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저널 그날 조선 편 7 - 영조에서 순조까지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 7
역사저널 그날 제작팀 지음, 신병주 감수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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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역사저널 그날 7권을 읽었단다. 7권에서는 조선후기 전성기를 이끌었던 영조, 정조, 그리고 순조까지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단다. 조선시대 왕 중에 가장 위대한 왕은 누가 뭐라 해도 세종이라고 하겠지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왕은 정조란다. 코드가 같다고나 할까, 아빠가 정조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그의 행동과 그의 생각들이 마음에 들었단다. 아무튼 그런 정조를 이번 책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단다. 아빠가 여러 번 이야기해서 알겠지만,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왕이 되지 못하고, 억울하게 뒤주에 갇혀 죽고 말았단다. 조선 왕궁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날을 뽑으라고 하면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을까 싶구나.

사도세자의 아버지이자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 사도세자를 죽이려는 마음이 그 당시에는 진짜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들이 죽고 나서는 많이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생각할수록 슬퍼진다는 뜻의 사도세자라 이름 지은 것도 영조이니 말이야. , 그럼 영조 때부터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꾸나.

영조는 이복형의 경종의 뒤를 이었지만, 초반에는 경종을 죽였다는 소문과 무수리의 아들로 정통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란을 일어나기도 했단다. 그 중에 가장 큰 반란은 이인좌라는 사람이 일으킨 난이란다. 나중에 역사 교과서에 보면 이인좌의 난이라고 나올 거야. 당시 당파싸움이 치열했는데, 이인좌는 영조를 지지하는 노론과 반대에 있는 소론 출신이었단다. 그런데, 영조는 이때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였어. 소론인 이인좌가 일으킨 난을 소론 출신인 오명항, 박문수에게 진압하라고 명령한 것이야. 진압군인 소론들이 오히려 반란군과 합세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로 영조의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단다. 이 선택이 신하들에게 영조가 노론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단다. 오명항과 박문수는 자신을 신뢰해준 영조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이인좌의 난을 진압하게 된단다. 이 난을 통해 영조를 교훈을 삼고 탕평책을 쓸 것을 마음먹게 된단다. 그 유명한 탕평채라는 요리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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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신병주) 무신란 이후에 영조가 직접 전교를 내립니다. 반란의 원인은 결국 조정에서 당쟁만을 일삼아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등용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계속 기근이 일어나 백성이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구제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당쟁만을 일삼는다는 점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나라에서 해 주는 게 없으니까 백성들이 조정이 있는 것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반란군에 편입된 것이라고 하고요. 그러니 결국 반란을 일으켰던 주모자와 반란에 가담했던 백성들의 죄가 아니라 조정이 잘못한 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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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인좌의 난을 진압했던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박문수. 그가 바로 암행어사로 유명한 박문수라는 사람이란다. 박문수는 아빠가 아주 어렸을 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유명했었단다. 아빠는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암행어사 출두요라고 소리지르며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고, 못된 사또가 무릎 끓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나는구나. 그렇게 드라마뿐만 아니라 많은 책들을 통해서도 어사 중에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사람이 박문수가 아닌가 싶구나. 박문수는 이인좌의 난을 진압한 공로로, 대사성, 대사간, 도승지를 역임했고, 호조 참판과 병조 참판, 예조참판을 거치면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고 하는구나. 영조가 균역법을 성공하는데도 박문수가 숨은 공이 있었대. 그렇게 박문수는 암행어사뿐만 아니라 여러 직책에서 공을 세웠다고 하는구나. 영조는 박문수를 특히 아꼈는데, 자신과 성격이 닮아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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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신병주) <실록>의 기록을 보면 두 사람의 성격이 대단히 닮았어요. 영조가 박문수를 지적하면서 나도 고집이 세지만 넌 진짜 고집이 세다.”라고 이야기하고 너는 성격이 진짜 불같다.”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영조 본인도 약간 그런 기질이 있다 보니까 서로 통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박문수가 왕 앞에서 싸우니까 다른 신하들이 박문수를 무식하다고 나무라는데 영조가 다 나라를 위하는 말이다. 무식하면 공부 좀 하면 되지.”라는 식으로 박문수를 옹호해 주는 말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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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조는 조선의 왕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머문 왕이란다. 하지만 그 긴 재위기간에 그는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조선 왕실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이 된단다. 그에게 첫째 아들 효장세자가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죽고 만단다. 영조의 나이 42세 때, 다시 아들을 얻었으니 그가 사도세자였단다. 42살에 낳은 아들이니 얼마나 사랑스러웠겠냐. 그러면서 자신의 뒤를 이를 왕으로 잘 교육시키겠다는 마음도 컸을 거야. 그런데 그것에 도를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구나. 어렸을 때부터 지나친 교육은 예민한 성격의 사도세자를 미치게 만들었단다. 10대 중반에는 사도세자가 대리청정을 했는데, 사도제사가 제대로 하지 못하자 영조는 또 불같이 화를 내고, 사도세자는 추운 겨울 눈 속에서 잘못했다고 며칠을 빌고 또 빌어야 했단다. 이런 스트레스를 사도세자는 술과 여자로 풀었던 모양이구나. 그리고 예민한 성격은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후궁들을 죽이기까지 했어.

