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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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을 몇 달에 걸쳐 천천히 다 읽었다.  다 읽고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며 다시 천천히 음미를 해봐도 끝까지 읽기를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조지 오웰이라는 한 작가와 리베카 솔닛이라는 작가를 알아가는 그 시간들이 참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거 같단 것이 내 솔직한 감정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을 읽으면서도 장미를 심었다는 그 작가가 대체 누구지? 했을 정도로 난 오웰에 대해 백지와 같이 무지했었다. 책 제목이 오웰의 장미였는데도 말이다. 이 책을 몇 달에 걸쳐 읽는 동안 리베카 솔닛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오웰의 글을, 작고 짧은 글을 통해서나마 알게 되면서(<책 대 담배>를 읽었고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되었던 건 사실이다.  조지 오웰의 글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제대로 된 독서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러니 조지 오웰의 책을 읽고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지만 그래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에 아주 행복~~~



  조지 오웰이 위기의 시대에 장미를 심은 일로부터 시작된 글은 지하의 진흙과 얼음, 셰일의 층을 지나 영국의 석탄산업과 기후 위기로 발전하고, 거짓으로 점철된 러시아 혁명을 지나고 ㅡ장미 예찬론자였던 사진 작가 티나 모도티는 장미를 버리고 러시아 혁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ㅡ 레몬의 북방 한계선을 높이려는 거짓된 스탈린의 레몬으로 여행을 가기도 하면서 그것이 식민지 시대의 노예 착취와 조지 오웰 가계의 노예 농장에 기반한 부의 축적과 전체주의에 대한 오웰의 작품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빵과 장미로 표상되는 남아메리카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 그리고 다시 미국의 장미 산업을 떠받치는 콜롬비아의 대규모 장미 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장미의 삶이 얼마나 큰 위선과 비윤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럴지언정... 그래서 더욱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장미를 위한 삶을 한순간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웰이 그랬던 것처럼...



  장미는 즐거움과 여가와 자기 결정권, 내적인 삶, 물량화할 수 없는 것 등을 나타내지만, 장미를 위한 투쟁에는 때로 노동자를 압살하려는 고용주나 상사뿐 아니라 그런 것들의 필요성을 폄하하는 다른 좌익 분파들과의 싸움도 포함된다.  좌익에는 즐거움의 추구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이 고통당하는데, 그리고 어딘가에는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기 마련인데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비정하고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청교도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자신의 엄격함이나 기쁨 없는 삶의 태도로 민중에게 감명을 줄 수 있을지언정 그들의 해방에 실제적으로 기여하지는 못할 것이다.(127, 장미예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에게 단 하나뿐인 이 지상에서의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오웰이 했던 말을 지키는 것, 그리고 옥타비아 버틀러가 한 말ㅡ "가능성들을 알아보고자 앞을 내다보고 경고하려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희망의 행위이다."ㅡ들은 아직 우리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집 손바닥 정원에 지난 주 장미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돌 사이 적은 흙에 심은 나무이지만 여름에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간,  돌 사이사이 작년 겨울에 말라 죽은 꽃잔디를 솎아내고 다시 꽃잔디를 심고,  휑하기만 한 울타리에 덩굴장미 몇 주 가져다 심어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나에게는 오웰의 장미와 같은 시간이 아닐런지... 시간이 지나 그 꽃들이 만발하여 보기에 흡족하다면 우리집을 지나가는 이웃들도 즐겁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는 위기를 지나가는 방법이다. 리베카 솔닛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의 시간에 책을 썼다지만 나에겐 그런 재주는 없으니까 오늘도 난 나의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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