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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는 지식습득 아닌 '체험'…사전 지식 필수
기획좌담_우리시대 古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

2006년 02월 23일   김균 이중원 전형준 한형조 이메일 보내기

일시: 2006년 2월 14일 오후 4시
장소: 교수신문사 회의실
참석자: 김균 고려대 교수(경제사), 전형준 서울대 교수(중문학),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동양철학),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과학철학)
사회: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중앙대·정치학)

편집자주: 교수신문은 지난해 1차로 진행한 ‘고전번역비평-최고 번역본을 찾아서’의 2차 기획을 준비하면서 오늘날 고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짚어보는 좌담을 마련하였다.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서로 다른 학문적 전통 속에서 고전도 만들어지고 읽혀지기 마련이어서 그 차이와 공통점에 대한 세심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점을 중심으로 논의하면서 참석자들은 고전 읽기에서 번역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가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였다. 하지만 원전에 충실한 직역이냐, 아니면 번역이 원전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현대어로 탈바꿈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고, 집중적인 토론도 있었다.

사회: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해에 교수신문은 ‘고전번역비평-최고 번역본을 찾아서’라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그간 고전읽기를 강조해왔지만 막상 어떤 번역본을 읽어야 할지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약 30여종 고전들의 번역을 검토했는데,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인 근거들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도 이 작업은 이어나가려 합니다. 그러던 차, 고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도 필요한 것 같고, 또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여러 선생님들의 지혜를 모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나누는 이야기들이 대학생과 교양인들, 그리고 고전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균: 일단 책읽기 캠페인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고전을 압축, 요약해서 지식을 코드화하고 있는 것, 즉 정보처럼 주입하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논술시장과 관련도 있겠구요.

전형준: 고전읽기 과열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일본도 다이제스트 식의 고전읽기가 유행이더군요.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현상에 상당히 거부감이 듭니다. 한국은 특히 대학입시와 관련해 고전이 요약, 축약본으로 읽히기 때문에 효과는 오히려 ‘反고전읽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이런 흐름을 거부할 순 없을 테니. 현재 중요한 건 고전읽기를 어떻게 제대로 살려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일 것입니다. 

이중원: 과학에서는 고전보다는 대중과학서가 유행입니다. 특히 이공계 기피현상과 관련해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대중화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우수과학도서들을 장려하면서요.
그런데 그 가운데는 고전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과, 엄밀하게 봤을 때 고전은 아니지만 고전과 유사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즉 현재 과학계에는 고전과 대중과학서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죠. 따라서 먼저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전제돼야 할 겁니다.
또한 대학교육과 관련지어서 현 상황을 짚어보자면, 요즘 대학교육 위기, 이공계교육 위기 등을 운위되면서 교육은 오히려 전문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틀었지 교양교육을 확대하진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하나의 보전책으로 고전읽기가 권장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간에 이런 흐름은 필요한 것이었죠. 고전읽기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사고와 체험을 하게 해주고, 설령 간접체험이라도 새로운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봅니다.

한형조: 동양고전과 서양 그리스 로마의 고전 개념에서 보자면, 지금이 문명론적인 전환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20세기는 서구 근대가 모든 것의 기준이었고 보편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고전읽기는 낯선 가치에 주목하고 그것들을 찾아나가려는 작업으로 보입니다. 20세기에는 이런 것들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죠. 동양고전도 그렇구요. 그런데 20세기가 지나면서 고전에서 낯선 것을 찾아 근대를 극복하고 또 다른 길을 모색하려는 것 같습니다. 낯설수록 ‘뭔가 이 안에 담겨져 있지 않을까’라며 고전에 주목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이들 고전이 인간의 근본적인 요구와 맞닿아 있구요. 그래서 앞으로는 고전 읽기의 흐름이 점점 더 확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균: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고전읽기에는 상당한 지적인 성숙도를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인데, 요즘 우리 사회의 고전 읽기에 지적 기반이 뒷받침 되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고전 1백선, 2백선으로 추천되는 것과 우리가 지적으로 새롭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좀 구별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요즘 현상은 부분적으로 상업주의가 동원되면서 지식을 코드화하는 현상이 깔려있는 듯합니다.

한형조: 저도 우리 사회에서 고전이 실용서로서 소비되고 있다는 데는 틀림없이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짐들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이런 흐름들을 감지하고 고전 읽기를 강조한다고 봅니다.

사회: 출판 차원에서 보자면 상업적인 면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학 차원에서 권장되고 있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서울대나 연세대 등에서는 필독서로 내놓고 있잖습니까.

김균: 대학에서는 분명 그러한 경향이 있지만, 우리사회 전반이 의미 있게 고전을 읽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고려대 같은 경우 한 학기에 3명의 교수가 팀을 만들어 3권의 책을 읽히는 ‘고전읽기’라는 강좌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지식이 너무 파편화되어서 전일적인 인간 교육이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죠. 확실히 대학 차원에서 자성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 어떻게 보면 대학교육이 실용화되고 전문화되는 것에 대해 대학 스스로 자성을 하는 것이겠네요. 인문학적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의 중요성도 알고 있을 테구요.

전형준: 서울대에서 권장도서 해제집을 만든 것은 교육적인 의도가 가장 강했습니다. 하지만 좀 삐딱하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고전이란 ‘인류의 지적인 오리지널’은 끊임없이 재해석됨으로써 새로운 지적 지평이 열리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도 종래에 고민해오던 고전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해석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 근본적인 의미와 교육적 의미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긴밀히 결합되어 있느냐는 잘 모르겠어요.
또 한편으로는 고전을 강조하는 대목이 다른 한편으로는 일종의 알리바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서 대중적인 것은 긍정하고 고급문화가 전반적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 고전읽기에 대한 강조는 굉장히 모순되어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고급한 지식들은 경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대중문화에 대한 경도를 고전읽기로 벌충하려는, 알리바이를 만들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요. 가령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에 대한 저의 불만은 거기에 ‘현재적’인 것이 완전히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김균: 전 교수님 말씀대로 현재 우리 사회의 문화나 지적 수준은 굉장히 저급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것을 고전읽기로 과대포장을 한다는 걸로 읽을 수 있겠네요. 우리 사회는 고전읽기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성숙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형조: 고전 읽기에는 여러 가지가 의도가 있을 겁니다. 가령 고급한 사치로 읽어도 문제는 없죠. 다른 한편으로 고전읽기 배경에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깔려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대학차원에서 수요가 있구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대, 위진남북조, 송대 등 시대의 문화와 정권의 필요에 따라 고전을 재해석하면서 자꾸 불러냅니다. 지금 우리의 고전읽기도 수요와 공급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 알리바이가 아닌 우리 사회의 자양분으로서 고전읽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현재 고전읽기의 문제를 점검하고 올바른 읽기 교육이 중요하겠죠. 그렇다면 이에 앞서 고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정리부터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과학 분야는 어떻습니까.