영조와 사도세자는 사이는 점점 극과 극에 달했어. 참다 못한 영조는 결국 뒤주에 사도세자를 가두게 된 것이란다. 보통 사도세자의 죽음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사람들은 영조, 사도세자의 아내인 헤경궁 홍씨,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 그리고 좀더 나아가면 노론, 소론, 남인의 사람들이란다. 아빠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단다. 사도세자의 엄마. 아무리 아들이 못났다 하더라도 그 조그마한 뒤주에 갇혀 죽는 걸 본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니. 사도세자의 엄마인 영빈 이씨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해 결국 영조의 뜻에 따랐다고는 하나, 속은 문드러지지 않았을까 싶구나. 그러니 사도세자 삼년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죽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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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신병주) 이제까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사도세자의 생모인 영빈 이씨라는 인물이 사도세자의 죽음에 아주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었던 거죠. 여러 자료를 보면 영빈 이씨는 상당히 원칙이 분명하고 경우가 바르던, 아주 이성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때 파국을 막을 방법은 사도세자를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영조도 후에 종사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평가하잖아요. 영빈 이씨 본인도 엄청나게 괴로웠겠죠. 그래서인지 기록을 보면 영빈 이씨가 사도세자의 삼년상이 끝난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다가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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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정조는 영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단다. 하지만 그의 자리도 안전하지는 않았어. 정조는 남인과 소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는데 사도세자의 죽음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노론 세력은 보복을 당할까 무척 걱정을 했던 거란다. 그래서 먼저 정조를 없애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다고 했어. 하지만 정조는 겉으로 그런 표를 내지 않았어. 그리고 젊은 학자들 중심으로 자신의 지지세력을 끌어들였단다. 그래서 규장각이라는 학술 정책 연구 기관을 만들었어. 능력만 있으면 서얼도 뽑았단다. 그런 서얼 중에는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 서이수 등이 있었는데, 정조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그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 같구나. 어느 정도 왕권의 기틀을 마련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숭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단다. 그래서 아버지의 묘지도 수원 현륭원으로 이전하였고, 신도시로 수원 화성을 만들었단다. 현륭원과 수원 화성은 너희들도 가봤는데 기억나는지 모르겠구나. 수원 화성은 특히 그 공사 내용을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으로 기록하였는데, 나중에 이 책을 통해서 수원 화성을 복원하였다고 하는구나. 수원 화성을 짓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이가, 바로 아빠가 정조만큼 좋아하는 정약용이라는 분이란다.

정조의 많은 업적들이 있는데 그 업적들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개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단다.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이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실천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정조는 과감하게 그 개혁들을 이뤄낸단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금난전권이란다. 시전 상인들에게 주어졌던 오랜 특권인 금난전권을 폐지하여 소상인을 보호해 주었단다. 이 때 금난전권 폐지에 큰 공이 있던 이가 채제공이란 분이란다. 그리고 정조는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임금으로 유명한데, 대신들이 말려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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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170)

(그날) 포도대장뿐만 아니라 대신들도 말렸다고 합니다. “서민이 상언하는 것은 매우 외람되고 난잡한 행동입니다. 상언과 격쟁을 받지 마소서.” 그러니까 정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들어라. 저 말할 것 없는 자들이 억울함을 가슴에 품고 달려와 하소연하기를 어린 자식이 부모에게 하소연하듯이 하니 그렇게 만든 자가 잘못이지, 저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애민 군주의 진정성이 수백 년의 시공간을 넘어서 가슴에 감동을 안깁니다. 정말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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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란 없다면서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에 정조가 일찍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말이란다. 정조가 일찍 죽지 않고 계속 왕위에 있었다면 조선은 그렇게 허망하게 일본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정도는 머리에 난 부스럼과 얼굴에 생긴 종기가 갑자기 악화되면서 죽고 만단다. 그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고, 그가 백성들에게 해 온 선한 행동들 때문에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고, 그래서 인지 그의 죽음이 반대파인 노론, 특히 노론의 영수인 심환지가 주도하여 그를 죽였다는 소문이 떠돌았단다. 그런 이야기는 당시뿐만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많았어.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단다. 정조와 심환지가 나눴던 편지가 발견된 거야. 아빠도 그 신문기사가 생각이 나는구나. 그 편지에는 심환지와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은 내용이 실려 있는데, 둘은 당파적으로 반대 진영이었지만, 서로 존중하고 힘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구나. 아빠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정조와 심환지가 나눴던 편지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 있더구나. 쉽게 읽혀질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한번 읽어봐야겠구나. 아무튼, 요즘에는 정조가 안타깝지만 병사했다는 것이 맞다고 하는구나.


2.

정조가 죽고 열한 살인 순조가 왕위에 오른단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다 보니, 왕실의 가장 웃어른인 정순왕후가 수렴청정을 했단다. 정순왕후는 영조의 부인이긴 하지만 엄청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손자인 정조보다 고작 일곱 살 많았단다. 정순왕후는 노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단다. 정조가 죽자마자 정순왕후는 정조의 지지세력을 다 처단한단다. 정조의 지지 세력들이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유배를 보냈단다.

김조순은 정조 생전에 정조에게 신임을 얻어서, 그의 딸을 세자빈으로 간택 받았단다. 하지만 그는 정조의 믿음을 배신한단다. 순조가 왕위에 오른 이후 세도정치의 시작을 알렸단다. 세도정치란 외척과 소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는 정치 형태인데, 여러 가문들이 권력을 독점하는데 그 중에 가장 파워가 셌던 이들이 김조순의 안동 김씨 세력이었단다. 이 세도정치는 권력과 독점과 함께 매관매직 등 온갖 비리의 열매를 낳게 되었단다. 그렇다 보니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농민이었어. 또 참다 못한 세상이 온 거야. 홍경래라는 사람이 난을 일으킨단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를 하면서 크게 세력을 펼쳐갔지만, 결국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단다.

여기까지 <역사저널 그날> 7권의 이야기란다. 아빠가 중간중간 빼먹은 내용도 많은데, 그런 부분은 나중에 너희들이 좀더 커서 이 책을 읽게 되면 접수하길 바란다. 역사저널 그날 <조선편>은 총 여덟 권으로 되어 있고, 7권까지 읽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한 권인데, 이것도 사실은 아빠가 이미 읽었단다. 이 책에 대한 내용도 곧 이야기해 줄게.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이복형인 경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영조는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저항에 부딪혔다.

책의 끝 문장: 홍경래의 난이 농민 항쟁으로 발전하면서 백성이 저항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얻었던 날, 역사의 전환점이 됐던 바로 그날을 살펴본 거네요.


