다. 김익상의 최후는 아마도 사상전향 및 예방구금제도의 시행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1941년 2월에 공포된 <조선사상범예방구금령>에 따르면, 만기 출옥한 시국 범죄자로서 사상전향에 응하지 않는 자는 언제라도 다시 감옥에 수감되어야만 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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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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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오랜만에 김영하 님의 책을 읽었단다. 소설로 국한하자면 더 오래된 것 같구나. 그도 그럴 것이 김영하 님이 9년 만에 장편소설을 내 놓았다고 하는구나. 이번에 읽은 <작별인사>라는 책이 그 책이란다. 아빠가 김영하 님의 광팬은 아니라서 그의 많은 작품을 읽은 건 아니지만, 가끔 에세이와 소설을 읽었단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김영하 님은 글을 잘 쓰시는 것은 인정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와서 하시는 입담이 더 좋으신 것 같구나.

아무튼 이번에 읽은 <작별인사>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읽었단다. 읽다 보니 SF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아빠가 알기로는 김영하 님께서 SF 소설을 출간하신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 SF 소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서 김영하 님도 그런 SF를 쓰셨나 싶었는데, 책을 덮고 책소개를 읽어보니, 원래 이 소설은 2019년 신생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의 청탁으로 짧은 장편 소설로 썼다가 이후 코로나 19 바이러스 펜데믹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재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이 소설의 주제도 그런 인간의 존재로 바꾸면서 분량도 배 이상 늘려서 다시 써서 출간한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바로 <작별인사>라는 소설이란다.


1.

아빠가 이 책이 SF라는 것으로 모르고 책 읽기를 시작해서 초반부에는 철이와 철이 아빠 그리고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사는 가정집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했단다. 아빠를 마중 나갔던 철이는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잡혀가게 되는데, 미등록된 휴머노이드라면서 철이를 수용소로 보냈단다. 철이는 평생을 자신이 인간이라서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소리? 철이는 당연히 자신을 검사한 기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아빠에게 연락해 달라고 했지만, 그들은 거절했어.

철이의 아버지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회사 휴먼 매터스의 연구원인 최진수 박사였단다. 철이는 고성능 최신식 휴머노이드였는데, 최진수 박사는 그 사실을 철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구나. 이런 사실을 모르는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것을 믿을 수 없었어. 그는 먹을 것도 먹고, 어렸을 때의 추억도 기억하고 있었거든

수용소에 있으면서 같이 잡혀 들어온 선이와 민이와 친해졌단다. 민이는 애완용 휴머노이드로 제작되었다가 버림 받은 후에 이곳에 왔다고 했어. 선이는 휴머노이드가 아닌 사람인데 수용소에 와 있었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선이는 불법으로 복제된 복제 인간 클론이었단다. 아참, 철이의 집이 있는 곳은 평양인데, 지금처럼 분단된 상황이 아니고 통일된 한국의 평양이었단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좋지 않았어. 무엇 때문인지 내전 중이었고, 수용소도 그 영향을 받게 되었단다. 어느날 수용소의 전기가 끊기고 외부 민병대의 공격으로 난리가 났단다. 그 혼란 속에서 철이, 선이, 민이는 수용소를 탈출했단다.

철이는 아빠가 있는 것으로 가려고 했는데, 곳곳에 추격대가 있어서 어려웠단다. 도망 중에 추격대의 공격으로 민이 죽었고, 선이는 민의 머리통만 챙겨 도망을 갔단다. 나중에 다시 재생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선이는 달마라는 재생 휴머노이드를 만나게 되는데, 달마는 휴머노이드로 이루어진 조직의 리더였어. 달마는 휴머노이드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가 있었는데, 철이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는데, 이번에는 철이는 인간이 아닌 휴머노이드로 확인됐어.


2.

