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레이마니예 모스크에서 예니 모스크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도보로 20여분 정도다. 예니 모스크 바로 옆이 이집션바자르다. 술레이마니예 모스크에서 예니 모스크 가는 길에도 작은 시장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시장 안에 작은 모스크도 하나 있다. 아래층은 시장의 일부고 윗층은 사원이다.

 

 

유럽을 다녀봐도 그렇지만, 처음에는 노트르담 성당이니 성 베드로 성당이니 하는 것들을 보게되면 “이햐~ 진짜 멋지네.”, “우와~ 정말 대단하다.”하면서 놀란 눈은 계속 껌뻑껌뻑거리고 입은 저절로 떡! 벌어지면서 연이어 바보 도 터지는 소리가 허파 깊은 곳으로부터 새어나온다. 처음엔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을 받지만 조금만 다녀보면 이놈이 그놈 같고 그놈이 이놈 같다. 점차 시큰둥해지면서 왠만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놀라움에도 서서히 면역이 생긴다. 인간에게 초심 유지는 실로 지난한 과업인 것이다.

 

 

모스크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스탄불 첫 날에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를 보고 나니 그 뒤로는 역시 저놈이 이놈 같고 이놈이 저놈 같다. 뭘 모르는 놈이 보기에 술래이마니예 모스크나 예니 모스크나 다 그놈이 그놈이다. 다른 게 있긴 있다. 예니는 첨탑이 두 개고 술레이마니예는 네개다. 예니 모스크는 사원의 석재가 불에 탄 듯 검게 거을려서 조금 지저분해 보인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어째 조금 빵빵하다(?)는 그런 느낌이다. 1597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663년에 완공되었다.

 

 

예니 모스크 바로 옆이 이집션 바자르다. 인간들이 엄청나게 많다. 바글바글하고 와글와글하다. 어디 발 디딜 틈이 없는데 가만히 서있으면 등이 떠밀려서 저절로 앞으로 슬슬 전진한다. 이집션 바자르는 향신료, 허브, 오일, 견과류 등을 중점적으로 파는 전통시장이다. 1663년에 예니 모스크의 부속건물로 지어졌다. 당시 이집트에서 들어온 수입품을 판매하여 수익을 내면서 큰 바자르로 성장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로쿰, 견과류, 올리브 비누 등을 파는 가게가 많다. 그야말로 가지각색 형형색색이다.

 

 

흔히 '터키쉬 딜라이트(터키 젤리과자)'로 알려져있는 ‘로쿰’은 15세기부터 내려오는 오스만 궁정의 디저트다. 설탕과 녹말가루에 젤라틴을 넣고 끓이다가 과일 에센스나 장미수를 첨가한다. 호두와 피스타치오,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넣은 것도 있다. 18세기 하지 베키르란 사람이 에미뇌뉘에 가게를 열고 왕실에 납품하던 로쿰을 시중에 팔기 시작하면서 일반인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스탄불 시내에 관광객들이 다니는 왠만한 거리의 가게에는 다 로쿰을 판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엄청나게 많다.

 

 

C.S. 루이스의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옷장 속으로 들어난 네명의 소년소녀 중에 나중에 ‘정의로운 왕’이 되는 에드먼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터키 젤리‘로쿰’이다. 이야기 초장에 에드먼드는 하얀 마녀가 내미는 터키 젤리의 유혹에 넘어가서 친구들을 배신한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서 에드먼드는 입 주위에 허연 가루를 묻혀가면서 이 터키 젤리를 허겁지겁 먹는다.

 

 

 

 

 

 

 

 

 

 

 

 

 

그렇다면 실제로 맛은 어떤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을 보면 ‘진짜 할바를 찾아서’라는 에세이가 나온다. 마리는 헝가리에서 소학교를 다니던 중에 러시아에서 온 친구가 가져온‘할바’라는 과자를 한 입 얻어 먹고는 그만 그 맛에 홀딱 반하고 만다. 이렇게 맛있는 과자는 난생처음이란다. 그 뒤로 오랜 세월 동안 할바를 찾아 헤메게 되는데, 이 할바와 제조법이나 맛이 비슷한 터키쉬 딜라이트 ‘로쿰’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영국에서 실제로 터키쉬 딜라이트를 먹어본 일본인은 모두 ‘그딴 건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아!’라고 질색했으며, 어떤 추리소설에는 ‘끈적끈적하고 텁텁한 단맛’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 소생이 먹어본 로쿰의 맛이 바로‘끈적끈적하고 텁텁한 단맛’이었다. 물론 소생이 하고 많은 종류의 로쿰 중에 하필 이상한 맛의 로쿰을 먹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다시는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마리가 오랜세월 찾아 헤멘 끝에 알아낸 ‘할바’라는 것은 ‘중앙아시아 등에서 먹고 있는 달콤한 과자로 이란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의 할바 기술자는 간다랏치라고 불리는 특별한 요리인으로 그 제조법은 기억과 실천에 의해 대물림 되었다. 기술자들이 손수 만드는 할바가 아직 남아 있는 곳은 이란, 아프카니스탄, 터키뿐이다. 할바의 성분은 단순하다. 설탕과 꿀, 유분이 많은 재료(아몬드 등의 땅콩 종류나 해바라기 씨, 참깨 씨), 녹말가루, 향료 등이다. 할바에 대한 마리씨의 결론은 ’우선 일정한 밀도와 끈기와 온도가 될 때까지 재료에 거품을 낸 결과요, 이렇게 해서 생긴 거품을 섞은 다음 저어가며 식히는 기술‘이다. 로쿰이 할바는 아니지만 혈연관계에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이스탄불을 이미 다녀온 지금에 와서 찾아본 여행가이드북 〈이스탄불 홀리데이〉에도 ‘할바’가 나온다. 터키에서는 ‘헬바’라고 표기하는데 ‘터키의 디저트로 생선요리를 먹고 나서 꼭 찾는다. 참께와 설탕을 함게 졸인 것에 호두와 잣등의 견과류를 곁들려 먹는 디저트다’라는 설명이다. 당연히 먹어보지는 못했다. 마리여사가 그렇게나 맛있다고 하니 한번 먹어보고는 싶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예니 모스크 전경

