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 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 거지.”


(233)

물론 콜리가 스스로 깨닫거나 책에서 읽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책보다 더 정확하고 지혜롭다는 인간의 삶에서 나온 진리였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313)

틀렸어.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세상에는 원래 이유가 없었어. 인간들이 이유를 가져다 붙인 거지. 그러니까 순서를 따지자면 이유 없이 생겨난 게 먼저야.”

하지만 저는 틀릴 수가 없는데…”

누구라도 틀려. 원래 살아가는 건 틀림의 연속이야.”


(343)

인간의 눈이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각자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콜리는 인간의 구조가 참으로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다가 모든 연료를 다 소진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 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어렵고 복잡했다. 하지만 즐거울 것 같기도 했다. 콜리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모든 상황이 즐거웠으리라.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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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무릇 사람의 형체는 긴 것이 짧은 것만 못하고

큰 것이 작은 것만 못하며 살찐 것이 여윈 것만 못하다.

사람의 피부색은 흰 것이 검은 것만 못하며

색이 엷은 것은 진한 것만 못하다.

살찐 사람은 습기가 많고 여윈 사람은 화()가 많다.

피부가 너무 흰 것은 폐의 기가 허한 것이며

검은 것은 신장의 기가 넉넉한 것이다.

이렇게 형체와 색이 달고 오장육부도 다르니,

비록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같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치료법은 확연히 다르게 된다.


(31)

부자는 몸이 편하되 마음은 불편하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몸은 고달프되 마음은 편하네

어찌 같은 약을 쓸 수 있겠는가.

높은 곳은 건조하고 낮은 곳은 습하고 기압과 음식이 다르니

달리 써야 하지 않겠는가.


(90)

봄은 간장,

여름은 심장,

가을은 폐,

겨울은 신장의

기운이 강하다.


(92)

음식물에 넣어서 맛을 내는 것이 양념이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념(藥念)에서 나왔다.

약처럼 생각하고 음식에 첨가하라는 뜻이다.

양념으로 음식에 넣는 파, 마늘, 생강, 고추 등이 모두 약이다.

모두 따뜻한 성질이다.


(133)

네 병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네 마음을 다스려라.”

<동의보감>의 모든 가르침은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신부님들은 결혼을 버리고 스님들은 세속을 버릴까.

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만 먹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바른 생활을 하면

누가 병에 걸리겠는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은

병든 사람에게 위안이 된다.

그래도 마음 다스리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의사와 약을 돈으로 사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다. 그런 일은 나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아가 자연에도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35)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환자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

걱정, 공상, 불평을

모두 버리도록

치료해야 한다.

이것이 의사의 몫이다.


(201)

생각이 많으면 집중으로 못하고

욕심이 많으면 판단이 어둡고

일이 많으면 몸이 피곤해지고

말이 많으면 기가 빠지고

웃음이 많으면 마음이 흩어지고 오장이 상하며

즐거움이 많으면 감정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성을 많이 내면 맥이 진정되지 않고

너무 좋아하면 이치를 따지지 못하고

미워하는 것이 많으면

즐거움이 없어진다.


(264-265)

목화토금수는 상생(相生)의 순서다.

나무()를 때서 불()를 만들고

()이 타고 나면 흙()이 생기고

() 속에서 쇠()를 캐고

() 표면에 물()이 생기고

이 물()을 주면 나무()가 잘 자란다.

반면 목토수화금은 상극(相克)의 순서다.

나무()는 흙()을 뚫고 들어간다.

()을 쌓아 물()을 막는다.

()은 불()을 끄고

()은 쇠()를 녹인다.

()는 나무()를 자른다.

모든 인간사와 자연사에 있어 상생과 상극은 매우 중요한 관계다.


(420)

어른들은 휴일이 있는데 청소년들은 왜 휴일이 없는가?

왜 없어요? 토일은 학교에 안 가는데요.

학교에 안 가지만 학원에는 가야 하지 않은가

쉬지 못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기 어렵다.

토일은 공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네.

공부시키는 학부형은 잡아가든지 벌금을 많이 물게 해야 한다네.


(422)

성내면 기가 거슬러 오르는데

심해지면 피를 토하고 설사한다.

기뻐하면 기가 조화롭게 되고 잘 통해서 느슨해진다.

