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X파일 -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상호 지음 / 동아시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상호 기자 하면 자꾸 세월호가 떠오르며 자동으로 눈물부터 난다. 세월호 사건 이전엔 이 기자를 잘 몰랐고, 팽목항에서 날마다 눈시울을 붉히며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와 팩트피비 합동 방송을 지켜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너무 괴로워 방송을 볼 수 없을 것 같아도 그 소식을 듣지 않으면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이기자의 방송만 기다리곤 했다.

 

삼성X파일 보도가 한창일 때는 취업 시험 준비하느라 세상 일에 도무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지만 이 핑계, 저 핑계로 그저 세월만 죽이고 있었다. 그 중대한 사건을 모른 채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삼성을 노조도 없는 비양심 기업 정도로만 인식하다가,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잇따라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그때에서야 비로소 실상을 알아가며 재벌들의 행태를 조금씩 이해하고 이제는 삼성의 파랑색 기업 로고만 봐도 입맛이 떨어질 지경이 되었다. 그 흔한 삼성 전자기기 하나 없고 카드마저 해지했다. 어차피 구매력 약한 내가 삼성 물품을 사주지 않는다 해서 타격을 입지도 않겠지만 그저 내 작은 의지(?)의 표현이다. 대다수 삼성 소속 회사원들이야 아무 죄(?)도 없지만.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헛소리를 마치 진리마냥 떠들어대는 삼성가(?)의 야비한(?) 행태가 가소롭기까지 하다.

 

이 책을 읽으면 삼성이라는 족벌기업의 본질이 역력히 드러난다. 그런 거대기업과 맞짱 뜬 이상호 기자가 존경스럽다. 혼자 그 외로운 싸움을 하느라 얼마나 힘겨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자본세상에서 자본에 먹히지 않을 이 누가 있을까? 이상호 기자가 나처럼 눈물 많은 수도꼭지라서 더 정이 간다. 남자는 평생 3번만 울어야 된다는 둥 말도 안 되는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이 땅의 보통 남자와 달리 남의 아픔에 진심으로 울 줄 아는 그 사람이 멋있다.

 

이 땅의 민주화는 언제 찾아올 수 있을지. 아직도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정치, 경제, 언론인들의 행태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세력이 주류이고 이 사회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이 아무 영향력 없는 서민을 무력하게 한다. 이상호같은 기자가 목숨 걸고 보도하지 않았다면 끔찍한 정재계의 결탁, 삼성의 머슴(?)같은 떡검의 존재, 재벌독재도 알지 못한 채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을 일이다. 여전히 보통 사람들은 삼성을 대단한 기업,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박정희가 없었다면 이땅의 경제화는 없었을 것이라 믿듯이 삼성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기업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겠지. 그리고 끄떡하면 이런 기업이 대다수의 국민을 먹여살린다는 말을 사실인양 받아들이고. 어쩌면 집단 세뇌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세뇌 상태를 깨어나게 해주는 이 책을 아직 의식을 갖추지 못한 잠재적(?) 시민들이 읽어야 하겠다. 굳이 잠재적 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민"은 단순히 군중이 아니라 민주화를 지향하는 의식 또는 의지를 갖춘 민중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삼성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 고까지 말하고 싶다. 삼성이 망해 없어진다고 이 나라가 없어지는지 한번 보자고. 그네들이 우기는 것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윤리를 기본으로 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가짜 기업이 사라지고 노동자가 조직의 근간인 극히 정상적인 기업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객관적이고 비판적이어야 할 언론마저 자본에게 잡아먹힌 가운데 꿋꿋이 싸워온 몸도 튼튼(지병이 있는 사람이지만), 마음도 튼튼(광장공포증마저 있지만), 팔팔히 살아있는 이상호 기자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MBC에 복직돼 구내식당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밥을 먹던 이상호 기자의 사진을 보며 같이 울었는데 20여일 만에 다시 중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에 분노했다. 끄떡하면 고소고발당해 법정을 집처럼 드나들고 발로 뛰는 진짜기자가 드문 세상에 고발기자 이상호, 누나기자(?) 주진우 같은 진짜 기자들이 속속 생겨나길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삼성X파일을 취재하고 고발한 이상호 기자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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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1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12-01 11:5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제가 이상호기자랑 주진우 기자를 쪼~아 하지요. 이분들처럼 사명감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을 욕먹이는 대다수 주류언론인들이 문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