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 게임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SF소설이나 영화 들은 보통 암울한 미래를 그려내곤 한다. 폐허가 된 도시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추레해 보이는 사람들의 출구없는 삶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어떤 거대하고 비정한 세력에게 억압당하는 상황이 불쾌할 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난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현실은 언제나 자원의 희소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본다. 모두가 풍요를 누릴 수 있다면 서로 더 가지겠다고 싸울 까닭이 있겠는가. 억압하는 자와 당하는 자. 지배하는 자와 복종하는 자. 결국 자원의 배분 문제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은 소유의 문제라고 할 만큼  아주 유치하면서도 단순하다. 그리고 유치한 것이 때로는 가장 잔인하기도 하다.

 

몰입도가 뛰어난 이야기이다. 제목조차도 끔찍할 만큼 명쾌하다. 배경설정도 철저하고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듯도 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면서 실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기도 하다. 성인이 아닌 미성년을 대상으로 벌이는 살인게임은 인간을 도구로 보는 비인간의 가장 솔직한 속내이다.  당하는 자가 주인공이라 우리도 모르게 그 아이를 응원하게 된다. 어떻게든 비인간을 이겨내라고. 가장 원시적으로 자연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무척 흥미진진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탈패 여름전수 때 탈춤 연습 하던 중간에 산속에서 하던 서바이벌 게임과 다를 것이 없다. 장기전인지 단기전인지, 실제인지 가상현실인지가 다를 뿐. 그 당시에 느꼈던 내 공포감은  비슷할 것이다. 그저 죽는 시늉만 할 뿐인데도 내겐 아주 큰 충격과 공포였다. 전쟁놀이라는 것이 아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생존게임이지.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너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비정한 세계. 그래서 더 독한 허무를 내뿜는다. 나는 과연 본능을 이겨낼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두려워 몸이 굳어버리는 아귀다툼 속에서.

 

번역이 자연스러워 읽기가 편하다. 역서는 늘 번역에 민감해지게 되는데 역자가 음악을 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매우 자유롭고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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