슬퍼하면 상초(上焦)가 막히고 기운이 흩어지지 못해서

열이 안에서 생기기 때문에 기가 사그러진다.

두려워하면 정이 도망가고 상초가 막혀

기가 아래로 돌아가서 하초가 꽉 차므로 기가 흐르지 못한다.

추우면 피부가 오그라들어 기가 흘러 다니지 못하니 모아지고

열이 나면 피부가 열리고 땀이 나기 때문에 기가 빠져나간다.

놀라면 마음이 기댈 곳이 없고

정신이 마음이 기댈 곳이 없고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기가 어지러워진다.

피로하면 숨을 헐떡이고 땀이 나서 기가 닳고

생각을 많이 하면 기가 돌아다니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기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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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8-14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서가 동의보감 키워드 컬렉션에서 한참 서성이다 그냥왔는데 이책은 못보았네요^^담아 놓겠습니다

bookholic 2021-08-15 07:12   좋아요 0 | URL
핵심만 정리해서 유머와 함께 만화로 잘 그려주셨어요~~^^
그래서 더 머릿속에 가슴속에~~

scott 2021-08-14 2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발췌 문장만 읽어도 인생 꿀팁으로 새겨야겠네요 북홀릭님 주말 멋지게 보내세요

bookholic 2021-08-15 07:14   좋아요 1 | URL
읽고 적고 했으니, 실천을 잘 해야하는데 쉽지 않아요.. 마음 다스리고 비우는 것...ㅠㅠ
soctt님도 광복절 연휴, 좋은 책과 좋은 음악과 즐겁게 보내세요~~^^

mini74 2021-08-14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만 먹는게 참 힘든거 같아요. 지금도 쫀드기 먹고 있는 일인 ㅠㅠ 아이들과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

bookholic 2021-08-15 07:15   좋아요 2 | URL
˝어떤 것이든 맛있게 먹으면 보약˝이라는 말도 저 책에 있었어요~~
쫀드기도 맛있게 먹으면 보약~~ㅎ
mini74님도 쫀드기와 책과 식구들 모두와 즐거운 광복절 연휴 되시길...^^
 















(30)

그러니까 보통 우리가 운동이라고 하면, 물체가 움직이는 위치를 계속 눈으로 추적하면서 위치가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위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만약 위치를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해서는 운동을 어떻게 기술할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그러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 대상으로부터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만 가지고서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원자의 경우에는 그게 바로 이런 숫자들이라는 겁니다.


(47-48)

본다는 것은 빛이 물체에 부딪혀 튀어나온 후 우리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빛이 물체에 부딪히는 공안 교란이 전혀 없을 수는 없어요. 물론 대부분 물체는 너무 무거워서 빛에 맞더라도 별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죠. 아이스크림을 맛 볼 때에도 아이스크림을 교란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어떤 물리량일지라도 측정을 하려면 그 대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교란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60)

관측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그 존재 여부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은 과학의 기본 전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보지 않은 걸 믿지 않는 거죠. 이게 그냥 과학자들의 믿음 같은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양자역학, 아니 우주가 그렇게 굴러간다는 겁니다. 과학자들도 이걸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무슨 관념론 같잖아요. 사실 처음엔 저도 거부감이 좀 있었습니다. 무언가 우리의 의식이나 의지 같은 게 거기에 관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약간 있어서 그래요.


(76)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양자역학이 이상한 것은 단지 아직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기 때문이다. 우주는 결정되어 있는데, 아직 우리가 모르지만 우주는 아미 알고 있는 무엇인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것을 알게 되면 양자역학의 측정문제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죠.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을 숨은변수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숨은변수라는 말의 의미를 아시겠죠? 우주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직 숨어있는 그런 것이 있는데, 이것이 결정론으로 된 것이라는 겁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숨은변수를 찾는 것뿐이죠.


(89)

하나는 국소성이고 다른 하나는 실재성입니다. 말이 무척 어렵죠? 하나씩 풀어봅시다. ‘국소성이라는 건 빛보다 빠른 정보 통신이 가능하지 않다는 겁니다. 상대성이론의 가정을 말하는 거지요. ‘실재성은 아인슈타인이 이야기한 대로 측정하기 전에 물리량이 결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국소성과 실재성을 가정하면, 이것이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그런 숨은변수이론이 아니겠냐는 생각입니다.


