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처음 본 진도씻김굿은 정말 충격이었다. 간단하게 줄여서 보여 준 거였지만. 온 몸에서 카리스마를 내뿜는 무당이 길다란 천을 쫙 찢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 노려보는 것만 잘하던 애기무당이었던 나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언젠가는 진도에 직접 가서 씻김굿의 전과정을 보리라 늘 마음만(?) 먹고 있다.

 

국립국악원에서 여름마다(작년부턴가) "별별연희"라는 별칭으로 야외공연을 한다. 바로 기다리던 씻김굿. 이번에도 약식인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요 몇달 동안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던 내 자신을 추스르고 싶었고, 언니 또한 힘들어하는 시기여서 같이 갔다.

 

사회는 윤중강이었고. 주무(主巫)는 리허설 때 걷는 모습마저 기품이 있다. 무당 넷의 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각각 개성도 강하고 마음을 만져주는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다. 무용단 중 "장보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춤이 돋보인다. 몸짓이 우아하고 고와서 자꾸만 눈길이 간다.

 

공연을 하는 이분들이 진도에서 세월호가족들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셨다고 한다.  긴 천에 지전을 놓고 무가를 부르는 거리인 길닦음을 보는데,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을 모습이 그려져 가슴이 미어진다. 말그대로 울음바다였을 그날의 통곡이 들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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