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이런 꽃 저런 꽃💐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나간다.
찬장새, 철쭉, 왜가리, 너구리, 진돗개 까부리, 똥 냄새 나는 은행나무, 고양이 띵가, 이름은 멋진데 하는 짓은 먹보에 똥싸개에 잠꾸러기인 웃는 개 바람이, 매화나무, 코스모스, 나리꽃, 호박꽃 이런 저런 꽃이
어우러져 아무 생각없이 읽고 있다.
이윤엽의 판화 그림도 하나 하나 다 우리집 휑한 벽에 걸어 두고 싶네!

작가가 들려주는 속내가 갑자기 친근감가고 정겹게 느껴진다.
난 속없이 읽고 있는데 작가가 갑자기 자기 마음을 들려준다. 약간의 위트를 가미해서~~


텅 빈 마음

요즘 예술이 안 돼.
예술가인데 예술이 안 돼.
예술 알지?
마음 속에 있는 걸 표현하는 거 말이야.
근데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나 봐.
심각해.
예술가는 이럴 때 제일 힘들어.
신나게 이것저것 막 그리고 싶은데
마음 속에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그릴 수가 없잖아.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누구라도 만나서 얘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이런 일, 저런 일도 했다면
마음속이 꽉 찼을 텐데.

봄엔 어울려야겠어.
텅 빈 마음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꽉 채워야겠어.
그런 바람을 표현한 거야.

나 예술가 맞지?
(1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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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3-11 19: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판화도 정겹고 이야기도 정겹네요. 예술가도 이렇게 봄이라고 마음을 채운다는데, 저도 봄바람을 허파에 잔뜩 넣고 이야기들을 채우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예술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예술가만큼 마음은 풍요로워질듯요.

은하수 2023-03-11 21:42   좋아요 2 | URL
판화 하나하나 다 스토리가 있어서 시를 읽고나면 다 갖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혼자 감춰두고 보는 것보단 책으로 나와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느낌을 주는게 좋겠지요.
시를 읽을 때마다 굳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뒤로 갈수록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네요.
다음 챕터는 그러네요. 처음 가볍게 시작했던 마음이 점점 무거워져요..ㅠ.ㅠ
역시 예술도 아무나 하는 건 아니란 생각이 턱 와서 박히네요^^

모나리자 2023-03-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텅빈 마음에 예술가의 고뇌를 느낄 수 있네요. 그래도 그렇게 심각한 느낌은 안들고 위트 느껴져요. 너무 행복하면 예술이 안된다는 말도 있던데...판화 그림도 소장하시는 은하수님도 예술 감각 키워가실 같아요.^^

은하수 2023-03-12 13:06   좋아요 1 | URL
제가 예술가가 아니어서 참 다행이다 이런 생각에 웃음이 나네요^^
뭔가 배고프고 갈급한 마음이 있어야 예술도 되고 스포츠도 되고 노동 운동도 되고 그런 걸까요?
오늘 아침 WBC 야구 보며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막상 소장하려고 하면 뭐를 골라야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빈 벽으로 비워두게 되네요
선택을 한다는게 이리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