(121)

실체(實體)나 실재(實在)라는 단어도 상황에 따라 어려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종교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또는 어떤 철학적 배경이 있는지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겁니다. 과학자들이 실재성 논쟁에서 염두에 두는 것은 오직 물리량이 측정 전에 정의되어 있으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물리량으로 표현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어요. 측정하기 전 물리량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을 두고서 실제로 존재가 없는 거냐고 물으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답해드리겠습니다. 존재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잖아요? 빨간 알약인지 파란 알약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때, 적어도 알약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 적어도 색은 존재하는 것인 것 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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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7)

19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전 세계 물리학자들에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그의 이론은 1901 1월에 독일의 유명 학술지 <물리학연보>에 게재되었는데, 이 논문에서 막스 플랑크는 자신이 도입한 상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이 상수는 에너지와 시간이 곱해진 단위를 갖고 있으므로 에너지요소 hv와 구별하기 위해 기본작용양자(elementary quantum action) 또는 작용요소(element of action)라 부르기로 한다.”

이로써 1900 12 14일은 양자혁명이 촉발된 날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그러나 정작 플랑크 자신은 E=hv가 고전물리학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리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47)

막스 플랑크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하여 고정된 에너지 요소를 진동자에 할당하면서 그 물리적 의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은 플랑크도 수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자나 분자가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그는 에너지가 복사와 물질 사이에서 연속적으로 흐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플랑크는 복사 공식을 유도하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있다는 발상을 처음 도입했지만, 그의 강연록이나 논문 어디를 뒤져봐도 이 사실이 분명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62)

러더퍼드는 실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원자 질량의 대부분은 중심부에 있는 원자핵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보다 훨씬 가벼운 전자들이 마치 태양계의 행성처럼 그 주변을 공전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모형에 따르면 원자의 내부는 거의 텅 빈 것이나 다름없었다. 요즘 출간되는 물리학 관련 서적을 보면 원자의 내부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할 때 러더퍼드의 태양계 모형을 그려 넣곤 한다. 궁극적으로 맞는 모형은 아니지만, 원자의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이것만큼 적절한 그림을 찾기 어렵다.


(110)

그 후 폴 디랙은 전자의 스핀 방향이 두 가지이기 때문에 원자의 각 궤도에 두 개의 전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안했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궤도에 들어가는 두 개의 전자는 스핀 방향이 반대여야 한다는 뜻이다. 스핀이 반대인 한 쌍의 전자들이 짝을 이루어 궤도를 채우면, 그 궤도는 더 이상 다른 전자를 수용할 수 없다.

이것은 이론물리학의 커다란 진보였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많이 남아 있었다. 고전물리학에서 팽이처럼 자전하는 물체의 자전축은 임의의 방향을 향할 수 있는데, 전자의 자전축은 외부 자기장이 걸렸을 때 왜 두 가지 방향으로만 나타날까? 이런 제한 조건이 전자의 양자적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심증만 있을 뿐 그 누구도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135-136)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생각을 요약하여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양자역학은 매우 인상적인 이론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양자역학이 물리적 세계를 정확히 예견한다 해도, 자연의 비밀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신은 주사위놀음 같은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은 탁월한 천재성과 직관으로 양자역학의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결국에는 양자역학을 가장 극렬히 반대하는 쪽에 서게 되었다. 보른은 아인슈타인의 냉담한 반응에 크게 당황했다. 그 뒤 물리학계는 양자 수준에서 실체란 무엇인가?’를 놓고 과학 역사상 가장 격렬한 논쟁을 벌이게 된다.


(147)

많은 부분에서 의견이 엇걸렸지만,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와 자신이 같은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안개상자 속에서 나타나는 전자의 궤적처럼 지극히 간단한 현상조차 다루기 어렵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행렬역학에서는 궤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반면에 파동역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넓게 퍼지는 물질파의 개념을 이용하여 안개상자 속을 지나가는 전자의 궤적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개상자 속에서 전자가 남긴 궤적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전자가 입자라는 주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었다.


