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일과 선택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2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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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조우성 변호사님의 법정 에세이 <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단다. 1권과 마찬가지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단다. 읽는 사람들은 재미있지만, 실제로 겪은 사람들은 힘들었겠구나, 하는 에피소드들도 많았단다. 이런 저런 사기에 휘말리고, 친했던 사람들과 법적인 문제로 휘말리기도 하고, 뜻밖에 사고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럴 때 지인 중에 변호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좋은 변호사란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그 법을 잘 해석하는 융통성과 논리적을 잘 이야기해서 판사를 잘 설득하는 변호사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사람을 가장 알고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단다. 변호사는 결국 법에 앞서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잖니.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본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어. 사람을 중시하고 그 사람에 받는 해결법을 찾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법이고, 그런 해결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좋은 변호사요, 훌륭한 변호사야. 그래서 때로는 법적 경고장보다 감사의 편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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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법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칙인데 그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규칙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을 협박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위임에도 이런 일들은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살면서 누구나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 그때 명심해야 할 것은 혼자 앓지 말고 주위에 적극적인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고 당할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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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좋은 변호사인데 경험이 부족한 경우, 어떤 에피소드를 읽다가 오히려 사기를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내는 도망가고 아들은 희귀병에 걸리고, 어머니는 암에 걸리는 등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절도를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변호사는 최대한 노력해서 집행유예를 받아냈는데, 알고 보니 집행유예를 변호사를 속였다는 것이야. 얼마나 배신감을 받았을까? 이 사건은 지은이 신입 때 있었던 일인데, 이 일이 있고 난 이후에는 반드시 사실 확인을 한다고 하더구나.


1.

법에 휘말리는 일 중에는 자신이 한 말 때문에 나중에 화살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는 구나. 이런 에피소드를 보고 나면, 말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말조심은 해야겠지. 한번 내뱉은 말은 거둬들이기 정말 어려우니 말이야.

이 책을 쓰신 조우성 변호사님이 법보다 사람을 우선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변호사 경험이 도움이 되었겠지만, , 특히 고전을 많이 읽어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셔서 그런가 아닌가 싶었단다. 직접 책을 많이 읽었다는 이야기는 안 하셨지만,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옛 고전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같이 실어주셨단다. 고전 읽기가 쉽지 않은데, 고전의 일부분들을 쉽게 소개해주어 재판 에피소드를 읽는 재미에 고전의 일부를 맛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단다.

몇 가지를 소개해주면,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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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관계란 상대적이다. 어느 관계에서는 내가 우월한 입장이지만 다른 관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순환의 섭리를 깨닫지 못하고 약한 자에게 유독 가혹하게 구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언젠가 더 강한 자가 나타나면 호되게 당할 가능성이 크다.

응립여수 호행이병(應立如睡 虎行以病)’이라는 말이 있다. ‘매는 조는 듯이 앉아 있고, 호랑이는 병이 든 듯 걷는다라는 뜻이다. 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언제나 조심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진정한 고수는 절대 약자 앞에서 허세나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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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개 더 소개를 해주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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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3)

송명시대의 학자 정자(程子) <논어>를 읽은 사람을 크게 넷으로 나누었다. <논어>를 읽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다 읽은 뒤 한두 구절을 얻고 기뻐하는 사람, 다 읽은 뒤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논어>를 읽기 전에도 이러한 사람인데 다 읽고 나서도 또 다만 이러한 사람, 즉 아무런 변화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독서는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앎으로 승화되어야 하고, 그 앎이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 속에서 진정한 보석을 골라내어 자신의 삶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급변하는 오늘날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지식의 전사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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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당장 오늘부터 대화의 방식을 바꿔보자. 내 말을 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묻고, 그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대답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다. 이렇게 딱 한 달만 해보자. 상대방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얻음과 아울러 당신은 사려 깊은 사람으로 각인될 것이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올리버 웬델 홈즈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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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라는 말이 참 와 닿는구나. 잘 말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고 더 어렵다는 점.

…..

1권 이야기할 때도 이야기했듯이 많은 에피소드들이라서 일일이 이야기해주지 않은 점은 이해 바란다. 지은이 조우성 님을 검색해보니 활발하진 않지만 유뷰트 채널도 있더구나. 나중에 함 방문해봐야겠구나. ,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PS:

책의 첫 문장: 로마인은 수많은 전쟁에서 이겼다.

책의 끝 문장: 내게 맞는 운명의 옷을 입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인생의 이치가 아닐까.


법이 항상 약자를 보호하는 건 아니다. 이처럼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었음에도 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더 곤란을 겪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그것을 위한 수단은 투쟁이다."라고 말한 데에는 이처럼 약자 스스로 노력하여 원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 있을 것이다. - P87

완장을 찬 듯 어깨에 힘을 주며 임시로 주어진 권력을 마구 휘두른다면 결국 사람도, 자리도 모두 잃고 만다. 권력이란 것은 영원하지 않으며 권력에 눈이 멀어 섣부른 힘을 행사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과 위치가 바뀔지 모를 일이다. 기억하자.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악역도 현명하게, 최선을 다해서. 그러나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을 잃어선 안 될 것이다. - P183

수십 권의 책을 읽어 지식을 쌓고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바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나 자격증은 전문가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에 불과하다. 임상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과 지혜까지 겸비해야 진정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 정도 수준이 되어야 책임 있는 진단과 조언이 가능해진다. 책에서 배운 것만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어설픈 전문가가 초래하는 위험은 생각보다 크다. 나의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건대 정말 그렇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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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삶과 태도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1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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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작년에 우리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 드라마는 실제 있었던 재판을 드라마의 소재로 삼았다고 했어. 드라마에서 나왔던 재판들이 담긴 책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작년에 읽은 신민영 변호사님의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가 그 중에 하나이고, 또 다른 책이 조우성 변호사님의 <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2>이란다. 그 책을 이번에 읽었단다. 오늘은 먼저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지은이 조우성 변호사님은 변호사 경험이 25년이라고 하시는구나. 직접 경험하거나 주변에서 보고 들은 재판에 관한 에피소드를 다음 책이란다. 1권은 <삶과 태도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부제는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단다. 1, 2권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단다. 지은이 조우성 변호사님께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셔서 그런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술술 읽히더구나.


1.

