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예술서류(건축,미술,음악,영화)











페트리샤 포르티니 브라운 <베네치아의 르네상스> 예경 아트라아브러리 6번이다. 예전에 시리즈물 수집할 때 이 시리즈도 수집했었는데 지금은 다 중고로 팔아치우고 없다. 심지어 지금은 구하기도 어려운 러스킨의 <베네치아의 돌>까지 팔아먹었다. !! 그때는 너무 배가 고파서 풀이라도 뜯어먹어야 했지만 돌을 팔아먹은 건 정말 실수였다.!!! 14세기 시인 페트라르카는 베네치아를 세상의 다른 곳(문두스 알테르)‘라고 불렀다. 15세기에 베네치아를 방문한 한 독일 성직자는 바다 한가운데에 경이로운 자테로 높다란 성들과 멋진 교회들, 그리고 화려한 저택과 궁전을 맘껏 뽐내며 떠 있는 저 유명하고 위대하여 부유하고 성스러운 도시 지중해의 여인 베네치아라고 경탄하고 있다.

 

존 러스킨 <베네치아의 돌>, 아트라이브러리 19. 러스킨은 영국작가로 건축과 장식예술 분야의 권위자다. 1851년에 출간된 책으로 베네치아 건축에 관한 심도있는 연구서이다. 러스킨에 의하면 베네치아의 두칼레 궁전은 세계건축의 중심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다양한 건축양식을 균형있게 담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 도서는 절찬리에 절판중. 알라딘에 중고로 7권 올라와있는데 4만원~8만원이다. 예전에 조금 읽어봤는데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 전혀없었던 기억이 난다.

 

루시아 임펠루소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베네치아에서 현대미술을 구경하려면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르네상스 미술을 보려면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가야한다. 이 책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역사와 소장하고 있는 90여점의 작품에 대한 해설을 담고 있다. 때로는 작품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접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은 역시 조르조네의 <폭풍> 되겠습니다. 참고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폐기와 그녀의 반려견 14마리의 묘지가 있다. 담장 벽면에 두 개의 묘비가 나란히 붙어 있다.

 












손세관 <베네치아, 동서가 공존하는 바다의 도시> 건축학자 손세관은 도시조직과 주거환경의 상호관계 및 동서양의 주거문화에 대해 연구해오고 있다. 책은 베네치아의 도시구조와 주거유형의 변천, 베네치아 주거지역의 공간구조와 다양한 주거형식, 대운하에 면한 상류층의 팔라초, 중산층 및 서민층 주택의 존재방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소 전문적인 연구서에 가깝지만 대충 훑어본 바로는 나름 읽을 만 하다는 생각이다.

 

레일리 슬라마니 <한 밤중의 꽃향기>, 미술관에서 하룻밤 시리즈의 다섯 번째 권이다. 참 별별 시리즈가 다 나온다.(비꼬는 거 아닙니다. 감사할 따름) 콩쿠르상 수상작가인 슬라마니가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머무르며 쓴 글이다. 베네치아 대운하의 끝자락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옆의 삼각형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오래된 세관 건물은 거의 30년동안 방치되고 있었는데 2007년에 프랑스의 억만장자 예술 수집가인 프랑수아 피노(법적으로는 피노재단)가 이 건물을 인수해서 안도 타다오에게 리모델링을 의뢰했던 것이다.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안도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를 만날 수 있다.

 

박용은, 박성경 <빛과 색채의 도시, 베네치아 그림 산책>, 여행에세이지만 그림 이야기가 많아서 예술서류로 분류해봤다. 전문적인 연구자의 저술은 아니다. 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다. 베네치아의 역사가 시작된 섬 토르첼로와 비잔틴 도시 라벤나에서 출발하여 부라노, 무라노를 거쳐 베네치아 본섬에 이르는 여정이다. 조르조네,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로네세 등 베네치아 화파 대가들의 착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영숙, 김미경 <영화가 묻고 베네치아로 답하다>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는 일곱 편의 영화가 나온다. 베로니카, 리틀 로맨스, 섬머타임, 카사노바, 돈 룩 나우,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 베니스의 상인, ! 베니스를 사랑한다는 소생이 한편도 본 것이 없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은 없다. 댄 브라운 원작의 영화 <인페르노>에도 베네치아가 나온다. 산마르코 성당 발코니에서 가이드가 청동 말의 목이 잘린 사연을 설명해주는데 왠지 그건 아닌 거 같다. 배에 싣기가 어려워서 목을 자른 게 아니고, 애시당초에 처음 말을 제작할 때 통으로 만들 수 없으니 목 부분은 따로 만들어서 결합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태남 <베네치아에서 비발디를 추억하며> 제목에는 베네치아가 들어가 있지만 책은 이탈리아 음악여행기다. 이탈리아의 23개 도시와 그 관련된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정태남은 이탈리아 건축사로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활동했다. 클래식 애호가로 <음악 동아>에 유럽음악 기행을 5년간 기고했다. 건축 외에도 음악, 미술, 역사, 여행 등에 관한 책을 여러권 출간했다. 의사이자 클래식 애호가인 풍월당 박종호와 비슷한 듯

 

6. 기타류

<1494 베니스회계> 이탈리아의 수학자 루카 파치올 리가 1494년에 저술한 숨마의 일부분인 상업적 계산과 기록을 번역한 것이다. 국내 최초의 숨마 번역본이라고 한다. 숨마가 뭐지?? 나는 몰라...산술과 대수학, 복식부기와 관련된 것인 모양인데, 중세의 경제동물인 베니스가 복수부기의 원산지라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하여튼 몹시 어려운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회계에는 전혀 무관심이지만 어쨌든 베니스에 대한 애정과 구색의 발동, 컬렉터의 본능 작용으로 일단 구입은 해놓았다. 영한대역본이다. 아마 볼 일은 없을 듯.