(고성훈) <정감록>에도 일종의 암호가 나오는데요. 파자(破字)라고 합니다. 글자를 풀어서 획으로 나눠 쓰거든요. 이를테면 ‘이망정흥(李亡鄭興)’으로 쓰지 않고 "목자(木子)가 망하고 전읍(奠邑)이 흥한다"로 씁니다.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 임진왜란의 키워드 중 하나가 "왜"이지 않습니까? 이것을 직접 ‘왜(倭)’로 쓰지 않고 "여인(女人)이 벼(禾)를 이고 있다."로 씁니다. 또한 병자호란이 한겨울인 12월에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눈 설(雪) 자가 곧 병자호란을 상징하는데, 눈 설 자를 쓰지 않고 비 우(雨)자 아래 산(山)이 옆으로 누웠다고 해서 ‘우하횡산(雨下橫山)’ 같은 식으로 쓰는 게 일종의 파자법이거든요. 암호라고 할 수 있죠. - P26

(신병주) 좌청룔,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라고 들어 보셨죠? 푸른색이 상징하는 것은 동쪽으로, 동인을 상징하는 게 미나리입니다. 우백호라는 건 서쪽을 말하는데 백호니까 흰색인 청포묵이 서인을 뜻하죠. 그다음에 남쪽은 붉은 봉황을 뜻하니까 붉은색 소고기가 남인을 가리키고요. 또한 북쪽은 검은 거북이어서 검은색인 김이 북인입니다. 이런 식으로 동인, 서인, 남인, 북인으로 인식되는 붕당에 상징색을 부여하고 이 음식들을 고루 섞어 먹으면 붕당 간의 화합이 이루어진다는 뜻을 담은 거죠. - P46

(신병주) 어사는 공식적으로 왕의 가까운 신하로서 왕명을 받아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러 파견을 나가는 사신에 해당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임무에 따라서 진휼을 감독하는 어사는 감진어사라고 했고, 별도로 파견하는 어사는 별견 어사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 관리들의 부정이나 비리를 색출해야 할 때는 비밀리에 작업을 수행해야 해하니까 암행이라는 말을 썼죠.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도 암행어사였기 때문에 신분을 위장해야 하는 거지꼴로 나타나는 바람에 장모를 깜짝 놀라게 해 주는 대목이 나오죠. - P60

(김문식) 문학 하시는 분과 예술 하시는 분들은 문체반정을 놓고 대단히 비판적으로 보시는데, 정조가 개방적인 군주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허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정치적인 입지가 있는 거고, 기본적으로는 왕위를 보존해야 하는 속성이 있죠. 또한 문체반정의 목적이 노론 세력을 약화하려는 데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시에 정조가 금지하려 했던 패관 소품체를 쓰는 사람들이 대개 노론 계통이었거든요. 참고로 패관 소품체는 대단히 짤막하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문체입니다. 정조는 그런 문체로 쓴 글들이 나왔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성도 간파한 것 같아요. 계속 유행한다면 체제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본 거죠. 상당한 정치적 고려 끝에 취한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P147

(김문식) 정조는 자신이 강력하게 일을 추진할 때 자기를 도울 수 있는 확실한 세력을 아들인 순조의 혼인을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조순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려고 결심했을 거고요. 근데 정조가 예상 밖으로 일찍 사망한 게 하나의 패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왕들의 건강이 안 좋았던 것이 또 다른 패착이었죠. 세자가 되어서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잖아요. 근데 계속해서 왕이 이른 시점에 사망해 버리고, 덕분에 후임자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왕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다가 결국은 후손마저 끊기죠. 그래서 철종을 데려오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닌 것 같아요. 안 좋은 조건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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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특별보급판)
이신주 외 지음 / 아작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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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얼마 전에 우리나라 SF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문윤성 님의 <완전사회>를 재미있게 읽었단다. 그 책을 읽고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썼는데, 알라딘 서재 친구분들께서 문윤성님 이름을 딴 SF 문학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단다. 그렇게 알게 된 < 2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을 이번에 읽게 되었단다. 아빠가 올해는 SF 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구나. 문득 초등학교 다닐 때가 생각이 나는구나. 당시에는 아빠가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았었어. 그런데, 그나마 읽던 장르가 추리 소설과 SF 소설이었던 것 같아. 추리 소설이야 범인이 누구인가 추리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SF 소설은 주로 우주를 여행하는 소설이었는데, 미지의 세계를 무대로 한 것이 좋았던 것 같아. 어른이 되어서는 SF 소설을 한동안 안 읽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다시 SF 소설의 매력에 빠진 것 같구나. 특히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그런 소재로 한 SF들이 더 마음에 들었어. 최근 SF 소설에 대해 높아진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단다.


1.

대상은 이신주 님의 <내 뒤편의 북소리>라는 작품이었단다. 촉수가 네 쌍이나 달린 외계인 둘이 등장한단다. 그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인데 이제는 죽음의 별이 된 지구를 탐사하는 그런 일을 했어. 그들은 기록물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기록물에는 3명의 지구인이 남긴 지구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었단다. 그 기록물에는 지구를 떠났다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폐허가 된 지구를 보고 살려보려는 기록이 남겨 있는데, 그들의 기록을 보면서 지구 멸망의 원인을 밝혀내려는 내용이었단다. , 기대가 너무 컸던가? 언론에서 이 소설의 평은 독창적인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고 하는데, 아빠는 이야기가 중단된 느낌이고 주인공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겠더구나.

우수상은 백사혜 님의 <궤적 잇기>란 작품이었어. 지구에서 살던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트라피스트-1f라는 곳에 이주를 했는데, 이곳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처음에는 시력이 정상이었지만, 15살 이전에 모두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주인공은 15살이 넘었는데도 시력을 잃지 않고 정상이었어. 행운의 돌연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주인공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단다. 독특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임팩트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구나.