(153)

아인슈타인은 그 점을 인정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물리학 이론의 본분은 관측 가능한 양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도 알다시피 관측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입니다. 우리가 관측 장비 안에서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관측 장비의 내부에서는 또 다른 과정이 진행되고, 이것이 복잡한 단계를 거쳐 관측자에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순수한 자연현상에서 뇌의 인식 작용에 이르는 이 모든 과정으로부터 우리는 자연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내야 하며, 현실적인 언어로 자연의 법칙을 서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무언가를 관측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158)

여기서 하이젠베르크의 설명을 들어보자

“”현재를 정확히 알면 미래를 예견할 수 없다는 것은 고전물리학의 결론이 아니라 가정이다. 현재를 정확히 아는 것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관측된 모든 것은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들 중 하나가 우연히 선택되어 나타난 것이다. 양자역학의 통계적 특성은 부정확한 지각(知覺)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우리가 인식하는 통계적 세계의 저변에 진짜세계가 숨어 있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런 식의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리학의 본분은 관측된 사이의 상호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좀 더 정확히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즉 모든 실험과 관측은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른다. … 그러므로 양자역학은 인과율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선포한 최후의 법정이다. 그 이상의 판결 기관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175-176)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고전물리학의 개념들을 원자 규모에 적용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비로소 그 특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관측장비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고전적인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양자역학에서는 매우 생소한 결과들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182)

실증주의든 실용주의든 간에, 보어는 명백한 -실존주의자였다. 그는 자신의 관점을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관측 장비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의 물리적 실체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으며, 앞으로 이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감춰진 실체의 지금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다. 일상적인 물리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독립적 실체는 눈앞에 나타난 현상이나 관측 방식과 무관하다.”


(263)

1947년에 오펜하이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을 계기로 물리학자들은 죄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다른 지식은 모두 잊어버려도, 이것만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338-339)

서버는 이것이 말도 안 되는 생각임을 인정했다. 전하가 분수인 입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겔만은 서버가 찾는 것이 완전히 어불성설이라며, ‘코크(quorks)’라는 이상한 단어를 갖다 붙였다. 그 뒤 이어진 강연에서 이 단어를 몇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서버는 겔만이 지어준 이름을 쿼크(quirk, ‘기발함이라는 뜻의 명사)’로 알아듣고, 분수 전하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345)

자발적 대칭성 붕괴는 고체물리학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양자장이론이나 입자물리학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대부분의 이론물리학자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물리학적 원리를 찾아내는 순수주의자로 생각했기에, 고체물리학들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고체물리학을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한 시스템을 몇 개의 가정으로 단순화시키는 작업쯤으로 생각했다. 머리 겔만도 고체물리학을 너저분한물리학이라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417)

새뮤얼 팅과 버튼 릭터의 발견이 알려진 뒤 물리학자들은 소립자가 두 종류의 세대(generation)’로 존대한다고 생각했다. 각 세대는 두 개의 렙톤과 두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고, 그 밖에 이들 사이에서 힘을 매개하는 매개 입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입자의 족보가 완성될 듯했다. 전자와 전자뉴트리노 그리고 위쿼트와 아래쿼크는 제1세대에 속하고, 뮤온과 뮤온뉴트리오, 맵시쿼크와 야릇한쿼크가 제2세대에 속한다. 1세대와 제2세대 입자들은 일대일로 대응되며, 세대 간의 차이점은 질량뿐이다. 그 외에 광자는 전자기력을 매개하고 W 입자와 Z 입자는 약학 핵력을, 색전하를 갖는 글루온은 쿼크들 사이에서 강한 핵력을 매개한다.


(434)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질은 대부분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의 중심부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자리잡고 있으며, 파동이면서 입자이기도 한 유령 같은 전자가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또한 양성자와 중성자는 위쿼크와 아래쿼크로 이루어져 있다. 쿼크와 전자, 전자뉴트리노는 스핀이 1/2인 페르미온이며, 이들은 표준모형에서 ‘1세대 물질 입자에 속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세계를 서술할 때에는 이 세 종류의 입자로 충분히다.


(438)

이 모든 체계의 저변에 신비하게 깔려 있는 것이 바로 힉스장(Higgs field)이다. 힉스장은 우주 공간의 진공 속에 골고루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량이 없는 입자가 힉스장(또는 힉스 응축물’)과 상호작용을 하면 질량을 갖게 되는데, 이때 획득한 질량은 입자와 힉스장 사이의 결합강도(coupling)에 따라 달라진다. 힉스장의 장 입자는 스핀=0인 힉스 보존으로, 표준모형에서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주여하는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알려져 있다.