김균: 두 가지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사회과학은 기본적으로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갖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보자면 고전이란 별다른 의미가 없죠. 과거의 모든 지적인 것들은 그 다음에 오는 것에 의해 더 발전하게 되는 거니까요.
따라서 저는 고전을 사회과학 범주를 떠나서 생각해봤습니다. 사회과학 고전 역시 하나의 세상이나 사회,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틀이라고 봅니다. 그 틀이 응용력이 높아 그 시대를 지나도 유용한 것이 고전이라 불리는 거죠. 가령 소설의 경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틀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 고전에 속하겠죠. 사회과학 쪽에서는 가령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 해당될 겁니다. 국부론은 개인과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 첫 시도였고, 그때 스미스가 만들었던 틀이 현재 사회를 분석하는 데도 유용하니까요.

사회: 김 교수님 말씀은 고전이 지금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 즉 원형을 제시한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고전이라고 볼 수 없을까요. 어떤 분들은 우리의 지적전통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면 고전이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한형조: 저는 고전이 현재를 설명하는 것이라고만 본다면 부족하다고 봅니다. 나아가 현재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고전이라는 것이 시대와 상관없이 독점적인 것이 아니고, 시대가 변화하면 재조정 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즉 한 개인이나 집단, 사회의 요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고전을 영원불멸한 것으로 본다면 굉장한 폐단에 빠지게 될 겁니다.

전형준: 고전이란 늘 강조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특정 시대에 강조되곤 하는데, 한편으로는 기왕의 것들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기 위해 고전을 가져오고 재해석하는 일종의 진보적인 맥락에서 출현하기도 하구요, 또 반대로 기존의 것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전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은 진보 쪽인지 보수 쪽인지는 잘 판단이 안 섭니다.

김균: 사회과학과 인문학 고전은 좀 구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가령 문학의 경우 고전을 읽음으로써 인간이 성숙되고 자기 인생을 보는 눈도 달라지는 등 단순히 감흥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문화적인 변화로 일어날 것 같은데요. 그러나 사회과학 분야는 과학이다보니 결국은 현재의 이론과 어떤 연관을 갖느냐를 따지고, 이론은 현재의 효용성을 반드시 연결해서 생각하는데, 이건 인문학 고전읽기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중원: 자연과학의 고전은 근대 과학에 국한됩니다. 16세기 이후 근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기존의 지적 사유와 차별성을 띠는 새로운 방법론적 특성들을 갖고 있는 것을 과학고전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현재 읽히는 상당수 과학고전들은 사실 오류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과학고전이란 지적사유의 체험을 가능케 해주고, 우리의 다양한 삶들을 성찰하고 체험하게 해주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이 포함하고 있는 지식에 주목하기보다는 그런 지식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의 과정과 배경, 그것들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읽는 것이죠.

사회: 과학고전의 경우는 다른 분야에 비해 학문 내적인 속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중원: 그렇죠. 때문에 과학고전은 과학교육 측면에서 잘 활용될 수 있습니다. 사실 20세기에 와서는 많은 성과물들이 논문의 형태로만 생산되었지 뉴턴이나 하비 같은 사람들이 체계적인 저술을 통해 전달한 것과 같은 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학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데는 고전만큼 좋은 게 없죠.

한형조: 지금 말씀하신대로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을 고전에 포함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해석을 담고 있느냐가 잣대가 될 텐데요, 만약 후자의 입장에서 고전을 규정한다면 결국 인문학에서 보는 고전개념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해석이 담겨있기 때문이죠. 사회과학도 마찬가지죠. 마르크스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고찰은 인문학적인 것으로 읽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회: 대학에서는 대개 권위적으로 고전을 권하는데요, 대학생들이 읽을 때 어떤 효과가 발생할지 구체적으로 논해봤으면 하는데요. 가령 퇴계문집 같은 경우 전문가라면 거기서 현대적 함의를 끌어낼 수 있겠지만, 학부생의 경우는 그럴 수 있을까요.

이중원: 저는 지적 함의만으로 고전읽기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사유의 방식을 읽어냈으면 합니다. 가령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굉장히 난해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의식이 어디서 시작됐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가 하는 큰 흐름, 즉 사유의 절차와 방법, 정당화의 방식, 객관성을 추구하려는 과학자의 태도를 대학생들은 읽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과학고전은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요즘의 과학 활동은 수수께끼 풀이예요. 문제를 내놓고 작성하는 테크닉의 훈련만 하지 여러 과학적 활동들을 인식하는 체험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형준: 문학의 경우 요즘 작품을 읽는 것이 고전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을 겁니다. 고전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사실 이전에 얼마나 읽고 축적해왔느냐에 따라 그 재미와 이해가 달라질 텐데요. 고전은 어쨌든 현재의 작품 속에 들어있는 각종 흔적들을 감지하게 해줍니다. 문학에서는 그 점이 특징인 것이죠.

한형조: 문학 읽기도 근본적으로는 낯선 세계에 대한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낯선 것은 매혹적이고도 중요한 거죠. 그것들은 잊혀진, 사회관성적 측면에서 배제된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가령 논어의 경우 인격의 중요성, 사회의 중요성을 배우고 거기서 삶을 운영하고 정치를 운영하는 것을 배우게 되죠. 노자를 통해서는 인간중심을 떠나 전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각성될 거구요, 불교 고전을 통해서는 인간의 편견을 떠나 사물을 분명하게 보고, 그 위치를 떠나서만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다양한 측면을 보게 되는 것이죠.

사회: 고전 읽기의 중요한 방법론이 있을까요. 일반인들과 대학생 수준에서 적용될 방법론에 대해 논해봤으면 하는데요.

김균: 지금 고전의 핵심내용은 사실 교과서 속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과학적 함의만을 찾기보다는 인문학적인 큰 덩어리, 즉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중원: 저는 메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내용들이 어떻게 구성되고 배치되고, 이런 개념들은 왜 생겨났는가 등 방법론적인 것들, 세계관, 인간관 등을 읽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은 ‘개념’이란 것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학문에서 어떤 새로운 개념을 창조할 때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 절대로 나올 수가 없거든요. 아인슈타인의 업적도 질량이란 개념이 잘못되었고 이것을 재배치해야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거든요.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을 것인가는 대상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프린키피아’의 경우 전공학생들은 개념, 과정, 절차 등을 읽어내야겠죠.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과학의 속성과 진행과정을 읽어내면 됩니다. 가령 엄밀성·합리성이 무엇인지, 과학과 인간의 주관 등의 관계는 어떠한지 알 수 있죠.