가작은 모두 세 편이었는데, 첫 번째로는 이경 님의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라는 긴 제목으로 아빠는 절대로 제목을 외울 수 없는 작품이란다. 제목이 참 독특하긴 하구나. 책 제목에 있는 알렉산더 스카스카드는 소설 속에서 배우라고 하는데, 검색해 봤더니 실존하는 스웨덴의 영화배우더구나. 출연한 영화도 엄청 많은 것을 보니 유명한 사람인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아빠는 잘 모르는 배우. 아무튼 그런 영화배우가 왜 한밤중 거실에 나타났을까? 알고 보니 알렉산더 스카스가드를 닮은 베이비 케어 AI였던 거야. 구매는 오래 전에 했는데, 주인공이 살고 있는 아파트 A/I 관련 SW와 호환이 안되어 사용하지 못했다가 얼마 전에 아파트 A/I SW가 업데이트 되면서 한밤중에 동작이 된 것이란다. 원래는 아기를 보살피는 A/I이긴 하지만 혼자 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를 보살피는 것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어 육아에 지친 주인공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단다. 나중에 초상권 문제가 있어 얼굴 모양이 바뀌기도 하는 등 재미있는 설정의 소설이었단다.

두 번째 가작은 육선민 님의 <사어들의 세계>라는 작품이란다. 행성 Tr48이란 곳이 있단다. 지구의 쓰레기를 모두 갖다 버리는 곳이야. 주인공은 Tr48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데, 그곳의 유기체 발생 확률을 0%로 유지하는 그런 일을 한단다.

세 번째 가작은 존 프럼 님의 <신의 소스 코드>라는 작품이란다. 안나 한은 조물주 게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란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정체가 시뮬레이션 속 세상이란 것이 밝혀진 세상에서 살고 있었단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안나가 만든 조물주 게임과 같은 세상이라는 거니. 누군가 만든 조물주 게임 속의 안나는 또 조물주 게임을 만든 거야. 안나가 만든 조물주 게임 속 캐릭터들은 또 그 속이 자신들의 세상인줄 알고 살아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나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만든 위 차원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한 또 다른 조물주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했단다. 주인공 안나는 사라진 사랑하는 쥬시를 찾아 차원을 이동하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쥬시는 자신이 만든 게임 속의 캐릭터였단다.

….

이 책에 실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었는데, 아빠가 이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나서 그런지 잘못 이야기한 부분도 있을 거야. 책 읽고 바로 너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아빠의 게으름으로 인해 많이 늦어졌구나. 이 책의 전체적인 감상은 아빠가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다소 실망했다고 할 수 있구나. 그럼, 오늘은 이만


PS:

책의 첫 문장: 촉수들이 구불거리며 내렸다.

책의 끝 문장: 아무튼, 꼭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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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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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터넷 서점에서 서칭하다가 무심히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읽은 안드레 애치먼의 <하버드 스퀘어>라는 책도 그런 책이란다. 지은이도 처음 보는 사람이고, 책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몰랐어. 겉표지와 제목만 봐서도 유추할 수 있는 소설. 추리 소설일까?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 것도 좋은 것 같구나. 이것저것 상상의 날개가 펼쳐지는구나.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은 지은이 안드레 애치먼의 자전적인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소설의 주인공이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고, 미국에 와서 어떤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이 그의 젊은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소설을 통해서 잔잔하게 전해졌단다. 아빠도 아빠의 삶에 영향을 준 사람을 생각해 보니, 여러 명이 떠오르는구나. 여러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아빠가 된 듯 같구나. 아빠가 이 소설의 지은이처럼 글 쓰는 능력이 있다면 그런 만남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소설을 쓸 수 있을 텐데,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겠구나.


1.

소설은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어 이름은 끝까지 나오지 않고 로 등장한단다. 주인공 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으로 아들도 하버드에 가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함께 캠퍼스 투어를 하다가 자신의 젊은 시절, 그러니까 1977년의 일을 회상하게 된단다.

주인공 는 이집트에서 태어나서 파리에서도 지내서 프랑스어를 할 줄 알고, 미국에 유학 와서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대인이었단다. 유학 생활을 잘 적응하지 못했어. 종합시험도 두 번이나 불합격해서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남겨두고 있었어. 이것마저 불합격하면 하버드대학교에서 졸업도 못하고 쫓겨나야 한다고 했어. 그런 불안하고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하고 있을 즈음 가끔 가는 카페 알제에서 칼라슈니코프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단다. 짧게 칼라지라고 불렀어. 칼라지는 튀니지 사람이고 현재 직업은 택시운전사이고, 아랍인이었어. 유대인과 아랍인은 쉽게 친해질 수 없는 관계인데, 미국이라는 타지에서 이방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이런 저런 이유로 의지할 친구가 필요했던 그들은 쉽게 친해졌단다. 하지만 칼라지는 주인공 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단다. 그는 수다쟁이이면서도 사람과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있었단다. 잡학다식 했으며, 진짜 남자로 불릴 만했어. 세상을 사랑하고 사랑들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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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4)

스스로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등 떠밀려 시작한 방랑 생활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행성에 속해 있었지만 나는 이 행성에 속해 있다는 확신이 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세상을 사랑했고 사람들을 이해했다. 누군가 그를 힘껏 밀쳐도 그는 곧 중심을 잡고 자기가 갈 방향을 찾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도 항상 제자리를 벗어나 있었고 항상 뒤처진 느낌이었다. 내가 어디에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단지 내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시적으로 불안정을 겪을지라도 끊임없이 돌아다녔지만 나는 영원히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내가 움직였다면 급류가 흐르는 여울에서 흔들리는 뗏목 위에 다리를 벌리고 서 있는 사람 같았을 것이다 뗏목이 움직이고 강물이 움직일지라도 나는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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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걱정만 하는 주인공은 칼라지와 친해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커지고, 사랑도 하게 되었단다. 비록 오래 가는 사랑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칼라지의 친구들과도 어울리면서 주인공의 세상은 더 넓어지게 되었단다. 아무튼 칼라지를 만나면서 나의 세상도 변하게 되었고, 성장도 했단다. 칼라지가 통찰력이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성격의 단점도 금방 파악을 했어. 그리고 한마디 충고를 던졌는데, 그 충고가 마치 글을 읽는 아빠한테 하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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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아무것도 몰라. 너무 갈팡질팡하고. 그래서 잠자코 있거나 너무 서두르지. 여자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 그래. 가만히 앉아서 뭔가 일어나기를 기다리지. 그게 자네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야.” 그는 내가 순간을 팽창시키고 오래 끄는 방법을 알고, 발을 질질 끌면서 원하는 일이 일어나길 가만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사부라르 트레네(질질 끄는 지식인). 그저 행운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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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내면 한쪽에서는 주인공 는 칼라지와 다른 사람이고 싶어하는 감정도 있었어. ‘는 젊은 하버드 생이고, 칼라지는 나이 많은 택시 운전사이니까 말이야. 대학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문득 들 때가 있는데, 그때는 칼라지와 멀어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단다. 하지만 칼라지가 택시 운전사의 면허 정지가 되었을 때 도와달라는 말에,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해 주고, 대학에서 객원 강사로 일하게 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단다. 칼라지도 미국에 오기 전에 어느 정도 공부를 했고,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했기 때문에 프랑스어 회화를 가르치는 하게 되었어. 칼라지는 그것 또한 최선을 다해서 했단다.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기도 했어. 하지만, 그는 1학기 다른 교수의 땜빵용이었으니, 다음 학기 재계약은 안 되었단다.