 

 

 

 

 

무슬림들은 보기에는 털이 부숭숭하니 조금 지저분해 보여도 사실은 청결에 대단히 민감하다.

사원에 기도하러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수도에서 얼굴과 손과 발을 씻는다. 모스크에는 몸을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이 반드시 구비되어 있다. 

 

 

 

이집션 바자르.

 

 가지각색 형형색색의 로쿰

 

 각종 향신료 및 견과류

 

 올리브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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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19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니아 연대기를 처음 읽었을 때, 저 젤리가 궁금했던 기억이 나요. 아직 실물을 보지 못해서, 붉은돼지님의 사진을 구경합니다.^^ 사진속 올리브 비누도 색이 다양하고 예쁘게 보입니다.
붉은돼지님, 편안한 월요일 보내세요.^^

붉은돼지 2015-10-20 09:00   좋아요 0 | URL
저도 터키쉬 딜라이트 `로쿰`에 대한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요...
먹어보니... 뭐,,,,별로 제 입맛에는 안 맞는 것 같아요^^
하여튼 가게마다 로쿰이 정말 많긴 많더라구요~

살리미 2015-10-19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남편이 터키로 출장 다녀온 직원에게 터키쉬 딜라이트를 선물받아서 갖고 왔길래, `이게 뭐야?` 했더니 `찹쌀떡` 그러더라고요 ㅋㅋㅋ
자기는 맛보고 터키 찹쌀떡인줄 알았대요...ㅋ
제가 먹었던 건 아몬드랑 코코넛맛이나서 나름 맛났는데... 시장에 저렇게 쌓여있는거 보니 신기하네요^^

붉은돼지 2015-10-20 09:02   좋아요 0 | URL
맞아요 ㅎㅎㅎㅎ 터키 찹살떡 비슷해요 ㅎㅎㅎ
밀가루같은 하얀가루도 묻어있고 약간 끈적끈적한 찰기가 있으면서 좀 텁텁한 것이.....
제가 먹은 건 그냥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로쿰인데....견과류 들어간 것은 좀 더 맛있을 것 같아요 ^^

cyrus 2015-10-19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누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처음에 저게 과자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

붉은돼지 2015-10-20 09:03   좋아요 0 | URL
올리브 오일로 만든 비누가 너무 색상도 곱고,.....또 천연소재라서
아내가 몇 개 사와서 지금도 집에서 쓰고 있습니다.^^

해피북 2015-10-1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달달한걸 좋아하는 편이라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는데 사진을 보니 한줌 집어먹고싶어 집니다ㅎ 붉은돼지님 덕분에 터키쉬 딜라이트를 알게되었어요 ㅋ

붉은돼지 2015-10-20 10:05   좋아요 0 | URL
로쿰은 그냥 선물포장된 것 보다 시장에서 저렇게 파는 것이 더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작은 상자에 포장된 것을 구입했는데...맛이 영 별로였어요...ㅜㅜ

보슬비 2015-10-21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터키 친구에게 선물로 받아 먹어봤는데.... 우리 옛날 젤리들이 생각났어요. 생각보다 저도 별로...
그리 이태원에도 터키 디저트 파는 곳이 있는데, 원래 한개만 먹어도 되는것을 종류별로 골라서 먹다가 완전 달아서 죽을뻔했어요. 종류별이지만 다 달아서 어떤 맛인지 구분도 안되더라구요. ㅋㅋ

붉은돼지 2015-10-22 09:44   좋아요 0 | URL
어머 보슬비님은 터키 친구도 있고 좋으시겠어요 ㅋㅋㅋㅋ
저도 로쿰은 텁텁하니....달긴한데 뭔가 제 입맛에는 맞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