사회: 과학고전의 경우 과학도들과 일반인들이 읽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김균: 사회과학 전공자들은 요즘 개별화, 전문화된 과정 내에서 수업 듣고 페이퍼 내고 학위를 받기 때문에 지식의 토대가 아주 좁습니다. 그래서 멀리 못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대학 때 고전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게 그렇게 후회가 많이 되더라구요. 사회과학도의 경우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전부터 체계적으로 읽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중원: 철학은 현실의 사태를 직접 대상화해서 서술하진 않아요. 그 밑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요소들에 대해 형이상학적인 방법으로까지 사유해 들어가는 것이죠. 실제 우리가 생활에서는 그런 근본적 고민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내 사유의 틀을 바꿔 보자’는 등 고정화된 자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할 때 사람들은 철학적인 것을 찾습니다.
사실 철학적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 현대과학의 이론들을 만들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대 이후 뉴턴의 패러다임이 너무 강하게 지배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개념들을 반전시켰거든요. 아인슈타인의 경우도 철학으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존의 뉴턴의 수학적 언어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죠.

사회: 고전을 읽을 때 우리는 흔히 2차 도서를 참조하기도 하고 또 역사적인 맥락이나 저자에 대해 미리 알고 읽으려 합니다. 즉 해설서의 문제인데, 고전을 접함에 있어 먼저 얼마만큼의 先지식을 갖고 있어야 할까요. 가령 ‘논어’는 정치학적으로 치국에 관련된 책인데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읽는다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겁니다.

김균: 제가 최근에 ‘논어’를 읽었는데요. 가이드북 없이 이해한다는 건 완전히 불가능하더라구요. 또 컨텍스트와 저자에 대한 숙지도 필요할 뿐 아니라 후대의 해석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즉 고전읽기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도 상당하더라구요.

전형준: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겠죠.

이중원: 과학의 경우는 그것이 결정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고전을 읽는 의미가 없습니다.
 
김균: 그렇기 때문에 고전읽기를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사회: 고전 읽기에서 중요한 것으로 또 번역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한형조: 저는 전문가에게 통용되는 것과 대중들에게 통용되는 번역이 달라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대학생 정도의 어휘와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번역이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번역은 우리가 쓰고 있지 않는 언어들을 우리가 쓰는 언어로 바꿔주는 일인데, 한문고전의 경우 이것이 불완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한자문화권에서 살아왔고, 한문으로 이뤄진 텍스트들이 우리의 언어와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는 동질감 때문에 오히려 번역에 굉장히 방해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좀 어폐가 있지만, 아예 한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번역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도 싶습니다. 번역자들이 무의식중에 한문 어휘에 익숙해져서, 작업이 방해를 받습니다. 고전에 대한 우리식의 독법이 방해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의 언어는 고전 한문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거죠.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가 쓰는 한자는 19세기 이후 일본이 서양문물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만든 신조어를 주축으로 한 것입니다. 이에 따른다면 한문은 영어처럼 번역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번역자들이 지적인 모험을 확실히 해주어야만 하는데,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번역이 철저하게 이뤄지면 전통이 낳은 가치가 소통될 수 있습니다. 번역의 문제가 곧 고전읽기 문제의 70% 이상은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 고전이 나온 시대의 배경, 나아가 그 시대의 언어규칙뿐만 아니라 현대의 언어적 규칙 속에서 해석해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김균: 경제학의 경우도 컨텍스트 속에서 개념이 정의되는데, 우리말에 없는 개념조차 번역하려 하니까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형조: 거꾸로 말하자면 당대의 맥락, 뉘앙스, 어법, 문법에 대해 포괄적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엽기적인(?) 번역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엽기적이란 모험적 번역을 말하는 건데요, 이것을 모두 두려워하고 있죠. 궁극적으로는 원어에 기대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만 합니다. 오류를 두려워하면 번역도 이뤄지지 못하죠.

전형준: 저는 현대중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에 종사해온 셈인데요, 제 자신은 번역에 있어 직역주의에 입각합니다. 즉 외국화시키는 번역에 해당되는 건데,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번역을 하다보면 원문의 미묘함은 모조리 사라져 버리고 침해받게 됩니다. 번역자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특유한 것들을 미국적인 것으로 바꿀 경우, 그것은 더 확대되어서 직역할 수 있는 것도 자기 나라에 더 맞게 번역되게 됩니다. 또 더 나아가면 이념적, 정치적인 것도 개입될 수 있구요.
저는 대중독자를 위해 적당히 쉽게 타협하는 번역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누가 보건 다 수긍하고 볼 수 있는 텍스트가 되어야죠. 함께 볼 수 있는 텍스트가 되어야 하죠. 이것과 가장 반대편에 있는 것이 축약본입니다. 축약본으로 읽게 되면 독자 자신은 고전을 읽었다고 착각하거나 만족할진 몰라도 실제로는 읽은 것이 아닙니다. 1백권의 고전이 요약된 걸 본다면 정보야 쌓겠지만, 이것보다는 두세권만 읽더라도 원래 형태의 고전을 읽는 게 바람직하겠죠. 고전은 ‘체험’입니다. 바둑을 둘 때 정석을 백 가지 외우는 것보다, 그 정석이 이뤄지는 원리를 배우면 바둑을 둘 수 있게 되잖아요. 두어 권의 고전을 원형 그대로 충실히 번역한 것을 고생하면서 읽을 때, 그러한 체험이 이후에도 고전읽기 체험의 반복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죠. 

한형조: 해설서도 계속 다시 쓰여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전을 자기 식으로 읽어야 하죠. 웬만한 것들은 기본적 맥락 안에서 소통될 수 있게 소화가 되어야지 뉘앙스가 사라질 게 두려워서 끌어안고 가다보면 오히려 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의 문제를 너무 경직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독자들은 근본적으로는 메시지를 원합니다. 그런데 학자들은 주석에 너무 집중하니까 소통은 뒷전으로 밀려나죠.
저는 축약본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것을 빌미로 전체로 들어갈 기회가 생기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이 정말 제대로 된 축약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불경도 설화적인 스타일, 장황한 스타일, 간략한 스타일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고전도 무한히 다양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축약본이라는 게 단순 짜깁기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무엇보다 안목과 스타일이 중요합니다.

전형준: 그런데 요약과 발췌는 구분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자본론’의 경우 일반인들이 세 권을 다 보기 어려우므로 어떤 부분만 뽑아서 보는 발췌식 읽기는 괜찮다고 봅니다. 하지만 요약의 경우 너무나 치명적인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균: 사실 요즘 어린이를 위한 논어나 맹자 같은 것이 나오지만 이런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으면 괜찮은데, 대부분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죠. 급하게 만들고, 문법도 틀린 게 어마어마하게 많구요. 또 대학입시에 쏠려서 이런 출판물들이 나오는데, 그것들이 오히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 반하는 고전에 대한 독서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형조: 저는 요약본은 안된다고 결론내리기보다는 좋은 요약본을 제공하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요즘 아이들은 활자를 잘 안보기 때문에 단지 경전과 전통적 개념, 지식들을 강조하는 쪽으로만 간다면 더욱 대중과 소통하기 어려워질 따름입니다.

