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개정판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임용시험 공부는 그렇게 안 하더니만, 학원에서 중학생들 가르치면서 열심히 공부한 남편이 교과서 지문으로 나온 이 책이 재미있다고 꼭 사라고 오래 전부터 노래를 불렀다. 도서정가제 이후로 소설책은 거의 중고로 사고 있어서 중고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리지만 그 이전에 꽤 많았던 중고가 이 악의적인(?) 제도 시행 이후 귀해져서 중고책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인터넷 서점 직배송 책을 사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안 그래도 책 안 읽는 사람들을 얼마나 더 바보로 만들려고 하는지. 우민화정책(?) 대 성공이다. 그래, 대단한 정부 만만세다. 마침 알라딘 직배송 중고가 나와서 사게 됐다. 집에 있는 책을 중고로 팔려고 해도 책 속에 메모를 많이 해 놔서 그리 할 수도 없고. 책 읽을 때 모르는 낱말 뜻을 책 위 아래 빈 곳에 적어두는 버릇이 있어서 깨끗한 책이 별로 없다.다들 나처럼 책에 메모하는 버릇이 있어 중고로 책을 팔지 않는 건가.

 

중학교 때 언니가 공부하라고 사준 위기철,『논리야 놀자』를 제대로 읽지도 않고 처박아 둔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위기철이라니. 전에 영화가 나왔을 때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옆에서 재밌다고 해서 읽게 됐는데 과연 좋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쉬임없이 웃게 되지는 않지만 갑자기 풉! 하고 웃게 된다. 꼬마가 주인공인 소설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게 마련인데-가끔 그걸 노리고 쓰는 어설픈 소설들이 있는데 작위적이어서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 이 책 또한 재미나다.

 

남편이 재미있다고 했던 일화는 21종이나 되는 중학교 교과서 지문에 나온 일부일테지만 기종이가 골방철학자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나 하고 주인공 여민이는 그다지 알고 싶어하지 않아했던 부분이다. 꼭 누군가가 떠올라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풍뎅이영감 부분에 나온 아이들의 잔인성은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 이라는 영화를 생각나게 한다. 아이들의 잔인함을 접할 땐 어김없이 그 영화가 떠오른다. 골방철학자는 도무지 남 얘기 같지 않아서 괜스레 불편해진다. 어디에나 이해받지 못하는 인생이 있구나. 이 서평의 제목으로 쓴 꿈을 따는 아이라는 말 때문에 배꼽 잡았다. 갑자기 받아쓰기에서 "주었습니다."를 틀려서 틀린 거 10번 써오랬더니 "었습니"만 10번 써 간 꼴통 조카녀석 생각이 났다. 이 책의 부제로 "꿈을 따는 아이"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작가가 오랜 세월 문장을 갈고 다듬은 티가 난다. 이 소설을 쓰면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늘 문장에 신경 쓰며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문장이 정확하고 간결해 읽기 좋다. 특히, 작가의 작명솜씨가 뛰어나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름과 별명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가난한 시절 얘기는 늘 지난날을 돌아보게 한다. 가난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어떻게 이해할까 궁금해진다. 내가 잘 모르는 지역의 사투리처럼 다른 세상(책에 나오는 기종이의 표현에 따르면) 일이라 이해하기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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