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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보다 낯선 오늘의 젊은 작가 4
이장욱 지음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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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녀의 마지막 길에 함께 하기 위해 k시로 향하는 김, 정, 최 그리고 염.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이 과연 A가 있는 곳일까. 어쩌면 A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 정, 최, 염이 등장하는 곳은 카메라 프레임 안이며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기억 속에 스쳐 지나가는 한 편의 짧은 영화일 뿐이다, 등 무엇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 세상, 그래 그곳은 <천국보다 낯선> 세상이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나,,,,,,는 분명히 지금 이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으며 내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나의 삶은 카메라 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허공에다 대고 크게 소리쳐 보니 나도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다. 나도 내가 바라본 <천국보다 낯선> 세상 안에 있는 허상일지도.

 

김, 정, 최, 염에게 A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같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지 않다. A에 대한 퍼즐을 맞추려고 하지만 모두 제각각 다른 모양의 퍼즐을 쥐고 있는 것처럼 A가 네 사람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죽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더듬고 흐릿했던 모습을 명확하게 규정지으려 하는 행동이 이렇듯 아무런 의미가 없이 되고 보면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나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지금 함께 겪었던 일조차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김, 정, 최를 보고 있으려니 이들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봤는데 왜 다른 결론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A가 죽었다는 소식을 그녀의 사촌을 통해 듣게 된 정은 남편 김에게도 똑같은 전화가 갔음을 알지만 그 전화가 오기 전에 자신이 소식을 전해주지 않는다. A에게 걸려온(사실은 그녀의 사촌에게 걸려온 전화) 전화기를 들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남편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지 정의 속내가 궁금했다. 이 행동만으로도 A는 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A가 죽기전까지도 김의 마음은 그러했을 것인데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금 그녀가 죽기 전 김에게 전화해서 했던 말때문에 김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여유를 가질 수 없다. A의 죽음이 자살일까, 사고일까.

 

A를 중심으로 맞춰줬던 퍼즐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A만 사라졌을 뿐인데 그 주위에 있던 것들 모두 현실에서 벗어나 버렸다. 친구의 연인인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못했던 최, A가 했던 말들을 글로 옮기는 정, 불법 주가조작, 보험 사기 등 여러 죄를 지은 김, 이들의 기묘한 동행은 사고가 나기 전에 사고가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주며 검문을 하는 경찰들에 이어 죽은 A가 문자를 보내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문자를 보내도 그 누구하나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들이 탄 차가 k시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해도 아무도 겁을 내지 않는다. 정말 이들은 그 누군가의 지시대로 카메라 프레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저 멀리서 염은 A를 찾아가는 길에 홀로 서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이쯤에서 카메라는 하늘로 향하고 마지막 자막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사라지고 있어야 맞을 것이다. 환하게 밝혀진 극장 안에서 소지품을 챙기며 자리를 뜨는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을지도. 누가 알겠는가. 무엇이 진실인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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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의 남자]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혀끝의 남자
백민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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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은 모험이 가득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신데렐라 이야기는 아름다운 신데렐라가 왕자님과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이 당연하게만 생각되었다. 지금 어른이 되어 읽는 신데렐라는 신데렐라, 그녀가 맞는 행복한 결말을 보며 흐뭇하기도 하지만 신데렐라 앞에 나타난 멋진 왕자님의 모습은 나의 가슴도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런 멋진 왕자님이 나에게도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이지만 멋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드라마에 빠져드는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동화 앞에 '잔혹'이라는 단어가 붙어 잔혹동화라는 말도 있지만 단편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는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끔찍한 상상으로 신데렐라 이야기를 바꿔 버린 아주 슬픈 이야기였다. 별로 궁금하지 않았지만 <신데렐라 책방> 주인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정말 끔찍할 정도로 슬픈 잔혹동화였다. 가까운 곳에 <신데렐라 책방>이 있다면 나도 한번쯤 들여다 봤을 것이다. 몇 번 오고가다 책을 샀겠지. 왜 유독 예쁜 여자들이 신데렐라 책들이 있는 곳에만 있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겠지만 이 책방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거기에만 있나보다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번쯤 나도 신데렐라 이야기들이 가득찬 책장 앞에 서 봤겠지. 그리고 그곳은 나에게 그저 스쳐지나가는 책장일 뿐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그저 그렇게 끝을 맺는 것도 괜찮았을텐데, 몇 명은 신데렐라 이야기의 결말을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바꿔 버리고 말았다.