이중원: 결국 원본에 대한 충실한 번역이나 해설서, 또 축약본까지 모두 전문가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상업적 소비문화가 지배해서는 곤란하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어떤 사람을 그 분야의 전문가로 규정할 수 있는가인데, 가령 과학고전 번역의 경우 최근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실은 사람이 전문가라 할 수 있냐는 거죠. 그렇다고 그 시대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역사가도 전문가는 아닙니다. 결국 고전으로 다가갈수록 현대의 파편화된 학문은 두 겹 세 겹으로 만나야만 하는 문제가 생기며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지적체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즉 몇몇 학문 간의 통합적인 이해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전형준: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그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없어요. 자생적인 역량이 형성되지 못했죠. 번역은 학술적으로도 가치있는 작업이고 교양을 대중화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한 것이므로, 이 둘을 구분해서 사고하되 어쨌든 중요한 건 그런 자질을 갖고 있는 전문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형조: 이상적인 번역에 도달하려면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사실 보상체계가 전혀 없어 좋은 번역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죠. 학문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보상과 금전적인 보상 둘 다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는 개인이 다 지고 가야 하는 부담이죠. 정말로 이제는 개인적인 차원을 벗어나 사회적 차원에서의 보상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회: 여러 선생님들께서 고전의 의미와 고전읽기의 중요성, 그리고 고전을 어떻게 읽어야만 할 것인가 등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주셨습니다. 이것들이 각 대학에서의 교육으로 잘 연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올 상반기부터 진행할 번역비평 2차분 목록>

25. 도덕경 26. 성학십도 27. 성호사설 28. 목민심서 29. 역사 30. 변신(오비디우스) 31. 고백록 32. 신기관 33. 방법서설 34. 법의정신 35. 에밀 36. 국부론 37. 종의기원 38. 프로테스탄티즘윤리와 자본주의정신 39. 감시와처벌 40. 옥중수고 41. 과학혁명의 구조 42. 미디어의 이해 43. 돈키호테 44. 파우스트 45. 악의 꽃 46. 카라마조프 형제들 47. 말테의 수기 48. 변신(카프카) 49. 마의 산 50.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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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그린브라운 > [퍼온글] 타임지가 선정한 현대 100대 영어소설 목록

타임지 현대 100대 영어소설 리스트입니다.  
 
 
오기마치의 모험 The Adventures of Augie March - Saul Bellow
 
모두가 왕의 부하들 All the King's Men - Robert Penn Warren
 
미국의 목가 American Pastoral - Philip Roth

아메리카의 비극  An American Tragedy - Theodore Dreiser  아메리카의 비극
 
동물농장 Animal Farm - George Orwell
 
사마라의 약속 Appointment in Samarra - John O'Hara
 
Are You There God? It's Me, Margaret - Judy Blume
 
점원 The Assistant - Bernard Malamud THE ASSISTANT:점원
 
헤엄치는 2마리 새 At Swim-Two-Birds - Flann O'Brien
 
속죄 Atonement - Ian McEwan
 
빌러비드 Beloved - Toni Morrison
 
베를린 이야기 The Berlin Stories - Christopher Isherwood
 
빅 슬립 The Big Sleep - Raymond Chandler
 
눈 먼 암살자 The Blind Assassin - Margaret Atwood
 
블러드 메리디안 Blood Meridian - Cormac McCarthy
 
다시찾은 브라이즈헤드 Brideshead Revisited - Evelyn Waugh
 
샌 루이스 레이의 다리 The Bridge of San Luis Rey - Thornton Wilder
 
잠이라 부르자 Call It Sleep - Henry Roth
 
캐치 22 Catch-22 - Joseph Heller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 - J.D. Salinger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 Anthony Burgess
 
냇 터너의 고백 The Confessions of Nat Turner - William Styron
 
The Corrections - Jonathan Franzen
 
제 49호 품목의 경매 The Crying of Lot 49 - Thomas Pynchon
 
시간의 음악에 맞춰 춤을 A Dance to the Music of Time - Anthony Powell
 
메뚜기의 하루 The Day of the Locust - Nathanael West
 
대주교의 죽음 Death Comes for the Archbishop - Willa Cather
 
가족 속의 죽음 A Death in the Family - James Agee
 
마음의 죽음 The Death of the Heart - Elizabeth Bowen
 
구출 Deliverance - James Dickey
 
독 솔져 Dog Soldiers - Robert Stone
 
팰코너 Falconer - John Cheever
 
프랑스 중위의 여자 The French Lieutenant's Woman - John Fowles
 
황금 노트북 The Golden Notebook - Doris Lessing
 
산에 올라 외치라 Go Tell it on the Mountain - James Baldwin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 Margaret Mitchell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 John Steinbeck
 
중력의 무지개 Gravity's Rainbow - Thomas Pynchon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 F. Scott Fitzgerald
 
한줌의 먼지 A Handful of Dust - Evelyn Waugh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 The Heart Is A Lonely Hunter - Carson McCullers
 
사건의 핵심 The Heart of the Matter - Graham Greene
 
허조그 Herzog - Saul Bellow HERZOG:허조그
 
하우스키핑 Housekeeping - Marilynne Robinson
 
바스와스씨를 위한 집 A House for Mr. Biswas - V.S. Naipaul
 
나, 클라우디우스 I, Claudius - Robert Graves
 
무한한 농담 Infinite Jest - David Foster Wallace
 
보이지 않는 인간 Invisible Man - Ralph Ellison
 
팔월의 빛 Light in August - William Faulkner
 
사자와 마녀와 옷장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 C.S. Lewis
 
롤리타 Lolita - Vladimir Nabokov
 
파리대왕 Lord of the Flies - William Golding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 - J.R.R. Tolkien
 
사랑 Loving - Henry Green
 
럭키짐 Lucky Jim - Kingsley Amis
 
아이들을 사랑한 남자 The Man Who Loved Children - Christina Stead
 
한여름밤의 아이들 Midnight's Children - Salman Rushdie
 
돈 Money - Martin Amis
 
영화광 The Moviegoer - Walker Percy
 
댈러웨이 부인 Mrs. Dalloway - Virginia Woolf
 
네이키드 런치 Naked Lunch - William Burroughs
 
미국의 아들 Native Son - Richard Wright NATIVE SON:미국의 아들
 
뉴로맨서 Neuromancer - William Gibson
 
나를 떠나가게 하지말아요 Never Let Me Go - Kazuo Ishiguro
 
1984 1984 - George Orwell
 
길 위에서 On the Road - Jack Kerouac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nulle Flew Over the Cuckoo's Nest - Ken Kesey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무지개빛 까마귀 The Painted Bird - Jerzy Kosinski
 
