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p45)


나는 이 도터진 듯한 전언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예전부터 내 털난 흉중에 품고 있었다. 나는 그 첫 구절을 '바람'을 생각하려 한다. 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바람'이 아니라 '강물'이었다. 뭐, 본질적인 면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사자가 소리에 놀라지 않듯이 바람이나 강물은 그물에 걸리지 않느니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며칠전에 또 바람인지 강물인지 구름인지 하여튼 그런 것들이 문득 생각나서 책을 찾아보니 이미 팔아치웠는지 없어, 어쩌겠나 다시 주문했다.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 버튼을 클릭하자 윤회의 늪에서 헐떡이며 벌떡이는 가련한 소생의 각성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채찍처럼 내 대갈통을 후려쳤던 것이다. 확인해주세요!!!. 뭘 확인하란 말인가!!! 내가 나의 전생의 전생의 전생을 재이 재삼 확인한들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내는 대오각성없이는 소생은 여전히 미물 축생일뿐.

       

나는 이 책을 2010.7.에 구입했다가 팔았고, 다시 2014.3.에 구입했다가 다시 팔았고, 또다시 2018.11.에 구입했다가 또다시 팔았다. 계산해 보니 공교롭게도 사고팔고 사이에는 4년의 시간을 있었다. 그리하고 재또다시 4년후에 나는 이 책을 재또다시 구입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아무리 바람을, 구름을, 강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눈물나게 생각한들 미혹과 미망에 빠진 축생에게 과연 무슨 이로움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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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12-03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보 베셀 중간 위치에 있어서 깜놀했습니다, 오래 전에 나온 책으로 알고 있는데 베셀 자리에 있어서 깜놀!

붉은돼지 2022-12-04 12:54   좋아요 1 | URL
하루키의 에세이는 관망하는 듯한 자세, 괴롭거나 심각해지지 않음. 그리고 편편이 짧아서 읽기 좋은 것 같아요. 하루키 책을 엄청나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처분하고 비채에세 나온 에세이 세권하고 이 ‘달리기‘ 책 요렇게 네 권만 가지고 있습니다.

북프리쿠키 2022-12-04 1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애정하는 책이예요^^

붉은돼지 2022-12-04 16:22   좋아요 1 | URL
저도 당연 애정하고 있습니다만...어쩌다 보니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쯤에서 이별은 그만하기로 ㅋㅋㅋ

바람돌이 2022-12-04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팔지 마시고 오래 오래 소장하시길요. ^^

붉은돼지 2022-12-04 21:31   좋아요 1 | URL
예 이제 사고팔고는 이쯤에서 그만해야지 다짐을 합니다만,,,,,,
하지만 언제 또 문득 발작을 일으킬지...ㅜㅜ 쉬이 낫는 병이 아니라서 말이죠 ㅜㅜ

다락방 2022-12-06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제 팔지마세요, 붉은돼지 님! ㅋㅋㅋㅋㅋ

붉은돼지 2022-12-06 19:36   좋아요 0 | URL
옛! 다부장님!!! 약속!!! 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02-23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p45)

이 문장 너무 좋네요ㅠ

붉은돼지 2023-02-23 18:06   좋아요 1 | URL
예전에 양희은이 부른 ‘한계령‘ 생각이 조금 나기도 합니다. 왠지 바람, 강물, 구름, 산 이런 단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3-02-23 21:56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강물, 구름, 산, 바다, 나무 등등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단어들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