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쓸데없는 걸 좀 찾다가 우연히 1998년 3월 12일자 경향신문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또 한명의 베스트셀러 숨은 저자는 20만권 이상이 팔린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와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을 쓴 정인. 현재 광주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황광우씨(40). 황지우 시인의 막내 동생으로 정인이라는 가명외에 조민우, 황인평, 채윤희 등의 이름으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며 공안당국과 숨바꼭질을 하다 지난 92년에는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황광우...황광우...어디서 많이 들은 이름인데, 하다가 퍼뜩 생각났다. 얼마전에 읽은 <인문의 향연>의 편집인이다. 2014.겨울호에 나오는 <황광우와 대학생들의 향연>에서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저는 육십이 다 되는 나이인데 아침에 일어나면 의자에 앉아 책을 봅니다. 어떤 날에는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꿈쩍 않고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해요.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글쓰기에 몰입하는 거죠. 몰입만큼 기분 좋은 쾌감도 없어요.(중략) 내가 하루에 10시간 책을 볼 수 있는 것은 습관인 거죠. 의지에 의지해서 공부하려 하지 말고, 습관으로 공부하세요"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58년생이고, 형이 황지우고, 민노당 중앙연수원장을 역임했다고 나온다. 좀 더 검색해보니 보통 사람이 아니다. 1980년에 지명수배되어 12년간 그야말로 풍찬노숙의 도피생활을 했고, 50대 초반부터 희랍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황광우의 말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서양문명의 근원이다. 근원이란 의미는 기독교 이전의 오리지널 사상이란 말이다.” 황지우에게 이런 동생이 있었구나.
나이가 드니 누가 누구의 아들이고, 누가 누구의 동생 혹은 형이고, 웃대에 어떤 분이 계시고 하는 그런 것들이 궁금하고 또 관심이 간다. 정말로 나이를 먹긴 좀 먹은 모양이다. 옛날 어른들이 자꾸 족보를 들먹이고 ‘자는 뉘집 자식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며 누군가를 호명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아비를 호출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아니면 인간이란 생물 종이 원래 남의 집 구석 속사정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건 별 상관도 없는 이야기인데 문득 생각나서 적어본다. 소생이 스타워즈 스토리를 열렬히 사모하는 이면에는 앞서 이야기한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스타워즈의 주인공인 흑가면 다스베이다의 아명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인데 나중에 나부행성의 여왕 파드메 아미달라와 비밀결혼을 하게 되고, 둘 사이에서 은하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인 루크 스카워커와 레아 쌍둥이가 태어난다. 아나킨은 포스의 어두운 면에 빠져 제다이의 본분을 저버린다. 스승인 제다이 오비원 케노비에게 거의 죽을뻔 했다가 제국 황제 펠퍼틴에게 구원되어 흑가면을 덮어쓴 다스베이다로 부활한다. 그후 다스베이다는 스승인 오비원 케노비를 죽이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제 아비인 다스베이다 즉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죽인다. 그 유명한 대사 “아임 유어 파더”
결국 스타워즈는 고대 희랍 비극의 카피판이자 SF적 변주에 다름 아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다. 그리스하고는 터럭만큼의 관련도 없는 신대륙에서 이제 간신히 이백여년의 역사를 쌓았지만 신화나 전설이라고 할 만한 것은 뭐 하나 손톱 밑에 낀 때만큼도 있을 턱이 없는 그런 역사와 신화 결핍 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메리칸들에게 스타워즈는 바로 마약과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손이 덜덜 떨리고 입이 바짝 마르고, 증세가 나타나면 뽕을 한 대 맞아줘야 한다. 약발이 떨어지려고 하면 얼른 또 한 대. 시리즈가 자꾸 나오는 이유다. <에피소드 7>이 올 연말에 개봉예정이다. 티져 예고편이 나왔는데 보고 있자니 심장이 막 벌렁벌렁거린다. 음....이게... 그러니까...소생에게도 뽕이 얼마간 필요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