1권에 나온 에피소드들 중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에피소드에 나왔던 사건들은 <몇 대 맞으시면 됩니다> <횡재가 횡액이 되는 순간>라는 재판이었어.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일은 정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니 놀랍구나. <몇 대 맞으시면 됩니다>는 삼형제가 거액의 상속을 받게 되는 내용이었어. 드라마에 있었던 것 기억나지 못된 형들이 막내의 돈을 빼앗아 가려고 했던 에피소드. 실제 사건도 비슷했단다.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내던 막내. 논의 명의도 막내 이름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땅이 개발이 되면서 큰 돈을 받게 되었어. 그런데 형들이 찾아와서 아버지의 논이었으니 큰형이 50, 둘째 형이 35, 막내가 15로 나눠야 한다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했대. 그리고 이때 발생하는 세금도 막내가 모두 지불하는 것으로 해서 각서까지 썼다고 하는구나. 막내 분의 아들이 지은이를 찾아왔다고 하는데,  그가 내놓은 해결책은 드라마에서처럼 형들에게 상해를 당하는 것이었단다. 그 작전이 성공해서 증여는 취소할 수 있었고, 드라마에서처럼 막내는 형들과 돈을 똑같이 나누었다는 이야기란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하려고 만들어낸 에피소드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 막내라는 분도 또한 대단하구나. 그렇게 못나게 군 형들에게 돈을 똑같이 나눠주다니 말이야.

그리고 또 하나 이야기는 로또 당첨금에 대한 이야기란다. 드라마에서 나왔던 그 로또 이야기.. 친구들과 당첨금을 나눠 갖기로 했는데 한 친구가 꿀꺽해서 열린 재판. 결국 재판에서는 친구들에게 똑같이 당첨금을 나누라는 판결이 나왔지. 그런데 그 이후 당첨금을 받은 이는 바람을 피우고 이혼까지 했다고 했어. 그 이후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교통사고 당시 법률적으로 부인이 없던 그의 유일한 상속인은 아이들이었어. 그래서 그의 로또 금액과 생명보험금의 그의 아이들에게 돌아갔고, 미성년자인 아이들을 대신해서 상처를 받았던 전처가 관리하게 되었다는구나. 이 에피소드도 좀 각색이 되긴 했지만, 드라마에서 거의 비슷하게 그려졌단다. 세상에 참 별난 일이 많기도 하다는 생각과 함께, 잘못한 사람은 결국 천벌을 받는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

이 책에는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쭉 나와서 일일이 소개하기는 그렇고 나중에 너희들도 좀 더 크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더구나.


2.

아빠는 법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단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법률 상식을 얻을 수도 있는데, 부모님이 빚을 남기고 돌아가실 경우 상속을 포기하면 빚도 갚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단다. 그런데 상속인이 사망하게 되면 손자에게 넘어갈 수 있으니, 손자도 상속에 개시되기 전에 상속을 포기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이런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엄한 빚을 내는 일은 없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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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상속으로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된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식들이 부모의재산이 아니라을 물려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중에는 부모의 빚을 물려받지 않기 위한 상속포기라는 제도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있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3개월의 상속포기 신고기한을 놓치는 바람에 부모의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법에서 규정한 절차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기에 결코 소홀히 지나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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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족 간에 일어나는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해 주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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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우리 형법은 친족 간에 일어나는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는 형을 면제해주고 있는데 이를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라고 한다. 김 사장 아들의 경우처럼 직계혈족 간의 절도죄에 대해서는 형벌 자체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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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이해가 가더구나. 수 많은 사례들에 맞는 법을 찾아내야 하니 말이야. 아무튼 앞으로도 법적인 일에 휘말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혹시나 법적인 일에 휩싸일 일이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변호사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단다. , 오늘은 1권의 이야기를 간단히 끝내고 조만간에 2권의 이야기도 해줄게.

이상.


PS:

책의 첫 문장: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6개월 전에 위암 선고를 받으셔서 현재 항암 투병 중이십니다.”

책의 끝 문장: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람이 법에 기대어 법정을 찾게 되는 때는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지만, 소송 이후의 삶은 천차만별로 달랐다. 어떤 이는 승소를 해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지 못했고, 어떤 이는 패소를 해도 후련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2년의 재판 끝에 승소를 했음에도 분노에 젖어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이 사건은 이길 수 없습니다. 패소가 확실합니다."라고 말해도 끝까지 철회하지 않고 심지어는 패소했음에도 나를 지인에게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 P6

먼저 1단계는 ‘당혹감’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좀더 신간이 지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상대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느끼는 2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곧 화가 누그러지면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누구를 탓하겠어. 사람을 잘못 본 것도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탓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3단계다. 이를 넘어서 4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을 ‘직면’하고 ‘성찰’하려 한다. ‘좋아, 어차피 일이 어떻게 된 거 최대한 잘 처리하도록 하자. 냉정을 잃지 말고 아울러 이번 일을 나의 교훈으로 삼자. 분명 이 경험도 내겐 득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이다. - P93

노자의 <도덕경>에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 P151

사람들이 소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서로 자존심을 걸고 법정싸움을 벌일 때는 적당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서로 양보하고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이득일 텐데 자존심이 걸려 있으면 달라진다. 합리적인 선택을 그 자존심이란 녀석이 가로막는다. 사람은 그만큼 감성적인 존재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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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딩 엣지
토머스 핀천 지음, 박인찬 옮김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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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에서 서핑하다가 알게 된 책 <블리딩 엣지>를 읽었단다. 지은이라는 토머스 핀천이라는 사람으로 아빠는 처음 알게 된 사람이야. 먼저 읽은 이들의 평을 보면, 토머스 핀천이라고 하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 뜨자마자 구매하겠다는 평들이 있었단다. 아빠는 처음 보는 작가인데 말이야. 아직 아빠의 책읽기의 레벨은 한참 낮은 것 같구나. 그리고 이 책이 2001 9 11일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했어. 9.11을 다룬 추리 소설인가 보다 하고 책을 펼쳤단다. 아참, 지은이의 대표작에 <V>라는 소설이 있더구나. 아빠가 어렸을 때 TV 드라마로 엄청 인기를 끌었던 그 드라마의 원작 작가로구나. , 재미있겠네, 이러면서 잔뜩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지.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찾아보니 토머스 핀천의  <V>는 아빠가 알던 그 <V>가 아니었더구나. 책도 무척 힘들게 읽었단다.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큰 코를 다쳤다고나 할까. 만약 토머스 핀천이 어떤 소설을 써 왔는지 알았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책을 펼쳤을 텐데, 아빠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책을 펴서 크게 당한 것 같구나. 먼저 읽은 이들이 독서의 고수라서 그런 평들을 적은 것인데, 아마추어 독서가가 그런 리뷰들만 믿고 덥석 책을 편 잘못도 있는 거지 뭐… 700 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을 힘겹게 읽어 내려갔단다. 간신히 줄거리만 쫓아가는 수준이라고 할까. 지은이 토머스 핀천은 1937년생이고 이 책이 2013년에 나왔으니 70대 중반에 쓰신 것인데, 최신 IT 기술에 관련된 용어들을 그렇게 잘 알고 계시다니정말 많이 노력하시는 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어떤 분인가 알아보려고 인터넷 좀 찾아봤더니, 꼭꼭 숨어 지내는 작가라고 하는구나. 그래서 그의 최근 사진은 전혀 없고, 젊은 시절의 사진, 그것도 흑백 사진이 전부더구나.