 

각 단편들을 완전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혀끝의 남자], [폭력의 기원], [연옥 일기],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 [일천구백팔십 년대식 바리케이드], [재채기] 등 거의 모든 단편들은 어느 장르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익숙한 이야기들이었다. [연옥 일기]는 얼마전에 읽은 위화의 '제 7일'을 생각나게 했는데 죽고난 후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7일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연옥 일기]의 규칙이 없는 세상에 떨어져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피비린내가 나는 이곳에서 떠나지 못해 끝을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위화의 '제 7일'을 떠올리게 했다. 위화의 '제 7일'은 이승을 떠난 후 저승으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였긴 하지만 [연옥 일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상태였다. 타인에 의해 삶이 바뀌었고 하늘을 나는 피가수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바뀌었지만 1년 동안 먹지를 못한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 이는 없으니, 딱히 이들이 살아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나는 내가 처한 상황대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단편들을 읽을때마다 하는 생각은 단편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을까 고민한다는 것이다. 각 단편들은 그것대로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들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그래도 대표 제목을 걸고 단편들을 모아 놓았다면 어떤 주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모호한 결말, 갑자기 끝맺는 이야기,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로 인해 단편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에 담겨져 있는 대부분의 단편들은 '이 의미는 뭘까?'하는 고민을 하게 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데렐라 게임을 아세요?]는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던 그녀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를 떠올리면 쉽게 마음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황태자들에게는 신데렐라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여자들일 뿐이었을 것이다. 황태자들이 움직이는 세상속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란 없다. 가슴 아프지만 나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안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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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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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길을 돌아 이제야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다. 반전이라고 할 수 없는 히다 히로마사의 딸 카자미의 출생에 얽힌 진실들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로인해 이제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에 남은 것이라면 히다 히로마사의 카자미를 향한 사랑, 그것뿐이다. 솔직히 이마저도 타인이 만들어준 결과였을 뿐 히다 히로마사가 한 것은 다만 이 한 가지 뿐이다. 카자미를 보호하기 위해 그가 행한 모든 것들이 진실을 묻어 버린다 하여도 다 용서받고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나 보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부모들의 자식을 향한 사랑을 품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저기 건드려 놓았던 소재들이 마무리 되는 과정은 억지로 끼워 맞춘 듯 나를 불편하게 했고 차라리 19년 전 카자미가 태어난 병원에서 납치되어 히다 히로마사의 딸로 키워줬다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면 더 좋은 소설이 만들어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추리, 미스터리, 일반적인 가족 이야기를 함께 버무리고 싶었을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면 넣지 않아도 좋았을 이야기도 있었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다만 막장 드라마 소재처럼 카자미의 출생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려는 찰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부딪치게 되는 '정의', 거기에 더없이 끔찍한 참사를 보게 되는 불편한 시간들이 있었지만 결말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한 것이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들과 다르지 않았기에 안도했다. 
 
신세 개발 산하 스포츠 과학 연구소의 부소장 유즈키는 히다 히로마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카자미에게서 'F패턴 유전자'가 별견 되었으니 아버지인 히다의 유전자를 함께 연구하게 해 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카자미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히다에게 유즈키는 유일하게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그러나 늘 삶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를 옭아매니, 카자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협박장이 오면서 히다는 이제 모든 진실을 마주보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 유즈키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모든 것을 알게 되고 진실을 묻으려는 히다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면서 사건은 모두 마무리가 된다. 이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진실이 닫혀 버리는 것이니 '정의' 어쩌고 하면서 말을 꺼낼 생각은 없으나 히다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카자미가 안전해진다는 것은 역시 불안하다. 어디서든 진실이 툭 튀어나와 그녀를 위협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처음 시작은 카자미의 출생에 얽힌 사건이었으나 사건은 19년 전 다른 이들의 삶에 얽혀 버린 인연들을 풀어낸다. 악연이긴 하지만 얽힌 실타래가 풀어져 지금 카자미는 히다의 딸로 성장했고 히다의 아내가 19년 전 어떤 생각으로 카자미를 자신의 딸로 키웠는지 그 마음은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카자미는 히다와 그의 아내 도모요의 딸이라는 것이다. 친딸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상관이 없다. 카자미가 원래 자신의 부모에게서 키워졌다면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죽을때까지 히다를 괴롭히겠지만 카자미에게는 히다가 아버지여서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는 이 세상의 모든 부모들의 자식을 향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비록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사랑'이 있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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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벌써 마지막인가요. 문자 받고 깜짝 놀랐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아아, 슬퍼지려고 하네요. ㅠㅠ

 

이번달에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을 골라봤어요.