<내셔널 지오그래픽(한국판) 2009.8.> 표지 제목은 베네치아, 물과 관광객의 홍수에 잠기다’. 베네치아는 석호의 늪지대에 길다란 말뚝을 엄청나게 박아넣어 지반을 다진 후에 그 위에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지반이 약하다. 서서히 진행되는 지반 침하와 해수면의 상승으로 도시는 완전히 침몰할 위기에 처해있다. ‘아쿠아 알타라고 부르는 높은 조류가 밀려와 도시가 물에 잠기는 홍수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1966114일에는 아쿠아 알타로 수면이 평균 1.2미터나 올라간 상태로 15시간이나 지속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유네스코에 도움을 호소했고 이를 계기로 베네치아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쿠아 알타로 인한 침수를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침수의 횟수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MIT1999년 보고에 의하면 베네치아가 이렇게 방치되면 80년 내에 완전히 침수될 것이라고 했다.

 

2003년에 마침내 이탈리아 정부는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세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결정한다. 이 프로젝트는 조류가 밀려 들어오는 입구를 이동식 장벽으로 가로막는 계획이다. 2003년에 시작해 2014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던 모세 프로젝트는 길이 20m, 높이 30m 무게 300톤의 거대한 방벽 총 78개를 이어붙여 베네치아 석호의 세 입구 바닥에 설치하는 것으로 당시 소요 비용은 60억 달러에 달했다. 평소에는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해수면이 높아져 침수의 위기가 발생하면 압축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방벽을 일으켜 세워 바닷물이 석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사는 석호 생태계 파괴 논란으로 계속 지연되다가 2020년에 와서야 완공되어 지금은 실전 가동되고 있다. 만조 수위가 1.1m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방벽이 올라오는데 한번 가동하는데 비용이 28000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삼각형 꼭지점 모양이 푼타 델라 도가냐 미술관이다.


두칼레 궁전



2006년 당시에 저걸 보고 NO MOSE 가 뭐지? 뭐지?? 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국판 2009.8월호에서 


인터넷에서 가저온 베네치아의 아쿠아 알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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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11-16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ose 프로젝트를 시행했음에도 아직도 홍수의 피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이네요.

1494 베니스 회계 책까지 소장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이쯤이면 여쭤봐도 실례가 안될까 싶어 여쭤보는데, 베네치아에 이토록 관심이 많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전 1999년에 딱 반나절 둘러본게 전부랍니다. Ferrara라는 곳 갔다가 기차타고 잠시 들렀었지요.

붉은돼지 2024-11-16 18:19   좋아요 0 | URL
저 아쿠아 알타 사진들은 아마 모세 프로젝트 가동 전 사진일 겁니다. 모세 프로젝트의 저 수문 방벽은 일정 만조 수위를 넘어야 작동되기 때문에 모든 아쿠아 알타를 다 막을 수는 없고 작은 규모의 만조 홍수는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베니스에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구요....그냥 예전부터 물의 도시라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환상적이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것저것 찾다보면 서로서로 연결이 되기도 하고 뭐 공부랄 거는 없지만 그래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4. 에세이류
















그린비에서 나온 작가가 사랑한 도시 시리즈 중에 <뮈세의 베네치아>가 있다. 소생은 뮈세가 누군지 몰랐다. 내가 모른다고 안유명한 사람이 아닌 것이 뮈세는 프랑스 낭만주의 4대 시인 중 한명으로 대단히 다재다능한 시인이었다. 우리에게는 조르주 상드의 애인으로 더 유명한 것 같다. 둘이 베네치아로 밀월여행을 떠났다가 둘이 모두 병에 걸렸는데 이때 상드는 그들을 치료하던 베네치아의 젊은 의사와 눈이 맞아버린다. 아아!! 그러다가 나중에 파리에서 둘이 다시 만나서 또 어쩌고저쩌고 지지고뽁고 하는 우여곡절파란을 겪는다. 둘은 1833년에 만나 1835년에 헤어졌으니 사귄 기간은 3년이 채 안된다.

 

둘의 연애를 소재로 뮈세는 자전적 소설 <세기아의 고백>을 남겼다.(문학동네에서 나와있다.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고 하는데, 줄리에뜨 비노쉬가 주연한 1999년 영화는 우리나라 개봉명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키스라고 한다. ! 제목하고는....탱고가 아니라서 다행인가? .), 뮈세가 죽은 후에 상드는 <그녀와 그>(이것은 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에서 나와있다.)라는 책에서 자기 입장을 밝혔는데, 상드의 책이 나오자 뮈세의 동생 폴이 <그와 그녀>라는 책을, 뮈세의 연인이었던 콜레는 <>라는 책을 써서 뮈세를 변호했다고 한다. 참내!! 뭐하자는 이야기긴지....그라믄 이제 상드의 지인 누군가가 <그녀>라는 책을 쓸 차례인데.......글 못쓰는 사람은 어디 연애라도 하겠나? 서러워서 살겠나?....이런 생각이 드네...

