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이 거의 20년 전에 쓰여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시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때는 지금처럼 싸이코들이 판치는 세상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땐 내가 어려 잘 몰랐던 것 뿐일까?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꽤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지적 능력과 상상력이 놀라울 만큼 뛰어나다. 그리고 예술과 음악에 대한 가늠할 수 없는 이해의 깊이라니. 이 작가가 우리학교 미술교사였다면 우리들의 예술수준도 꽤 올라가지 않았을까. 학창시절 미술 선생은 "아나공"하고 공만 던져주고 가는 체육교사 못지 않게 미미한 존재였다. 언제나 권태로운 표정과 신경질적인 말투의 그 사람들은 미술을 따분하고 어렵고 재미없는 것으로 각인시켰다.

 

 

어린시절 간질을 앓았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시작된 이야기가 정신의학, 미술, 음악, 추리의 세계로 빨려들게 한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박식할 수 있을까. 하나 알아가기도 버겁고 무거운 주제들인데. 아귀가 맞고 그러면서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겠는데 그것이 꽉 찬 짜임새를 갖췄다. 바로 내가 원하던 이야기이다. 예술성에, 성서의 내용까지 첨가해 종교까지 결합하는 풍부함까지...... "진짜"가 나타났다!!

 

 

시인이기도 한 작가의 상징성, 비유는 압권이다. 역시 글을 쓰려면 정말 많은 공부를 해야하고 똑똑해야 함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 절감한다. 시종일관 손에서 땀을 쥐게 하고 숨이 가빠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본격추리소설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더 보고 싶은데 작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아쉽고 안타깝다. 미인박명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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