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수사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1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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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재소에 부임하여 근무하는 이야기는 사사키 조의 다른 책 [경관의 피]로 익숙한 내용이다. 작가는 이 책의 제목을 [제복 수사]라고 했지만 시골 마을 주재소에 부임한 카와쿠보 아츠시는 사건이 일어나도 수사에 관여할 수가 없다. 단지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동네의 치안을 담당하는 정도로 주민 가까이에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건 발생시 위에 보고하는 일을 할 뿐이다. 강력계 형사였던 카와쿠보가 시모베츠 주재소에 내려오게 된 것은 개인으로 볼 때 불행한 일이나 이 마을 입장에서는 환영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 곳 방법협회에서는 사건화 될 수 있는 일을 철저하게 은닉하고 동네 사람들끼리도 범인을 알려주지 않는 등 아주 폐쇄적으로 대응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카와쿠보에게는 결코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는 강력계에 있었던 실력을 발휘하여 13년 전에 일어난 여자아이 유괴사건까지 해결해 버리는 배테랑 경찰이다. 13년 전에도 카와쿠보가 이 곳 시모베츠 주재소에 근무했었다면 아야카는 지금 아주 예쁘게 자라있었을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이 마을에서는 사건이 벌어지면 마을의 폐쇄성으로인해 가족들 중 누가 죽어도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못한 채 마을을 떠나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이는 무능한 경찰들이 사건을 맡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이들은 의욕도 없으면서 카와쿠보가 전해주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등 아주 편협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카와쿠보는 수사에 참여할 순 없지만 그 나름대로 사건을 파헤치고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을 그려내는 등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내어 직접 처리하기도 하기때문에 독자들의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그러나 범인들을 법으로 응징하지 못하는 것이 속상하다.

 

[제복 수사]는 다섯 편의 단편들이 담겨져 있는데 첫 번째 단편 '일탈'에서는 일단 카와쿠보에게 미츠오를 죽인 범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지 않았는지 묻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범인의 죽음에 관여하지 않았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있으나 어떤 식으로든 미츠오를 죽인 범인은 죽을 수 밖에 없었을 터라 단지 그 죽음을 더 앞당기지 않았는지 궁금한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미츠오를 죽였는지 물어보는 것은 죽음 직전의 긴박한 상황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대답이었을 것이나 그 상황을 눈 앞에 떠올려보면 끔찍하지 않다 말할 순 없다.

 

도시에서와 달리 이 곳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건이 발생하면 범인이 아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구가 6천 명 정도의 작은 시골 마을이라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확연이 눈에 띌 정도로 마을 사람들간의 응집력이 큰 곳이다. 허니 이곳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외부인이 범인일 확율 보다는 마을 사람들 중에 범인일 확율이 크다.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범인이라니, 정말 섬뜩한 일이다.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묻지마 살인만큼 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카와쿠보는 경찰이지만 약한 사람들에게 정이 많은 사람이다. 단편 '깨진 유리'에서는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이에게는 불륜 사실조차 가족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등 경찰로서는 해선 안되는 짓도 서슴치 않고 하는지라 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헷갈리기게 되기도 한다. 뭐 이런 일들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나름 통쾌하니까. 누구라도 가진 자들의 횡포에 약한 자들이 휘둘리는 것에 울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 이에 카와쿠보가 작은 복수를 하는 것이지만 사실 경찰 신분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제복 수사]는 카와쿠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에 해당한다고 한다. 곧 이어 두 번째 시리즈 [폭설권]이 출간된다고 하는데 카와쿠보가 어떤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시골 마을에 가려진 추악한 진실이 더 드러나게 될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근무를 하게 될까. 주재소에 근무하는 카와쿠보는 시골에서 근무하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순경 아저씨를 떠올리게 해 그가 맡게 되는 사건의 끔찍함을 먼저 떠올리게 되기 보다는 사람들 가까이에서 그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들이 독자들은 물론이고 피해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만 그도 많은 것들을 홀로 처리할 순 없을 것이다. 허나 조금쯤은 그에게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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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3-2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관점은 다르시지만 충분히 공감가는 멋진 리뷰세요^^ 자극받았으니 저도 리뷰를 조만간 작성해야겠지요! 아자아자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