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로 잘 먹고 잘 살던 이오의 팔자가 돌연 기구해진 것은 제우스의 눈에 들고 부터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제우스는 본처 헤라를 속일려고 급한 김에 그만 이오를 흰 암소로 둔갑시켰다. 귀신을 속이는 것이 쉽지 어디 감히 마누라 눈을 속일 수 있겠는가. 흰 암소의 모습으로 헤라에게 넘겨진 이오는 눈알이 백개나 달린 아르고스의 감시 속에서 고초를 겪는다. 속타는 제우스가 나중에 헤르메스를 시켜 이오를 구해내지만 헤라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헤라는 등에떼를 보내 소가 된 이오를 못살게 괴롭힌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등에라는 것이 작은 것은 파리크기에서 큰 것은 호박벌만하다는데 호박벌이 얼마나 큰지를 모르니 또 인터넷을 뒤져볼 밖에 없다. 보통 1.5cm에서 2.5cm 정도 크기라고 나와있다. 서양에서는 ‘greenheaded monster’ 라고 하며 암컷은 흡혈성으로 숙주로부터 하루 9ml이상의 피를 빨아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짧은 소꼬리를 이리저리 아무리 휘둘러봐야 사정거리 밖에 앉은 이 푸른대가리 흡혈 괴물 때문에 이오는 거의 미치고 만다. 여름철 야외에서 청바지를 뚫고 들어오는 모기의 시침에 시달려본 사람들은 그 고통을 알 것이다. 더구나 이건 모기도 아니다. 올림포스 최고 여신의 특명을 받잡는 등에 최정예 군단이다. ! 가련한 이오여~ ! 잔혹한 여신이여... 아니 여신의 냉혹함을 따지기 전에 제우스의 분별없는 욕망을 탓해야 할 것이다.

 

이오는 거의 미쳐서 그리스 전역을 날뛰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해협을 건너 아시아 지역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때 이오가 건너간 해협이 바로 보스포러스 해협되겠다. 보스포러스는 암소의 건널목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오가 미쳐 날뛰었던 그리스 지역의 앞바다는 이오니아해로 명명되었다. 결국 제우스가 헤라에게 손이 발이되도록 싹싹 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헛된 맹세를 한 다음에야 이오는 사람 형상을 회복할 수 있게된다.

 

그리스의 무수한 섬들이 별처럼 박혀있는 에게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유럽쪽 땅이 시계불알처럼 축 늘어진 곳이 있다. 이 시계불알과 아시아쪽 땅이 거의 붙을랑 말랑하면서 긴 해협을 이루는데 바로 다르다넬스 해협이다. 시계불알 끝 부분의 건너편 아시아쪽 땅에 그 유명한 도시 트로이가 그 옛날에 있었다. 이 해협을 통과하면 마르마르해다. 마르마라해에서 북해를 바라보고 올라가려면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야 한다. 보스포루스 해협 역시 다르다넬스 해협과 함께 아시아와 유럽을 가르고 있지만 이 곳이 이름난 것은 바로 해협의 양안으로 영원한 제국의 도시인 이스탄불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협의 길이는 30Km이고 폭이 가장 좁은 곳은 750m, 수심은 36-120m 정도다.

 

보스포루스 해협에는 아시아 대륙과 유럽 대륙을 연결하는 다리가 세 개 있다. 제일 처음 세워진 보스포루스 제1대교는 일명 아타튀르크 다리로도 불린다. 1970.2.20. 착공하여 1973.6.1. 준공되었다. 총길이는 1560m이고 주탑 사이의 거리는 1074m. 그 다음 세워진 보스포러스 제2대교는 일명 파티흐 술탄 메흐메트교다. 1986년 착공되어 1988. 7. 3. 개통되었다. 총길이는 1510m이고 주탑의 높이는 115m, 주탑 사이의 거리 1090m. 왕복8차로다.

 

보스포러스 제3대교는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다. 이 다리는 사장교와 현수교 공법을 혼합한 방식을 적용했으며 전체 길이가 2164m, 주탑(主塔)의 높이는 322m, 주탑 사이 거리는 1408m에 이른다. 사장교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길고, 현수교 기준으로는 4위 수준이다. 현대건설과 SK건설이 공동 시공한다. 20136월에 착공했으며 201511월 준공예정이다. 총공사비는 69740만달러다. 다리명칭은 야부즈 술탄 셀림으로 예정되어 있으나 셀림이 냉혹한 술탄으로 알려져 있어 반대여론도 있다고 한다. 야부즈는 냉혈한이라는 뜻이다.

