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톺다: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닌 독특한 이 단어가 책에 세 번 쓰였다. 역자의 개성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단어가 뜻하는 바가 책의 주제의식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내 멋대로 해석해 본다. 살다보면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이야.'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있잖아.

 

책 정리를 하다 읽을 일이 없으리라 여기고 처박아 둔 이 책을 무심코 집어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가 없다. 앞서 읽은 이 책이 내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놓아서... 존재의 허무를 쏟아내는, 고독 그 자체인 한탸에게 지독히 몰입해 내가 한탸인지, 한탸가 나인지 알 수가 없어 잔뜩 취해 몽롱하다.

 

우와, 이 작가 참 독특하기도 하여라. 어쩌다 이런 생각을 했을까.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 착상을 얻었을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 이름도 신화나 역사에서 따온 듯하다. 여러가지 상징을 하나하나 분해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가 쉽게 쓰였으니 그대로 읽어도 되겠다. 이 책을 읽는 데에 평론가가 될 능력도 그럴 필요도 없으니.

 

책의 첫 부분에 주인공이 자신에 대해 한탄하는 대목이 꼭 내 얘기같아 마음이 마구 상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가 하여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유치하다 싶다가도 뒤를 상상하기 어려워 책 속에 파고들게 된다.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궁금해 더욱 빠르게 읽힌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상황에 순응하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기 힘들면서도 무력감에 빠지면 누구나 그리될 수 있겠다 이해된다. 전개가 매끄럽지만은 않은 환상성이 조금 아쉽지만 그 특이한 설정으로 도리어 이야기가 살아난다.

 

결국 본질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성장기임을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예상하기 어려워 읽을 맛이 난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똥차고 발랄하다. 작정하고 드러낸 특유의 풍자가 뻔하지 않아 유쾌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조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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