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평점 :
우월한 존재가 나타났다!!!
우리는 "미지(未知)의 존재"를 두려워하며 새롭게 받아들이기 보다 배척하기 일쑤다. 우리가, 특히 기득권을 가졌거나 힘을 가졌을 때에는 자신의 입지에서 밀려날 것을 염려해 자신보다 다르거나 뛰어나면 철처히 견제하고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도 한다.
소설 속 가정처럼 이 세계 어느 곳에선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체가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존재가 실재한다면 내 존재 따위(?)는 어차피 하등하기 이를 데 없는 숱한 인간'원숭이'들 중 한 마리에 불과하다 여길 수도 있겠다.
이야기의 구성 요소가 제각각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처음엔 정신이 없고 몰입이 힘들다. 어려운 약학, 의학, 유전자, 컴퓨터 용어들이 설명돼 있지만 그냥 눈으로 빠르게 읽어가는 그냥 까만 글자일 뿐이고... 그러다가 그 복잡한 상황과 인물이 인간을 초월한 어떤 존재에 의해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인 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머리가 하얘지는 충격과 수긍이 뒤따른다. "그녀석(?) 손에 놀아났구나."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모든 상황에 어울리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들이 참으로 그럴 법 하다.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을 읽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인다. 작가의 전작, 『13계단』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을 망설임 없이 들었다. 이 책에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작가의 반전(反戰)의식이 강하게 깃들어 있다. 그리고 이른바 문명의 눈으로 볼 때 "미개"하달 수 있는 피그미 족에게서 만물의 영장이라 믿어왔던 인간을, 미개하게 여기는 존재가 나온 것은 작가의 농담같지만 진지한 주장이다. 세계 곳곳에 우리가 모르는 학살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새삼 인식하고 놀란다. 책 속에서 언급했듯 징기스칸이 정복전쟁 당시 흩뿌린 잔인한 유전자가 남아 여전히 폭력성이 남아있다는 얘기, 되차. 말된다.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