 

그럼 여기서 또 현수교와 사정교의 차이는 무엇인가 궁금하다. 사장교는 주탑꼭대기에서 와이어가 분산되어 직접 교량 상판을 잡아주는 형식이고(멀리서 보면 무슨 조개 껍대기 같은 모양이다.) 현수교는 주탑과 주탑사이에 연결된 와이어에서 간격별로 또 와이어가 내려와서 교량 상판을 잡아주는 형식이다. 금문교, 남해대교는 현수교이고, 인천대교는 우리나라 대표 사장교다. 보스포러스 1,2대교는 모두 현수교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바다 위에 거대한 다리가 건설 되었다면 바다 밑으로는 터널을 뚫었다. 2013.10.29. 유럽지역의 시르케지에서 아시아지역의 위스크다르까지 해저로 지하철이 개통되어 있다. 마르마라해를 건넌다고 해서 지하철의 이름은 마르마라이다. 77km의 운행구간을 가진 마르마라이는 지하철 구간은 13.6km이고 그중 바다 밑을 지나는 구간은 1,378m이다. 2004년부터 45억달러를 들여 일본과 같이 합작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개통식에는 아베총리도 참석했다.

 

마르마라이는 바다 밑으로 기차가 다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량통행이 가능한 해저터널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마르마라이보다 더 아래쪽 위치다. 2014.4.19. 유라시아 해저터널 공사 굴착식이 있었고 지난 2015.8.22.에는 해저터널 관통 기념식이 있었다. 이 해저터널은 접속도로 포함하여 총연장 14.6km로 터널의 길이는 5.4km이고 바다밑 구간은 3.34km인 왕복4차로 복층 해저터널이다. 총사업비는 124천만달러다. 20173월 개통예정이다. 터널이 개통되면 하루 12만대의 차량이 이동 가능하고 해협통과시간도 1시간 45분에서 15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위치는 마르마라이 선 보다 더 아래쪽이다.

 

바다 밑에서 땅굴을 파는데는 지름이 13.7.m 총길이 120m 무게 3300톤에 달하는 메머드급 굴착장비가 사용되었다. 사진을 보니 인간의 능력이란 참으로 엄청나고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최후의 인간들이 거주하는 시온성을 공략하는 거대한 로봇 굴착기가 생각났다. 이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터키의 건설사와 삼환기업, 한신공영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우리나라의 SK건설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신화 속의 암소가 건넌 해협은 이제 위로는 거대한 다리가 세워지고 아래로는 터널이 뚫어져 개나 소나 인간이나 자동차나 기차나 마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 보스포러스 해협을 둘러보는 크루즈가 있다. 그 유명한 고등어 케밥을 파는 곳이 많이 모여있는 에미뇌뉘에도 선착장이 있고 돌마바흐제 궁전 근처의 카바타쉬에도 선착장이 있다. 에미뇌뉘에서 출발하여 제2대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거의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은 112리라. 한화로 5400원 정도. 저렴하다. 해협의 끝인 흑해 바로 앞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디너가 나오고 쇼도 구경할 수 있는 보다 고급진 크루즈도 있다. 비용은 160유로인가 그랬다. 한화로 8만원 정도. 소심한 소생은 역시 저렴한 크루즈를 선택했다.

 

유람선이 보스포루스 2대교에 이르면 유럽쪽 해안에 성채가 보인다. 루멜리 히사르다. 글이 너무 길어져 루멜리 히사르는 다음에 이야기해야겠다.

    

일단 지도를 참고하시라.

 

보스포러스 제1대교다. 

 

 이건 보스포러스 제2대교 되겠다.

 

 

보스포러스 아시아쪽 해변가의 저택들. 건물뒤로 보이는 성채는 아나돌루 히사르다. 다음에 이야기 하겠다. 

 

 

 

루멜리 히사르다. 뒤로 보이는 다리는 보스포러스 제2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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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11-13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잘 봤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소상히 알고 계세요? 사진도 멋지고 존경존경@_@;;;; 제가 터키에 간 건 한 십오년전ㅎㅎ;; 당연하겠지만, 참 많은 변화가 있었군요@_@;;

붉은돼지 2015-11-13 15:38   좋아요 0 | URL
다리나 터널 이런 것들은 뭐 당연히 인터넷을 좀 뒤져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니.....디너와 터키 전통 춤도 구경할 수 있는 디너 크루즈도 타볼 것을 하는 후회가 쪼끔 드는군요 ^^

oren 2015-11-13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까마득한 옛날엔 보스포러스 해협 가운데 어드메쯤엔 암소가 건너다닐 만한 야트막한 여울목이 정말로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오`가 아르고스의 공주였다는 주장을 하면서, `고대 페르시아 전쟁`의 아주 먼 원인 가운데 하나로 `이오 납치 사건`을 얘기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이오 납치 사건`이 결국 한 세대 뒤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가 헬레네를 납치하는 `모방 범죄`를 불러왔다는 것이지요. 그 뒤로 결국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고 일리온이 함락되고 나자 헬라스인들에 대한 페르시아인들의 뿌리깊은 적대감이 `페르시아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본 것이지요. (헤로도토스는 `나는 사실은 이랬느니 저랬느니 꼬치꼬치 따지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얘기까지 덧붙여 놓았더군요. [그런데 포이니케 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은 이오를 억지로 아이귑토스로 납치해 간 것이 아니다. 아르고스에서 배의 선장과 살을 섞었던 이오는 임신 사실을 알고는 부모를 대할 낯이 없어 발각되지 않으려고 자진해서 포이니케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떠났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저도 예전에 한번 쓴 적이 있었답니다. ☞ http://blog.aladin.co.kr/oren/6972956)

