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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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소재는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는 아주 뛰어나 책에 빠져들게 하다가, 일만 잔뜩 크게 벌려놓고 수습하지 않는 느낌에 끝까지 읽으면 무척 허탈해진다. 그래서 몇 권 읽고 난 뒤부터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거다. 굉장한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를 구분하는 기준 하나가 맺음의 철학(?)이다. 법정 스님의 책 제목처럼 "아름다운 마무리" 를 할 줄 아는 작가가 진짜라고 믿는다. 그런데 하루키의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꽤 괜찮다는 얘기에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도 읽지 않는 편인데, 무척 존경하는 분의 글이거나, 이렇게 괜찮다는(?) 에세이는 읽기도 한다.

 

보통 "작가" 라고 하면 밤샘작업을 기본으로 하는 부엉이과 일 것이라 짐작하기 쉬운데, 하루키는 특이하게도 이른바 바른생활(아침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드는) 인간형이다. 심지어 규칙적인 운동까지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도 걷는 것보다 달리기가 좋아 하루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특별히 아픈 데 없이 이십 여 년 동안 별탈 없이 달리기를 해왔다는 튼튼한 몸이 무척 부럽다. 이 부실한 선수는 이십대부터 무릎이 부실하야, 관절염 1기 라는 진단을 받았구만. 부실한 하체로 되지도 않는 봉산탈춤을 펄쩔펄쩍 뛰며 추었더니 탈이 나서 달리기 종류를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 운동을 아주 좋아하는데도 마음만 청춘. 이러고 있구만.

 

하루키가 굉장히 부지런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내 좁은 편견이 부른 오해(?)였지만. 어쩌면 부럽고 질투가 나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고, 아님 모든 이들이 나처럼 게을러주기를 바라는 바보같은 바람이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언젠가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만 부린 채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저 삶에 쫓겨 살고 있다. 그런데 "소설을 쓰고 싶다, 소설을 쓰자 " 고 마음 먹은 뒤에 바로 소설을 써서 소설가가 되다니. 소설가 되기 참 쉽구나. 얼마 전부터 웹툰을 그리는 후배의 글을 교정하고 있다. 제법 괜찮은 작품이 되어가는 걸 보며 대단하다 생각하고 부럽기도 하고 난 무얼하고 있나 싶다. 무르팍이 부서지더라도 한번 뿐인 인생 달려볼꺼나. 너무 바빠서 하루하루가 벅찬 요즘, 미뤄뒀던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 나도 달릴거야. 나도 춤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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