1.

, 그럼 이제는 책 이야기를 해보자꾸나. 주인공은 맥신 터노라는 사람이란다. 직업은 사기 조사관으로 각종 사기를 조사하여 밥벌이를 하는 프리랜서란다. 이혼을 하고 딸 지기와 아들 오티스과 함께 살고 있어. 남편 호스트와도 가끔은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 주변 인물을 살펴 보면 아이들의 친구 피오나의 엄마 바이어바라는 이웃이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 하이디가 있단다.

그리고 레지라는 친구가 있는데, 다큐멘터리 제작자이기도 해. 그런데 그 레지가 해시슬링어즈라는 회사의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데, 그 회사의 자금 흐름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 제보로 맥신은 해시슬링어즈라는 회사를 조사하기 시작했단다. 해시슬링어즈는 컴퓨터 보안회사이고 대표는 게이브리얼 아이스라는 사람이었단다. 이 회사를 조사해보니 정말 자금 흐름이 좀 이상했어. 이 회사의 돈이 파산한 닷컴 회사를 통해서 중동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거야. 그것도 엄청난 돈이 말이야. 그런데 맥신이 해시슬링어즈를 조사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지나서, 맥신은 미행을 받기 시작했단다. 정보부 요원 같긴 한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찾아왔어. 미행도 아니고 대놓고 윈더스트라는 사람이 찾아왔단다. 그리고 다음날은 누군가 윈더스트라는 사람의 정보가 담긴 USB가 배달되었단다. 맥신이 조사를 하려고 하던 사람이 죽기까지 했단다.

이 정도면 상당히 위험한 일인데, 아빠 같았으면 조사하던 것을 그만두었을 텐데... 자금의 흐름이 중동으로 넘어가고, 무엇인가 큰 사건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즈음, 그 무시무시한 사건이 일어난단다. 2001 9 11일 아침. 아빠도 그 당시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구나.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시점, 지방 출장을 갔다가 업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비행기가 박혀 있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았단다. 영화보다 더 무시무시한 장면이 뉴스로 송출되고 있었어.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한 대의 비행기가 옆의 건물에 쾅. 얼마 뒤에는 그 두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데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단다.

알카에다가 일으킨 테러였어. 그 이후 아프간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어. 그것도 어느덧 20년이 넘었구나. 하지만 아직도 생생하구나. 아무튼 이 소설 속에 등장인물들도 그 무시무시한 사건을 겪었단다. 그런데 맥신의 전남편인 호스트의 사무실이 바로 세계무역센터에 있었어. 연락이 닿지 않는 남편 때문에 온 식구들이 걱정을 하였지. 하지만 다행히 사무실에 있지 않았고 괜찮다는 연락이 왔단다. 나중에 호스트와 관계가 좋아지면서 맥신을 다시 합치기로 했단다.

....

당시 911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들, 아니 음모설들이 돌았단다. 이 소설도 그런 음모설을 모티브로 해서 쓴 소설인 듯 싶구나. 911 배후에 깊이 관여한 한 컴퓨터 보안회사의 이야기. 그 뒤에는 더 큰 세력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로 아빠는 이해했단다.


2.

이 소설의 제목 블리딩 엣지(Bleeding Edge)라는 말은 유용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위험성이 커서 오직 얼리어댑터만이 편하게 느끼는 최첨단 과학기술로서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벤처자본가들이 고위험을 무릅쓰고 덤벼드는 IT 기술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더구나. 그런 만큼 소설에서는 9.11 배후를 쫓는 이야기 이외에 해시슬링어즈를 중심으로 한 가상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그것이 9.11 배후 세력들과 연관성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하지만, 아빠는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단다. IT 용어들이 난무하고 금융 용어들도 난무해서,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읽기 쉽지 않았단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고, 다시 읽어보겠냐고 하면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구나. 이런 소설은 만렙의 독서가들에게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구나.

마지막으로 옮긴이에 대한 이야기 하나. 옮긴이는 박인찬 님이란 분인데,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 일반적으로 거센소리를 사용하는 말들을 모두 된소리로 옮겼을까? 궁금하더구나. 예를 들어 이탈리아가 아닌 이딸리아, 아르헨티나가 아닌 아르헨띠나, 과테말라가 아닌 과떼말라 등그 밖에 모든 외래어의 거센소리들을 된소리로 옮긴 듯 했어. 그래도 못 알아먹는 것은 아니지만, 괜한 고집처럼 보이더구나.


PS:

책의 첫 문장: 2001년 봄의 첫날, 몇몇 사람들의 데이터에 여전히 로플러로 저장되어 있는 맥신 터노는 아들들을 학교에 바래다주는 중이다.

책의 끝 문장: 그래도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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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스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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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이 번에 읽은 책은 두께도 얇고 평도 좋아 그리 어렵지 않은 소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기 쉽지 않았단다. 소설이지만 재미를 찾는 소설이 아니었어. 그 책은 폴 하딩이라는 처음 보는 작가의 <팅커스>라는 제목의 소설이란다. 팅커스의 철자는 tinkers 이고, 그 뜻을 찾아보니 땜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단다. 책을 읽어보니 소설의 주인공의 아버지의 직업과 관련된 단어인 듯싶구나.

뒤늦게 인터넷 서점에 적혀 있는 이 책의 소개를 읽어보았단다. 책의 내용보다 더 파란만장한 책의 사연이 있었더구나. 책 안의 내용보다 책 자체의 사연이 더 극적이더구나. 지은이 폴 하딩은 음악을 하는 밴드의 드러머였다고 하는구나. 그러다가 밴드가 해체되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10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었다고 하는구나. 그 정도 무명 시절을 겪다 보면 포기할 뻔 한데, 그는 포기하지 않고 첫 장편 소설을 썼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여러 출판사로부터 출간을 거절당했대. 이유는 느리고, 명상적이고 잔잔하다는 이유였다고 하는구나. 다행히 어느 독립출판사에서 받아주어 소설을 출간하게 되었대. 이후 그의 소설은 입소문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비평가들과 언론사에서도 알게 되었고 퓰리처상까지 수상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 책이 바로 아빠가 이번에 읽은 <팅커스>라는 책이란다.

