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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평점 :
등장인물들이 아프다.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무엇으로 구할 수가 있을 지 암담하고 가슴이 쓰려서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 우울의 원인이 사회의 구조적모순 때문이며 그들(?)이 저지른 짓거리 때문인데 그냥 보통 사람들은 그저 자기들 잘못으로 여기며 아파하고 방황한다. 자신들에게 몹쓸 짓을 한 사람들에게 대항하지 못 하고 계속 당하고 산다. 읽다보면 속이 터질 것 같다. 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고 삿대질을 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고 싸움신이 내려서 한 판 붙고 싶다. 이 ... 할 것들 다 나와, 다 덤벼. 불합리한 세상과 맞짱 뜨고 싶다. 한 방 맞고 바로 떨어져 가버리겠지만. 큰소리 정도는 칠 수 있다구. 너무 우울하고 처절해서 두 번 읽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약자에게 약하고 눈물 많은 내가 먼저 지치면 안 되는데, 이 비겁한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너무 거대한 슬픔과 고통 앞에서 손 놓고 쪼그라들어서 망연자실한 심정이다. 악의로 가득한 웃음을 웃는 사람들과 싸우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웃을 수가 있지? 어떻게 저렇게 뻔뻔한 말들을 뱉을 수가 있는거지? 반성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 싸우는 법을 누군가 차근차근 알려주면 좋겠다. 격동의 세월 속에서 걸어나온 사람들이 어떻게 이겨내고 버텨냈는지 난 늘 궁금했다. 무엇보다 어떻게 잊을 수 있는지. 그걸 알고 싶다. 특히, 그곳에 있었던 이들은 5월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초등학교 때 대학다니던 언니가 불렀던 민중가요의 끔찍한 노랫말을 잊지 못한다. 80년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노래로 만든 것. 가사만 떠올려도 소름이 돋는다. 백주대낮에 무장강도가 무고한 사람들에게 칼부림을 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그러고도 가해자들은 버젓이 몇 대에 걸쳐 호화롭게 사는 놀라운 나라.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임 당하고 시신조차 거두지 못하고 어딘가로 끌려가고 가족과 생이별하고 넋을 놓고 미친년, 미친놈으로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사는 대단한(?) 나라. 아직 달걸이도 안 한 조그만 여자애들을 끌고 가 짓밟고 짓이기고 죽이고 그러고도 그게 뭐 별 거냐고 지나간 일 가지고 쪼잔하게 군다고 힘 센(?) 이웃나라의 말 같지도 않은 말에 손바닥 비비며 지당한 말씀인뎁쇼 하는 가짜 왕이 군림(?)하는 나라.
이 세상에 정의 라는 것이 아직 남아있는가. 살아있지만 산 것이 아닌 그 사람들과 죽어버린 이들을 어떻게,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그래서 작가는 말이 아닌 이상한 주문같은 말들로 노래하는 가보다. 말문이 막혀버려서. 현실을 잊고 싶어서. 어쩌면 제발, 날 좀 구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