 

 

 

 

 

"1919년 보스턴 경찰 파업 이후, 뿔뿔이 흩어진 커글린 가문의 막내 아들 조의 파란만장한 생을 격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라고 하는데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이라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은색의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가공의 ‘생물병기’를 쫓는 충격의 레이스가 짜릿하고도 스피디하게 전개된다"는 책 소개 글을 보니 눈 앞에 설원이 펼쳐지는 듯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모두 읽어 보고 싶다.

 

 

 

 

 

 

 

 

 

 

 

"《내일》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네 살 반짜리 딸을 키우며 우울하게 살아가는 하버드대 철학교수 매튜 샤피로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글을 보니 아내를 잃은 고통속에서 슬프지만 아이와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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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딸 2014-01-1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밤에 살다가 12월에 출판되었던가요..? 그렇다면 저도 추가해야 겠네요.
 
[10만분의 1의 우연]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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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가 교스케는 10만분의 1의 행운으로 <독자 뉴스사진 연간 최고상>을 받았다. 야마가 교스케는 10월 3일 도메이 고속도로 고텐바-누마즈 구간의 연쇄 추돌 사고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격돌'이란 이름으로 상을 받았다. 그날 활활 타오르고 있는 사고 차량 안에는 죽어 있는 사람도 있었고 구조를 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거리가 멀어 구조를 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야마가 교스케는 그 끔찍한 사고 현장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으며 <독자 뉴스사진 연간 최고상>을 떠올리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은 그때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나에게 '양자 택일을 해야 할 경우 보도와 인명 중에 당신은 어느 쪽을 우선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현재 차분하게 생각해 봤을 때 떠올릴 수 있는 답은 인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이지만 막상 눈 앞에서 사고가 생기면 나에게 던져진 질문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그래서 야마가 교스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누마이 쇼헤이처럼 야마가 교스케에게 온 10만분의 1의 행운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 야마우치 아키코를 10월 3일 사고로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경찰의 도움 없이 혼자 그날 발생한 사건을 파헤친다. 이것은 야마가 교스케가 수상 소감에 대해 쓴 글에 의구심이 들어서인데, 그것이 아니더라도 곧 결혼하게 될 사랑하는 사람을 끔찍한 사고로 떠나 보냈으니 여기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물론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나 냉정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어쩌면 이렇게 사건에 몰두함으로써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10만분의 1의 우연>은 독자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드러낸 채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이것은 야마우치 아키코란 이름은 잠시 잊혀진채 누마이 쇼헤이가 밝혀내게 될 사건의 트릭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야마가 교스케가 올린 '격돌'이라 이름 붙인 사진만큼 끔찍하게 여겨진다. 내게 던져진 질문 '보도와 인명 중에 어느 쪽을 우선하겠는가?'란 질문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 말았다. 사건의 진실만이 남아 있을 뿐.

 

유능한 경찰이 10월 3일 발생한 사건을 파헤치고 경찰을 돕는 역할로 누마이 쇼헤이가 등장했다면 사망자가 나온 이 사건을 이렇게 냉정하게 바라보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누마이가 설명하는 것의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언어로만 느껴진다. 그가 왜 이렇게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것에 집착하는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누마이 쇼헤이 스스로가 만든 '정의'를 약혼자 야마우치 아키코가 원했을지 한번쯤 생각해 봤다면 그는 지금과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유족들이 가장 원하는 일이겠으나 사건 안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잊혀진 채 이렇게 사건을 일으킨 사람과 사건이 발생하게 된 진실을 밝혀내는 사람만이 드러나는 소설은 가슴이 서늘해져서 비록 활자로 만나는 것이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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