이 책 소개에서 아빠가 공감했던 부분은 처음에 여러 출판사가 출간을 거절한 이유 느리고, 명상적이고 잔잔하다라는 부분이란다. 아빠가 이 책을 읽고 느낀 부분을 짤막하게 잘 설명한 것 같구나. 소설 꽤나 읽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뛰어나게 느껴졌겠지만, 아빠 같이 소설 꽤나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읽기 쉽지 않았단다. 소설이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죽음을 앞둔 이의 의식이 닿는 시간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단다. 작년에 힘들게 읽은 소설 <소리와 분노>가 떠오를 정도였단다. 이 책이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아빠는 이 책을 누군가에 추천해주지는 못할 것 같구나. 아직 아빠의 소설 읽는 능력을 더 쌓아야겠구나.


1.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첫 문장 때문이었단다. 주인공 조지 워싱턴 크로즈비라는 사람이 죽기 여드레 전부터 환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주마등(走馬燈)이라는 말이 있단다. 장식용 등의 일종으로 그 등에 사람이나 말의 그림이 있는데, 마치 말이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등이란다. 그런데 보통 죽음의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의 삶이 영화처럼 머릿속에 보이는 경우를 두고 주마등을 보는 것 같다는 표현을 하곤 한단다. 사람들이 죽기 전에 사람의 삶 전체가 빠르게 떠오르는 것을 빗대어서도 이야기를 하지.

소설 <팅커스>의 첫 문장을 읽고 나서 주마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단다. 그리고 소설이 자신의 길고 길었던 삶을 다시 재조명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소설일 거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단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질서정연한 기억들이 적혀 있는 책이 아니었단다. 주인공 조지 워싱턴 크로즈비가 죽기 팔 일 전부터 의식을 되찾았다가 잃었다가 하면서 의식 속에서 떠오른 자신의 삶 속에 일부 장면들을 시간 순서 없이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소설이란다. 가장 많이 떠오르는 장면은 아버지 하워드 크로즈비에 관한 이야기란다.

주인공의 삶에 좋든 안 좋든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이 그의 아버지였던 것 같구나.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여러 가지 장사도 하고 땜쟁이 일도 있던 아버지 하워드. 아버지는 간질이라고 하는 불치병을 앓고 있었단다. 그래서 조지뿐만 아니라 가족들 모두 고생을 많이 하고 했어. 처음에는 아이들 앞에서는 간질 발작을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잖니. 어느날, 크리스마스였던 것 같은데, 아버지는 식구들 앞에서 발작을 심하게 되고 조지는 그로 인해 다치기도 했단다. 조지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어. 어린 조지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집을 나가기도 되고, 가족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아버지도 집을 떠나게 된단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아버지와 조지가 다시 만나서 잔잔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이 났단다.

그렇게 아버지와 다시 만나 서로 이해하는 장면을 끝으로 주인공 조지의 삶도 마감을 하게 된 것 같구나.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 장면을 떠올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었구나. 이 정도가 아빠가 이해한 이 책의 내용이란다. 그것도 정확하다고,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구나.

….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 하나 있다면 이 소설의 주요 스토리도 아니고, 소설에서 빠져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란다. 그럼에도 공감이 가고,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부분이었어. 바로 이 부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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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전 비누도 아무 문제 없었는데.

물론 없었죠. 하지만 이게 더 좋아요.

예전 비누도 아무 문제 없었다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게 더 좋을 수가 있어요?

. 더 잘 닦입니다.

전에도 잘 닦였어요.

이게 더 잘 닦여요더 빠르고.

, 그냥 보통 비누가 든 상자를 가져갈래요.

이제는 이게 보통 비누예요.

예전의 그 보통 비누를 살 우 없단 말인가요?

이게 보통 비누라니까요. 장담합니다.

아니. 나는 새 비누를 써보고 싶지 않아요.

이건 새 비누가 아니에요.

알았어요. 크로즈비 씨. 당신 말대로 해요.

저기요. 부인. 1페니를 더 내셔야 하는데요.

1페니를 더? 왜요?

비누가 좋아져서 1페니가 올랐거든요.

파란 상자에 든 다른 비누를 사면서 1페니를 더 내라고요? 그럼 그냥 예전의 그 보통 비누를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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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본주의 시장논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하잖니. 기존 것도 잘 쓰고 있는데, 뭘 바꿨는지도 모르는데 가격이 올라가 있는 그런 상황 말이야. 이번에 읽은 <팅커스>라는 책도 개정판을 내면서 책 가격이 12,000원에서 14,800원으로 올랐더구나.


PS:

책의 첫 문장: 조지 워싱턴 크로즈비는 죽기 여드레 전부터 환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책의 끝 문장: 잘 있어라.


죽기 백서른 두 시간 전 조지는 붕괴하는 우주의 소란에서 깨어나 밤의 어둠과 적막 속에서 눈을 떴다. 악몽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희미해지자 그는 그 적막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실에는 긴 소파 옆의 작은 탁자에 올려놓은 자그마한 백랍 램프 하나에만 불이 밝혀져 있었다. 긴 소파는 병원 침대와 평행으로 놓여 있었다. 소파 반대편 끝 쪽에 손자 하나가 앉아 탁자 위 불빛에 몸을 기울인 채 책을 읽고 있었다. - P35

아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왔다. 그녀는 그가 죽어가는 동안 매일 밤 몇 시간씩 얕은 잠을 잤다. 그녀는 테두리에 짙푸른 파이핑 장식이 달린 옅은 파란색 면 가운을 입고 있었다. 슬리퍼가 복도 나무 바닥에서 질질 끌리는 소리를 냈다. 그녀가 좁은 보폭으로 걸으며 잠과 피로 때문에 발을 약간 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실 바닥을 덮은 페르시아 바닥깔개 위에 오르자 끌리는 소리가 멈추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 옆에 서서 그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 조지, 당신은 내 마음의 몸을 기울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 조지, 당신은 내 마음의 기쁨이에요. 우리 함께 멋진 인생을 살지 않았나요? 우리는 함께 온 세계를 돌아다녔죠.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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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 2023-03-09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에서 책 쇼핑하다가 우연히 리뷰를 보게 됐는데 정말 멋지시네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라니.. 괜히 제가 감동했네요. ㅎㅎ 따님과 아드님이 정말 행복하실 것 같아요. :)

bookholic 2023-03-10 00:1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책 읽고 이왕 리뷰를 쓰는 것, 아이들한테 이야기해준다는 생각으로 쓰면 좀더 쓰기 편할 것 같아서 편지 형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도도 님, 즐겁고 편안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한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1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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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우리가 작년에 부여와 경주에 여행가면서 백제 역사 탐방, 신라 역사 탐방이라고 했잖아. 그 때 박영규 님이 쓴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을 읽었지. 고구려 역사 탐방은 비록 가지 못했지만, <한 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은 읽어야겠다 생각했단다. 삼국시대 중에 가장 넓은 땅을 가졌고, 중국의 여러 나라들과 맞짱을 떴던 고구려. 누군가는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을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 아빠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아빠와 너희들이 이 땅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단다. 과거 역사의 조금만 변해도 수 많은 우연으로 태어난 우리가 태어나질 못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야.

