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두 군데 순례하고나니 오전이 끝나버렸다. 잇몸 치료 3번째, 이제 한번 남았다. 마취를 해서 입술 위쪽도 부어서 얼얼..
그렇지만! 나의 치아 사이사이가 점점 시원하고 개운해지고 있다. 상쾌하다.
그런데 손가락은 그렇지 못하다. 손목과 손가락 통증은 거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데 출산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으니 내몸에서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번엔 왼쪽 엄지에 터널증후군?처럼 삐거덕 거리는 느낌이 손가락을 펴고 구부릴 때마다
계속되고 있어서 아픈 부위에 주사를 맞았다. 아포...디빵 아프다.. 역시 지금은 얼얼한것이 부어있다.
별일 안하는데도 그걸 견디지 못하는 내 손가락이 원망스럽다. 다독이며 잘 쓰고 있는데 적응하려니 화가 난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단 말이다. 쫌..
잘 버텨주면 안되겠니?

운전하는 것도 불편해서 집 가다 마음의 안정을 위하여 중간에 카페에 왔다^^

정희진 샘 책에서 남겨두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다.
한 손으로라도 적어서 남겨놓고 싶은걸 어쩌라고..
요즘 내가 깊이 생각하는 고통, 안락사의 문제여서 더욱 와닿았을 것이다.
‘안락사에 대한 선택의 자유‘로 평가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무조건 옹호되거나 일반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죽음의 공포는 고통의 공포보다 크지 않습니다.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
-라몬 삼페드로(81면)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는 지은이가 사지 마비 상태가 된 이후 형수 등 가족들의 도움으로 살다가, 안락사 권리를 위해 투쟁한 기록이다. 1996년에 출판되었고 에스파냐어 원제는 ‘지옥으로부터 온 편지‘다.(82면)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의 호소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지일까, 의지일까. 현실이 먼저고 규범은 부차적 문제여야 한다. 문화와 윤리, 사회적
가지는 인간의 경험에 근거하여 지속접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가장 취약한 사람의 고통을 볼모로 기존 통념을 수호하려는 것은 인간이 지닌 최고의 악마성이다. 당위적인 윤리는 없다. 목적은 변화를 통해서만 성취되어야 한다.(82면)


신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을 주신다? 그러시겠지.
그런데 왜 감당해야 할까?
˝물질아, 어디가니?/의미를 찾아가는 중이야/그럼
왜 의미없는 고통을/ 그냥 받아들이니?˝(라몬이 남긴 시,<어디 가니?> 중에서)(83면)

책은 활달하고 유머 있는 영민한 사람의 생기가 넘치는데 이에너지는 죽음에 대한 갈망에서 나온다. 죽음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죽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의욕이 생기는 상태. 그는 안락사를 위해 법, 교회, 언론......온 세상을 상대로 싸웠다. 

그의 생의 절정은 죽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투쟁할 때였다. - P82

안락사를 생명의 차원에서 다루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생명을무시하는 태도다. 문제의 본질은 생명이 아니라 고통이다. "죽음의공포는 고통의 공포보다 크지 않다.
공포만한 통치 기제는없다. 의사의 권력은 환자의 고통에서 나오고 사제들은 죽음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왕은 이 모든 시스템의 우두머리다."
- P82

죽음은 삶의 끝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을뿐이다. 사후 세계에 다녀온 사람은 없다. 죽음이 어떤 것인지는아무도 모른다. 이에 비해 삶의 고통은 너무나 생생하다. 바로 우리 곁에서 경험하고 잘 아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구체적인 고통보다 관념적인 죽음의 공포에 압도된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피하고 싶은 엄청난 노동이다. 체제는 이러한 현실을 "신의 뜻", "생명의 소중함"
"남은 사람의 고통" 등 엉뚱한 언어로 포장한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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