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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십대 때부터 은희경의 열렬한 팬이었다. 까칠하고 어찌나 "쏘~쿨"하신지...... 그런데 언젠가부터-내기억엔 『비밀과 거짓말』때부터 같은데- 은희경이 무척 부드러워졌다. 그래서 재미없다던 사람들도 있더라만 난 은희경이 참 좋다.
우리는 누구나 소년이었고 여전히 소년이다. 몸은 비록 탄력이 사라지고 머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어도 가슴 속은 말랑말랑 탱탱한 설렘으로 가득하다니까요.
아무도 나를 눈여겨보지 않던 그 시절, 난 말그대로 주변인이었다. 세계와 나는 저만치 동떨어져 있었고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아무도 날 이해하지 못했고 나도 세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다 마음에 안들고 무엇하나 내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내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고 더럽게 외로웠다. 저녁을 먹고 좀머씨처럼 혼자 운동장을 걸었고 하염없이 창밖의 하늘과 구름을 치어다 보기도 했으며, 야자시간 중간에 텅빈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가막소 같은 학교 건물을 바라보다가 운동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꺼이꺼이 서럽게 울기도 했다. '나는 누구인가' 머리에 쥐나게 고민하면서.
이 책은 소년감성을 무척 섬세하게 잘 드러냈다. 연우, 태수, 채영, 마리 그리고 엄마와 엄마애인 모두가 소년이다. 그때 우리를 뒤흔들었던 음악과 하늘과 거리와, 어디에서 솟아난 건지 알 수 없는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열망을 어찌하지 못한 채. 유리창에 부딪는 빗방울 같은 소년의 마음이 그려진다. 생물학적으로 어린 나이가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덜 자란 소년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소년은 울면서 자란다. 여전히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