고구려가 통일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륙으로 널리 뻗어나갔던 고구려의 700년 역사를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너희들에게 이야기하려고 메모를 하면서 읽었지만, 잘못된 부분도 있으니 이해해주렴. 그리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역사책들은 지은이의 생각, 즉 사관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나오는 일부 내용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하렴.


1.

고구려를 세운 사람은 고주몽이라는 것을 너희들도 알고 있잖니. 예전에 그를 다룬 드라마 <주몽>이 인기를 끈 적도 있단다. 아빠는 안 봤지만 말이야. 고주몽은 북부여의 시조인 해모수와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났단다. 당시 해모수는 나이가 엄청 많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이미 아들 해부루와 손자 금와가 있었다고 했어.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주몽을 임신한 유화는 왕궁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왕궁으로 돌아오는데 그때 주몽을 돌보아준 사람이 금와였단다. 그런데 금와의 아들 대소는 주몽을 시기했단다. 아무래도 해모수의 아들이라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을 거야. 그래서 대소가 주몽을 죽이려고 했고, 그래서 주몽은 친구들과 함께 졸본 땅에 있는 구려국으로 망명을 했단다. 그리고 기원전 37년에 졸본 땅에 고구려를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사실 그 지역에 이전부터 구려라는 나라고 있었는데, 주몽이 더 발전시켜서 '숭고한'이라는 뜻의 '()'을 붙인 것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니 실제로 고구려의 역사는 기원전 37년부터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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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이 기록과 소서노 이야기는 일맥상통한다. , 졸본부여로 망명한 주몽이 계루부의 족장 연타취발의 둘째 딸 소서노와 결혼하여 계루부의 세력 확장에 기여하고 마침내 연노부를 누르고 왕이 됨으로써 계루부 중심의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켰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연노부를 중심으로 한 졸본부여의 국호는 구려였는데, 계루부를 일으킨 주몽이 왕위에 오른 후부터 위대한’, ‘숭고한등의 뜻을 가진 고()를 덧붙여 고구려라고 했다. 부족연맹체 성격이 강했던 구려는 고구려라는 국호를 사용하면서 중앙집권적 국가인 고구려로 재탄생했던 것이다. 따라서 고구려는 주몽에 의해 처음으로 개국된 나라가 아니라 적어도 고()조선 말기부터 구려라는 이름으로 유지되어 오다가 주몽에 의해서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일어섰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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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를 세운 주몽은 성씨를 ''에서 ''로 바꾸었다고 하는구나. 고구려를 처음 세운 졸본이라는 곳의 위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대. 졸본에서 주몽은 소서노와 결혼하여 비류, 온조를 낳았는데, 주몽은 졸본으로 오기 전에 이미 예씨와 결혼하고 아들도 있었단다. 고구려 1대 왕인 고주몽은 동명성왕이라고 불렀고, 기원전 37년부터 기원전 19년까지 재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단다. 소서노, 비류, 온조는 나중에 고구려에서 쫓겨나듯 떠났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전에 이야기한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을 참고하길.

....

국사책에 보면 고구려는 늘 백제, 신라와 함께 삼국시대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구려가 백제와 신라와 교류 및 갈등을 보인 것은 훨씬 후대의 이야기이고, 고구려 건국 초기에는 압록강 북쪽의 광활한 지역에서 있으면서 그곳에 있는 나라들과 경쟁하고 협력을 하였단다. 그 곳에 위치한 나라들을 보면 동이, 예맥, 부여(북부여, 동부여, 졸본부여), 말간, 비류, 행인, 북옥저 등의 나라들이 있었고 고구려는 이 나라들과 세력 다툼도 하고 협력도 하고 그랬단다.

...

2대왕은 유리명왕으로 동명성왕 주몽의 맏아들이며 36년간 왕위에 있었단다. 어린 시절에는 주몽이 졸본 땅으로 도망쳤기 때문에 어머니 왕후 예씨와 둘이 부여에서 지냈단다. 나중에 주몽이 고구려를 세운 뒤 고구려로 왔고, 유리명왕은 태자에 책봉되었단다. 유리명왕이 왕이 된 뒤 위나암이란 곳으로 천도를 했는데 그 이후 유흥이나 즐기고 국정은 제대로 돌보지 않았어. 신하들이 조언을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단다. 당시 태자는 해명이라는 사람이었는데, 해명은 아버지와 달리 옛도읍지에 남아 그곳을 잘 다스렸단다. 이에 유리명왕이 화를 내고 태자에게 자살명령을 내려서 해명은 죽고 말았대. 아빠가 학교 다닐 때 "황조가"라는 시로 알려진 유리명왕(아빠가 배울 때는 유리왕이라고 했는데...)이라서 착한 왕인 줄 알았는데, 참 나쁜 왕이었구나. 태자뿐만 아니라 장남이었던 도절도 아버지와 의견 차이로 자살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유리명왕의 짓이 아닐까 싶구나.

태자와 장남이 죽고 유리명왕의 뒤를 이은 이는 유리명왕의 셋째 아들 무휼인 제3대 대무신왕이란다. 대무신왕은 26년간 재위했고, 팽창정책을 써서 영토를 확장했다고 하는구나. 낙랑국을 정복했는데, 이때 활약한 이가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호동 왕자란다. 호동 왕자는 대무신왕의 둘째 아들이란다. 호동 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호동 왕자는 나중에 누명을 쓰고 자살 명령을 받고 죽었다고 하는구나. 대무신왕 때 고구려는 부여와 전쟁을 해서 승리를 거두었고, 한나라의 침략을 을두지라는 사람이 격퇴시켰다고 하는구나.

...

4대왕은 민중왕으로 4년이라는 짧은 기간 재위를 했대. 유리명왕의 다섯째 아들이자 대무신왕의 동생이었어. 태자가 있었지만 너무 어려서 민중왕이 왕위에 올랐어. 가뭄과 홍수가 잦아서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고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민중왕이 죽고 대무신왕 때 태자였던 대무신왕의 장남이 5대왕 모본왕이 올랐단다. 모본왕은 주변 사람을 너무 의심을 해서 늘 역모에 대한 걱정을 했단다. 의심을 받던 신하들 중 두도라는 사람이 역모의 누명을 쓰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왕을 죽였다고 하는구나. 그렇게 모본왕은 재위 5년만에 신하의 손에 의해 죽었다고 했어.