 

고봉만외 9<베네치아의 기억>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괴테, 바이런, 프루스트, 발자크, 스탕달, 페르낭 보르델 등 베네치아를 사랑한 예술가, 작가들의 베네치아 인상기 모음이다. 그들의 글에서 베네치아를 언급한 부분만 발췌 번역한 형식이다. 견문일천한 소생이 보기에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관련 자료들을 일부 소개한 것들도 있는 것 같다. 2부는 건축, 문학, 음악, 미술, 영화 각 방면의 전문가 10명이 베네치아의 역사와 예술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망하고 있다. 도판자료도 풍성하다. 천년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 베네치아의 풍경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베네치아에 관심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 릴케는 베네치아를 무척 동경해서 베네치아 도서관에서 베네치아에 관한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백석의 가난하고 높고 쓸쓸하고 외로운 그 사람, 윤동주가 별 하나에 불러본 아름다운 그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같은 고명한 시인의 안내로 베네치아를 한번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황송할 따름이다. 너무 황송망송해서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다.

 

클라우스 틸레 도르만 <베네치아와 시인들, 사랑의 이야기>, 시인들만 나오고 사랑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베네치아의 매력에 빠진 유명한 문인들의 이야기다. 알도 마누치오(알두스 마누치우스), 몽테뉴, 골도니, 루소, 괴테, 바이런, 스탕달, 상드와 뮈세, 두세와 단눈치오(이 커플도 꽤 유명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상드&뮈세 만큼은 아닌 것 같다. 나무위키를 보니 단눈치오 이 시키가 나쁜 놈이다. 소생도 잘 몰랐는데 이 인간 심히 대단히 희한한 인물이다. 글항아리에서 나온 <파시즘의 서곡, 단눈치오 - 시인, 호색한, 전쟁광> 이 책 한번 읽어보고 싶다.) 헨리 제임스, 러스킨, 프루스트, 마크 트웨인, 헤세, 헤밍웨이,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조지프 브로드스키, 돈나 레온. 면면이 기라성. 다만 토마스만과 카사노바는 너무 식상해서 제외했다고 한다.

 

스가 아스코의 <베네치아의 종소리>도 있다. 10여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베네치아에 관한 것은 첫편 베네치아의 종소리밖에 없다. 아스코는 원래 밀라노에 살고 있는데, 베네치아로 무슨 세미나에 왔다가 아버지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부유하고 여행을 좋아했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알고 보니 두 집 살림을 하는 불륜남이었다는 것. 스가는 호텔 인근 성당의 종소리 때문에 한밤 중에 잠에서 깨는데......러시아 시인 브로드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겨울 베네치아에서는 특히 일요일이면 헤아릴 수 없는 종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조지프 브로드스키 <베네치아의 겨울빛> 198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 시인으로 유대인이다. 이 책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조국에서 추방당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인은 매년 겨울이면 한달 가량 베네치아에 머무른다고 한다. 베네치아를 자신의 집이라고까지 불렀던 시인은 열일곱 번의 겨울을 베네치아에서 보내면서 도시의 곳곳을 둘러보고 그 장려함과 아름다움을 시인의 눈으로 포착했다. ‘겨울 안개 자욱한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거닐며 겨울빛 속에서 시를 쓰고 밤의 그림자 속에서 물과 시간의 아름다움을 관조한 시인56세에 뉴욕에서 죽었지만 그의 시신은 베네치아의 묘지섬 산 미켈레섬에 묻혔다.

 

이광주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으로 가자>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성 마르코 광장은 베네치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그리고 플로리안은 그 광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카페이다. 그러므로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모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p9)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유럽의 정념, 2부 살롱과 카페이야기, 3부 유럽, 담론하는 공동체. 이중 2부의 한 부분이 카페 플로리안에 대한 이야기다.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아빠와 함께한 베니스 여행> 어린이용 도서다. <내가 정말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이 있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 소생이 정말 알아야할 베니스에 관한 모든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았고 배웠다. 이 책은 내 베네치아 사랑의 시발점이다. 산마르코 성당의 2층 발코니에 있는 네 마리 청동말은 아마도 기원전 그리스에서 처음 만들어져서 그후 로마인들에 의해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가, 1204년 베네치아의 콘스탄티노플 침공 때 베니스로 약탈되어 왔다가, 19세기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로 옮겨졌다가, 2차대전 후 다시 산마르코 성당으로 돌아오게되는 말그대로 역마살낀 그 청동말들의 기구한 사연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있다. 하지만 성당 발코니의 그 청동말은 가짜고 진품은 성당안 성물관에 모셔져있다는 것을 깜박해서 베니스를 두 번이나 방문했지만 성당만 둘러보고 그 안의 성물관은 입장료가 비싸서 구경하지 못했던 것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다음 방문에는 꼭 보고오리라. 굳은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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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설류























