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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손아람 지음 / 들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은 자, 잊혀진 자, 소외된 자...... 언제나 세상에서 약자 역할을 하는 소수의견은 사실, 다수이다. 그런데도 약자보다 더 약한 다수들은 소수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이 여전히 오래되고 안정된 길이라 믿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수의견이 진실이 되고 다수의견이 되어야 한걸음 더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을 역사 속에서 배워왔으면서도.
소설이 철저히 객관적으로 쓰였다. 문학적이지 않고 다큐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그 객관적 서술이 조금도 거북하지 않다. 지나치게 사실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을 통해 추악한 진실을 고발하고 늘 일어나지만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해결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리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분노하고 폭발한다. 하지만 그 대상은 언제나 공허하다. 내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내 말을 그들이 귀담아 듣지 않아서-그들 또는 그것은 내 작은 목소리를 들을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 같다.- 그냥 허공 중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 각자도 서로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왔다는 거다.
아직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힘의 논리(힘과 논리는 모순같지만)로 진실이 묻히고 왜곡되는 일들이 늘 벌어진다는 것이다. 진실에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고 그동안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해 몹시 미안하다. 여전히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함께" 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을 잘 안다. 진실은 그들보다 힘이 세다. 좀 솔직해지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