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장부의 삶 - 옛 편지를 통해 들여다보는 남자의 뜻, 남자의 인생
임유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어어? 이거 뭐지?
이 책에 대한 독자평이 좋고 옛글을 접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저자가 글을 엮다 말았잖아. 한글로 해석한 편지글의 출전이 안나와 있는거다. 선현들의 편지글을 실어 그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보련다는 저자의 뜻은 이해하겠으나 어떻게 자기가 쓴 글들도 아닌데 원문을 싣지 않은건지. 고문을 전공한 거 맞나? 저자소개를 보니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래도 돼? 한자어로 된 원문을 실어도 물론 다 이해하기 어렵고 대충 보기 일쑤겠지만 그래도 원문에 글쓴이의 진짜 의도나 느낌이 들어있지 않은가. "어이없다" 는 표현은 뭐라고 할까. 사람을 얕보는 듯한, 쌀쌀한 느낌이라 꺼려져서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쓰는 일은 거의 없지만 이번만큼은 어이없다고 할 밖에......
편지글을 해석한 글은 아주 훌륭하다. 아무래도 저자 자신의 해석만은 아닌 듯하다. 여기저기 원문을 해석해 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같으니(서문에도 그리 나와 있고) 그건 그렇다 쳐도 이미 해석한 글에 덧붙인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은 더더욱 무용하다. 말그대로 사족(蛇足)이다. 이미 충분히 이해할 만한 해석을 해두었으면서 쓸데없이 해석을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가끔 출전을 알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별 깊은 의미도 없는 엮은이(이쯤되면 "저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의 말들이 나열되고 있는데 지루하기 짝이 없다. 초등학생 수준의 교훈을 강독(?)한다. 순수 창작글이 아닌 이상 참고문헌을 밝혀두어야 할 텐데 어디에도 참고문헌이 나와있지 않다. 독자를 뭘로 보고 책을 낸 건지 참으로 대담하기까지 하다.
이 모든 허술함에도 우리가 익히 알 만한 이름높은 옛선비들의 글이 마음에 울린다. 순수하고 진솔해서 읽다보면 지그시 웃게 된다. 읽는 사람마저 덩달아 너그러워지는 것 같고 의기에 차고 가슴이 아려온다. 아주 멀고 먼 수백년 전 조상들의 삶이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의관을 정제한 근엄한 선비의 차림을 한 그들이 잘 아는 친구처럼, 때로는 나처럼 한심한(?) 고민도 하고 쪼잔하게 보일 만한 얘기도 서슴없이 하는 것이 신기하다.
한시도 한문도 어려워 매번 마음만 먹고 한자공부를 시작했다가 접기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글을 대했을 때 그가 어떻게 문장을 썼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게 해줘야지. 이런 글을 읽을 때 귀찮지만 일부러 모르는 한자를 찾아보는 수고가 필요한 법인데 하, 이것 참 난감하다. 나처럼 뭣모르는 애도 답답해 하는데 하물며 뭘 좀 아는 사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