칼라지는 영주권이 없어서 영주권 취득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국 영주권을 받지 못했고, 강제 출국 조치를 당해야 했단다. 칼라지의 친구들은 송별회를 해주기로 했어. 하지만, 주인공 는 이런저런 핑계로 송별회에 참석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진짜 몰랐을 거야. 그가 떠난 후에도 한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했단다. 그러면서 주인공 는 죄책감을 갖기도 했어. 그리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자신의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지. 한동안 잊고 지내던 젊은 시절이 생각이 난 것이고아마 주인공 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에 칼라지의 지분도 있지 않을까 싶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히 아빠도 어리숙하지만 나름 쬐끔은 찬란했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게 되더구나. 하루 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멀리 왔는지 신기하구나. 문득 그 시절 함께 했던 이들에게 안부 문자 하나 넣어주고 싶구나.


PS:

책의 첫 문장: “그냥 가면 안 돼요?”

책의 끝 문장: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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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21 0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버드 스퀘어 읽으셨군요~!! 전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ㅋ 그때 감동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

bookholic 2022-10-22 00:05   좋아요 2 | URL
읽는 이의 옛추억까지 불러내주는 좋은 책인 것 같았어요...^^
새파랑 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ㅎ

은하수 2022-10-21 07: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드레 애치먼 ... 눈에 익다 했더니 그<해 여름 손님>과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작가네요 작가를 믿고 읽어보고 싶네요^^

bookholic 2022-10-22 00:06   좋아요 1 | URL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익숙한 책들의 작가라는 것을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
<그해 여름 손님>, <콜미 바이 유어 네임>도 읽어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mini74 2022-10-21 1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 에 굉장히 감정이입하며 읽었던 책이에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0-22 00:10   좋아요 1 | URL
mini74 님께서 혹시 ‘나‘와 비슷한 20대를 보내신 건 아니예요? ㅎㅎ
mini74 님도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scott 2022-11-09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 추카합니다

11월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bookholic 2022-11-09 20:16   좋아요 0 | URL
늘 먼저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서니데이 2022-11-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 2022-11-09 20:17   좋아요 1 | URL
언제나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덧 11월도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네요.
행복한 11월 되세요...^^

이하라 2022-11-09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행복하신 날들 되세요.^^

bookholic 2022-11-09 20:17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ㅎㅎ
이하라 님도 즐겁고 여유있는 늦가을 되세요...

억울한홍합 2022-11-09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bookholic 2022-11-09 20: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억울한홍합 님도 즐겁도 따뜻한 11월 되시길 바랍니다..^^

thkang1001 2022-11-09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홀릭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bookholic 2022-11-09 20:19   좋아요 0 | URL
thkang1001 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주말이 가까이 와 있습니다^^ 남은 이틀 달려보아요~~

강나루 2022-11-10 0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ookholic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축하드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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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아빠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빠는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를 좋아한단다. 얼마 전에 고세훈 님의 조지 오웰의 전기를 통해서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과 그의 생각을 좀더 폭넓게 알게 되었는데, 고뇌하는, 진보적이면서 자유주의를 가진 지식의 모습이랄까, 그런 이미지의 조지 오웰을 만나게 되었어. 그래서 아빠는 더욱 조지 오웰을 좋아하게 되었단다. 그 동안은 조지 오웰들의 소설들만 읽었는데, 고세훈 님의 <조지 오웰>을 읽고, 오래 전에 사 둔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도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얼마 전에 유시민 님과 조수진 변호사님이 진행하는 <알릴레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소개해 주었단다. 그 영상을 보고 더욱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단다. 오래 전 다른 공간을 산, 지식 충만한 사람이 쓴 에세이라고 해서 읽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이 책 읽기를 좀 망설였는데, 유시민 님과 조수진 변호사 님, 그리고 게스트님께서 잘 소개를 해주어 아빠도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 책을 펼쳐 들었단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에세이 29편을 시대순으로 엮은 것이고, 책 제목 <나는 왜 쓰는가>는 그 중에 한 편이란다. 그러니까 책 전체가 글쓰기에 관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 각각 독립적인 29편의 에세이라는 점... 그래서 유시민 님께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느 곳을 펼쳐서 읽어도 좋겠더구나. 29편 모두 조지 오웰의 글솜씨와 그의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사상을 엿볼 수 있었어. 하지만 아빠가 당시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는 글도 있었단다. 하지만, 조지오웰의 부러운 필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소설보다 더 많은 그의 삶과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았단다.

 

1.

