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우리 땅 진경산수/ 진준현/ 보림
대상연령: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제가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은 저의 집 매니아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 어라? 아직 모르셨다고요? 그림 좋아해서 왕년에는 화가가 되고싶었다는 전설이 남아있다나 뭐라나. 고3때 둘째 언니가 준 스케치북만한 '세계명화전집'은 아직도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죠. 그 버릇 아직도 남아서 그림책 동네를 어슬렁 거리고 있으니, 뭐....화가가 되진 못했지만, 그림과 함께 하는 이 작업도 제게는 무척 즐겁습니다.
진경산수화란 우리나라의 산과 강과 같은 아름다운 경치를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이에 대표적인 화가가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입니다. 김홍도와 정선은 활동한 시기도 비슷했고, 이들이 활동하던 시기는 중국, 일본과의 교류도 활발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화풍이 지배하던 때라, 어느 누구도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는 시도는 하지 않았습니다. 몽유도원도 아시죠? 이 그림이 무척 유명하고 걸작이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풍경은 아닙니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지 못했을 때, 정선은 과감하게 우리나라의 경치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붓놀림은 폭포수와 같이 힘있고, 금강의 일만이천봉 처럼 섬세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그린 '금강전도'는 한 눈에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그렸는데, 가운데를 축으로 하여 태극 모양을 하고 있답니다. 저는 겸재 정선의 그림을 참 좋아합니다. 웅장하고 힘있고 활화산을 보고 있는 것처럼 그의 정열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정선의 그림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과장되리 만치 강조하고, 생략할 것은 과감히 생략하는 화풍을 구사했다면, 김홍도는 사실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은 빠뜨림 없이 그렸습니다. 이 둘의 화풍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곳을 보고 그린 그림일지라도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아무튼, 19세기 조선의 문화가 서서히 저물어갈 때까지 진경산수화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만방에 알리는 역할을 했지요.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설명을 쉽게 풀어 썼습니다. 제가 홈페이지를 만들 때만해도 입말체를 쓰는 저의 문체를 썩 내키지 않아하는 곳도 있었으나, 제가 입말체를 끝까지 우겨가며 쓴 보람이 있었는지...이제는 신문에도 입말체로 쓴 기사를 흔히 볼 수 있고, 이렇게 책에도 입말체로 써있는 반가운 일도 다 보게 됩니다.
설명도 설명이지만, 책 속에 있는 그림의 해상도도 이 정도면, 그간 미술 관련 책들과 견주어 보면 확실히 눈에 띌 만큼 선명하고 색표현력도 좋습니다. 그럼,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 조금 맛보기로 보여드릴게요.
경기도 수원 - 정조의 효심이 세운 조선의 신도시 충청도 단양 - 연풍현감, 나그네 되어 단양팔경으로 전라도 구례 - 섬진강가 선비의 글 읽는 소리 경상도 안동 - 영남 선비의 정신이 오롯이 숨쉬는 곳 함경도 성진 - 아침 해 떠오르는 변방의 요새 황해도 해주 - 고산의 아홉 구비, 고산구곡
전국 팔도 가운데서 이 정도만 알려드려도, 이 책의 내용이 꽤 흥미진진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독자들을 배려한 친절한 설명글을 따라가면서 그림을 하나 하나 감상하다보면, 옛그림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실 겁니다.
그림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진 덕분인지, 미술과 관련된 책들이 참 활발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어린이책분야도 예외는 아니지요. 덕분에 저처럼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집에 앉아서도 갤러리 기분을 낼 수 있으니 참 좋네요.
아이들 데리고 갤러리 가는 것도 참 좋은데요, 가끔 갤러리에 오는 유치원 단체관람객들 때문에 갤러리가 어수선해지는 건,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의 관람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갤러리에 들어가는 인원수를 제한해주면 좋겠는데, 잘 그러지도 않고 말이죠. 아이들 갤러리 데리고 가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고 나오느니, 이런 책 펼쳐놓고 엄마랑 아빠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보는 게 훨씬 낫지 않겠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