창백한 불꽃 Pale Fire - Vladimir Nabokov
 
인도로 가는 길 A Passage to India - E.M. Forster
 
있는 그대로 연주해라 Play It As It Lays - Joan Didion
 
포트노이의 불편 Portnoy's Complaint - Philip Roth
 
소유 Possession - A.S. Byatt
 
권력과 영광 The Power and the Glory - Graham Greene
 
진 브로디 양의 전성기 The Prime of Miss Jean Brodie - Muriel Spark
 
달려라 토끼 Rabbit, Run - John Updike
 
래그타임 Ragtime - E.L. Doctorow
 
발언 The Recognitions - William Gaddis
 
피의 수확 Red Harvest - Dashiell Hammett
 
혁명 Revolutionary Road - Richard Yates
 
마지막 사랑 The Sheltering Sky - Paul Bowles
 
제5 도살장 Slaughterhouse-Five - Kurt Vonnegut
 
스노우 크래쉬 Snow Crash - Neal Stephenson
 
연초 도매상 The Sot-Weed Factor - John Barth
 
음향과 분노 The Sound and the Fury - William Faulkner  음향과 분노
 
스포츠기자 The Sportswriter - Richard Ford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 John le Carre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 - Ernest Hemingway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Their Eyes Were Watching God - Zora Neale Hurston
 
모든 것은 무너진다 Things Fall Apart - Chinua Achebe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 Harper Lee

등대로 To the Lighthouse - Virginia Woolf

북회귀선 Tropic of Cancer - Henry Miller

유빅 Ubik - Philip K. Dick
 
그물 아래서 Under the Net - Iris Murdoch
 
화산 밑에서 Under the Volcano - Malcolm Lowry

Watchmen - Alan Moore & Dave Gibbons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 Don DeLillo

White Teeth - Zadie Smith
 
카리브해의 정사 Wide Sargasso Sea - Jean Rh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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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동그라미 > 구상화가 황찬욱 /작품 첫개인전

황찬욱 첫 개인전 '사람의 같은 모습'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같은 모습은 하트 모양으로 둥글게 만 어깨와 팔, 둥근 발뒤꿈치와 오똑한 코로 그려지고 다른 모습은 여자의 긴 머리와 풍만한 가슴, 남자의 큰 손으로 대변된다.

황찬욱은 첫 개인전을 갖는 소감에 대해 "세상에는 이름이 그림을 덮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림이 이름을 덮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어차피 화가는 그리는 사람이기에 나는 그림이 이름을 덮는 쪽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작가는 또 "사각의 틀로 가두어져 있는 그림들은 그 틀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그림을 여러 방향으로 바꿔 걸고 이동시켜 분위기를 바꾼다는 의미에서 '가변화'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신기한 꽃1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 황찬욱 제공 [뉴시스] 2006-02-17 15:39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신기한 꽃2
[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꽃놀이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 자연-어울림1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 자연-어울림2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모녀23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러브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꽃놀이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황찬욱의 '가변화(佳變畵)'-문
[뉴시스] 2006-02-17 15:39
【서울=뉴시스】 구상화가 황찬욱이 다음달 8~14일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 제2전시장에서 첫 개인전 '가변화(佳變畵)'를 갖는다.

황찬욱은 여자와 남자, 인물의 몸을 단순화해 '같음'을 부각시킨다. 작가는 "사람이 인종, 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다름'은 지극히 작은 유전자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인체는 큰 공통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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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동그라미 >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오마이뉴스 안소민기자 2006-02-15 09:42]  

 

참된 국어교육이란 무엇일까. 우리 겨레의 얼과 혼이 담긴 우리말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답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

국어학자나 국어교육학자, 국어교사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책의 지은이는 그 까닭을 국어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어교육의 뜻은 무엇일까?

‘우리말, 우리에게서 저절로 생겨나 우리를 키우고 우리를 이끌어온 토박이말, 이것을 살려 제대로 쓰며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국어교육의 길이다. 우리 모두가 겨레로부터 물려받은 제 목소리, 엄마젖을 빨면서 배운 제 집안의 말, 소꿉장난 하면서 배운 제 마을의 말을 떳떳하게 하면서 자랑스럽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국어교육의 뜻이다.’- 책을 펴내면서


즉, 국어교육은 말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자연스럽게 깨쳐서 익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입말이 아닌 글말 위주로 국어교육을 받게 되는데 바로 여기에 오늘날 국어교육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입말이야말로 모든 글말의 근본 뿌리이며 바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입말에는 그 민족의 가치관, 역사, 감정, 생각 등 민족의 삶과 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말은 사람과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즉 말이 곧 그 사람이고 말하고 듣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삶이다. 이런 까닭에 입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야 글말의 세계도 튼튼히 할 수 있다는 것은 더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말의 뿌리인 ‘입말’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 입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지은이는 여기에 ‘옛이야기 가르치기’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입말이나 옛이야기나 모두 가르칠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저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새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가르쳐서 삶과 더불어 즐기게 해주면 그것은 곧 끊어졌던 겨레의 숨결을 이어주는 일이 됩니다…(중략)…이야기에는 가르쳐야 할 뭔가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 쪽과 듣는 쪽으로 갈라집니다. 하고 들으면서 즐기면 그러는 사이에 서로 가르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합니다.’(42쪽)


이렇게 이야기판을 제대로 벌이고 거기에 손뼉을 치고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판을 북돋우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섣불리 가르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라 북돋우는 가운데서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슬쩍 한 가지씩 바로잡아주는 게 교사의 참된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의 현실은 오늘날 이러한 이야기판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지은이는 그 까닭은 ‘우리말 가르치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실 속에서 교과서는 아직도 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쓰는 말과 오늘날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쓰는 말에도 많은 차이가 있을진대 국어교사들의 교육방식과 교육과정, 교과서는 전근대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현실을 ‘빠른 세상에 느린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은이가 가장 중점을 두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토박이말 살리기’이다. 토박이말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삶과 얼이 그대로 표현된 입말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영어와 한자는 중요하게 다루면서 정작 우리말 토박이말을 가르치지 않는 오늘날의 교육풍토를 지은이는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토박이말을 배워 쓰는 건 나라와 겨레를 살리는 길

그런 뜻에서 온 나라 곳곳마다 제 지역의 토박이말을 국어교육교재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의무교육 안에서 토박이말 교육을 끝내자는 것. 물론 교과서를 온통 토박이 말로 채우자는 것이 아니라 교재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전문적인 학술용어나 외국어도 거기에 알맞은 우리말을 찾아내어 자꾸 쓰려는 자세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우리말 교육의 잣대' 3가지

첫째 ‘앎’을 ‘삶’보다 앞세우고 무겁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말이 무엇인지 말의 예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도록 마련해온 문화를 바로 잡는 일이 크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둘째, ‘나’를 ‘남’보다 앞세우고 무겁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나를 업신여기고 남을 우러러보도록 마련해 온 문화를 바로잡는 일이 크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셋째, 우리 ‘빛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을 흐릿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앞세우고 무겁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것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고 남을 넉넉하게 살리는 길이 되겠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 147쪽)


지은이 김수업

1939년 경남 진주에서 나고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와 대구카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배달말학회와 모국어교육학회를 학문의 중심터전으로 삼아 『배달문학의 길잡이』『국어교육의 원리』『배달문학의 갈래와 흐름』『국어교육의 길』『배달말꽃』같은 책을 펴내었고 삼광문화연구재단과 진주오광대보존회를 이끌면서 진주 지역의 전통문화 가꾸기에도 힘을 기울였다.

