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소설류
소설은 뭐 말하나마나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있겠고, 가여운 인간 <오셀로>도 바로 베니스의 장군이었다.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상인>도 있다. 이게 2023년도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리고 베니스하면 역시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빠질 수 없겠다. 다들 아시겠지만 줄거리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중년의 고명하신 작가가 베니스로 휴양차 여행을 왔다가 어떤 미소년에게 그야말로 혼이 빠지고 넋이 나가, 도시에 전염병이 퍼진 것을 알고도 베니스를 떠나지 못하고 미소년을 스토킹하며 홀로 황홀해하고 좋아하다 결국 전염병으로 리도 해변에서 쓸쓸하게 죽고만다는 그런 허무하고 맹랑한 이야기다. 줄거리적으로는 그렇다. 그 뿌리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도 유명하다. 유서깊은 밀라노 귀족가문의 고명하신 백작이자 양성애자로도 커밍아웃하신 비스콘티 감독의 눈에 띄어 미소년 타치오 역을 맡은 안드레손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그후 굴곡많은 삶은 살았다. 그를 소재로 한 영화가 2021년 스웨덴에서 제작되어 202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다. 소생은 이 단편 소설을 세 번 정도 읽은 거 같다. 특별히 토마스 만을 애정하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숙제같은 것이 생겨서 그리되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소생은 만의 <마의 산>도 세 번 읽었다. 햐! 놀랐쥬?? 전문 연구자도 아니면서 <마의 산>에 세 번이나 오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가 소생에게 무슨 시비라도 걸라치면 냅다 이렇게 외친다. ‘아니!! 이거 왜 이래!! 내가 <마의 산>을 세 번이나 읽은 사람이야!!! <마의 산> 삼독자의 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듯 하지만 사실은 줄거리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삼독이 과연 무슨 소용인지. 십독백독 천독만독을 한들 머리에 남은 것이 없고 가슴으로 느낀 것이 없다면 오히려 일독보다 못한 것을..... 한심한 이야기이긴 한데 어쨌든 팩트는 팩트, 삼독은 삼독!!!(정신승리하리라!!!) 강호제현에게 고하노니!! 차후 소생을 마의산삼독자 홍돈선생으로 호명하여 주시길 바라노라.......뭐 싫으시다면 어쩔 수는 없습니다만. 강요는 아닙니다.
돈나 레온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사라진 수녀> 작가 레온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베네치아에서 20년째 살고 있다고 소개에 나와있다. 오페라 전문가라고 한다. 베네치아 경찰 귀도 브루네티가 주인공인 시리즈물인데 우리나라에 2권만 나있고 모두 품절인데 중고는 많다. <라 트리비아타 살인사건>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베네치아의 유명한 오페라 극장 라 페니체(불사조라는 뜻인데 큰 화재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불사조처럼 재건되었다)가 배경이다. <사라진 수녀>에서는 브루네티 형사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종교조직의 범죄를 파헤친다. 다빈치 코드로 유명해진 오푸스데이도 등장하는 듯.
라 페니체와 관련해서는 존 베런트의 논픽션 소설 <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도 있다. 1996년 1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이탈리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라 페니체 극장이 전소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화재사건의 진상을 작가인 존 베런트가 직접 추적한다. 작가는 유리장인, 유명한 시인, 예술가들, 검사, 공무원들, 베네치아에 정착한 이방인 들을 만나 인터뷰하면서 베네치아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아르노 들랄랑드 <단테의 신곡 살인> 1756년 베네치아. 한 극장에서 유명 배우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두칼레 궁전 앞 바다 건너편에 있는 아마도 베네치아에서 제일 크고 눈에 잘 띄는 성당, 16세기말 이탈리아의 위대한 건축가 팔라디오가 건축했고,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을 소장하고 있다)의 신부, 유리공예 장인, 고급 창부 등이 연속적으로 살해된다. 이 연쇄살인 사건의 해결을 위해 총독은 감옥에 갇혀있던 당대 최고의 스파이이자 바람둥이(?) 피에트르를 풀어준다. 카사노바가 그의 감방 동기로 찬조 출연한다. 피에트르는 이 연쇄살인이 단테 <신곡> 지옥 편에 등장하는 9개 지옥의 형벌을 재현하고 있으며 그 배후에 공화국의 전복을 꾀하고 있는 사교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흥미진진하쥬?