그런데 `보스포로스`라는 이름은 `흑해와 아조프 해를 잇는 좁은 해협`에도 붙어있다고 합니다. 소위 `킴메리오이족의 보스포로스`라 불리는 곳인데 어떤 책에 달린 주석에는 이오가 지금의 보스포러스 해협이 아니라 `킴메리오이족의 보스포로스`로 건너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붉은돼지 2015-11-14 09:59   좋아요 0 | URL
제가 본 보스포러스는 암소가 건너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듯 보이더군요...뭐 가장 짧은 구간은 700m정도라고 하니 헤엄쳐서 건너지 못할 것도 없지만요..그리고 그 옛날 신화의 시대에는 지형이 아마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말 소가 건너다닐 만한 야트막한 여울목이 있었을지도 모르죠.....

희랍 고전을 보면 여러가지 버젼들이 존재하더군요...조금씩 내용이 다른 여러 버전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욱 풍성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렌님의 저런 이야기 읽을 때는 저도 희랍고전들을 하나하나 정독해 나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책은 이미 여러권 사두었구요.ㅋㅋㅋ)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ㅜㅜ

oren 2015-11-14 10:31   좋아요 1 | URL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에서도 보스포러스 해협을 두고 시인이 읊은 멋진 대목이 길게 이어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걸 기억합니다.(이피게네이아는 트로이 전쟁때 그리스 진영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딸로, 그리스 군에 의해 제물로 바쳐졌지만 아르테미스 여신이 구출하여 타우로이족의 나라로 데려가서는 자신의 신전에서 여사제로 봉사케 했다고 하지요. 나중에 그녀의 오라비 오레스테스와 그의 절친 퓔라데스가 그녀를 구출하게 되고요...) 다소 길지만 고대 시인의 목소리도 다시금 들어볼 겸 그 대목을 여기서 한번 인용해 봅니다..아르고 원정대가 헤쳐나갔다는 그 유명한 쉼플레가데스(맞부딪치는 바위들)도 나오고요..
* * *
검푸른 해협이여, 옛날에 쇠파리가
아르고스에서 손님에게 불친절한 바다로
윙윙거리며 날아와서는
이오를 에우로페에서 아시아 땅으로
건너게 했던 검푸른 해협이여!
(중략)

그들은 배의 양쪽에서 찰싹거리는
소나무 노를 저으며 바다의 파도를
타고 왔을까, 돛을 부풀리는 바람을 안고,
재산을 늘리기를 열망하며?
희망은 달콤한 것이어서
결코 물리는 일이 없다네,
인간들에게 재앙이 되도록.
그래서 인간들은 부(富)를 잔뜩 짊어지려고
바다를 떠돌기도 하고 이방인들의 나라를
찾기도 한다네, 다들 같은 희망에 이끌려.
그리하여 더러는 부를 획득하려는 노력이
허사가 되지만, 더러는 큰 부를 얻게 된다네.

어떻게 그들은 맞부딪치는 바위들 사이를 지나고,
어떻게 그들은 파도가 잔잔할 날이 없는,
피네우스의 아들들의 해안을 지났을까,
네레우스의 쉰 명의 딸들로
이루어진 합창가무단들이
노래하며 윤무를 추는
암피트리테의 파도 사이로
해변을 따라 달리면서?
어떻게 그들은 바람에 돛을
부풀리고는 뱃고물에서
쉬고 있는 키가 삐걱거리는
가운데 세찬 남풍과 서풍의
입김을 받으며 새들이 많은
나라로, 하얀 바닷가로,
아킬레우스의 아름다운
경주로가 있는 곳으로 왔을까,
손님에게 불친절한 바다를 건너?

아아, 우리 여주인의 소원대로
레다의 딸 헬레네가
트로이아의 도시를 떠나
이리 와서는 물결치는 머리에
핏방울을 뒤집어쓰고
우리 여주인의 손에
목이 잘려 죽음으로써
응분의 죗값을 받았으면 좋으련만!
하지만 치욕적인 굴종의
굴레에서 나를 구하려고
누군가 헬라스에서
배를 타고 왔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가장 좋을 텐데!
아아, 꿈결에서라도 아버지의
집과 고향 도시에 갈 수 있었으면!


2015-11-14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4 1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