그리고 왕위에 오른 이는 6대왕 태조왕인데, 53년에 즉위하여 무려 93년간 왕위에 있었다고 하는구나. 이게 가능이나 한 이야기인가 싶구나. 오래 산 것으로 유명한 장수왕보다 훨씬 오래 살았구나. 왕 위에만 93년간 있었다고 하니, 아빠가 아는 왕 중에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있던 사람인 듯 하구나. 더 놀라운 것은 왕위에서 내려온 것도 죽어서 내려온 것이 아니고 동생 수성이 왕위 찬탈을 도모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 동생에게 왕위를 넘겨주면서 그만두었다고 하는구나. 유리명왕의 여섯째 아들 고추가 재사의 아들이었던 그는 7살에 왕위에 올라서 처음에는 모후가 섭정을 했대. 아무튼 7살에 왕위에 올라서 100살까지 왕위에 있었고, 왕에서 물러나서도 19년이나 더 살고 119살에 죽었다고 하는구나. 오호 대단하시네. 그런데, 태조왕이라는 묘호는 원래 나라를 세운 왕에 보통 붙이는데, 고구려는 6대왕의 묘호가 태조였다고 하는구나. 그 이유는 당시 무척 강성해져서 그런 칭호를 붙였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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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따라서 태조라는 묘호는 고구려가 주변국에서 종주국으로 변모한 사실을 담고 있는 칭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고구려의 세력으로 봐서 스스로 종주국을 칭한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나라도 그것에 대해 시비를 걸지 못할 상황이었다. 때문에 고구려인들이 제6대 임금의 묘호를 태조라고 붙인 것은 그가 고구려를 재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고구려가 종주국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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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대왕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태조왕의 동생 수성이 왕이 되었는데, 그의 묘호는 차대왕이었단다. 100살에 동생에서 왕위를 물려주었으니 동생 수성의 나이도 만만치 않게 많았을 텐데, 차대왕은 태조왕보다 24살이 어렸다고 하는구나. 차대왕은 독단에 오만 방자하고 유흥을 즐길 뿐만 아니라 태조왕의 아들들을 모두 죽이거나 자살하게 했다는구나. 폭정이 계속되자, 신하들이 정변을 일으켜 그를 죽였다고 하는구나. 8대왕은 신대왕으로 태조왕의 이복동생이라고 했고, 그는 태조왕보다 42살이 어렸다고 했어. 그렇다고 해도 그가 왕위에 오른 것은 77살 때였다고 하는구나. 차대왕을 죽인 것은 그의 폭정을 보다 못한 신하들이라고 했는데, 그 중에 명림답부라는 사람이 주도를 했대. 그는 신대왕 때는 충신으로 일했고, 한나라가 침략했을 때 영리한 계략으로 한나라 대군을 격퇴했다고 하는구나. 이를 좌원대첩이라고 하는데 아빠도 처음 들어봤구나.

9대왕은 신대왕의 둘째 아들 고국천왕이란다. 슬슬 익숙한 왕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구나. 고국천왕이 즉위했을 때 외척세력이 득세를 해서 숙청을 시도했대. 그런데 오히려 반란들이 연이어 일어났다고 하는구나. 심지어 큰 형인 발기가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대. 다행히 진압을 했지만 말이야. 이 시대 유능한 재상 을파소가 개혁에 앞장섰다고 하는구나. 인재 등용 제도를 만들고 환곡 제도로 만들고 외교 정책도 잘 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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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천왕이 아들 없이 죽었는데 왕후 우씨가 계략으로 고국천왕의 바로 아랫동생 발기(앞서 이야기한 발기와 다른 사람)가 아닌 그 아랫동생 연우를 왕위에 세우려고 했어. 그러자 발기가 분노하여 반란을 일으켰지만 실패했단다. 그래서 연우가 왕위에 올랐는데, 고국천왕의 왕비였던 왕후 우씨와 결혼하였단다. 그러니까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준 형수랑 결혼을 한 것이지. 막장드라마이지만 멀고 먼 옛날이니 그러려니 하자꾸나. 연우의 묘호는 산상왕이었단다. 산상왕은 환도성으로 도읍지를 옮겼어.

11대왕은 산상왕의 아들 동천왕으로 227년부터 248년까지 왕위에 있었단다. 서진정책을 펼쳐 나라가 크게 발전했고, 백성들의 신망을 많이 얻었단다. 당시 중국 땅에서는 삼국지로 유명한 위, , 오가 자웅을 겨루던 시절이었단다. 고구려는 그들 삼국 중 위나라와 패권 다툼을 하다가 화친을 맺기도 했어. 오나라의 손권이 고구려에 화친을 제의해 왔는데 거절하기도 했다는구나. 삼국지 속 인물들이 나와서 친근하기도 하더구나. 삼국지를 읽을 때는 몰랐는데, 그들이 한창 싸울 때 동쪽에서는 고구려가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구나. 시간이 흐르고 고구려와 위나라의 화친이 깨지고 전쟁도 벌였대. 밀고 밀리던 전쟁에서 위나라 관구검에게 고구려가 크게 졌다고 하는구나. 그래서 평양으로 수도를 옮겼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평양은 오늘날 북한 평안도에 있는 평양은 아니라고 하는구나. 당시 평양의 위치가 어디인지 오늘날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 지은이 박영규 님은 요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 그리고 박지원의 말을 빌어 평양이라는 말 자체가 일반명사로 쓰였을 것이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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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이처럼 평양이 어떤 특정한 곳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고조선 시대에도읍이 있던 곳을 부르는 일반명사였을 것이라는 박지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또한 박지원의 주장을 근거로 할 때, 고구려 영토 안에는 이미 고조선 시대부터 평양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던 여러 지역이 있었고, 동천왕은 그 가운데 한 곳으로 도읍을 옮겼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동천왕 당시 고구려는 대동강변까지 영토를 확장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동천왕의 평양이 평안남도 대동강변의 평양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동천왕의 평양과 대동강변의 평양은 전혀 무관한 것임을 먼저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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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왕은 동천왕의 장남 중천왕으로 248년부터 270년까지 재위했어. 위나라와 전투에서 승리를 해서 그 이후 위나라는 다시는 고구려를 못 쳐들어왔대. 위나라는 결국 사마씨가 정권을 잡고 사마염이 왕이 된 다음 진()나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하는구나.

...

