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싱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2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성장하기 위해 살아있는 것 아닐까?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났다면 마음을 키우기 위해, 더 나아가 이 "마음"이라는 것 자체를 지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이 마음이 조금도 자라지 않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것처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내 마음의 키도 잘 자라지 않아 날마다 고뇌하지만 내 가족의 마음이 조금도 자라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고통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느 가정에나 그런 구성원 한 사람쯤 있어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모두다 성숙한 아.름.다.운. 가족도 있겠지만.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하다는 틀에 박힌 말들을 하는데 그렇게 많이 회자되는 만큼 사실일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가가 단지 응석을 받아주고 예뻐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도 죽을 때도 혼자인 인간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독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말이다. 우리집에도 워낙 많은 구성원이 있는 까닭에 미성숙한 인간들(?)이 있다. 여태 식구들이 받아주고 참아왔지만 이해하고 봐 줄 가족이 아닌 남들이, 어느 정도까지 참아줄 수 있겠냐고. 요즘엔 어쩌면 우리들이 공범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세상에 나가서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도록 그대로 방치한 공범 말이다.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한 채,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냐고 열변을 토해보지만, 그런다고 그 사람이 달라졌겠냐는 말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인지는 알게 되지 않았겠냐고. 행동화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아는 수준은 될 수 있지 않았겠냐고. 나이는 먹을 대로 먹고 사람들의 기대치는 커져 가는데 어린시절 그대로 미성숙을 안은 채 살아가는 그 사람을 차라리 모르는 채 살아가고 싶다. 핏줄이라고 끝까지 함께 안고 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내가 너무 차가워 그렇다고 떠들든 말든,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전문가에게 맡길 마음이 당사자에게 있지도 않은 상황에 무얼 어찌 하겠는가 말이다.

 

『영원의 아이 』에 이어 지극히 우울한 이야기이다. 『영원의 아이 』와 달리 문학성은 없고 통속적인 느낌이 강해서 재미는 많지만 깊이는 떨어진다. 속도감은 무척 빠르고 울화가 치미는데 결국은 지긋지긋한 관계의 문제라는 것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제목도 어쩌면 이 답답한, 답 없는 관계의 느낌으로 붙인 듯하다. 벗어나기 힘든 가족이라는 굴레굴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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