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는 혜림씨 유치원 졸업식이었다. 부모가 되어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 참 가지가지 여러 가지 많겠지만 딱 한가지만 말해보라고 한다면 소생의 경우는 바로 “신기함”이라고 하겠다. 혜림씨가 태어났을 때, 처음 직립보행을 했을 때, 처음 말을 했을 때, 이가 났을 때, 이가 빠졌을 때, 유치원 재롱 잔치에서 다른 아이들 틈에 끼여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할 때, 처음으로 두발 자전거를 아빠 도움없이 탓을 때, 그제 같은 졸업식을 할 때 등등등등등등 얼마나 신기한지 모르겠다. 입 벌리고 침 흘리며 잠자고 있는 모습을 봐도 신기하다. 사실인즉슨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이미 다 알고 있는 일이고(소생은 조카가 열댓명은 된다.) 아무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인데 왜 신기하게 느껴지는 지 정말 신기한 일이다. 소생이 이리 어리하게 될 줄은 소생도 미처 몰랐다.
졸업식에서 고만고만한 깎아 놓은 밤톨같은 아이들을 보니 저 아이들도 다 자기 집에서는 모두 신통방통이요 금지옥엽이요 어화둥둥 내사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근이겠지만....어쨋든...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금지옥엽이었듯이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를 신통방통하게 여긴다면 결국은 세상 사람 모두가 다 함께 어화둥둥이 될 것인데...그럴 것인데.....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리 간단하게 어화둥둥이 되는 곳이 아니다......
졸업과 관련해서 뭐 올릴 만한 게 없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견문이 일천한 소생으로서는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하는 영화 <졸업>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내용은 막장 드라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젊은 총각 벤자민은 유부녀인 로빈슨 부인과 불륜관계에 빠진다. 마침 대학을 다니던 로빈슨 부인의 딸이 돌아오고 천지를 분간 못하는 로빈슨 부인의 남편은 벤자민에게 딸과 사귀어 보라고 한다. 딸과 벤자민은 점차 가까워 지게 되고, 질투에 눈이 먼 로빈슨 부인은 딸에게 벤자민과의 불륜관계를 폭로한다. 상심한 딸은 벤자민을 떠나고,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절치부심 끝에 결혼식장에 나타난 벤자민이 그녀를 낚아채어 식장에서 도망치는 것으로 영화는 끝. 다 좋은데... 로빈슨 부인의 딸과 결혼하기로 한 남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참...
<졸업>은 1968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인 마이클 니콜스는 작년 11월에 작고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아시다시피 사이먼과 가펑클의 음악으로 더 유명하다. 꿈결같이 감미로롭고 어딘가 쓸쓸하고 애잔한 멜로디의 노래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가 영화보는 내내 흘러나온다. 고등학교 다닐 때 참 많이도 들은 노래다. 그리운 추억의 팝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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