소설은 뭐 말하나마나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있겠고, 가여운 인간 <오셀로>도 바로 베니스의 장군이었다.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있다. 이게 2023년도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리고 베니스하면 역시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빠질 수 없겠다. 다들 아시겠지만 줄거리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중년의 고명하신 작가가 베니스로 휴양차 여행을 왔다가 어떤 미소년에게 그야말로 혼이 빠지고 넋이 나가, 도시에 전염병이 퍼진 것을 알고도 베니스를 떠나지 못하고 미소년을 스토킹하며 홀로 황홀해하고 좋아하다 결국 전염병으로 리도 해변에서 쓸쓸하게 죽고만다는 그런 허무하고 맹랑한 이야기다. 줄거리적으로는 그렇다.  그 뿌리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도 유명하다. 유서깊은 밀라노 귀족가문의 고명하신 백작이자 양성애자로도 커밍아웃하신 비스콘티 감독의 눈에 띄어 미소년 타치오 역을 맡은 안드레손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그후 굴곡많은 삶은 살았다.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2021년 스웨덴에서 제작되어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소생은 이 단편 소설을 세 번 정도 읽은 거 같다. 특별히 토마스 만을 애정하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숙제같은 것이 생겨서 그리되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소생은 만의 <마의 산>도 세 번 읽었다. ! 놀랐쥬?? 전문 연구자도 아니면서 <마의 산>에 세 번이나 오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가 소생에게 무슨 시비라도 걸라치면 냅다 이렇게 외친다. ‘아니!! 이거 왜 이래!! 내가 <마의 산>을 세 번이나 읽은 사람이야!!! <마의 산> 삼독자의 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 하지만 사실은 줄거리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삼독이 과연 무슨 소용인지. 십독백독 천독만독을 한들 머리에 남은 것이 없고 가슴으로 느낀 것이 없다면 오히려 일독보다 못한 것을..... 한심한 이야기이긴 한데 어쨌든 팩트는 팩트, 삼독은 삼독!!!(정신승리하리라!!!) 강호제현에게 고하노니!! 차후 소생을 마의산삼독자 홍돈선생으로 호명하여 주시길 바라노라.......뭐 싫으시다면 어쩔 수는 없습니다만. 강요는 아닙니다.

 

돈나 레온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사라진 수녀> 작가 레온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베네치아에서 20년째 살고 있다고 소개에 나와있다. 오페라 전문가라고 한다. 베네치아 경찰 귀도 브루네티가 주인공인 시리즈물인데 우리나라에 2권만 나있고 모두 품절인데 중고는 많다. <라 트리비아타 살인사건>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베네치아의 유명한 오페라 극장 라 페니체(불사조라는 뜻인데 큰 화재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불사조처럼 재건되었다)가 배경이다. <사라진 수녀>에서는 브루네티 형사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종교조직의 범죄를 파헤친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오푸스데이도 등장하는 듯.

 























라 페니체와 관련해서는 존 베런트의 논픽션 소설 <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도 있다. 19961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이탈리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라 페니체 극장이 전소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화재사건의 진상을 작가인 존 베런트가 직접 추적한다. 작가는 유리장인, 유명한 시인, 예술가들, 검사, 공무원들, 베네치아에 정착한 이방인 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베네치아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아르노 들랄랑드 <단테의 신곡 살인> 1756년 베네치아. 한 극장에서 유명 배우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두칼레 궁전 앞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마도 베네치아에서 제일 크고 눈에 잘 띄는 성당, 16세기말 이탈리아의 위대한 건축가 팔라디오가 건축했고,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을 소장하고 있다)의 신부, 유리공예 장인, 고급 창부 등이 연속적으로 살해된다. 이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총독은 감옥에 갇혀있던 당대 최고의 스파이이자 바람둥이(?) 피에트르를 풀어준다. 카사노바가 그의 감방 동기로 찬조 출연한다. 피에트르는 이 연쇄살인이 단테 <신곡> 지옥 편에 등장하는 9개 지옥의 형벌을 재현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 공화국의 전복을 꾀하고 있는 사교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흥미진진하쥬?


바버라 퀵 <비발디의 처녀들> 비발디는 정식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이자 베네치아의 소녀 고아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친 음악 교사였다. 요건 몰랐쥬? 네치아를 배경로 한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고아 소녀 안나 마리아는 피에타 고아원의 악단 단원으로 선발돼 마에스트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티치아노 스카르파의 <어머니 왜 나를 버렸나요> 역시 배경은 18세기 베네치아. 피에타 고아원의 고아 소녀들과 이들의 음악 선생인 비발디의 이야기다.

 

마리나 피오라토 <무라노 유리직공> 무라노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다섯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베니스 유리공예의 중심지다. 공화국 정부는 유리공예 기술의 유출을 막기위해 유리공예 제작을 무라노섬으로 한정했다. 황금보다 귀하다는 베니스 유리공예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드러나는 잔혹한 진실, 유럽역사 소설의 진수라는 광고인데 뭐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정찬의 <베니스에서 죽다>는 단편소설집이다. 11편이 실려있는데, 그중 베니스에서 죽다는 역시 비스콘티의 영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센바흐 역의 영국 배우 더크 보가드는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에 주연배우로 나온다고 한다. 영화제목이 멋지구리하다. 제목에서 벌써 뭔가 한칼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한번 찾아보고 싶다. 정찬의 소설은 아센바흐의 죽음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한다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의 배경도 베네치아다. 여기서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가 아니다. ‘마치 모든 것이 서서히 바다에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을 주는스산하고 우울한 도시다. 작가는 폭풍이 이는 날에는 수로의 난간 가까이 가는 것을 금하라. 그리고 특히 안개, 겨울 안개를 조심하라고 한다. 하지만 베네치아의 안개낀 겨울풍경을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으니 바로 조국에서 추방된 러시아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다.(이게 누구? 다음 편에 나옴) 희뿌염한 안개가 낀 어느 겨울 아침에 만조로 바닷물이 차오른 인적없는 산마르코 광장 한가운데 홀로 우두커니 서보는 것이 소생 나름의 낭만 쭈꾸미 버킷리스트다.