요즘에는 경상대학교 명예교수로서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과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우리말교육연구소 소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책날개에서)
눈이 획획 돌아가게 바쁜 세상에 토박이말 교육이라. 지은이의 생각이야말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때늦은 국수주의나 민족주의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것은 참으로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의 문장은 이에 대한 지은이의 답변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육이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사람을 살리자는 노릇이다. 사람을 좀 더 잘 살아가게 해서 겨레를 살리고 나아가 인류를 더욱 잘 살게 하자는 노릇이다.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무엇인가? 사람답게, 자랑스럽게, 떳떳하게,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뭐니 뭐니 해도 제 스스로 누구인가를 잘 알고 깊이 사랑해야 한다. 제 스스로의 값어치를 알고 더없이 사랑하면 제 핏줄을 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제 핏줄을 키우고 살려온 마을과 고장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251쪽)


이르면 올해 말부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시기상조라 하고 한쪽에서는 오히려 때늦은 결정이라고 한다. 또 한편에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들 모두에게 이 책을 꼭 한 번 읽길 권유한다.


덧붙이는 글
국어교육의 바탕과 속살/김수업 지음/ 도서출판 나라말/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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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동그라미 > 아이들과 함께 보세요..좋은 책들

 

나무 공예
 [그외] 손영학 글, 나무숲

대상연령: 초등학교 전학년과 청소년

얼마전에 수저와 젓가락을 바꿨어요. 옻칠을 한 박달나무로요. 언제부터 옻칠을 한 나무수저를 쓰고 싶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느낌이 참 좋아요. 밥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도 나지 않고, 부드럽고, 가볍고요. 좀 비싼 것이 흠인데, 옻칠을 하는 과정을 전에 TV에서 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고생을 한 것을 생각하니 비싸다 말도 못하겠더라구요. 밥그릇도 국그릇도 언젠가는 나무로 바꾸고 싶어요.

나무숲에서는 그동안 '어린이미술관'시리즈를 냈었어요. 이번에 '어린이박물관'시리즈를 기획해서 첫번째 책이 나왔는데, 우리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나무'를 주제로 했네요.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 자리 잡은 나무, 각각 다른 나무들로 만들어진 세간살이들을 낱낱이 보여줘요. 사랑방에있는 서안과, 연상, 사방탁자, 고비 등은 말도 생소하지만, 보통 TV의 사극에서 스쳐 보았던 것들이에요. 선비들이 자기 몸 같이 깨끗히 하는 붓을 걸어놓은 붓걸이나, 책을 얹는 책상인 서안은 아무 치장이 없이 단순하면서도 그 깔끔한 모습에 정이 가요.

약장도 제 눈길을 끌어요. 한약재를 넣어두고 서랍에는 각기 그 서랍에 담긴 한약재의 이름을 새겨놓았는데, 유독 인삼과 녹용이 든 서랍은 크게 해놓아 눈에 띄게 해놓은 약장과, 집에서 비상약을 담아두던 약장은 우리 조상들이 세간살이 하나에도 얼마나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 보여주죠.

더욱 재미난 것은 지방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아주 여러가지 모양으로 남아있는 소반인데요. 음식을 올리는 상인데, 이것 하나도 아무렇게나 만든 것이 아니라, 개 다리, 호랑이 다리 모양을 본따기도 하고, 쓰임에 따라 둥글게 또는 각지게 만들었더라구요.
이 책을 보니까 꼭 민속박물관에 온 것 같아요.

그런데요, 이 책의 소품들은 모두 사진자료를 썼는데, 왜 그런지 선예도가 떨어져요. 그림으로 그린 것은 구석구석도 정밀하게 볼 수 있는데, 박물관에 있는 물건들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사진자료를 썼겠죠. 하지만, 몇몇 소품들은 너무 어둡고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아 답답해요. 촬영할 때 조명이 약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진은 좋았는데 인쇄 과정에서 사진의 색감과 질감을 잘 살려내는 것에 부족함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에요.

요즘 앤틱 열풍 대단하잖아요. 매니아들도 많고. 그런 앤틱가구 전문잡지나 책을 한 번 참고해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색깔도 칙칙하고 낡은 앤틱 가구들을 오히려 멋스럽게 담아놓았는지 몰라요. 칙칙한 색깔을 칙칙하지 않고 오히려 고풍스럽게 담아낸 그런 책들은 아무래도 촬영기술도 촬영기술이지만, 아무래도 색조합이 떨어지는 인쇄물로 찍어내는 인쇄술도 차이가 있겠지요.

이런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책 역시 아이들?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그 안에 담겨진 내용들이 너무나 알차고, 우리네 음식처럼 맛깔스럽기 때문이지요.(2004. 12. 17)

우리 어린이문학
 [잡지] 우리교육

어린이문학 동네에 새로운 문학잡지가 하나 창간되었습니다. 몇 달 전 제가 많이 아끼던 '어린이문학'이 휴간되면서 부터 뭐랄까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는데, 제목 앞에 '우리'를 덧붙여 '우리 어린이문학'이라는 문학지가 나왔네요. 우리교육에서 펴냈기 때문에 '우리 어린이문학'일까요? ^^

어린이문학 동네에서 판타지에 대한 논의는 참 끊이지 않는 단골메뉴입니다. 판타지 이론서들도 많이 나왔고, 판타지에 대한 논란도 많았습니다. '우리 어린이문학'은 창간호를 내면서 이것을 첫주제로 정했네요.

'동화 속 환상과 현실'이라는 기획 아래 '놀이하는 아이와 상상하는 어른 이야기, 동화(박상률)', '언어와 신화적 사유, 그리고 판타지(김진경)', '환상적인 옛이야기 속 현실(김환희)', ' 성장동화 속 환상세계(권혁준)', '자연의 목숨을 도구화하는 판타지 논의들(이재복)', '아이와 함께 책읽기ㅣ 아이들이 꿈꾸는 환상과 현실(노희정)' 이렇게 여섯 꼭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간 판타지에 대해 궁금했던 아동문학가 지망생들이라면 읽어봐야겠지요. '지각대장 존' 처럼 환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다드는 작품, 때로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같이 규모가 큰 작품들이 우리나라 작가들에 의해 나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린이문학 동네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겠지요. 그런데, 왜 내가 쓸 거라고 하면 아무도 안 믿는 것이야....-_-

아무튼 문학지라고 해서 이 책을 어른만 읽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왜냐면 동화와 동시가 실려있기 때문이죠.
초대동시에 실려있는 서정홍의 동시는 언제 읽어도 늘 따뜻하며 마음을 움직입니다. 겪어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아픔이 잔잔하게 녹아있어서 읽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지요.
이혼한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민정이가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느라 늘 전화기 옆에서 숙제를 한다는 '엄마를 기다리며'라는 시는 그 어느 문장에서도 엄마가 보고싶다며 직접 묘사하고 있지 않지만, 너무나 간절한 그림움이 묻어납니다.

