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뉴기니의 정치가 얄리의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이 책의 결론은 에필로그에 친절히 정리가 되어있다. 나도 마지막 정리를 해 놓자.
인류사의 시작은 아프리카 흑인으로부터였지만 오늘날 그들은 왜 세상을 지배하지 못하고 지배 받는 문명이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작가는 한 마디로 말한다. ˝각 대륙 사람들이 경험한 장기간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까닭은 그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 차이‘ 때문이었다고.˝(580쪽)
다시 세분하여 인간 사회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차이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모든 차이점을 나열할 수는 없으므로 네 가지 정도의 중요한 차이점만 열거해 본다.(581쪽~584쪽)


첫 번째 차이: 가축화, 작물화의 재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 간 차이다. 식량생산이야말로 잉여 식량을 축적하고, 중앙집권화한 사회로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요소인데, 대규모 식량 생산은 가축화된 동물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야생 동,식물의 가축화 동물화는 소수에 불과했고, 후보종의 수도 대륙 간 불균형이 심했다. 그것은 각 대륙의 면적의 차이, 홍적세 말기에 일어난 멸종의 차이 때문이었다. 특히 유라시아나 아프리카보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북 아메리카가 특히 더 심했다. 동식물의 가축화, 작물화는 유라시아 대륙의 유난히 조건이 좋은 지역들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이점을 가진 유라시아 대륙의 문물은 다른 대륙으로의 확산과 이동을 야기하였고, 이점을 가진 사회는 결국 그것을 가지지 못한 사회를 정복하거나 멸종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차이: 바로 확산과 이동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고, 이것 역시 대륙마다 달랐다. 확산과 이동의 속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빨랐는데, 그것은 유라시아의 주요 축이 동서 방향이며 생태적, 지리적 장애물도 비교적 적었기 때문이다. 가축과 농작물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고 따라서 위도가 매우 중요하므로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기술의 확산에서도 그 논리는 성립한다.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는 기술 확산의 속도가 유라시아보다 현저히 느렸다. 그것은 이 대륙들의 주요 축이 남북 방향이었으며 생태적, 지리적으로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차이: 각 대륙 ‘내부‘에서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차이가 있었다. 어떤 대륙은 다른 대륙보다 더 많이 고립되어 있고, 따라서 대륙간 확산의 난이도 역시 달라졌다. 지난 6000년 동안 유라시아로부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확산이 가장 쉬웠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복잡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확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저위도 지방에서는 드넓은 대양, 고위도 지방에서는 수렵 채집 생활에나 알맞은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 의해 유라시아와 격리 되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차이: 각 대륙의 면적과 전체 인구 규모의 차이이다.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인 발명가의 수도 많고, 서로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으며, 도입할 수 있는 혁신의 수도 많다는 것이다. 발명과 혁신에서 뒤진 민족이나 사회는 다른 집단에 의하여 제거되거나 정복이 될 것이 분명한데, 아프리카 피그미족을 비롯해 농경민들에 의해 교체된 수렵 채집민 사회가 그러한 예이다.



중국은 농경, 문자, 발명품, 인구 등에서 앞서 나갔지만 오늘 날 유럽에 뒤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유럽의 만성적 분열이 오히려 발명과 발견, 혁신을 이루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콜럼버스가 다섯 번째 시도에서 수백 명이 넘는 유럽의 군주 가운데 한 명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은 바로 유럽이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 당시 유럽이 통일 되어 있었다면 여러 왕들에게 가서 호소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의 분열에서 비롯한 이러한 결과는 중국의 통일이 빚어낸 결과와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해외 항해에 있어 콜럼버스의 배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 사람(황제)의 결정에 의해 중단이 결정되면 다시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14세기에는 정교한 수력 방적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중단되었고, 시계 제작 기술에서도 선도적인 입장이었지만 전폐하였으며, 결국 15 세기말 이후에는 기계장치나 기술 전반에서 후퇴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중국은 문자에 있어서도 하나의 문자 체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이 20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지가 되었다. 중국의 만성적인 통일이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세계의 정복에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별 증보면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에서는 냉철한 논쟁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를 막고 있는 일본의 고고학계의 현재를 볼 수 있었고, 일본인들의 조상인 조몬, 아이누, 야요이 문화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의미가 있었다. 야요이 문화는 한국인으로부터 영향 받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여러 학자들의 의견이지만 일본은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나름 이해도 된다^^


끝까지 읽고 나니 오랜만에 공부를 잘 한 것 같은 뿌듯함이 있다. 이 책을 다 읽었으니 이제 다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읽어 보겠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3-04-2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총,균,쇠>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덕분에 재독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사피엔스>는 부분 부분만 읽어서 완독을 못한 것 같은데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진득하니 읽어봐야겠습니다.

은하수 2023-04-24 15:1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무언가 큰발을 내디딘것 같은 뿌듯함이 있어요. 흥미진진하게 읽혔어요. 어쩜 글이 흡인력 있게 잘 써진건지 감탄하며 읽었어요. 재독해도 재밌게 읽을수 있을듯 해요. 저도 응원합니다<사피엔스> 완독이요!

호시우행 2023-04-24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어요. 총균쇠는 한번 읽기로 끝내기엔 아쉽지요.

은하수 2023-04-24 19:01   좋아요 0 | URL
네.. 정말 그래요
다음에 또 읽어도 새로운 느낌 받을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