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호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2
외젠 다비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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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다비의 <북호텔>은 1920 ~ 1930 년대 프랑스 파리의 북쪽 지역인 제마프 둑길에 있는 허름하고 값싼 호텔(이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모텔 혹은 여관에 가까운?)이 배경으로, 거기에 숙박하는 프랑스 하층민들인 공장의 직공, 마차꾼, 인쇄공, 지하철 종업원, 아내를 삣기고도 모르는 경찰관, 폐병환자, 매춘부, 인정 못받는 하급 배우 등이 주인공이다. 

호텔을 새로 사서 정성스럽고 깨끗하게 운영하고자 애쓰는 르쿠브뢰르와 루이즈 부부는 나름대로 정이 넘치면서 다분히 인간적이다. 

또 이곳에 투숙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손님들의 삶도 어느 한 편으로는 비참하고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작가가 철저히 감정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하듯 묘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그 사람들이 처한 상활이나 하는 행동들이 그다지 문제적인 상황으로 비치지 않는다. 문제적인 상황으로 인식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순전히 책을 읽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애쓴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도 남자들이 여자를 대하는 상황들은 혀를 차고 싶을 정도로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여자를 그저 한 번 후려서 가지고 놀다가 버려도 되는 것으로 인식을 하고 있고, 실제로 등장하는 남자들이 여자를 우습게 알고 희롱하고 쉽게 유혹하고 몸을 유린하고 같이 살다가 임신한 여자를 그냥 버려두고 줄행랑을 치고 하는 등등의 행동을 일삼는다. 그러한 모습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묘사되어 있어서 이 당시에 정말 이랬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않는 남자들도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름 위안이 된다. 호텔의 주인 부부의 모습은 특히 그러하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도 그렇고 손님들에게도 또 이 곳을 거쳐간 하녀들에게도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부모님이 실제로 '북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을 운영했다고 하던데, 책을 읽어 나갈 수록 작가가 이들 하층민의 모습을 그저 미화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애쓴 것은 도시 변두리에서 작은 희망을 붙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무언가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투영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강력한 힘에 끌려가듯 달려가 파국을 맞는 소설의 전형으로 추앙받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 떠올랐는데, <목로주점>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하층민인(그 당시에 파격적이게도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워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하지 아마!) 세탁부 여인의 삶은, 외젠 다비의 <북호텔> 속 하층민들의 삶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북호텔> 속 하층민들의 삶이 좀 더 따듯한 시선으로 쓰여진 것이어서 - 순간적으로 개탄을 금치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 

<목로주점>에 비하면 전체적으로는 좀 더 편안하게 읽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그렇다고 <목로주점>이 재미가 없느냐 한다면 결단코 그렇지 아니하다. <목로주점>은 정말 명작이다! 30 년도 더 전에 읽었지만 내가 그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아직 기억할 정도로! 단지 프랑스 하층민을 묘사한 소설이라는 소재가 비슷한데 다른 시각으로 쓰여져서 나도 모르게 기억이 났고 본의 아니게 비교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호텔의 임대 기간 8 년이 끝나갈 무렵 호텔의 토지가 팔리면서 북호텔은 종말을 고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호텔을 거쳐간 수많은 인물들 중에 어느 누군가의 모습은 잔잔하게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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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10-11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라니 정말 궁금한데요?! 찜해두겠습니다.

은하수 2023-10-11 13:04   좋아요 0 | URL
목로주점 같은 대작, 명작고전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잘 읽힙니다~~^^

yamoo 2023-10-1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책을 오랫동안 소장만 해 온 저로서는 아직도 읽지 않은 게 후회스럽긴 합니다. 얼른 읽어야지 하는데 계속 후순위로 밀려서....리뷰를 보니 얼른 읽어야 겠습니다!

은하수 2023-10-11 13:06   좋아요 0 | URL
읽기 시작하시면 아마 금방 끝낼수 있으실걸요?
비참한 하층민들의 삶이라길래 목로주점처럼 힘들줄 알았는데-사실 곰곰 생각해보면 정말 비참한 삶들을 살고 있긴 하죠-그런데 의외로 잘, 술술 읽히는건 두 작가의 시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토종백제인 2023-10-11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자체 도서관 갑니다

은하수 2023-10-11 23:4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도서관에서~~!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