 












베네치아 하면 역시 카사노바가 빠질 수 없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1>은 카사노바의 회고록에서 주요 부분을 골라 3권으로 편역한 것 중의 1권이다. 부제는 베네치아의 연인들이다. 카사노바는 1725년 베네치아에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재다능했지만 박덕했고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다. 자신의 매력과 언술로 여성을 유혹했고 모든 여성을 평등하게 대했다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여성편력에는 대부분 금전이 얽혀있었으니 그 관계란 것은 매춘 아니면 사기성 연애, 강간이었다. 나무위키의 내용인데 총평은 사기꾼이요 성범죄자라는 것이다. 회고록이라는 것이 대체로 자화자찬 정신승리가 대부분이고, 재평가, 재발견 어쩌고 해서 쓸데없이 미화된 부분이 있으니 걸러 들어야 할 것이다.

 

로타 뮐러 <카사노바의 베네치아> 이 책은 카사노바와 베네치아 사이에서 이루어진 연애의 역사를 쫓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다니며 18세기의 풍경들 속에서 그 사건들을 보여주고, 지금은 사라진 골목길과 건물들을 이따금 되살려 보여준다.

 

이선구 <베네치아 코덱스>, AD 828, 베네치아 상인 2명이 당시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에서 복음사가 성 마가의 유골을 돼지고기 속에 숨겨서, 말하자면 훔쳐서 베네치아로 가져온다. 이는 공화국 천년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4대 복음사가는 거의 12사도에 준하는 권위를 가지기 때문에 마가의 유골을 확보하는 것은 베네치아 교회가 인근의 다른 교회보다 우위에 있다는 증표였다. 관할 교구 지배권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교회 권력의 문제였다. 이로서 베네치아는 나중에 강력한 해상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산 마르코 성당에 들어서면 성 마가의 유해가 산 마르코 성당에 안치되는 과정을 묘사한 금빛 찬란한 모자이크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 베네치아 이 세 도시를 아우르는 마르코 성인의 유골 스토리. 저자 이선구는 안과의사라고 한다. 코덱스는 필사로 기록되어 철해진 고대 서적의 한 형태, 흔히 성경이나 고전의 사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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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뭐 전생윤회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그래도 만약에 윤회 속의 무수한 전생들이 있다고 한다면 소생은 한번쯤은 유럽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물론 어느땐가는 돼지이기도 했을 것이다꿀꿀ㅜㅜ그래서 무슨 향수같은 것을 느끼는지 꼭 가보고 싶고또 나름 깊이 탐구해보고 싶은 그런 도시들이 있다. 1. 이스탄불, 2. 베네치아, 3. 지난번에 나의 사랑하는 오스만(이스탄불책장 공개가 성황리(무슨 성황?)에 있었고이제는 <시즌 2>, 나의 사랑하는 베네치아 책장을 4편에 걸쳐 공개하려고 합니다강호 독자제현의 아낌없는 성원과 가차없는 편달을 앙망하오며아울러 베네치아에 대한 온갖 제보도 댓글에서 접수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역사서류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일종의 통사의 형식인데 소설적인 부분도 많아서 정통 역사서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베네치아 전체 역사를 개괄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통사 형식의 책이라는데 의의가 크다는 생각이다. 시오노의 제국주의적, 영웅주의적 역사관은 문제지만 어쨌든 글은 재미있게 읽었다. 동 작가의 <주홍빛 베네치아>는 창작소설인데, 시오노가 재야 역사서류 집필에는 재능 있지만 소설가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로저 크롤리 <500년 무역 대국, 부의 도시 베네치아>도 역시 정통역사서로 보기는 어렵다. 알라딘에서는 역사서류 분류되지만 아마존 같은 데서는 소설로 분류되는 듯 하다. 술술 읽히는 편이다. 관심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정통 역사서를 고집한다면 중세 지중해 교류사를 연구하는 남종국 교수의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가 있고, 보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역사서를 원하시는 분은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3>을 보시면 되겠다. 2장이 베네치아에 할애되어 있다. ‘도시가 지배하는 유럽의 옛 경제 : 베네치아 이전과 이후부분을 참고하시라.

 

프란체스코 다 모스토 <프란체스코의 베네치아>, 알라딘에서는 역사서로 분류되어 있는데 역사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베네치아 본토 토박이이자(귀족가문 출신이라고 함) 영국 BBC2 프로그램에서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방송인이기도 한데, 그 프로그램의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 판형이 커서 사진보기에 좋다. 

 






















2. 인문학류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봄의 제전> 프롤로그 제목이 베네치아. 서문은 바이런 경의 시로 시작된다. ‘나는 베네치아 한숨의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양손에 궁전과 감옥을 쥔 채’. 베네치아는 바그너가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영감을 얻은 곳이다. 바그너는 18832월 대운하가 보이는 벤드라민 칼레르기 저택에서 죽었다. 또한 베네치아는 세르게이 파브로비치 댜길레프가 가장 좋아한 도시였다. 그는 19298월 리도의 뱅 드 메르 그랜드 호텔에서 죽었다. 댜길레프의 죽은 몸은 곤돌라에 실려 인근의 묘지섬 산미켈레섬에 묻혔다. 묘비명은 베네치아, 우리에게 약속된 끝없는 영감이었다. 1909년에 댜길레프는 그의 연인 니진스키를 데리고 베네치아로 왔었다. 당시 댜길레프는 37, 니진스키는 21세였다. 중년의 발레단장과 젊은 무용수는 뱅 드 메르 호텔에 머물렀다. 1911년 토마스만 역시 이 호텔에 묵었다. 얼마후 그는 그 유명한 소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완성했다.

