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모범 장서가로서 응당 도서관이나 서점에 관한 책들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윤희윤의 <도서관 지식문화사>를 펼쳐 든 이유다. 이 책을 읽다가 56쪽에 나오는 <고대 로마 콘스탄티노폴리스 제국도서관 복원도> 사진을 보다가 문득 의아한 마음이 들어 여기 몇 자 적어본다.
아래 사진 속의 건물은 고대 로마 제국 도서관의 복원도가 아니고 소생이 알기로는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피아 대성당의 내부 모습인 것 같다. 이 성당은 6세기에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에 세워졌는데 이 그림은 6세기의 그림도 아니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둥근 원판은 1453년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이후에 하기아 소피아 성당이 아야 소피아 모스크로 변신할 때 가져다 붙인 이슬람 캘리그래피 원판이다. 따라서 이 그림은 최소한 1453년 이후의 아야 소피아 모스크의 내부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이 원판은 지름이 7.5미터 가량된다.(어느 책엔가 그렇게 나와있었는데 지금 사진을 가만히 보니 사람 크기와 비교해 보면 10미터도 넘어 보이는 것 같다) 캘리그래피가 그려진 나무판은 가볍고 습기에 강한 보리수로 제작되었다. 이 캘리그라피 작품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멀리서 보면 잘 모르는데 성당 2층으로 올라가서 가까이서 보면 정말 어머어마하게 크다. 그리고 이 이슬람 캘리그래피는 고색창연한 성당과 나름 조화를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언가 고상하고 우아한 기품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성당이 모스크로 바뀐 1453년 이후 처음 이 원판 캘리그래피를 붙일 때는 6개였다. 그후 19 세기에 이 원판은 교체되었는데 이때는 설치된 원판은 8개로 2개가 더 추가되었다. 원판에는 이슬람의 유일신인 알라, 예언자 무함마드, 4명의 정통 칼리프 아부 바크르, 우마르, 우스만, 알리, 그리고 19세기에 추가된 알리의 두 아들 하산과 후세인 총 8명(1神 포함)의 이름이 쓰여져 있다. 이슬람은 4대 칼리프 알리에 와서 다수인 수니파와 알리를 추종하는 소수 시아파로 갈린다. 오스만은 정통 수니파 제국이지만 19세기에 일어난 범이슬람 운동의 일환으로 시아파 성인인 후세인과 하산의 캘리그래피가 추가된 것 같다.
하여 생각난 김에 여기 거대한 원판에 새겨진 캘리그래피 8명(1신 포함)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전에 써놓은 글이 있어서 하루에 한 편씩 한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