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무릇 사람의 형체는 긴 것이 짧은 것만 못하고
큰 것이 작은 것만 못하며 살찐 것이 여윈 것만 못하다.
사람의 피부색은 흰 것이 검은 것만 못하며
색이 엷은 것은 진한 것만 못하다.
살찐 사람은 습기가 많고 여윈 사람은 화(火)가 많다.
피부가 너무 흰 것은 폐의 기가 허한 것이며
검은 것은 신장의 기가 넉넉한 것이다.
이렇게 형체와 색이 달고 오장육부도 다르니,
비록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같을지라도
사람에 따라 치료법은 확연히 다르게 된다.
(31)
부자는 몸이 편하되 마음은 불편하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몸은 고달프되 마음은 편하네
어찌 같은 약을 쓸 수 있겠는가.
높은 곳은 건조하고 낮은 곳은 습하고 기압과 음식이 다르니
달리 써야 하지 않겠는가.
(90)
봄은 간장,
여름은 심장,
가을은 폐,
겨울은 신장의
기운이 강하다.
(92)
음식물에 넣어서 맛을 내는 것이 양념이다.
양념이라는 말은 약념(藥念)에서
나왔다.
약처럼 생각하고 음식에 첨가하라는 뜻이다.
양념으로 음식에 넣는 파, 마늘, 생강, 고추 등이 모두 약이다.
모두 따뜻한 성질이다.
(133)
“네 병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먼저 네 마음을 다스려라.”
<동의보감>의
모든 가르침은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
그러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신부님들은 결혼을 버리고 스님들은 세속을 버릴까.
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것만 먹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바른 생활을 하면
누가 병에 걸리겠는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의학은
병든 사람에게 위안이 된다.
그래도 마음 다스리기를 버려서는 안 된다.
온갖 나쁜 짓은 다 해놓고 의사와 약을 돈으로 사는 것은
가장 나쁜 일이다. 그런 일은 나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나아가 자연에도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35)
모든 병은
마음에서부터 온다.
환자가 마음을
바르게 하고
걱정, 공상, 불평을
모두 버리도록
치료해야 한다.
이것이 의사의 몫이다.
(201)
생각이 많으면 집중으로 못하고
욕심이 많으면 판단이 어둡고
일이 많으면 몸이 피곤해지고
말이 많으면 기가 빠지고
웃음이 많으면 마음이 흩어지고 오장이 상하며
즐거움이 많으면 감정이 어지럽게 뒤섞이고
성을 많이 내면 맥이 진정되지 않고
너무 좋아하면 이치를 따지지 못하고
미워하는 것이 많으면
즐거움이 없어진다.
(264-265)
목화토금수는 상생(相生)의
순서다.
나무(木)를 때서 불(火)를 만들고
불(火)이 타고 나면 흙(土)이 생기고
흙(土) 속에서 쇠(金)를 캐고
쇠(金) 표면에 물(水)이 생기고
이 물(水)을 주면 나무(木)가 잘 자란다.
반면 목토수화금은 상극(相克)의
순서다.
나무(木)는 흙(土)을 뚫고 들어간다.
흙(土)을 쌓아 물(水)을 막는다.
물(水)은 불(火)을 끄고
불(火)은 쇠(金)를 녹인다.
쇠(金)는 나무(木)를 자른다.
모든 인간사와 자연사에 있어 상생과 상극은 매우 중요한 관계다.
(420)
어른들은 휴일이 있는데 청소년들은 왜 휴일이 없는가?
왜 없어요? 토일은 학교에 안 가는데요.
학교에 안 가지만 학원에는 가야 하지 않은가
쉬지 못하는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기 어렵다.
토일은 공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네.
공부시키는 학부형은 잡아가든지 벌금을 많이 물게 해야 한다네.
(422)
성내면 기가 거슬러 오르는데
심해지면 피를 토하고 설사한다.
기뻐하면 기가 조화롭게 되고 잘 통해서 느슨해진다.
슬퍼하면 상초(上焦)가
막히고 기운이 흩어지지 못해서
열이 안에서 생기기 때문에 기가 사그러진다.
두려워하면 정이 도망가고 상초가 막혀
기가 아래로 돌아가서 하초가 꽉 차므로 기가 흐르지 못한다.
추우면 피부가 오그라들어 기가 흘러 다니지 못하니 모아지고
열이 나면 피부가 열리고 땀이 나기 때문에 기가 빠져나간다.
놀라면 마음이 기댈 곳이 없고
정신이 마음이 기댈 곳이 없고
정신이 안정되지 않아 기가 어지러워진다.
피로하면 숨을 헐떡이고 땀이 나서 기가 닳고
생각을 많이 하면 기가 돌아다니지 못하고
한곳에 머물러 기가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