 

신학과 교수이자 인문학자인 김상근의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시리즈 중 <삶이 축제가 된다면>은 베네치아에 관한 책이다.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뭐 소생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용이 충실하고 볼거리도 많다. 유튜브에 김상근의 어여세인문학이라고 있다. 10분 분량 정도로 베네치아와 관련하여 비발디, 단테, 카사노바, 토마스만, 안도 타다오 등에 관한 8편의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다. 베네치아에 관심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EBS 세계테마기행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편도 김상근 교수가 안내하고 있다. 그가 진행한 세계테마기행의 이탈리아 편은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상근 교수 특유의 무슨 광대와도 같은 조금 과장된 제스쳐와 옆에 있으면 침 좀 맞을 것만 같은 정말 침 튀기는 열변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책공장 베네치아>, 15세기에 금속활자가 발명된 이후 16세기 출판문화 혁명의 중심은 바로 베네치아였다. 작가는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베네치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이 책 지금은 절판. 책공장에서도 많이 등장하지만 마틴 로리의 <알두스 마누티우스>를 같이 읽으면 좋겠다. 베네치아가 16세기 출판혁명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그 중심에는 바로 알두스 마누티우스가 있었다. 알두스는 단순한 출판업자가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인문학자이자 당대의 위대한 서지학자였다.

 

 











오래전 베네치아에 갔을 때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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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12세기 잉글랜드의 한 수도원에 봉직하는 초로의 수도사가 의문의 사건들을 척척 해결한다. 척보면 착으로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도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움베르토 에코도 엘리스 피터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0권인가 그런데 이번에 5권이 먼전 출간되었다. 시리즈 1권의 부제는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이다. 구판에서는 성녀의 유골이었다. 캐드펠 수사는 웨일스의 귀더린에서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는 임무를 띤 순례단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우리의 캐드펠은 사건을 척척 해결한다. 인간 종이란 원래가 태생적으로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나 이 한 몸 바쳐 신을 믿고 따르고 헌신하기로 맹세한 자들 역시 별 수 없다(아니 더하다)고 한다면 신을 믿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성유골을 포함한 성유물에 대한 숭배는 이미 종교의 오랜 전통이 되어버렸으나, 그리스도교 초기에는 당연히 없었던 것들이다. 성유물과는 조금 다르지만 성상 숭배에 대한 이단 논쟁 또한 오래 되었으니 불초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오래전에 돌아가신 성인의 뼈 한 조각보다는 현생을 살고 있는 인간들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리스도교의 성유물 수집 또는 숭배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황후가 325년에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황후는 골고다 언덕에 세워져 있던 아프로디테 신전을 허물고 예수의 무덤을 발굴하여 그 위에 교회를 세웠다. 바로 성묘교회(예수님 무덤 교회). 황후는 예수가 못 박혔던 십자가, 이른바 참십자가, 예수의 머리에 씌워졌던 가시면류관, 예수의 몸을 꿰뚫은 못,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옆구리를 찌른 창,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몸을 감쌌던 수의 등등의 물건을 찾아냈다.(정말?) 황후는 성물의 은닉처를 알고 있는 유대 노인들을 혹독하게 고문하여 성물들을 찾아내었다고 한다. 헬레나 황후는 성물의 일부를 로마와 콘스탄티노플로 보내고 나머지는 성묘교회에 보관하도록 했는데, 7세기 초 이슬람이 예루살렘을 침략하자 많은 성유물들이 약탈을 피해 콘스탄티노플로 보내졌다. 그러나 1204년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전대미문의 약탈행위가 벌어져 수많은 성유물들은 다시 베네치아와 서유럽 곳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성유물은 처음에는 주로 예수의 최후 수난의 유물들이었는데 나중에는 예수의 보혈, 눈물, 수염, 치아와 같은 신체의 일부분까지 대량으로 나돌았다. 예수는 유대인으로 할례를 받았을 것이므로 할례 시 남긴 포피(包皮)를 보관한 교회만도 13곳이나 된다고 한다.(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여 승천하였으니 예수의 유골은 당연히 지상에는 없을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여기에 더해서 성모 마리아, 12사도들, 성자, 순교자들의 유해와 물품까지 성유물로 숭배되고 유통되었다. 아래 인용문은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문제의 수도원이 보유하고 있는 성유물의 목록이다. 물론 소설의 내용이지만 중세의 성유물 유행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하나 알려드리면 천주교 수원교구 성요셉 성당 제대 밑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턱뼈가 안치되어 있다.

 

보십시오우리 주님의 옆구리를 찔렀던 창끝을그의 말에 따라 우리는수정으로 뚜껑을 한 황금 상자 안을 들여다 보았다. (……투명한 뚜껑이 달린자수정 박은 은제 상자에는 주님 달리신 십자가의 한 부분이라는 나무 조각이 있었다. (……남옥 상자에는 십자가에 박혔던 못도 보관되어 있었다시든 장미꽃을 깐 유리병 바닥에는 주님이 쓰셨던 가시면류관의 일부가 들어 있었다바닥에다 마른 꽃잎을 깐 다른 병에는최후의 만찬 때 깔았던 식탁보의 조각이 들어 있었다은줄이 달린 성 마태오의 전대도 있었고보라색 댕기에 묶인 성 안나의 유골진주가 박힌 빨간 벨벳 위에 놓인 베들레헴 마구간의 구유 조각사도 성 요한의 보라색 옷자락로마에서 성 베드로의 발목을 묶었던 사슬 고리 두 개성 아달레르토의 두골성 스데파노의 칼성 마르게리타의 경골성 비탈리스의 손가락뼈성 소피아의 갈비뼈성 에오반의 턱뼈성 크리소스토모스의 어깨뼈성 요셉의 약혼 반지세례요한의 이빨모세의 지팡이성모의 결혼 예복의 장식술 조각… (장미의 이름 하권 755~756)


성유물이라고 다 같은 성유물이 아니다. 등급이 있다고 한다. 3등급으로 나뉘는데, 1등급은 성인의 유해, 2등급은 성인의 유품, 3등급은 성인의 몸에 닿았던 물건이다. 물론 예수나 성모, 사도들은 예외다. 이들에겐 등급이 없다. 옛날의 교회법에는 교회의 제대에 성인의 유해나 유품을 안치해야 하는 법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없어졌지만 중세에 기독교가 득세하면서 성당과 수도원은 우후죽순으로 세워지고 이에 따라 성유물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성유물은 관광객과 순례자들을 끌어 모았으므로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방을 다스리는 통치자의 권위도 세워주었다.