'우리 어린이문학'이 이제 첫발을 내딛었으니, 어린이문학 동네에 유익한 잡지가 되어주었으면, 많은 아동문학작가 지망생들에게 바른 길잡이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꾸준하게 좋은 동시 좋은 동화 소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조금 의아스러운 것은 페이지수가 해당 페이지에 있지 않고, 오른쪽 아래에 양쪽 페이지수가 한꺼번에 있어요. 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지만, 이것 까지는 편집의 새로운 시도(?)라고 넘너가겠는데, 페이지수가 제목보다 큰 것은 아무래도 좀 걸리지 않나 싶네요.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페이지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거든요. (2004. 11. 25)

사랑을 나누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외] 크리스티안 베르두 글, 조의행 옮김, 다섯수레

대상연령: 초등 고학년 이상

성교육 지침서들은 넘쳐있고, 어지간한 건 유치원 때 다 배우는 세상. 오히려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도 알건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되어버린 세상. 무얼 더 가르쳐야 하는지.... 쩝.

얼마전 인터넷에서 우리말 공모를 했다죠. '콘돔'을 우리말로 하면 어떤 것이 좋겠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별의 별 답이 다 올라왔더군요. 그 가운데 '안심이’,‘고추장갑’,‘지킴이’,‘똘이옷’,‘버섯구름’과 같은 이름이 응모되었다고 해요. 이 기사를 보고 남편과 한참 웃었더랬죠. 그럴듯 하잖아요?

또 이런 기사도 있었죠. 어린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할 때는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이 아닌 부모가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부작용이 적다는 데, 아이들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 오히려 어른들을 당황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기 때문이라나요. 아무튼, 뭐든지 넘치는 세상입니다. 아는 것이 병이라는데, 이런 경우에도 해당 되지 않을지...

'사랑을 나누면 무슨 일이 생길까?'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에요. 저학년 아이들을 위해 나온 '새끼 고양이들이 어디서 왔을까?'에 비하면 좀 더 자세하죠. 저학년 용 책이 동물을 내세워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갔지만, 고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콧방귀만 뿡뿡 뀌잖겠어요? 그러니 고학년 용 아이들의 성교육 지침서인 '사랑을 나누면 무슨 일이 생길까?'는 그냥 사람을 내세워 이야기해요. 그것도 발가벗겨 놓고 말이죠.

사랑을 나누고, 아기가 잉태되고, 또 출산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놓았는데, 조금은 아이들에게 충격적일 수도 있겠어요. 첫 아이를 가지고 출산을 앞두었을 때 생각이 나더라구요. 여자들 누구나 그렇겠지만,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은 좀처럼 떨칠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책, 저런 책을 보다가 출산장면을 그대로 사진으로 찍은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충격이란!

하지만, 요즘은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어요. 남편이 아이의 탯줄을 자르기도 하고, 어떤 아버지들은 아기가 태어나자 핏덩이였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사진기에 담기도 하죠. 그런데요, 그 모습이 징그러운 것이 아니라, 정말 신비스럽고 사랑스럽더군요.

이야기가 잠깐 삼천포로 빠졌는데요, 저는 이런 책들이 나와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의 집 둘째가 5학년인데, 딱 이 책을 볼 나이로군요. 학교 끝나고 오면, 한 번 같이 보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펴봐야겠어요. 엄마가 하도 이야기해서 뭐 특이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남녀가 같이 누워있는 그림에는 꽤 흥미를 보일 것 같네요.
당나귀 귀
 [문학] 쎄르쥬 뻬레즈 글, 박은영 옮김, 문원

(원제: Les oreilles en pointe)

'당나귀귀'는'난 죽지 않을 테야', '이별처럼' 이렇게 3권의 이야기가 이어져 있습니다. 주인공인 레이몽에게는 엄마, 아빠, 여동생 죠슬린 이렇게 어엿한 가족이 있었죠. 그러나, 레이몽은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좀 모자란 여동생 죠슬린에게만 온통 신경을 썼고, 아빠도 레이몽에게는 그닥 관심이 없었습니다. 관심은 안 가져도 좋으니 때리지만 않았으면 좋으련만...

가정에서만 소외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그랬죠. 선생님은 레이몽이 수업시간에 대답을 못한다고 귀를 잡아당겼고, 급기야 레이몽의 별명은 '당나귀 귀'가 되고 맙니다.

오나가나 찬밥 신세인 레이몽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오로지 아버지의 친구인 빵장수 아저씨 말고는 없었습니다. 가족이 있으나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대접을 받고 사는 레이몽에게 빵장수 아저씨는 유일한 말동무이자 탈출구였습니다.

그러다 한 두번 빵집 아저씨를 따라다니는 걸 허락받았고, 레이몽은 빵집 아저씨를 따라 잠시 밖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도 빵집 아저씨는 레이몽이 아버지에게 맞고 자란다는 것도 몰랐지만, 아이 몸에 남은 상처때문에 결국 알게 되고 맙니다.

빵집 아저씨는 가족들에게서 레이몽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고자 레이몽의 아버지에게 레이몽을 빵장수 기술을 익혀주기 위해 데리고 가겠다 했고, 레이몽의 아버지는 얼씨구나 좋다고 그러라 합니다.

오랜 암흑 끝에 찾아온 한 줄기 빛과 같은 빵집 아저씨의 제안. 그것은 레이몽에게 있어 학대와 무관심 속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었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빵집 아저씨가 데리러 오기로 한 날. 레이몽은 콧노래를 부를 정도로 달라진 모습으로 빵집 아저씨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나 이제 빵장수가 되리라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붕 떠있는 레이몽에게 들려온 소식이라곤 빵집 아저씨가 레이몽의 집으로 오는 길에 차사고가 나서 죽었다는 것이었죠.

우여곡절 끝에 언제나 희망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태반인데, 어떻게 이렇게 어이없는, 기가 막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결론을 낼 수 있었는지....
작가가 이 작품을 쓰면서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지 절절히 제게 전해졌습니다. 그래, 세상은 그런 거라네.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희망을 가지고 산다해도 끝까지 그 희망이 내게는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세상이 그런 것을.....

'당나귀 귀'에 이어지는 '난 죽지 않을테야', '이별처럼'을 마저 읽다 보면, 레이몽이라는 한 아이를 통해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은 얼마나 부패해 있는지, 그 때문에 한 아이는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고통 속에 신음하는지 아프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픈 이야기를 쓰면서도 오히려 역설적인 표현으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가의 글솜씨는 일품입니다.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으로 이어지는 레이몽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2004. 10. 29)


경복궁에서의 왕의 하루
                              [역사] 청동말굽 기획, 글, 방동국 그림/문학동네어린이

문학동네어린이에서 전통문화 시리즈로 낸 책 가운데 하나에요. 경복궁은 많이들 가봤지만, 정작 궁 하나 하나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그리 유심히 보지 못한 경우가 많을 거예요. 얼마 전에 경복궁에 갔다왔어요. 복원사업이 한창일 때 들르고 나서 1-2년 되었지 싶어요. 얼마나 공사를 잘 해놓았는지 말끔하더군요.