13대왕은 중천왕의 장남 서천왕으로 270년부터 292년까지 재위했어. 직접 전쟁에 출정하여 북진 정책을 주도했어. 그런데 그 사이 수도에서는 동생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다행히 진압되었단다. 14대왕은 서천왕의 장남 봉상왕으로 292년부터 300년까지 왕위에 있었어. 왕위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던 시기이구나. 그런데 봉상왕은 의심과 시기와 방탕의 왕이었다고 하는구나. 어쩐지 한동안 안정적인 국정이 이어진다 싶더니... 봉상왕은 의심병이 도져 숙부 달가를 죽였어. 그로 인해 조정은 혼란스러웠고 민심은 그를 떠났지. 아우 돌고도 누명을 씌워 죽이고 폭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어. 재상이었던 창조리가 노력을 해보았으나 왕의 폭정을 멈출 수도 없었단다. 결국 창조리 주도로 반정을 일으키고 성공했단다. 반정에 성공한 창조리는 돌고의 아들 을분을 왕위에 앉혔단다.

그가 15대왕 미천왕이란다. 300년부터 331년까지 재위. 아버지 돌고가 누명을 쓰고 죽고 난 다음 을분은 도피생활을 했어. 소금장수, 머슴을 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 창조리의 부하들이 힘들게 을분을 찾아내어 반정에 참여하게 되었단다. 왕위에 오른 을분(미천왕)은 재위 내내 민심이 안정되었는데 이는 재상 창조리의 공이 컸다고 하는구나. 당시 중국은 516국의 혼란의 시대였는데, 미천왕도 그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팽창정책을 펼쳤다고 하는구나. 16대왕은 미천왕의 장남 고국원왕으로 331년부터 371년까지 재위. 모용선비의 남하정책으로 위협을 받아 성을 구축하였대. 환도성으로 천도를 하고 모용선비의 침략을 대비했어. 모용선비가 연나라로 바뀌고도 고구려를 침략했는데, 후방에서 공격해오는 진나라에 패배하고 멸망하게 되었다고 하는구나. 그리고 미천왕 때 드디어 백제와 접촉하게 된단다. 당시 대륙백제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공격해왔는데 이때 백제의 왕은 근초고왕이었단다. 백제와 전투 중에 고국원왕은 화살을 맞고 죽었단다.


3.

17대왕은 소수림왕으로 고국원왕의 장남이란다. 371년부터 384년까지 왕위에 있었어. 문치주의를 하려고 노력했으나 백제와 거란의 거듭된 침략으로 계속 전쟁을 해야 했어. 이런 외세의 침략을 막는데만 힘쓰다가 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그러나 소수림왕은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널리 알려진 왕이란다. 왜냐하면 그는 개혁에 앞장서서 불교를 공인하고, 교육기관인 태학을 세우고 율령을 반포했거든. 이런 소수림왕의 업적은 예전에 시험에도 자주 나왔던 기억이 있구나. 18대왕은 고국원왕의 차남인 고국양왕이란다. 384년부터 391년까지 재위. 백제와 계속 전쟁을 하면서 대립했단다. 그리고 드디어 19대왕 광개토왕. 고국양왕의 장남으로 이름은 담덕. 391년 왕위에 올라 413년까지 재위하면서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단다. 전방위 팽창정책으로 영토를 확장했어. 이에 신라는 미리 화친 제의를 했고, 고구려는 이를 받아들였단다. 그러나 백제와는 계속 전쟁이었어. 광개토왕의 할아버지 고국원왕의 원수도 갚아야잖니. 대륙백제뿐만 아니라 반도내의 백제도 공격했어. 관미성 전투, 패수 전투에서 승리를 하고 병신대원정으로 백제의 영토 많은 부분을 차지했단다. 그리고 백제 공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하평양을 설치를 했단다. 이 하평양이 오늘날 평안도의 평양일 것이라고 하는구나. 화친을 맺었던 신라에 침략한 왜도 공격하여 몰아냈다고 하는구나. 광개토왕의 업적은 광개토대왕비에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단다.

...

20대왕은 장수왕으로 광개토왕의 아들이란다. 413년부터 491년까지 오랫동안 왕위에 올랐어. 광개토왕의 업적을 이어받아 영토 확장에 힘썼고 특히 백제와 전투에 집중했단다. 전투에서 백제 개로왕을 잡아 참수형에 처함으로써 고국원왕의 복수를 완성했단다. 잘 한 복수인지 모르겠구나. 신라는 태세 전환을 해서 백제와 연합을 해서 고구려를 공격했단다. 21대왕은 장수왕의 손자인 문자명왕으로 491년부터 519년까지 재위했어. 신라와 백제 연합(나제연합)의 계속된 전투를 하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나라 운용을 했단다.

22대왕은 문자명왕의 장남인 안장왕으로 519년부터 531년까지 재위. 대륙 백제와 계속 전쟁을 벌였으며, 이때 대륙 백제는 거의 소멸되다시피 패배하고 수도를 부여로 옮기게 되었단다. 아빠가 계속 대륙 백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에 <한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에서도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그 때 쓴 독서편지를 참고하렴. 23대왕은 안원왕으로 안장왕의 동생이었고 531년부터 545년까지 재위했단다. 안원왕은 자연재해가 많아서 고생한 왕이었단다. 그리고 아들들이 서로 왕이 되겠다고 정권다툼을 했어. 형인 평성이 동생 세군을 죽이고 다음 왕위에 올랐는데, 그가 24대 양원왕이란다. 545년부터 559년까지 재위. 북쪽에는 돌궐의 공격, 남쪽에는 신라 진흥왕의 공격으로 영토가 줄어들었단다.

25대왕은 평원왕. 양원왕의 장남임. 559년부터 590년까지 재위. 북쪽에서는 여전히 돌궐이 공격이 있었고, 북주도 고구려를 공격했단다. 이때 우리에게 익숙한 온달장군이 등장하는데, 중국의 북주가 고구려를 침략했는데, 온달장군이 북주의 공격을 막는데 공을 세웠다고 하는구나. 결국 북주가 망하고 수나라가 건국되는데, 이 수나라도 고구려를 호시탐탐 노려서 고구려는 이번에는 수나라 공격에 대비해야 했단다. 장안성으로 수도를 옮기고 성을 구축했다고 했어.

26대왕은 영양왕으로 평원왕의 장남이었어. 590년부터 618년까지 재위. 수나라의 4차례나 계속된 침략을 모두 막아냈단다. 이때 2차 침략 때 살수대첩으로 수나라에 대승을 거둔 이가 을지문덕 장군이란다. 27대왕은 영류왕. 영양왕의 이복 동생. 618년부터 642년까지 재위. 중국은 수나라가 망하고 이연이라는 사람이 당나라를 세웠단다. 이연의 차남 이세민이 반란을 일으켜 태자인 형을 죽이고 아버지를 협박하여 왕위에 올랐단다. 그가 당태종이란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누군가 떠오르지 않니? 묘호도 동일하고... 당태종은 황제 자리에 오른 후 주변국을 위협하였단다. 이에 영류왕은 당나라의 침략을 대비하여 성을 구축하였는데, 이 성 구축을 주도한 사람이 연태조라는 사람으로 연개소문의 아버지란다.