 

경제원칙에 입각하여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니 가격이 급등하고 가짜 복제품들도 대량으로 나돌게 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또 다른 소설 바우돌리노를 보면 가짜 성유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되었는지 잘 나와있다. 바우돌리노는 세례 요한의 가짜 두개골을 다섯 개나 만들어 배낭에 넣어 다니면서 팔아먹었고,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사발을 성배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이야기가 어차피 옆길로 샜으니 몇 가지 중요한 성유물에 대해서 이바구를 좀 풀어보고 싶다. 참십자가, 가시면류관, 성배 3가지만.














참십자가


헬레나 황후는 예수가 못 박혔다는 참십자가를 찾아내어 그 일부를 잘라 로마와 콘스탄티노플로 보냈고 나머지 큰 덩어리는 예루살렘에 남겨두었다. 1187년 십자군이 이 참십자가를 가지고 전쟁에 나섰다가 살라딘에게 약탈을 당했고 그 후 이 참십자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헬레나 황후가 참십자가에서 잘라내어 로마와 콘스탄티노플로 보낸 십자가 조각은 그 후 무수한 파편으로 나뉘어 사방팔방십육방삼십팔방으로 흩어졌는데 유럽의 웬만한 성당과 수도원에는 모두 이 나무 조각을 말 그대로 신줏단지 모시듯 모시고 있다. 현재 참십자가 파편의 60%는 그리스 아토스산의 수도원에 있다고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에는 카잔차키스가 아토스산의 라브라스 수도원에서 참십자가를 친견한 장면이 나온다.

   

온통 보석과 진주로 장식한 멋진 십자가 함을 여니 속에는 <진짜 십자가>의 커다란 조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사의 목소리는 감격으로 떨렸지만, 나는 어느 참된 기독교인이 언젠가 하던 얘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어느 나무나 모두 십자가를 만드는 재료가 되니까 모든 나뭇조각은 <진짜>랍니다.’(영혼의 자서전 1, 284)

 

역시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도 이렇게 말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聖物)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말인즉슨, 도마야! 도마야! 어찌 네 손가락을 내 상처 구멍에 넣어보아야 아느냐? 믿음이 있는 자는 복이 있나니 보지 않고 믿는 자는 진복자라.

 

참십자가의 조각 파편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자 16세기에 칼뱅이 전 세계에 있는 참십자가 조각을 모두 끌어 모으면 배를 한 척 만들고도 남겠다고 하며 무분별한 성물 숭배를 비판하기도 했다. 중세의 어떤 신학자는 성스러운 유물은 기적의 은사를 입어 일종의 자가 증식을 하기 때문에 계속 늘어날 수도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한편 1870년 프랑스의 한 건축가는 참십자가 조각이라고 주장하는 전 세계의 모든 십자가의 양을 조사한 결과, 일반적인 십자가 크기의 1/3 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참십자가 조각이 3개 있다고 한다. 그중 유일하게 교황청의 인증서가 첨부된 것은 천주교 청주교구 김웅렬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가 소유한 것으로 약 3cm 정도 크기라고 한다.

 













가시면류관


가시면류관은 수백년 동안 예루살렘에 보관되어 있다가 1063년에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 1238년 경제적으로 몹시 궁핍해진 라틴제국(4차 십자군이 비잔틴 제국을 침략하여 세운 왕국)의 황제 보드앵 2세는 가시면류관을 베네치아에 저당 잡혔다가 프랑스 왕 루이 9세에게 팔았다. 가격이 135천 파운드로 당시 프랑스 1년 예산의 절반이었다고 한다. 프랑스는 이 가시면류관을 봉헌하기 위해 파리 시내에 생트샤펠 성당을 지었다. 성스러운 가시면류관이 베네치아에서 프랑스로 운반되는 장면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 나온다.

 

두 명의 도미니크회 수도사가 베네치아로 파견되어 빚을 치르고 성스러운 면류관을 수령했다그들은 나무 상자를 열고 은으로 된 성물함에 찍힌 대공과 영주들의 봉인을 확인했다이 성물함 안 금으로 된 단지 속에는 그리스도의 수난의 기념비가 들어 있었다베네치아인은 내키지 않았지만 정의와 권력에 굴복했다프리드리히 황제는 자유롭고 영예로운 통행을 보장했으며프랑스 궁정은 이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유물을 경건하게 맞이하고자 샹파뉴의 트루아까지 마중을 나갔다왕이 직접 맨발에 속옷 바람으로 이 유물을 자랑스럽게 높이 받들고 운반했다. (로마제국쇠망사 6, 193)


