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제주 신화
김문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유달리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노오란 색 표지의 책을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읽어도 마음에 개나리가 피지 않는다.  제주에 가기 전부터 눈독 들였고, 제주를 다녀온 직후이기도 했고, 기대만발한 마음 가득 펼쳐든 이 책은 에휴~ 실망을 얹어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자기가 살아온 고향의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부럽다, 굉장하다 여겼다. 그리 하는 것이 자기를 키워준 삶터에 대한 예의란 생각을 처음 했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특징없는 도시에 으레 갖다붙이는 "교육의 도시" 라는 허울 뿐이다. 사연 많은 이 나라 어느 곳이나 향토의 숨겨진, 많은 이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재미나고 서글픈 이야기 한 둘 쯤은 있으렸다. 그런 것도 알지 못 하고 여태 남의 동네 떡고물에만 침을 흘렸구나 싶어 반성한다. 책을 읽어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찌하여 이 좋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렇게밖에 못 푸는 것인가. 제목도 그렇다. 신화라는 게 판타지 아니냐. 어차피 책 분류를 소설로 잡았다면 굳이 "판타지"라는 말을 붙일 이유가 무언가. 책 내용을 보니, 어쩌면 그 가벼움에 걸맞는 제목이었을지 모르겠다. 개연성도 없이 이리저리 짜맞춘 듯한 이야기들을 마구잡이로 엮어, 신비하고 궁금해했던 제주신화만 아깝게 됐다. 에잇, 내 환상은 어쩌라고. 제주여행 후유증에 한동안 붙들려 있던 내 마음을 가라앉혀 주네. 마침 두 번째 숙소 이용후기를 써서 무료숙박권이 당첨되어 그 핑계로 매년 음력 2월 14일에 열린다는 제주 영등굿 보러 가야지 했더니만 그마저도 당기지 않네. 가까운 이 누구에게나 주어버려야겠다. 한동안 제주생각은 접어둘 수 있겠다. 시도는 좋았다 싶어서 별점 2점 주려다 옛다, 3점이다. 

 

우도에 들렀을 때 여태 다리를 저는 남편을 억지로 끌고 우도봉에 올랐다. 등대 앞에 설문대할망 조각상을 보고 오호~ 이건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나 호기심을 품고 돌아와 읽은 이 소설에서 거인의 체구에서 나오는 커다란 몸짓으로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 얘기를 전해들었다. 제주의 무슨무슨 신화, 설화를 차라리 옛날옛날에...로 시작하는 겨울밤 화로앞 할머니 이야기로 풀어나갔더라면 좋았겠다. 그랬다면 할머니가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으며 들려주시는 얘기를 듣고 까무룩 졸다, 천년 동안 하늘로 올라가지 못 해 사람들을 괴롭히고 지상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무시무시한 이무기에게 쫓기는 꿈이라도 꾸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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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7-01-01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제발 돈 되는 일을 하자. 제 올해의 숙제이자 난제인데, 우와, 이용후기로 무료숙박권 당첨이라니, 진아님 능력 전수받고 싶어요.^^

samadhi(眞我) 2017-01-01 19:59   좋아요 0 | URL
1박 밖에 안 된답니다. 거기 아무나 다 주는 것 같아요 으흐흐 참 괜찮은 숙소인데요.

samadhi(眞我) 2017-01-02 04:33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에 쓴 여행기에 숙소이용후기를 덧붙여 썼어요. 컨디션님이 그 숙소에 묵고 난 뒤에 후기를 쓰신대도 당첨될 듯합니다.

2017-01-02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7-01-02 09:40   좋아요 1 | URL
저도 자꾸 북유럽신화랑 비교하게 돼서...
신화만 연구하기엔 역량이 부족해서 그랬을 테고
소설로 쓰기엔 더더욱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신랄히(?) 비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