연태조가 죽고 나서 연개소문이 이어서 성을 구축했어. 영류왕은 당나라에 온건 정책을 펼쳤는데, 연개소문은 이에 반발하였어. 그래서 영류왕은 연개소문을 제거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연개소문이 반정을 일으켜 신하들과 영류왕을 죽였단다. 그리고 보장왕을 왕위에 앉혔어. 연개소문의 반정에 의해 왕이 된 28대 보장왕은 평원왕의 셋째 아들 대양왕의 장남이었단다. 연개소문이 왕위에 앉힌 허수아비 왕이었어. 모든 권력은 연개소문에 있었으며, 연개소문은 대막리지라는 직함을 사용했어. 드디어 당이 고구려를 공격했어. 안시성에서 연개소문이 지휘하여 당의 공격을 막아냈지. 그런데 안시성을 막는데 큰 공을 세운 이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안시성 성주라고 하는구나. 아빠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고구려가 얼마 후 멸망하게 되었으니 그의 노력이 헛되어 안타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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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

중국을 통일하고 천하의 영웅호걸로 통한 이세민을 이토록 비참한 모습으로 쫓겨가게 한 안시성 성주는 불행히도 사서에 그 이름이 전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와서 송준길과 박지원은 이름이 전하지 않던 이 안시성 성주를 양만춘(梁萬春)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고구려 말의 학자 이색과 이곡은 당 태종 이세민이 안시성 싸움에서 눈에 화살을 맞아 부상을 입고 회군한 것으로 적고 있다. 하지만 당 태종이 눈에 화살에 맞았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는 주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당 태종이 안시성 싸움에서 패배하여 회군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당 태종을 물리친 안시성 성주는 고구려가 멸망한 이후에도 안시성을 지키며 고구려 재건을 노렸는데, 불행히도 671 7월 안시성은 당나라 군대에 의해 함락되고 만다. 불세출의 영웅 안시성 성주가 이 때 죽었는지 아니면 그가 죽은 뒤에 안시성이 무너졌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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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남쪽에서는 백제와 신라가 연일 공격을 해왔어. 남쪽도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갔어. 당태종이 죽고 나서 당나라와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는데, 다시 당나라는 고구려를 쳐들어왔단다. 이때는 이미 신라와 당나라와 연합을 해서 고구려를 치던 시기였어. 연개소문이 뛰어나긴 했지만, 그의 아들들은 연개소문의 반도 쫓아오지 못했어. 연개소문이 죽자, 아들들은 권력다툼으로 내분이 일어나고 그와 함께 고구려도 몰락의 길을 걸었단다. 연개소문은 고구려의 회광반조가 아니었나 싶구나.

당과 신라의 계속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고구려는 668년 하평양이 무너지고 보장왕은 항복을 했단다. 이후 고구려 부흥운동이 일어났지만 672년 모두 투항함으로써 고구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 드디어 고구려왕조 28명의 왕에 대해서 다 이야기했구나. 생각보다 시간도 오래 걸렸네. 너희들에게 독서편지를 쓰면서 책 내용을 다시 한번 되새김할 수 있어 좋았단다. 하지만 이 기억력이 오래 가지 못함이 또한 아쉽구나.


PS:

책의 첫 문장: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에 대한 기록은 여러 사서에 나타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대개 일치한다.

책의 끝 문장: 불세출의 영웅 안시성 성주가 이 때 죽었는지 아니면 그가 죽은 뒤에 안시성이 무너졌는지는 알 수 없다.


<삼국사기> 권13 유리명왕 31년 기록에 서한의 왕망이 고구려를 낮춰 부르며 ‘하(下)구려’ 즉 ‘비천한 구려’라고 칭한 바 있는데, 이를 보아도 고구려의 역사는 구려를 빼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고구려는 ‘위대한 구려’라는 뜻으로 이해되고, 당연히 고구려의 역사에 구려의 역사를 포함시켰을 것이다. 고구려 900년설은 이 같은 설정을 바탕으로 했을 때 정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를 비롯한 중국의 사서들은 고구려를 ‘고려(高麗)’라고도 쓰고 있는데, 이는 고려에 대한 영어식 표기인 Korea의 어원이다. 흔히 Korea라는 말은 왕건이 세운 고려에서 비롯했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왕건이 세운 고려조차 ‘고구려’를 계승하기 위해 그 명칭을 답습한 것이기 때문이다. - P21

‘동이’라는 말은 초기에 하나의 민족을 의미하기보다는 중국의 한(漢)족이 자신들의 동쪽에 사는 사람들을 통칭해서 부른 명칭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렇지만 동이가 단순히 한족의 동쪽에 머무른다는 의미만 갖고 있지는 않다. 동이를 풀이하면 ‘동방의 이(夷)’족이란 뜻인데, 이(夷)에 대하여 중국 최초의 문자학 서적으로 후한 때 허신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큰 것을 따르고 활을 잘 다루는 동방의 사람들이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설명은 이족이 ‘큰 것(大)를 숭상하고 활(弓)을 잘 다루는’ 특성이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동이는 단순히 한족이 머무르던 곳의 동쪽에 살던 사람들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큰 것을 지향하고 활을 잘 다루는 동방 종족’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37

당시 백제와 고구려 사이엔 말갈이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말갈은 신라와 고구려의 북쪽 변경지대에서 세력을 형성하여, 틈만 나면 쉴 새 없이 백제와 신라를 공략했다. 백제와 신라를 공략한 말갈은 일곱 종류의 말갈 중 백산 말갈로서 압록강변과 청천강 사이에 거점을 형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고구려에 조공하면서도 한편으론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여 백제와 신라에 압박을 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광개토왕의 백제 원정 때에는 말갈군이 동원된 흔적은 전혀 없으며, 말갈을 통과한 기록도 없다. 다시 말해 고구려군은 말갈 지역을 통과하거나 말갈군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육로를 이용할 경우 말갈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광개토왕은 해로를 이용했던 것이다. - P288

이 같은 결과는 연개소문의 일인독재 체제가 고구려 멸망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비록 그가 살아 있을 때는 국력이 안정되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단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했다. 그가 죽으면서 그에게 집중되어 있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조정은 권력다툼의 장으로 급변하였고, 그것이 곧 멸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고구려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고구려의 군사력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부의 권력다툼 때문이었다는 뜻이다. 그 누구의 의한 것이라도 독재체제는 국가를 멸망으로 이끈다는 평범한 진리를 연개소문이 진작 알았더라면 고구려가 결코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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