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농자천하지대본이었던 시대는 가고 오직 물질만이 전부인 끔찍한 세상을 살아가는 가엾은(?) 우리에게 다시, 그동안 버려두고 망가뜨려 온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진짜 농부의 이야기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렇게 되어버렸는가. 어릴 때만 해도 샴푸가 귀해서 비누로 머리를 감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는 어쩌다 비누로 머리를 감으면 뻑뻑하고 불편하다. 구멍난 양말을 기워서 꿰맨 부분이 발에 닿을 때 갑갑해 하면서도 구멍난 양말을 버리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물건이 남아돌아 말짱한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다.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수만가지 종류의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넣는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인간들이 과잉소비를 해서, 과잉생산이 반복되고, 그것이 쌓여 지구 전체가 쓰레기장이 되고, 그런데도 어느 한쪽에서는 굶어죽어가고.

 

늘 내 존재 자체가 지구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잠깐 방심하곤 금방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고 만다. 모든 순간 우리의 삶터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쩌다 운좋게(?) 인간으로 태어나 제가 세상의 주인인양, 인간 이외의 생물을 하등하게 여기고 모든 것을 함부로 대하며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서양의 물질문명이 쭉 그자리에 있던 땅을 "신항로의 발견"이라고 이름붙인 오만한 기치(?)  아래 자행된 문명파괴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농사를 짓고 모든 악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우리 인간이 정착을 하며 생산물이 늘어나면서부터 파괴적인 정복전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고기잡고 열매를 따먹으며 살 때만 해도 인간은 자연이었는데. 그렇다고 새삼 그 시대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성장을 멈추자"는 누군가의 주장이 무척 와닿는다는 말이다. 뉴질랜드 쪽 오지에 있다는, 아직도 물물교환을 하며 산다는 어느 외딴 곳에라도 가서 살고 싶은 심정이다.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다고 들었다. 그것이 버릇되다 보니, 이제는 배가 불러도 배가 부른 줄 모르는 아둔한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새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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