서울에 있는 궁이 그대로 보존만 잘 되었더라면, 성곽도 그대로 유지되었더라면 아마 서울은 어마어마한 유적지가 되었을 거예요. 지난해에 베트남에 갔을 때, '후에'라는 지방에 갔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쯤 해당되는 북부지방이었는데, 거기에는 다이노이라고 해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 있더라구요.

우리나라 궁궐과 달리 왕들의 무덤이었는데도 그 규모와 웅장한 건물들에 정말 많이 많이 감탄을 하고 왔어요. 입이 쩍 벌어지던 걸요. 우리나라 궁궐들도 잘 보존되었다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 없죠. 창덕궁안에 새로 개방된 옥류천 일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만 봐도 얼마든지 가능성 있는 이야기잖아요. 우리나라 건물들은 나무로 지어진 탓에 불 타 없어진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아쉬운 일이죠. 이제라도 잘 보존하자구요.

그럼, 이 책을 따라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봐요.
왕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났어요. 저도 일찍 일어나는 편이긴 한데, 원래 체질은 잠꾸러기라 해뜨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잠 곤욕스러워요. 왕도 해 뜨기 전에 일어나 그 때 부터 익선관포라는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했어요. 강녕전은 왕이 자고 먹고 쉬는 곳이었죠.

그리고 중전이 보고 싶으면 중전이 있는 교태전으로, 어마마마가 보고 싶으면 어마마마가 있는 자경전으로 다녔어요. 또 세자가 보고 싶으면 동궁으로 갔죠. 경복궁 안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요, 식구들이 이렇게 모두 따로 떨어져서 사니 그게 뭔 재미가 있었겠나 싶더라구요. ^^ 정작 피붙이들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 보다 신하들에 둘러싸여 있고, 궁이 아무리 넓다 하나 어떻게 보면 감옥같은 곳인데, 정신건강에도 그리 좋았을 것 같지 않았어요.

아무튼 왕은 제 손으로 밥을 떠 먹는 것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제 손으로 하지는 않았더라구요. 얼굴도 씻겨주죠, 옷도 입혀주죠, 똥누면 뒤도 신하가 닦아주죠. 게다가 중전과 함께 잠을 자는 교태전도 침수드는 방을 또 다른 방이 사방을 둘러 싸고 있는 것을 보면서(얇은 창호지로 된 문으로 되었을 뿐인 그런 방이니 방음장치가 되었을리도 없고), 사생활이 없는 왕들이 얼마나 곤욕스러웠겠나 생각도 했어요.

이 책을 죽 읽어나가다 보면, 그간 우리가 가졌던 궁금증들, 이를테면, 궁궐 처마에 있는 형상들, 쓰임새가 모두 달랐던 왕의 옷들, 음식을 만들던 소주방과 생과방... 이런 것들에 대해 알 수 있어요.

이 책을 보고나면 경복궁 나들이가 한층 더 즐거워질 거예요.(2004. 9. 20)

우리 땅 진경산수
 [미술] 우리 땅 진경산수/ 진준현/ 보림

대상연령: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제가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은 저의 집 매니아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어라? 아직 모르셨다고요?
그림 좋아해서 왕년에는 화가가 되고싶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나 뭐라나. 고3때 둘째 언니가 준 스케치북만한 '세계명화전집'은 아직도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죠.
그 버릇 아직도 남아서 그림책 동네를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뭐....화가가 되진 못했지만, 그림과 함께 하는 이 작업도 제게는 무척 즐겁습니다.

진경산수화란 우리나라의 산과 강과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이에 대표적인 화가가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입니다. 김홍도와 정선은 활동한 시기도 비슷했고, 이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중국, 일본과의 교류도 활발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화풍이 지배하던 때라, 어느 누구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몽유도원도 아시죠? 이 그림이 무척 유명하고 걸작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풍경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지 못했을 때, 정선은 과감하게 우리나라의 경치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붓놀림은 폭포수와 같이 힘있고, 금강의 일만이천봉 처럼 섬세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그린 '금강전도'는 한 눈에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그렸는데, 가운데를 축으로 하여 태극 모양을 하고 있답니다. 저는 겸재 정선의 그림을 참 좋아합니다. 웅장하고 힘있고 활화산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의 정열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정선의 그림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장되리 만치 강조하고, 생략할 것은 과감히 생략하는 화풍을 구사했다면, 김홍도는 사실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은 빠뜨림 없이 그렸습니다. 이 둘의 화풍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곳을 보고 그린 그림일지라도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아무튼, 19세기 조선의 문화가 서서히 저물어갈 때까지 진경산수화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만방에 알리는 역할을 했지요.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설명을 쉽게 풀어 썼습니다. 제가 홈페이지를 만들 때만해도 입말체를 쓰는 저의 문체를 썩 내키지 않아하는 곳도 있었으나, 제가 입말체를 끝까지 우겨가며 쓴 보람이 있었는지...이제는 신문에도 입말체로 쓴 기사를 흔히 볼 수 있고, 이렇게 책에도 입말체로 써있는 반가운 일도 다 보게 됩니다.

설명도 설명이지만, 책 속에 있는 그림의 해상도도 이 정도면, 그간 미술 관련 책들과 견주어 보면 확실히 눈에 띌 만큼 선명하고 색표현력도 좋습니다.
그럼,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 조금 맛보기로 보여드릴게요.

경기도 수원 - 정조의 효심이 세운 조선의 신도시
충청도 단양 - 연풍현감, 나그네 되어 단양팔경으로
전라도 구례 - 섬진강가 선비의 글 읽는 소리
경상도 안동 - 영남 선비의 정신이 오롯이 숨쉬는 곳
함경도 성진 - 아침 해 떠오르는 변방의 요새
황해도 해주 - 고산의 아홉 구비, 고산구곡

전국 팔도 가운데서 이 정도만 알려드려도, 이 책의 내용이 꽤 흥미진진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독자들을 배려한 친절한 설명글을 따라가면서 그림을 하나 하나 감상하다보면, 옛그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실 겁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진 덕분인지, 미술과 관련된 책들이 참 활발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어린이책분야도 예외는 아니지요. 덕분에 저처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집에 앉아서도 갤러리 기분을 낼 수 있으니 참 좋네요.

아이들 데리고 갤러리 가는 것도 참 좋은데요, 가끔 갤러리에 오는 유치원 단체관람객들 때문에 갤러리가 어수선해지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의 관람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갤러리에 들어가는 인원수를 제한해주면 좋겠는데, 잘 그러지도 않고 말이죠.
아이들 갤러리 데리고 가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고 나오느니, 이런 책 펼쳐놓고 엄마랑 아빠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보는 게 훨씬 낫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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