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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가르치기 전에 꼭 봐야 할 책

[오마이뉴스 안소민기자 2006-02-15 09:42]  

 

참된 국어교육이란 무엇일까. 우리 겨레의 얼과 혼이 담긴 우리말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답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

국어학자나 국어교육학자, 국어교사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책의 지은이는 그 까닭을 국어교육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어교육의 뜻은 무엇일까?

‘우리말, 우리에게서 저절로 생겨나 우리를 키우고 우리를 이끌어온 토박이말, 이것을 살려 제대로 쓰며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국어교육의 길이다. 우리 모두가 겨레로부터 물려받은 제 목소리, 엄마젖을 빨면서 배운 제 집안의 말, 소꿉장난 하면서 배운 제 마을의 말을 떳떳하게 하면서 자랑스럽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것이 국어교육의 뜻이다.’- 책을 펴내면서


즉, 국어교육은 말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라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자연스럽게 깨쳐서 익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입말이 아닌 글말 위주로 국어교육을 받게 되는데 바로 여기에 오늘날 국어교육의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입말이야말로 모든 글말의 근본 뿌리이며 바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입말에는 그 민족의 가치관, 역사, 감정, 생각 등 민족의 삶과 얼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말은 사람과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즉 말이 곧 그 사람이고 말하고 듣는 것이 곧 그 사람의 삶이다. 이런 까닭에 입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야 글말의 세계도 튼튼히 할 수 있다는 것은 더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말의 뿌리인 ‘입말’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렇다면 이 입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지은이는 여기에 ‘옛이야기 가르치기’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입말이나 옛이야기나 모두 가르칠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저자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새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가르쳐서 삶과 더불어 즐기게 해주면 그것은 곧 끊어졌던 겨레의 숨결을 이어주는 일이 됩니다…(중략)…이야기에는 가르쳐야 할 뭔가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 쪽과 듣는 쪽으로 갈라집니다. 하고 들으면서 즐기면 그러는 사이에 서로 가르치기도 하고 배우기도 합니다.’(42쪽)


이렇게 이야기판을 제대로 벌이고 거기에 손뼉을 치고 추임새를 넣으며 이야기판을 북돋우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섣불리 가르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라 북돋우는 가운데서 지나가는 말처럼 슬쩍슬쩍 한 가지씩 바로잡아주는 게 교사의 참된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육의 현실은 오늘날 이러한 이야기판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지은이는 그 까닭은 ‘우리말 가르치는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실 속에서 교과서는 아직도 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쓰는 말과 오늘날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쓰는 말에도 많은 차이가 있을진대 국어교사들의 교육방식과 교육과정, 교과서는 전근대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러한 현실을 ‘빠른 세상에 느린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은이가 가장 중점을 두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토박이말 살리기’이다. 토박이말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삶과 얼이 그대로 표현된 입말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영어와 한자는 중요하게 다루면서 정작 우리말 토박이말을 가르치지 않는 오늘날의 교육풍토를 지은이는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토박이말을 배워 쓰는 건 나라와 겨레를 살리는 길

그런 뜻에서 온 나라 곳곳마다 제 지역의 토박이말을 국어교육교재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의무교육 안에서 토박이말 교육을 끝내자는 것. 물론 교과서를 온통 토박이 말로 채우자는 것이 아니라 교재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전문적인 학술용어나 외국어도 거기에 알맞은 우리말을 찾아내어 자꾸 쓰려는 자세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우리말 교육의 잣대' 3가지

첫째 ‘앎’을 ‘삶’보다 앞세우고 무겁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말이 무엇인지 말의 예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도록 마련해온 문화를 바로 잡는 일이 크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둘째, ‘나’를 ‘남’보다 앞세우고 무겁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나를 업신여기고 남을 우러러보도록 마련해 온 문화를 바로잡는 일이 크고 무겁기 때문입니다.

셋째, 우리 ‘빛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을 흐릿하게 드러내는 것보다 앞세우고 무겁게 다루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것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하고 남을 넉넉하게 살리는 길이 되겠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 147쪽)


지은이 김수업

1939년 경남 진주에서 나고 경북대학교 사범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와 대구카톨릭대학교 총장을 지냈으며 배달말학회와 모국어교육학회를 학문의 중심터전으로 삼아 『배달문학의 길잡이』『국어교육의 원리』『배달문학의 갈래와 흐름』『국어교육의 길』『배달말꽃』같은 책을 펴내었고 삼광문화연구재단과 진주오광대보존회를 이끌면서 진주 지역의 전통문화 가꾸기에도 힘을 기울였다.

요즘에는 경상대학교 명예교수로서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과 전국국어교사모임의 우리말교육연구소 소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책날개에서)
눈이 획획 돌아가게 바쁜 세상에 토박이말 교육이라. 지은이의 생각이야말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때늦은 국수주의나 민족주의가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그것은 참으로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의 문장은 이에 대한 지은이의 답변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교육이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사람을 살리자는 노릇이다. 사람을 좀 더 잘 살아가게 해서 겨레를 살리고 나아가 인류를 더욱 잘 살게 하자는 노릇이다.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무엇인가? 사람답게, 자랑스럽게, 떳떳하게,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뭐니 뭐니 해도 제 스스로 누구인가를 잘 알고 깊이 사랑해야 한다. 제 스스로의 값어치를 알고 더없이 사랑하면 제 핏줄을 그처럼 아끼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제 핏줄을 키우고 살려온 마을과 고장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251쪽)


이르면 올해 말부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시작한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시기상조라 하고 한쪽에서는 오히려 때늦은 결정이라고 한다. 또 한편에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들 모두에게 이 책을 꼭 한 번 읽길 권유한다.


덧붙이는 글
국어교육의 바탕과 속살/김수업 지음/ 도서출판 나라말/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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