철이 아빠 최진수는 철이를 다시 데려오려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런 와중에 철이가 수용소를 탈출하게 되어 재판은 할 수 없었지. 최진수는 철이의 위치를 파악하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했어. 철이 몸 내부에 있는 통신 장치를 활성화하는 거야. 어느날 철이는 머릿속에서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이로써 철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하고 절망했지. 얼마 후 철이 아빠가 철이를 찾아와서 함께 가자고 했지만, 철이는 안 가겠다고 했어. 철이는 자신은 인간이 아니니 선이와 함께 가겠다고 했지추격대들은 계속 공격을 했고, 그 공격 와중에 철이는 정신을 잃게 되었고, 적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게 되었단다. 철이가 정신을 잃게 된 것은 철이 아빠가 철이의 전원을 꺼버렸기 때문이란다.

철이 아빠는 철이의 머릿속의 자료를 서버에 일단 백업을 했어. 하지만 철이의 몸을 대체할 것을 구하지 못했지. 한동안 인공지능으로 만든 고양이에게 백업을 해서 철이는 고양이의 몸으로 살기도 했어. 철이 아빠는 무등록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일로 회사에서 짤리게 되고, 싱가폴 연구소에 재취업했지만 그곳에서도 성과가 없어서 금방 해고당했단다. 그 이후 술로 나날을 보내면서 타락의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까지 가게 되었어.

철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달마가 철이의 소식을 접하고 철이는 예전 모습, 그러니까 휴머노이드로 다시 만들어 주었어. 철이는 선이를 찾아 나섰고, 선이는 시베리아에서 지내는 것을 알게 되었어. 철이는 선이와 함께 그곳에서 세상을 등지고 지내게 되는데, 선이는 클론, 복제 인간의 한계로 병이 많이 생겼단다. 결국 선이가 죽고 철은 홀로 동물들과 함께 지냈어. 어느날 산책을 하던 중 곰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게 되었단다. 달마에게 연락을 하면 다시 재생할 수 있었지만, 철이는 달마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냥 죽음을 맞이하게 된단다. 인간처럼 말이야. 그렇게 소설은 끝이 났단다.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인 듯 했어. 휴머노이드, 우울한 미래 등을 다룬 다른 SF 소설들과 큰 차이점이 없어 다소 아쉬웠단다. 이 소설이 SF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뭔가 지금까지는 없는 디스토피아가 그려질 것이라 기대를 했는데 말이야. Jiny SF 소설을 좋아하니까 이 소설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그 무렵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 달렸다.

책의 끝 문장: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중국인들은 낮의 하늘이 밤의 하늘이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낮의 하늘은 자꾸만 변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아침엔 붉었다가 낮에는 파랬다가 저녁엔 다시 붉어지잖아? 흐린 날에는 회색이고. 하지만 밤은 늘 검지. 그리고 중국인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점을 쳤기 때문에 밤하늘이 더 의미가 있었을 거야. 지금 생각해보면 중국인들이 옳았어. 검고 어두운 하늘이 진실에 가깝지. 낮에는 태양의 강렬한 빛 때문에 오히려 우주의 본모습이 가려진 거고. 지금도 우주 관측은 깊은 산속의 천문대에서 밤에 하잖니." - P18

"그냥 얼음과 물일 뿐인데, 왜 이게 이렇게 가슴 시리게 예쁜 걸까? 물이란 게 수소와 산소 분자가 결합한 물질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것을 아름답게 느끼도록 만들어진 걸까?" - P135

"의식이 있는 존재는 돌멩이나 버섯과 달리 자기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요. 다른 존재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고, 우주의 역사나 기원에 대해 알아갈 수도 있어요. 자기에게 고통을 준 존재들을 용서할 수 있고, 그 고통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곰곰이 되새긴 다음, 그런 일이 자신에게든,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든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어요." - P152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다가올 기계의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지고 과거와 미래도 의미를 잃습니다." - P160

인간은 지독한 종이야.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것을 동원해 닥쳐온 시련과 맞서 싸웠을 때만, 그렇게 했는데도 끝내 실패했을 때만 비로소 끝이라는 걸 받아들여.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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