헤라르트 토프트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힉스 입자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지만 힉스장의 존재는 모든 곳에서 느낄 수 있다. 만일 힉스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표준모형의 대칭성이 너무 커서 모든 입자들이 거의 똑같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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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 도시와 충동적 젊은이였던 나, 이 두 존재, 즉 우리는 흡사 불안과 초초함의 동력 발전기처럼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때처럼 그렇게 베를린을 이해하고 사랑한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도시는 높이 웅비하면서도 따사롭기 그지없는, 인간을 위한 달콤한 안식처와 같아서 내 몸 속에 있는 모든 세포가 갑작스럽게 확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초조한 청춘들의 강렬함은 뜨겁고 풍만한 여인의 떨리는 품속과도 같은 베를린, 힘이 솟구쳐 오르는 이 도시 속에서 비로소 격렬하게 터져 나왔습니다.


(44-45)

우리는 언제나 모든 현상, 모든 인간을 그 불꽃의 형태로만, 정열을 통해서만 인식할 뿐입니다. 모든 정신은 피 속에서 끓어오르고, 모든 사상은 정열에서, 모든 정열은 영적인 감동에서 솟아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셰익스피어와 그 시대 사람들에게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합니다. 여러분들을 진실로 젊게 만들어 줄 셰익스피어를 말입니다! 먼저 감동하고, 그 다음에 공부하시오! 언어를 공부하기 전에 먼저, 가장 찬란한 세계의 교과서인 그 사람, 그 고귀한 그 사람, 최고의 인물인 셰익스피어에 대해 연구하시기를!


(55)

조용히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들어온 그는 그저 지치고 나이든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비치던 눈의 초점은 사라지고, 맨 첫 줄 의자에 앉아 있던 내 눈에 비친 그는 푹 패인 주름살과 얼굴에 퍼진 상처들로 거의 환자처럼 생기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상처 자국이 있는 그의 얼굴은 움푹 파였고, 푸르스름한 그늘이 늘어진 회색 뺨에 흘러내리는 듯 했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던 그의 눈 위로 눈꺼풀 그림자가 드리웠으며, 창백하고 얇은 입술에서도 청랑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청아함, 저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 넘치는 활력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는 흡사 재미없는 문법 강의처럼 단조로웠고, 피로에 지친 발걸음으로 바짝 말라 딱딱해진 모래를 지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86-87)

고귀한 남성의 우울은 늘 젊은이의 정신을 강하게 붙드는 법입니다. 자신의 심연 아래를 응시하는 미켈란젤로의 사상과 처절하게 내면을 향해 꾹 다문 베토벤의 입, 이렇듯 세계 고뇌를 가린 비극적인 가면들은 모차르트의 은빛 멜로디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물 주위에 밝게 퍼지는 빛보다 더 강력하게 청년을 감동시킵니다. 사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다워서 아름다움을 꾸밀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청춘의 힘은 활력이 지나치게 넘쳐흘러서 비극적인 것으로 치닫기도 하고,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피를 달콤하게 흠뻑 빨아들이기까지 합니다. , 그런 이유로 정신적 고뇌 속에서도 청춘은 위험을 받아들이고 형제 같은 마음으로 내민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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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8-01 1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ㅜㅜ 너무 너무 좋네요!!!!
츠바이크는 정말 조곤조곤 젠틀하고 지적이고
고요하게 차곡차곡 서사하고 자신의 감상과 의견과 분석을 전하는 것 같아요
양서입니다!

bookholic 2021-08-01 18:47   좋아요 2 | URL
츠바이크 문장의 특징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초딩 님께서 답을 알려주셨네요..^^
조곤조곤하고 젠틀하고 지적이고 고요하게 차곡차곡 서사하고 자신의 감상과 의견과 분석을 전한다^^
핵심을 찌르는 요약입니다~~^^

미미 2021-08-01 11: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으아~곱씹을 수록 좋은 츠바이크의 문장들이네요!!!

bookholic 2021-08-01 18:48   좋아요 2 | URL
츠바이크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한 권 한 권 실망을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