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긴 시즌의 드라마를 계속 보는 것은 폐인모드라서 가능하지만 이 드라마가 인간과 사회를 파헤쳐 "생각"을 하게 해서이다. 보통 1편씩 짜여져 있는데,  2화 연속으로 만들어진 일화도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서 오랜 친구처럼 정이 간다.

 

 모든 내용이 와닿지는 않지만, 가끔 복싱의 훅처럼 갑자기 푹! 꽂히는 내용들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9시즌 8화를 보며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이 시대의 청년들, 아니, 나의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한없이 초라하게 여겨지던 내 청춘을 저절로 돌아보게 된다. 여전히 무력하고 모자란, 주류에서 철저히 밀려난 주변인의 삶이 하나하나 눈에 밟힌다. 그런 나 또는 너를 버린 오늘의 세상을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나기도 전에 시드는 일이 없는, 순수하게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이런 고민만을 해도 되는 아늑한 세상이 올까. 우리 모두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당연하게 믿었던 어린시절의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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