바버라 퀵 <비발디의 처녀들> 비발디는 정식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이자 베네치아의 소녀 고아원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친 음악 교사였다. 요건 몰랐쥬? 베네치아를 배경로 한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고아 소녀 안나 마리아는 피에타 고아원의 악단 단원으로 선발돼 마에스트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티치아노 스카르파의 <어머니 왜 나를 버렸나요> 역시 배경은 18세기 베네치아. 피에타 고아원의 고아 소녀들과 이들의 음악 선생인 비발디의 이야기다.
마리나 피오라토 <무라노 유리직공> 무라노는 베네치아 본섬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는 다섯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베니스 유리공예의 중심지다. 공화국 정부는 유리공예 기술의 유출을 막기위해 유리공예 제작을 무라노섬으로 한정했다. 황금보다 귀하다는 베니스 유리공예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 그리고 드러나는 잔혹한 진실, 유럽역사 소설의 진수라는 광고인데 뭐 그렇게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정찬의 <베니스에서 죽다>는 단편소설집이다. 11편이 실려있는데, 그중 ‘베니스에서 죽다’는 역시 비스콘티의 영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센바흐 역의 영국 배우 더크 보가드는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에 주연배우로 나온다고 한다. 영화제목이 멋지구리하다. 제목에서 벌써 뭔가 한칼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한번 찾아보고 싶다. 정찬의 소설은 아센바흐의 죽음을 '행복한 죽음'이라고 한다.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의 배경도 베네치아다. 여기서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물의 도시가 아니다. ‘마치 모든 것이 서서히 바다에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스산하고 우울한 도시다. 작가는 ‘폭풍이 이는 날에는 수로의 난간 가까이 가는 것을 금하라. 그리고 특히 안개, 겨울 안개를 조심하라’고 한다. 하지만 베네치아의 안개낀 겨울풍경을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으니 바로 조국에서 추방된 러시아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다.(이게 누구? 다음 편에 나옴) 희뿌염한 안개가 낀 어느 겨울 아침에 만조로 바닷물이 차오른 인적없는 산마르코 광장 한가운데 홀로 우두커니 서보는 것이 소생 나름의 낭만 쭈꾸미 버킷리스트다.
베네치아 하면 역시 카사노바가 빠질 수 없다. <카사노바 나의 편력1>은 카사노바의 회고록에서 주요 부분을 골라 3권으로 편역한 것 중의 1권이다. 부제는 ‘베네치아의 연인들’이다. 카사노바는 1725년 베네치아에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다. 다재다능했지만 박덕했고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역사적 평가다. 자신의 매력과 언술로 여성을 유혹했고 모든 여성을 평등하게 대했다는 것은 허상일 뿐이다. 여성편력에는 대부분 금전이 얽혀있었으니 그 관계란 것은 매춘 아니면 사기성 연애, 강간이었다. 나무위키의 내용인데 총평은 사기꾼이요 성범죄자라는 것이다. 회고록이라는 것이 대체로 자화자찬 정신승리가 대부분이고, 재평가, 재발견 어쩌고 해서 쓸데없이 미화된 부분이 있으니 걸러 들어야 할 것이다.
로타 뮐러 <카사노바의 베네치아> 이 책은 카사노바와 베네치아 사이에서 이루어진 연애의 역사를 쫓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찾아다니며 18세기의 풍경들 속에서 그 사건들을 보여주고, 지금은 사라진 골목길과 건물들을 이따금 되살려 보여준다.
이선구 <베네치아 코덱스>, AD 828년, 베네치아 상인 2명이 당시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에서 복음사가 성 마가의 유골을 돼지고기 속에 숨겨서, 말하자면 훔쳐서 베네치아로 가져온다. 이는 공화국 천년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었다. 4대 복음사가는 거의 12사도에 준하는 권위를 가지기 때문에 마가의 유골을 확보하는 것은 베네치아 교회가 인근의 다른 교회보다 우위에 있다는 증표였다. 관할 교구 지배권과도 밀접하게 관련된 교회 권력의 문제였다. 이로서 베네치아는 나중에 강력한 해상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던 것이다. 산 마르코 성당에 들어서면 성 마가의 유해가 산 마르코 성당에 안치되는 과정을 묘사한 금빛 찬란한 모자이크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바로 ‘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 베네치아 이 세 도시를 아우르는 마르코 성인의 유골 스토리’다. 저자 이선구는 안과의사라고 한다. 코덱스는 필사로 기록되어 철해진 고대 서적의 한 형태, 흔히 성경이나 고전의 사본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