그 후 가시면류관은 나폴레옹이 특별히 제작한 성물함에 담겨 노트르담 대성당에 보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9년에 있었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시에 가시면류관을 포함한 성물들은 안전하게 옮겨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노트르담으로 옮길 때 벌써 가시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하나도 없고 다만 가시가 꽂혀 있던 둥그런 풀 더미만 남아있었다. 칠팔십 개나 되었던 가시는 프랑스 왕들이 어디 선심을 썼거나 팔아먹었을 것으로 보인다. 루이 9세는 면류관에서 가시 두 개를 떼어 내어 영국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가시들은 현재 대영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성배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물 중에 후대에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전설과 신비 속에서 수많은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성유물이 바로 성배이다. 성배(Holy Chalice)는 마가의 다락방에서 열렸던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가 포도주를 마셨던 잔으로 이 잔의 행방은 비교적 단순하다. 마가는 나중에 이 잔을 가지고 베드로를 따라 로마로 갔고 이 잔은 베드로가 사용했는데 베드로가 순교한 후에는 교회에 귀속되었다. 262년 로마에서 박해가 벌어지자 에스파냐 출신의 성 로렌초가 순교 직전에 이 잔을 에스파냐로 보냈다. 14세기에 에스파냐 왕이 이 잔을 카탈루냐 지역의 발렌시아 대성당에 안치했고 오늘날까지 여기에 보존되어 있다. 높이 17cm, 지름 9cm의 짙은 갈색의 마노 벽옥 잔으로 현재 이 성배는 금으로 된 손잡이와 기둥, 그리고 금, 진주, 보석으로 장식한 받침대 위에 놓여있다. 이 잔은 최후의 만찬에 쓰인 잔으로 간주되어 교황청의 공식적인 성배로 인정받고 있다.

 

이 성배와 약간 다른 의미의 성배(Holy Grail)가 있다. 역시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한 잔이라는 점은 같은데, 예수가 십자가 처형을 당한 후에 아리마데의 요섭이 이 잔으로 그리스도의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를 담았다고 한다. 최후의 만찬에서 사용된 포도주 잔은 신약성서에도 기록되어 있지만 이 성혈을 담은 성배에 대한 이야기는 12세기 프랑스 시인 드 보롱의 <아리마데의 요셉>에서 처음 등장한다. 아리마데의 요섭이 이 성배와 성혈을 가지고 영국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루이 9세가 가시면류관 등 각종 성물을 확보하여 위세를 떨치자 이에 자극받은 영국의 헨리 3세는 1247년에 예루살렘 대주교로부터 예수의 피를 구입했다. 성배의 행방이 묘연해 진 것은 그 이후이다. 하지만 어딘가에 깊숙이 숨겨져 있으며 템플 기사단이나 시온 수도회 같은 비밀결사들이 성배를 수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전설로 전해진다. 성배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아더 왕과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 고난의 여정을 떠나는 기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오늘날 이 성배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의 영향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끝으로 유골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책 몇 권을 소개한다. 첫째는 베네치아인들이 성 마가의 유골을 훔쳐오는 이야기 등 중세에 횡횡한 성유골 도둑질 이야기를 끌어 모아놓은 거룩한 도둑질이다. 베네치아인들의 성 마가 유골 도둑질은 유명한 이야기다. 4대 복음사가 중 1인인 성 마가는 나중에 알렉산드리아에서 순교하게 되는데, 9세기경에 베네치아의 두 상인이 이슬람 지역인 알렉산드리아에서 마가의 유골을 돼지고기(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불결하게 여긴다) 속에 넣어 훔쳐 와서(구출해내어) 베네치아의 성마가 교회에 봉헌하게 되고 이로서 마가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둘째는 2000여년전 레반트 지역 인근 갈릴리 호수가에서 처음에는 고기 낚는 어부였다가 나중에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다가 결국 로마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혀 순교한 시몬으로 불리던 그 사람, 예수가 지명한 하늘나라의 키맨 베드로의 유해를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 지하에서 발굴하고 확인해내는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이야기, 바티칸의 비밀연구라는 부제가 붙은 어부의 무덤이고, 마지막은 성 니콜라우스로부터 시작해서 볼테르, 하이든, 아인슈타인, 히틀러, 단테 등등 죽어서도 잠들지 못하는 위인들의 유해의 수난사를 다룬 무덤의 수난사되겠습니다














추신 : 알라딘 둘러보다 보니 이런 책도 있습니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 뼈의 5억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라는 설명입니다. 뼈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측면을 다루고 있다고 하며, 뼈에 관한 일종의 과학 입문서이면서 문화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뼈 때리는 이야기 가득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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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8-29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룩한 도둑질> 쟁여 두고 싶었는데
결국 절판되었군요. 이래서 읽지 않더라도
일단 사서 쟁여두었어야...

<어부의 무덤>도 땡기네요. 그나마 이
책은 도서관이나 살 수 있다는.

2003년 로마에 가서 수도원에서 유학
중이던 사촌 신부 형님과 로마 성당
투어를 하다가 나눈 대화가 생각나네요.

교회가 신주단지 모시듯하는 성유물들
이 과연 진짜인가라는 질문에, 결국 믿음
의 문제가 아니겠는가라고.
그랬다고 합니다.

붉은돼지 2024-08-29 16:25   좋아요 1 | URL
<거룩한 도둑질>은 사놓은 지 한참 되었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어부의 무덤>은 대충 훑어봤는데 정말 신기하고 또 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베드로의 유해라고 과연 특정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책에서 내세우는 이런저런 증거로 볼때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고...저도 바티칸 대성당에 가봤지만요...거대한 제대 아래 네크로폴리스(무덤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투어도 있다고 하네요..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둘러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