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뭐 전생윤회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약에 윤회 속의 무수한 전생들이 있다고 한다면 소생은 한번쯤은 유럽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물론 어느땐가는 돼지이기도 했을 것이다. 꿀꿀ㅜㅜ) 그래서 무슨 향수같은 것을 느끼는지 꼭 가보고 싶고, 또 나름 깊이 탐구해보고 싶은 그런 도시들이 있다. 1. 이스탄불, 2. 베네치아, 3. 빈. 지난번에 나의 사랑하는 오스만(이스탄불) 책장 공개가 성황리(무슨 성황?)에 있었고, 이제는 <시즌 2>, 나의 사랑하는 베네치아 책장을 4편에 걸쳐 공개하려고 합니다. 강호 독자제현의 아낌없는 성원과 가차없는 편달을 앙망하오며, 아울러 베네치아에 대한 온갖 제보도 댓글에서 접수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역사서류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베네치아공화국 1천년의 메시지’라는 부제에서 보듯이 일종의 통사의 형식인데 소설적인 부분도 많아서 정통 역사서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하지만 베네치아 전체 역사를 개괄한다는 점에서 아마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된 통사 형식의 책이라는데 의의가 크다는 생각이다. 시오노의 제국주의적, 영웅주의적 역사관은 문제지만 어쨌든 글은 재미있게 읽었다. 동 작가의 <주홍빛 베네치아>는 창작소설인데, 시오노가 재야 역사서류 집필에는 재능 있지만 소설가로는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로저 크롤리 <500년 무역 대국, 부의 도시 베네치아>도 역시 정통역사서로 보기는 어렵다. 알라딘에서는 역사서류 분류되지만 아마존 같은 데서는 소설로 분류되는 듯 하다. 술술 읽히는 편이다. 관심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정통 역사서를 고집한다면 중세 지중해 교류사를 연구하는 남종국 교수의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가 있고, 보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역사서를 원하시는 분은 페르낭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3>을 보시면 되겠다. 제2장이 베네치아에 할애되어 있다. ‘도시가 지배하는 유럽의 옛 경제 : 베네치아 이전과 이후’ 부분을 참고하시라.
프란체스코 다 모스토 <프란체스코의 베네치아>, 알라딘에서는 역사서로 분류되어 있는데 역사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저자는 베네치아 본토 토박이이자(귀족가문 출신이라고 함) 영국 BBC2 프로그램에서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방송인이기도 한데, 그 프로그램의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 판형이 커서 사진보기에 좋다.
2. 인문학류
모드리스 엑스타인스 <봄의 제전> 프롤로그 제목이 ‘베네치아’다. 서문은 바이런 경의 시로 시작된다. ‘나는 베네치아 한숨의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양손에 궁전과 감옥을 쥔 채’. 베네치아는 바그너가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영감을 얻은 곳이다. 바그너는 1883년 2월 대운하가 보이는 벤드라민 칼레르기 저택에서 죽었다. 또한 베네치아는 세르게이 파브로비치 댜길레프가 가장 좋아한 도시였다. 그는 1929년 8월 리도의 뱅 드 메르 그랜드 호텔에서 죽었다. 댜길레프의 죽은 몸은 곤돌라에 실려 인근의 묘지섬 산미켈레섬에 묻혔다. 묘비명은 ‘베네치아, 우리에게 약속된 끝없는 영감’이었다. 1909년에 댜길레프는 그의 연인 니진스키를 데리고 베네치아로 왔었다. 당시 댜길레프는 37세, 니진스키는 21세였다. 중년의 발레단장과 젊은 무용수는 뱅 드 메르 호텔에 머물렀다. 1911년 토마스만 역시 이 호텔에 묵었다. 얼마후 그는 그 유명한 소설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완성했다.
신학과 교수이자 인문학자인 김상근의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 중 <삶이 축제가 된다면>은 베네치아에 관한 책이다. 이런 비슷한 종류의 책들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뭐 소생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용이 충실하고 볼거리도 많다. 유튜브에 ‘김상근의 어여세인문학’이라고 있다. 10분 분량 정도로 베네치아와 관련하여 비발디, 단테, 카사노바, 토마스만, 안도 타다오 등에 관한 8편의 동영상을 올려놓고 있다. 베네치아에 관심 있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EBS 세계테마기행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편도 김상근 교수가 안내하고 있다. 그가 진행한 세계테마기행의 이탈리아 편은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상근 교수 특유의 무슨 광대와도 같은 조금 과장된 제스쳐와 옆에 있으면 침 좀 맞을 것만 같은 정말 침 튀기는 열변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책공장 베네치아>, 15세기에 금속활자가 발명된 이후 16세기 출판문화 혁명의 중심은 바로 베네치아였다. 작가는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베네치아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이 책 지금은 절판. 책공장에서도 많이 등장하지만 마틴 로리의 <알두스 마누티우스>를 같이 읽으면 좋겠다. 베네치아가 16세기 출판혁명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그 중심에는 바로 알두스 마누티우스가 있었다. 알두스는 단순한 출판업자가 아니라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인문학자이자 당대의 위대한 서지학자였다.
오래전 베네치아에 갔을 때 사진 몇 장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