조지 오웰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에서 경찰을 하기도 했었는데, 제국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하고, 인종 차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하면서도 자신이 식민지 경찰을 하는 모순성에 마음이 무척 불편해했단다. 그런 자신의 처지에 대한 글도 이 책에 실려 있는데, 조지 오웰의 괴로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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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이 모든 것들이 당혹스럽고 언짢았다. 왜냐하면 그 무렵 나는 제국주의가 사악한 것이니 어서 직장을 때려치우고 그로부터 멀어질수록 좋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론적으로는(물론 남몰래 그랬다) 전적으로 버마인들 편이었고, 그들의 압제자인 영국인들을 전적으로 적대시했다. 내가 하고 있던 일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그 어떤 정도보다 지독하게 혐오했다. 그런 일을 하다보면 제국의 추악한 짓거리들을 지근거리에서 보게 된다. 악취 지독한 철창에 처박혀 있는 불쌍한 죄수들, 장기 재소자들의 겁먹은 얼굴, 대나무로 매질을 당한 사람들의 터진 엉덩이. 이 모든 게 견딜 수 없는 죄책감으로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난 그럴싸한 내 나름의 관점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나는 아직 어린데다 부실한 교육을 받았고, 동양에 가 있는 영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랬듯 내 문제를 철저히 함구한 채 혼자 해결해야 했던 것이다. 심지어 나는 대영제국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고, 그것을 대체해가는 신생 제국들보다는 영국이 훨씬 낫다는 건 더더욱 몰랐다. 내가 알았던 것이라곤 섬기던 제국에 대한 나의 증오와, 도무지 일을 할 수 없게 만들려던 악독하고 자그만 인간들에 대한 나의 분노 사이에 내가 끼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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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이 제국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모국인 영국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갖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 그런 글들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만 소개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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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영국은, 자주 인용되는 셰익스피어의 구절처럼 보배 같은 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괴벨스 박사의 묘사처럼 지옥인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집안을, 상당히 고루한 빅토리아 시대의 집안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골칫덩이가 많진 않아도 찬장마다 해골이 넘쳐나는 집안 말이다. 이 집안에는 비굴하게 아첨을 떨어야 하는 부자 친척도, 끔찍이 들러붙는 가난뱅이 친척도 있으며, 집안의 수입원에 대해 함구한다는 단단한 공모가 있다. 또 젊은 사람들은 대체로 좌절을 겪고, 실권은 대부분 무책임한 삼촌들이나 몸져누운 숙모들 손에 있다. 그래도, 집안은 집안이다. 나름의 언어가 있고, 공통의 기억이 있으며, 적이 다가오면 단결한다. 엉뚱한 식구들이 살림을 주무르는 집안-영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게 가장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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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은 좌파로 분류되는 지식인이었는데, 아빠는 예나 지금이나 좌파 지식인들에 호감이 더 가더구나. 신문이나 언론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한데, 그것 또한 지금이나 예나 별 차이가 없는가 보구나. 조지 오웰은 당시 언론의 주요 매체인 신문이나 라디오의 거짓 정보를 비판하는 글들이 여럿 있었단다. 그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면이건 앞으로도 영원히 고쳐지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더 이상 언론과 싸우지 말고, 언론을 무시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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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진실은 밝혀질 수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신문이 사실을 워낙 거짓으로 알리기 때문에, 거짓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어거나 나름을 견해를 갖추지 못한다 해서 일반 독자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가 전반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황당한 믿음을 고수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무엇 하나 입증되지도 반증되지도 않기에, 더없이 엄연한 사실도 뻔뻔히 부인해버리는 게 가능해진다. 더구나 민족주의자는 세력, 승리, 패배, 복수에 대해 끊임없이 골몰하면서도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선 다소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그가 바라는 바는 자기편이 상대편보다 앞서고 있다고 느끼는것이며, 사실이 뒷받침되는지 확인하기보다는 상대편을 묵살해버림으로써 더 쉽게 그럴 수 있다. 모든 민족주의 논쟁은 토론반 학생들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떤 논쟁 참가자든 자신이 이겼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수준을 넘지 못한다. 어떤 논쟁 참가자든 자신이 이겼다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결판이 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어떤 민족주의자는 정신분열증 환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실제 세계와 아무 상관이 없는 세력과 정복을 꿈꾸며 제법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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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다 보면 조지 오웰의 글쓰기 영역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그만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그런 세상의 이슈에 대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로 보는 것이 좋았단다. 당시 신뢰가 점점 쌓여가는 과학 교육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고, 그것에 대한 반대 입장도 생각해서 적었는데, 오늘날 과학 맹신에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경고처럼 아빠에게는 읽혀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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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219)

확실히 과학교육은 합리적이고 회의적이며 실험적인 사고의 습성을 심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어떤 방식’, 즉 부닥치는 어떤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을 습득하는 것이어야지, 사실을 잔뜩 축적하는 것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을 과학교육 옹호론자에게 하면 대게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하면, 언제나 과학교육이란 정밀과학에, 달리 말해 더 많은 사실에 주목하는 일이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과학은 한 덩어리의 지식에 불과한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은 현실에서 강한 반발에 부닥친다. 그렇게 된 데에는 순전히 직업적인 시기심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학이 단순히 하나의 방식이나 태도라면, 그래서 사고방식이 충분히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떤 의미에서 과학자라 할 수 있다면, 지금 화학자나 물리학자 등등이 누리고 있는 엄청난 위세는 어찌 되며 아무튼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현명하다는 주장은 또 어찌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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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가 세상사에 비판에 대한 글들을 쓴다고 해서 그의 글에 감성과 순수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단다. 봄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적은 그의 글을 보면, 그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단다. 하지만 평범한 순수함은 아니고 남들과 다른 독특한 것에서 봄을 느끼는 것이 평범하지 않은 순수함 같아서 좋았단다. 남들 같으면 새싹이 돋아나거나 봄바람이나 봄꽃에서 봄이 오는 것을 주로 느낄 텐데, 조지 오웰은 두꺼비로부터 봄을 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는구나. 조지 오웰의 남다른 시각을 닮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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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제비보다 먼저, 수선화보다 먼저, 아네모네보다 조금 늦게, 두꺼비는 봄이 다시 찾아온 것에 대해 나름의 경의를 표한다. 지난 가을부터 들어가 누워 있던 땅속 구멍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적당한 물웅덩이 쪽으로 최대한 빨리 기어가는 것이다. 무언가가(땅속의 어떤 떨림인지 아니면 그냥 온도가 몇 도 올라서인지 잘은 모르지만) 두꺼비에게 깨어날 때가 되었다고 말해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몇 마리는 내내 잠만 자다 한 해를 아예 빼먹기도 하는 것 같다. 한여름에 땅을 파다가 멀쩡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두꺼비를 몇 번이고 본 적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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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으로 뽑은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에서는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한 조지 오웰의 생각이 담겨 있었단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그리고 정치적 목적이라고 이야기했단다. 각각의 자세한 설명도 있어서 그 글을 읽다 보면, 아빠가 지금 이 리뷰 편지를 쓰는 이유도 그 중에 하나에 속한다는 것을 알겠더구나. 조지 오웰이 이야기한 글쓰기의 이유 중에 정치적 목적은 조지 오웰과 같은 영향력 있는 지식인라면 더욱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생각이 든단다. 그 또한 어떤 글이든 정치적 성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고, 잘 쓴 글들은 여지없이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고 이야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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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모든 작가는 허영심이 많고 이기적으로 게으르며, 글 쓰는 동기의 맨 밑바닥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책을 쓴다는 건 고통스러운 병을 오래 앓는 것처럼 끔찍하고 힘겨운 싸움이다. 거역할 수 도 이해할 수도 없는 어떤 귀신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한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아마 그 귀신은 아기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마구 울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본능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자기만의 개별성을 지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지 않는다면 읽을 만한 글을 절대 쓸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동기들 중에 어떤 게 가장 강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게 가장 따를 만한 것인지는 안다. 내 작업들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이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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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좋은 글들이 많이 실려 있어서 너희들에게 더 소개해 주고 싶지만, 밀린 독서 편지를 보니, 되도록 짧게 마치고 또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구나. Shon이 이 책의 표지를 보더니, 참 재미없을 것 같다는 평을 냈는데, 지금이야 그렇겠지만 나중에 커서는 너희들도 조지 오웰을 좋아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이 책도 읽어봤으면 좋겠어. 글의 내용 뿐만 아니라, 조지 오웰이 어떤 식으로 글을 써 내려갔는지도 살펴보면서 말이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PS:

책의 첫 문장: 늦은 오후였다.

책의 끝 문장: 그러나 그를 정치인으로만 볼 때, 그리고 우리 시대의 다른 유력 정치인들과 비교해볼 때, 그가 남긴 향기는 얼마나 많은가!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나 지금 우리 사회와 같은 곳에 살면서 변화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본성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버마에서 영국 제국주의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목격했고, 영국에 와서는 빈곤과 실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나로서는 그런 시스템에 맞서 싸운다는 게, 주로 독서 대중에서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책들을 쓰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계속해서 그렇게 하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책을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태의 진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한때는 한 세대 뒤의 위험 같아 보이던 것들이 우리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적극적인 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 사회주의에 공감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되고, 언제나 활발한 적들의 술수에 놀아나서도 한 된다. - P64

애국주의, 즉 국민적 충심이 갖는 압도적 힘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 오늘의 세계를 제대로 볼 수는 없다. 애국주의는 상황에 따라 무력해질 수도 있고, 문명의 어느 단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힘으로서 그에 필적할 만한 것은 없다. 기독교와 국제 사회주의는 애국주의에 비하면 지푸라기처럼 연약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들의 나라에서 권좌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그들은 이 사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적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 P88

군대 생활의 본질적인 공포는(군인이 되어본 사람이라면 군대 생활의 본질적 공포라는 게 무엇인지 알 것이다) 어떤 성격의 전쟁에서 싸우게 되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군기 같은 것은 어떤 군대든 궁극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명령은 복종해야 하고 필요하면 처벌로써 강요되며, 장교와 사병의 관계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같은 책들에 나오는 전쟁 묘사는 대체로 정확하다. 총탄은 맞으면 아프고, 시체는 썩어 악취를 풍기고,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무 무서워 바지를 적시기도 한다. 어떤 군대가 만들어지게 된 사회적 배경이 그 군대의 훈련과 전술과 전반적인 능력에 영향을 끼치며, 정의 편이라는 의식이 사기를 북돋우는 것도 사실이다. - P134

기록된 역사 대부분은 어떤 식이든 거짓이라는 말이 유행인 건 나도 안다. 나는 역사가 대체로 부정확하고 편향된 것이라는 말을 기꺼이 믿는 쪽이다. 한데 우리 시대에 와서 특이한 점은, 역사가 진실하게 기록될 ‘수도’ 있다는 개념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 글을 무의식적으로 윤색하거나,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진실을 애써 추구했다. 단 어느 쪽이든 ‘사실’은 존재하며,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만한 사실이 늘 상당 부분 있었다. - P148

문명의 역사는 대체로 무기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주장은 이제는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특히 화약의 발명과 부르주아에 의한 봉건제 전복의 연관성은 누차 지적된 바 있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규칙이 일반적인 사실로 판명될 것이라 생각한다. 즉, 가장 강력한 무기가 싸고 단순한 시대에는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예컨대 탱크나 전함이나 폭격기는 본질적으로 압제적인 무기인 반면에, 소총이나 머스킷총이나 긴 활이나 수류탄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인 무기인 셈이다. 복잡한 무기는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들고, 단순한 무기는(보복이 따르지 않는 한) 약자에게 갈고리발톱이 된다. - P210

언제나 강자가 약자에게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미덕은 이기는 데 있었다. 즉, 미덕이란 남들보다 더 크고, 강하고, 잘생기고, 부유하고, 인기 좋고, 세련되고, 거리낌 없는 데 있었다. 달리 말해 남을 지배하고,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하고, 바보 같아 보이게 하며, 모든 면에서 남보다 앞서는 데 있었던 것이다. 삶이란 본래 위아래가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자체가 옳은 일이었다. 강자가 있어 그들은 이겨 마땅하고 언제나 이겼으며, 약자가 있어 그들은 져 마땅하고 언제나, 끝없이 지기만 했다. - P419

정치에선 둘 중 어느 쪽이 덜 악한지를 판단하는 것 이상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악마나 미치광이처럼 행동해야만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는 상황들이 있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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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익스프레스 - 중력의 원리를 파헤치는 경이로운 여정 익스프레스 시리즈 1
조진호 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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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너희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좀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화로 중력을 이야기하는 <그래비티 엑스프레스>를 샀단다. 그런데 너희들이 보기에는 아직 책이 좀 어려운 것 같았어. 오히려 과학을 좀더 쉽게 접하고자 하는 어른에게 맞는 책 같았단다. 이 책은 지은이 조진호 님께서 출간한 익스프레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데, 디자인이 일단 멋지단다. 이 시리즈가 모두 네 권인데 이 네 권을 함께 모셔두면 책장이 폼이 나더구나. 천천히 한 권씩 읽어봐야겠구나. 너희들도 좀 더 크면 읽어보면 좋겠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화로 중력과 중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잘 그려냈단다.


