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루조당 파효 서루조당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교고쿠 나쓰히코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작가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다. 순전히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것이 마음에 쏙 든단 말이지. 늘 수행을 가슴에 품고 살지만 말로만 떠들고 마음만 앞설 뿐 행동화에는 이르지 못 하는 내게 용기를 준다. 그래, 그래도 괜찮다, 잊지 않으면. 하고서 다독여주는 듯하다.

 

서루조당(書樓弔堂)이라는 한자가 일본식이 아닐까 싶어 어색했는데 자꾸 보니 자연스럽기도 하다. 겉모습은 등대처럼 보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책으로 가득한 여러 층의 누각같은 구조로 된 집. 굳이 조당(弔堂)이라 이름 붙인 것은 주인공이 추구하는 바 또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사명 때문인데 읽어보니 그럴 법하다. 유래를 설명하면 책 줄거리를 얘기하게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설명하지 않겠다. 그런 서루가 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궁금해지고 한번쯤 마음 내킬 때 찾아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그래서 또다른 주인공-나와 무서울 만큼 닮은 게으르고 무력한 백수 주인공. 그 사람이 나와 너무 비슷해 가깝게 여겨지면서도 거북하기도 하고 괜히 켕겨서 마음이 불편해진다.-이 방앗간처럼 그곳을 드나드는 것일테지.

 

메이지유신 즈음을 그리고 있는데 그 시대 작가들이 여럿 등장한다. 우리 옛 작가들조차 잘 알지 못 하고 관심도 두지 않는데 일본 작가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도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다. 책 속 책 이야기는 나쁘지 않으나, 책 전체에 주석이 너무 많이 달려있다. 그 주석도 낯선 일본 문화, 작가들 생몰연대와 저작 같은 내용들이 주류라 집중력이 떨어진다. 작가 특성이 그렇긴 하지만 나처럼 주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요즘 방송매체에서, 그냥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조차 영어식 어법인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남발한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일일이 쫓아다니며 그 말 좀 쓰지 말라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그런 것쯤 별 것 아니게 여길 수 있을 만큼 작가의 글이 좋다. 작가의 철학이라고 할까, 사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어라 이름 붙이든 작가가 툭 던지는 작가의 생각이 왜 그리 좋은지. 끼야아~ 하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혼자 감상에 빠지고는 행복해했다. 늘 수행과 삶, 성불 등 깨달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 전에도 이 작가가 좋았지만 이 책을 읽고 더욱 좋아졌다. 몇 권은 조금 시시하게(?) 여겨진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을 쓴 작가이니 그저 좋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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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6-26 23:55   좋아요 1 | URL
불구하고 를 빼는 게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도 이거나 그럼에도 만 쓰는 것이 우리식 어법에 맞지요. 영어 in spite of 를 번역해 그 말에 맞추다보니 그리 된 것일 텐데요.

시이소오 2016-06-2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코쿠 전작하고 싶은 작가죠
요 책도 읽고싶네요^^

samadhi(眞我) 2016-06-27 10:17   좋아요 0 | URL
네 제 스타일이예요. ㅎㅎ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교고쿠도 시리즈가 늘 인기겠죠. 이 책은 기존 책들과 내용도 분위기도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