1.

이 책은 인류가 중력을 원리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단다. 지구 상의 물체는 왜 떨어질까에 대한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봤단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달과 태양의 정체는 무엇인지 고민들을 많이 했단다. 기원전 600년 전 아낙시만드로스라는 사람은 이 세상이 둥글게 휘어져 있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어딘가에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윗부분은 둥그렇게 생겼지만 아래쪽은 원통 모양이라고 생각했다는구나.

피타고라스는 세상 만물을 수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지구와 우주를 모두 구 모양이라고 생각했대. 지구와 태양은 우주의 중심으로 돌고 있고, 우주는 규칙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규칙성은 수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어. 지금 와서 보면 피타고라스는 대단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던 것 같구나. 기원전 5세기 아낙사고라스라는 사람은 달이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는구나. 이 분의 추측도 정확하게 맞았구나.

기원전 300년대에서 200년대를 살던 아리스타르코스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는 지구가 하루 한번 스스로 돌고, 지구가 공전한다고 주장을 했어. 태양은 우주의 중심이라고도 주장을 했는데, 이것은 그의 생각일 뿐 증명은 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했다고 했어. 그리고 그는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려는 시도도 했다는구나. 이런 사람들의 생각들과 연구가 점점 쌓이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더 훌륭한 사람들도 출현한단다.

에라토스테네스라는 기원전 2세기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과학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사람으로 아빠도 이름이 어렴풋이 기억나는구나. 그의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그가 한 일은 아주 정확히 기억한다. 그는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고 기둥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지구의 반지름과 둘레를 구한 사람으로 유명하단다. 그가 사용한 이 방법은 수학적으로도 올바른 방법으로 그가 잰 지구의 반지름은 실제와 10%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구나. 예전에 너희들이 지구의 크기가 얼마냐고 물어봤을 때, 아빠도 에라토스테네스의 방법대로 지구의 반지름을 잴 수 있다고 설명해 준 적이 있는데, 기억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에라토스테네스는 월식을 이용하여 달의 크기가 지구의 약 4분의 1이라는 것도 구했단다. 그것뿐만 아니라 달까지의 거리, 태양의 크기, 태양까지의 거리도 구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2.

여러 가지 증거들을 보면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하지만 그들이 갖는 한가지 의문점이 있단다. 지구가 둥글면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라는 의문점이야. 그냥 다 떨어지고 아무도 살지 않나? 그리고 지구도 그렇게 둥근 상태로 떠 있다면 어딘가로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갖게 되었어. 유명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가 떨어지는 낙하 현상을 근본 원소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는 본성이라고 설명했단다. 그리고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했고, 지구 상의 물체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가 중심이기 때문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별이나 태양은 왜 안 떨어질까? 그것에 대한 설명은 지상 세계와 천상 세계는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고 했고, 그것에 대한 것을 모두 논리적으로 설명했다고 하는구나.

프톨레마이오스라는 사람은 지구가 중심이고 하늘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하는 천동설을 주장하였는데, 그는 이 천동설의 설명을 위해 하늘의 별과 태양과 달의 움직임도 설명했어. 천동설에 짜 맞추려다 보니, 예외적으로 움직이는 별들이 많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예외적인 것들이 많다면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 좋았을 텐데프톨레마이오스의 주장은 아주 오랫동안 정답으로 이어졌단다. 중세 코페르니쿠스와 임페투스가 지동설을 주장할 때까지 이어졌단다. 하지만 여전히 물체가 낙하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단다. 행성 운행의 3 법칙으로 유명한 케플러는 낙하하는 물체의 원리가 질량자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그리고 뒤이어 점점 위대한 과학자들이 출현한단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개조해서 목성의 4개 위성을 관찰하게 되면서, 지구가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는 것을 증명하게 돼. 낙하하는 물체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는데, 그는 낙하속도가 높이와 시간 사이의 규칙성을 발견하게 된단다. 관성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하게 되는데, 후에 뉴턴이 정의한 관성과는 조금 다르지만, 갈릴레이는 모든 운동을 하는 물체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그것이 관성이고, 그 관성 때문에 행성들이 원운동의 궤적을 따른다고 했어. 그러니까 지구나 행성이 태양의 주변을 돌고 있는 것을 관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단다.

드디어 뉴턴이 등장하여 중력에 대해 정확하게 정리한단다. 만유인력 법칙이라는 것으로 중력을 정의하고 지구 상에 모든 물체는 떨어진다고 할 때 항상 의문이었던 달은 왜 안 떨어지는가?’에 대한 질문에, 뉴턴은 달도 지구로 떨어진다고 설명하였단다. 뉴턴이 중력의 정체를 풀어내고, 역학 법칙을 정립했지만 결국 중력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풀지 못했다고 하는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과학자들은 빛에 대해 연구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책의 후반부는 그런 빛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설명한단다. 왜 중력 이야기를 하다가 빛의 이야기까지 할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것은 뉴턴의 상대성 이론을 이야기하기 위한 전채라 볼 수 있단다. 빛 마저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것을 설명하고, 시공간도 구부러진다는 상대성 이론 말이야. 상대성 이론은 이전에도 여러 번 이야기해서 오늘은 생략할게.

…..

이 책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했단다. 너희들이 좀 커서 중력에 관심이 있다면, 오구리 히로시 님의 <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와 오정근 님의 <중력파>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물론 이번에 아빠가 읽은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도 좋고


PS:

책의 첫 문장: 쪼로록

책의 끝 문장: 이것 또한 멋진 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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